대둔산의 암릉은 작아 보이지만 한없이 신비롭다



2005. 09. 10(토, 안개 구름)

골프장입구(09:15)→이동통신 기지국(09:30)→능선길(10:10)→돗대봉(10:20)→태고사(11:30)→낙조대(12:10)→용문골갈림길(12:30~13:00)→칠성봉→장군바위(13:10)→금강봉(13:30)→마천대(14:10)→허둥봉(15:00)→깔닥재(15:40)→220계단(16:00)→승전기념탑(16:30)→주차장(16:45)





<한국의 산하: 대둔산의 이모저모>


다음 주 월요일이 아버님 기일이니 그때 상경키로 하고 이번 주말은 대둔산을 찾아뵐 생각으로 여러 산님들의 산행기를 열어보니 우리 님들의 산행기가 교통편도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 역시 최고다.

대둔산은 2000년 부동산 컨설팅 교육수강시 교육기관의 배려로 처음 찾아본 본적이 있다. 그땐 영문도 모르고 닭장 밖으로 나와 갑자기 춥고 배고파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리둥절하던 때인지라 산행기역이 가물가물하다. 그때 함께 했던 분들 지금쯤 어디서 무슨 사업을 하고 계시는지...

대전 서부터미날에서 대둔산행 첫차(07:45)을 타고 진산 읍내에 내리니 사방이 조용한데 안개가 낮게 드리워져 바로 건너편 산도 아니보인다. 여러곳을 가는 버스들이 뜸뜸이 들락거리는데 08:50 도산리행 버스가 도착한다.

기사님께 골프장 입구 경유하느냐고 물으니 그곳에서 내려 주신다.
한적한 시골길에 갑자기 나홀로인데 산이나뱅뱅님 산행기에서 보았던 키큰 소나무와 조경석이 반갑게 맞아준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내 집 가는 길인양 마구 올라간다.
옆으로는 간간이 고급 승용차들도 올라가지만 11호 자가용으로 산악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나자신이 자랑스럽다.

주차장 정문을 지나는데 혹시 출입통제 당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못본체 주차장 끝으로 보이는 비포장 오름길로 재빨리 올라친다.



고개넘어 가니 드디어 내가 찾았던 중계기지와 정자건물이 보인다.
정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잔디밭은 그야말로 평화롭고 별천지같다.



예전엔 논과 밭이었을텐데 이렇게 넓은 지역에 잔디밭을 만들고 연못도 만들었으니 우리나라도 이젠 먹을 걱정이 없어졌나 보다. 우리 조상분들은 여러 자식 키우며 한평이라도 더 일구어 심고 가꾸느라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땀흘렸는데

오늘의 우리는 저마다 자가용 운용하며 오늘 하루를 즐기려는 시대가 되었다. 내일의 걱정은 신에게 맡겨 두었는지 아니면 때를 잘 타고 태어났기 때문인지......

산능선으로 올라야 하는데 안개가 자욱하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일단 능선길만 찾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유심히 살피니 숲에 가린 아주 조그마한 들머리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올라보니 확실한 능선길이다.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양쪽 모두에 리본이 붙어 있다. 순간 어디로 가야 하나 망서려 졌지만 좌측방향 능선이 태고사 방향같다는 생각으로 그 길로 붙는다.

간간이 암릉구간이 시작되면서 저만치 뾰족한 암봉도 보인다. 돗배봉인가 보다.



안개가 조금씩 걷혔다가 다시 가리워 버리지만 진행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고 여유가 생긴다. 돗대봉에 올라가 과일 먹으며 안개 위로 살짝 내민 건너편 마루금을 보니 아마 월성봉일 것 같다.


능선을 넘나드는 안개를 뚫고 오르락 내리락 해보지만 어디쯤 왔는지 알 수가 없고 어깨높이의 조릿대숲이 갑자기 능선길을 꽉 막아 버린다. 두팔을 벌려 불도저처럼 진행하는데 땅바닥은 사람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앞만 열심히 살피면서 진행하는데 조릿대 잎새가 눈을 스치고 지나간다.
순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벌린 팔을 눈높이로 올리고 동물들 도망가라고 소리지르며 천천히 진행한다. 군데군데 무리지어 나타나는 조릿대 숲을 지나고나니 또 암릉이 시작되고 특이한 목탁소리도 가깝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태고사 부근까지 왔나보다. 금산군 진산면 일대는 전혀 볼수 없지만 안개가 순간적으로 살짝 걷히면서 가까운 태고사 건물 지붕이 보인다. 널찍한 바위에 앉아 안개 더많이 걷히기를 기다려 보지만 또다시 밀려와 사찰 뒤편의 암릉까지 가리워 버린다.





이제부턴 대둔산 특유의 암릉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낙조대 안내판이 보이고 저 건너편 마천대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조산장에 들러 물을 찾아 보는데 움푹 파인 암반에 물에 고여 있다.
한바가지 떠 보니 작은 생명체가 있어 음용수로는 곤란할 것 같다. 석천암으로 내려갈까 하여 올라오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거의 하산할 정도로 내려가야 한다며 산장물도 먹을만 하다고 하신다. 그렇지 생명체들이 먹고 사는 물인데 갈증이 심하면 이정도의 물도 없어서 못먹지 하며 일단 갈증을 해소하고 비상용으로 한 병 채워 다시 태고사 갈림길로 오른다.


이젠 안개도 어느정도 걷혀 가까운 거리는 그런대로 선명하다. 완주군쪽으로 뻗어 내린 암봉들은 규모는 작아보이지만 나름대로 특이하고 기이하다. 논산방향으론 유순한 줄기를 뻗어 내렸는데 완주군방향만은 급경사에 이토록 아름다운 암봉들을 수없이 만들어 놓았으니 어찌된 일인가?






암봉사이로 버티재도 저아래 보이고 낙조대에서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가끔씩 열렸다 닫혔다 하는데 그 끝자락엔 대전시가 있을 것 같다.


건너편에도 산군들이 겹겹이 안개속에 가물대는데 그 중에 덕유산과 마이산도 있을 것 같다.

용문골 갈림길을 지나 편평한 암봉에 올라 내려다보니 수천길 낭떠러지요 용문골 협곡 좌우로는 뾰족 뾰족한 암봉들이 연이어 뻗어 내리고 벼랑엔 키작은 소나무도 보이니 가히 선경이다.







능선 봉우리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암릉들이 연이어 나타나는데 칠성봉은 어딘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보이는 암봉들은 사뭇 다르다. 저마다 개별적으로 여기 저기 솟구쳤는데 근거리에 집중되어 있다. 그중 덩치 크고 우뚝한 바위가 그들을 호령하는 장군바위 같다.


그들 암봉사이를 오가는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또한 절경이다.





마천대는 대둔산 정상(878m)에 해당되는 곳인데 이곳에 세워진 철재 구조물은 웬지 정감이 안간다.



곧바로 남쪽 능선으로 이동하여 삼선구름다리와 마천대에서 뻗어내린 암봉들과 작별 인사를 건네는데 또 다른 아름다움에 반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는 가을 채색옷을 입고 있을 때 또다시 오겠다며 약속하고 조릿대숲을 헤치며 220계단쪽 하산길을 재촉한다.






능선따라 전북 완주군 경천면을 살피다보니 허둥봉 삼거리까지 왔다.
곧바로 가면 안심사. 우측 수락계곡 안내를 따라가는데 계속 능선길이다.






충남 논산군 양촌면 들녘과 바위들이 빛나는 월성봉을 쳐다보며 내려가는데 우측 아래로 수락저수지도 보이고 석천암도 제법 가깝게 보인다. 이 정도 왔으면 곧바로 하산지점일테고 수락계곡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쳐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운지골 폭포들은 못 보고 가는가보다 했는데 안부에 서 있는 이정표가 사람을 대신하여 좌로 가면 안심사, 직진하면 월성봉, 우로 가면 220계단이라고 한다. 아니 이제야 나타나다니...

곧바로 220계단쪽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이상하게 계곡 위쪽으로 다시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수 없다. 마구 달려가는데 계단은 아니보이고 계곡을 건너 다시 능선사면으로 올라간다.

이번엔 석천암과 마천대 220계단 갈림길이다.
아랫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220 철계단 구조물이 좁은 협곡 암벽 사이에 보인다.


계곡아래로 내려 섰지만 흐르는 물은 보이지 않고 비선폭포라는 곳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푸른 이끼사이로 흘러 내리다 곧바로 숨어버린다.

이 일대는 온통 바위조각이 바닥에 깔려 있고 지금도 조금씩 주위 암벽으로부터 떨어지는 모양이다. 하산길 내내 계곡의 모습은 여전히 흐르는 물을 구경할 수 없다.


둔지폭포는 아에 물이 없고 수락폭포에서만 물을 구경할 수 있을 뿐이다.
물이 귀한 계곡인데 프라스틱 관이 설치되어 얼마 안돼는 물조차 몽땅 빨아 진입로 옆으로 흘려 보낸다.


그 아래 계곡은 매말라 있고 움푹 파인곳엔 이끼가 있지만 주변에서 고여든 얼마 안되는 물로 피라미 가족이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차라리 물레방아를 돌리게 한후 계곡으로 되돌리면 그래도 나으련만...

하나의 바위산이면서도 능선을 경계로 완주군과 논산군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판이하게 다르니 신비롭기 그지없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어찌 사람의 지혜로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시작과 끝을 사람으로 알 수 없게 하신 모양이다.

때를 따라 아름답게 가꾸어 가시는 분은 올해도 변함없이 전국의 산하를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 입힐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변화해 가는 자연을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하는데 사람들의 생노병사 과정도 그렇게 보일까?
언제나 청춘의 봄이요 여름이면 좋겠는데.....



서울에서 홀로 대중교통으로 가시려면 하루전에 논산 가셔서 24시 찜질방 등에서 하루 주무시고 수락리행 시내버스(06:10, 07:00, 07:50, 08:50, 09:40) 이용하시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용산역 첫차(06:10) 이용하시면 논산역전 앞 도로 건너편 정류장에서 08:50 수락리행 시내버스와 곧바로 연결 가능할 것 같고 석천암 거쳐 낙조대로 올라 삼선계단 주위암봉 구경하시고 220계단쪽으로 하산하시면 당일 귀가도 문제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수락출발(16:55, 18:20, 19:50) 논산역까지 1시간소요,
논산에서 상경하는 기차 22:04까지 거의 한시간마다 운행됨.

여러 산님
일하실만한 때에 하시는 일에 열심히 수고하시고 가끔 자연과 벗하시며 좋은 추억 많이 쌓아 가시길 기원드립니다
우리가 땀흘려 수고함이 없이는 자연도 환영하지 않는 듯 합니다. 산마루의 시원함은 땀흘려 오른자에게만 좋은 선물이듯이...


사진을 다음 플래닛에 올려 링크했는데 하나도 아니보이군요.
카페에 들어 오셔서 05년 산행추억을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