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이 봉(강원 정선)


                  산행일자 : 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산행자 : 평택, 안성 목요산악회원
                  교통 : 서울고속관광(좋은하루투어)
                  날씨 : 흐림 (시계보통)


◆ 수직절벽 아래로 내려다보는 동강이 보이는  닭이봉(1.028m)은 정선읍 가수리와 남면 낙동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이 산은 1:50,000 지형도에는 닭 계(鷄)자를 써서 계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계봉은 일제가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이곳 주민들은 한결같이 조상대대로 불러온 '닭이봉'으로 부르고 있다.

닭이봉 산행기점은 동강변에 자리한 정선읍 가수리 가탄 마을이다. 정선읍에서 가탄 마을까지는 버스로 50분 거리. 10여 호 농가가 전부인 가탄 마을에 이르면 동쪽으로 병풍을 두른 듯 곧추 올려다보이는 산이 있다. 급경사를 이룬 능선들은 주능선에서 동강변으로 가지를 친 서릉들이다. 워낙 급경사여서 닭이봉 정상은 이 능선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가탄 마을에서 하류 방면 100m 거리인 하산지점에 이르면 서릉 위로 살짝 보이기는 한다. 닭이봉 주능선과 정상은 하산지점에서 동강을 따라 약 3km 거리인 하미 마을쯤 나와야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산행 시발점은 마을 입구 억조식당이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르다 잠시후 밭길 사이로 오른다. 오른쪽 숲속 무덤을 지나면 동쪽으로 오르는 능선길이 있다. 능선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다. 1시간 가량 오르면 남서쪽 아래로 가탄 마을과 동강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전망바위를 뒤로하면 다시 하늘금이 보이지 않는 숲이다.

여기서부터 이곳 주민들이 '유선줄' 이라 부르는 전기줄이 계속 보인다. 오를수록 소나무가 많아진다. 소나무 밑둥을 잡아채며 급경사 숲길을 따라 30분 거리에 이르면 TV수신용 안테나가 있는 무명봉을 밟는다. 이곳에서 남쪽 능선으로 발길을 옮기면 곧이어 직경 70m인 함몰지대가 나타난다. 이 분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도는 산길을 따라 약 150m 거리에 이르면 다시 주능선 길을 밟는다. 주능선을 타고 989m봉을 넘은 다음, 40분 거리에 이르면 약 15m 높이인 계단식 바위를 조심스레내려선다. 바위를 내려서서 3 - 4분거리에 이르면 안부상의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 헬기장에 닿으면 가탄 마을에서 올려다보였던 수직절벽이 남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급경사를 타고 30분 오르면 서쪽 아래로 시퍼런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꼭대기를 밟는다. 이곳에서 동쪽 아래로 보이는 낙동리 영곡 마을은 의외로 펑퍼짐한 분지 속에 자리하고 있다.

동강 쪽은 수직절벽인 반면 낙동리 방면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 산은 남쪽 동강변이 완만하고 동쪽이 절벽지대인 완택산 산세와는 반대 형상이다. 왼쪽 낙동리 방면 고랭지밭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을 타고 10분 더 오르면 그야말로 바위형상이 닭 벼슬을 빼닮은 닭이봉 정상을 밟는다. 서쪽 아래로는 급경사로 패어져내린 트리골과 노장골 협곡이 동강과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서쪽 방면으로는 멀리 귤암리로부터 가탄으로 흘러오는 동강이 한 폭 그림을 연상케 한다. 동강 건너편으로는 백운산(883m) 북릉과 만지산(716m)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청옥산과 가리왕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북으로 지나온 989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 수직절벽이 멀리의 백석봉, 옥갑산봉과 함께 어우러져 절경을 펼친다. 북에서 오른쪽으로는 정선 동명으로 넘어가는 쇄재길이 실낱처럼 보인다. 남으로는 화전 흔적으로 얼룩진 곰봉과 함께 멀리로 두리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곰봉이 보이는 남릉을 탄다. 남릉을 따라 40분 거리에 이르면 무덤이 나타난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갈라지는 능선길로 발길을 옮겨 35분 가량 내려서면 오른쪽 농가와 우사가 나타난다. 우사에서 약 100m 더 내려서면 가탄 마을 입구 미루나무 남쪽 100m 거리인 동강변이다

 

 흔적 : 억조식당(가탄마을)-988.5봉-닭이봉-낙엽송숲-가탄마을 (약 4시간 40분)




이 세상에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은 없다고 시인 김용택님은 노래한다.

자의든, 타의든 나의 바램대로
흐르는 강물속에 시간의 걸음을 따라 슬며시 다가서는 산그늘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었다

산그늘이 빠진 저문 강을 바라보는 느낌은
강물속에서는 산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상스레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오는 저문 강가에 서서
깊은 성찰의 시간에 빠졌다

그대와 함께한 지난 시간들의 무게는 문득 지워지고
그대 어깨 위를 지배하는 중압감이 내게로 고스란히 다가와
뿌리깊은 연민이 되고
도저히 살아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사랑이 한 점 불꽃으로 튀다가
저문 강을 바라보던 산그늘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한다

저 산을 사랑하는 애틋함 속에 그대도 숨어 있었나보다
그대 평안하면 내 속은 온 우주를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이 되고
그대 슬프면 내 속은 아무것도 삼킬 수 없는 가시밭이라

늘, 바라는 넓은 가슴 되고자
늘, 애쓰는 사람될래

세월갈수록 자꾸만 약해지는 당신을 바라보며
가벼운 무게라도 맞드는 그런 사랑될래

산그늘이 되어 몰래 저문 강에 빠져드는 그런 사랑할래
저문 강같은 그대 가슴에 빠질래.

하마, 오십하고도 팔년이란 세월을 정직하게 살아 온 당신의 귀 빠진 날을 축하하며

 



가탄마을앞에서 차를 세워야 되는데 3km정도 더 가서 가수리에 닿았다
그림을 담고 다시 가탄마을을 찾아 3km 내려간다




10;21 한국의산천 자료를 따르면 가탄마을앞 미루나무 있는데가 들머리인데
확인 결과 그보다 억조식당앞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료 확인차 미루나무(잘려져 있음)앞에서 시작하니 밭을 휘돌아 이 그림이 보이는 지점까지 연결되며
억조식당에서 출발한 일행과 합류한다




몽환적인 그림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산을 탐하려 빠져든다




들어가는 길들도 몽환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지은이의 땀내가 흠뻑 묻어있는 밭들에 경의를 표하며
입산의 길로 들어선다




11:30 땀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양이 콧잔등에 기름을 발라 논 것처럼 길이 미끄럽다
물론 비가 때 맞춰 내리기도 했지만
바위는 석회암인지 딛는 곳마다 미끈등거리고
토질도 점토질인 것같다
다리 힘이 부족한 사람 오름길에서도 연신 미끄러진다

힘이 배나 든다




흰제비난
가마솥에 팥죽 끓이는 옆에라도 섰는지 이마에선 콩쭉같은 육즙이 떨어진다
비상책은 안단테에서 아다지오로 박자를 늦출일이다
때맞춰 돕는지 흰제비난 홀로 서서 쉼표를 만들어준다 




12:15

연이어지는 오름에 전의(戰意) 상실
그림마저 전의를 뭉갠다




12:19

두시간 남짓 오름에 이제사 슬쩍 모습을 드러내는 닭벼슬
모습이 보이니 지척인 듯 하지만
맨입엔 안된다고 비싼 발품값을 내란다




12:42

신의 걸작품 값은 비싸다
귤암리에서 조양강으로 흐르다가
동남천 물줄기와 만나 가수리에서 동강이 되어
가탄을 훌쩍 돌아나가는 물줄기가 멋있다







12:49
윗만지산, 아랫만지산이란 지명의 배경은 만지산(715.5)에서 나왔나보다
수미에서 훌쩍 도는 지점이 가수리 도는 지점의 끄트머리는 하미이다

우리가 덜컹거리며 올라 온 비포장길은 점재나루가 있는 곳
동강생태보전지역(정선읍 광하교 영월읍 섭세까지 46km와 동강양단 109km이며 취산야영금지)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 길에 들어설 때 동강사랑지킴이들에게 도로 통행료를 지불하고 들어왔다(1인당 1500원 인가?)




정상을 조금 못미쳐 벼랑끝에 내몰린 바위에서 닭벼슬의 위용을 왼쪽 눈동자가 먼저 훔쳐내고
온전해진 시선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조금 씁쓸하다
그렇게 미끈등거리는 길을 거의 세시간 가까이 올라쳤는데...
진짜 비싼 그림이다
이 한 장을 위해 쏟은 땀방울은




너도 허무하냐?
너의 잘생긴 모습을 나는 볼 수 있지만
네가 볼 수 있는 건 언제나 넘실대는 강물과 제법 으시대는 산릉들과
골과 골 사이 납작 엎드린 마을들이지
덕분에 나는 너의 머리를 딛고
조물주의 걸작품인 닭벼슬의 볼 수 있었지




13:03

정상에서 다시 바라보는 닭벼슬




13:04
고스락이 되고자 날을 세우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았다
여기는 정상!!
몇 사람이 서기도 부족한 비싼 꼭대기




14:17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흔해 빠진 잔대와 놀다가 내려서며 올려다본다
남릉으로 직진하면 곰봉이 나오고
잔인하지만 닭목을 살짝 서쪽으로 비틀어 다시 가탄마을을 겨냥하고 내려서야한다

콧잔등에 기름 바른 길들 덕분에 잔뜩 웅크린 행보
내림길 어려움이 눈쌓인 용문산에서와 맞먹는다

죄없는 싸리나무들이 멱살 잡히고
머리끄댕이 끄들리고




14:24

암릉에 돌단풍이 잔뜩 매달려 있다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 왜 아름답게 여겨지는지...




14:33

길은 어느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려고 코를 박다가 잠시 숨통을 트려는지
온전히 설 수 있는 곳에서 동강의 노래를 들려준다
나즈막한 비탈에 기경 된 밭뙈기들은 부지런한 증표를 남겨두고




병조희풀



초롱꽃



다시 쏟아지는 내림길에서 꽃들이 숨이라도 쉬고 가라며 발목을 붙잡는데
텁텁한 안개가 슬쩍슬쩍 걷히니 눈앞에 다가서는 그림들은  더욱 환해지며
내림길에 길이가 금세 일 것 같은데...

또다시 나무들은 머리끄댕이가 붙잡혀
목살이 늘어나고
멱살 잡혀 캑캑거리고
아무거나 분별없이 잡아채던 손 바닥은 가시에 찔린다




큰엉겅퀴




15:00
숨어서 보이지도 않는 산들을 다 내려와 돌아보니 깜쪽같다
내가 언제 코 박으라했냐?
가탄마을에 내려서니
오후 세 시 뙤약볕에 할머니 한 분이 밭을 돌보고 계신다
괜시리 죄송해서 고개도 못들고 짐짓 모른척 지나치려니 진짜 미안하다

등짐에 맛있는 거라도 있었음 드리고 싶었는데...




15:03

짧은 시간이었지만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나니 시원섭섭하다
길은 어느덧 포장길로 바뀌고
계곡수들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물의 낌새는 전혀 없는데
바로 몇 발짝 앞 동강은 무심하게 뒤척인다
고요에 금을 그으며.




강과 여인




가수리쪽



가탄마을에서




16:22
집으로 가는 길은 평창- 안흥을 거쳐 간다고
대장님의 배려로 잠시 스톱해서 담은 절묘한 산릉
위치를 조금 지나쳐 버려 아름다움은 반감되었지만...




18:25
평창강이 흐르는 방림상교를 지나서 버스가 힘이들었는지 주유소앞에서 퍼져버렸다




산그늘이 느린 걸음으로 평창강에 내려선다




방림에서




주유소앞에서 퍼져 버린 우리의 발 때문에
우리도 퍼질러 앉았소




19:41

우리의 발은 회생할 기미가 없어
꿈도 못 꿀 저문강에 내리는 산그늘을 보게 된다




평창강을 물 한방울 적시지 않고 건네주는 방림상교도 어두워지니 심심하다




텃밭엔 감자꽃이 흐드러지고
60년대 스레트 지붕이 대부분인 농가 표정




단 한번의 사랑

                           -김 용 택-

이 세상에
나만 아는 숲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하나
단 한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입니다



오늘은 당신이 이 세상에 온 날입니다
귀한 당신을 이 세상에 보내 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당신을 위한 노래도 하나 보탭니다
다시 한 번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