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우두령-추풍령) 

 여정봉 일출

  

  

2010. 4. 25,

위치 영동군, 김천시

구정맥산악백두대간팀과함께

코스 우두령(720m)-삼성산(985.6m)-여정봉(1030m)-바람재(810m)-신선봉삼거리(무명봉)-형제봉(1040m)-황악산(1111.4m)-백운봉(770m)-운수암,직지사사거리-운수봉(670m)-여시골산(600m)-경부고속철도터널위-궤방령(330m)-418봉-400봉-가성산(716m)-장군봉(616m)-663봉-눌의산(743.3m)-추풍령(220m)

거리및소요시간 22.4km 8시간

  

 솜털같은 대간능선

    황악산 전망대 아래 직지사 계곡에 엷은 안개가 아침 햇쌀에 사라진다.

 

  조망터 소나무 한 그루 대간꾼들 피로를 잊게하고... 

 

▷ 산행기

한창 치마끈을 풀고 있는 대간으로 봄 산행을 가자. 진달래와 야생화 피고 새우는 능선을 걸으며 가슴에 와닿는 풋풋한 봄바람을 가르며 한 없이 걸어 보자 23시 범내골에서 대간7차 산행을 출발한다.

3달만에 만난 대원들은 모두 건강한 모습들이다. 총무에게 새벽4시쯤 잠을 자고 출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니 새벽에 출발하면 귀찮고 택시비도 들어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아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이 여유롭다고 한다.

새벽2시 김천에서 대덕으로 넘어가는 지방도에 구제역 방역원들이 통제를 하고 있다. 교통표시판 우두령을 따라 몇키로 가니 도로가 끝나버린다. 백두대간 우두령이 아니고 거창 우두령이라 차를 겨우 되돌려 대덕파출소 삼거리에 이른다.

 

파출소에 백두대간 우두령 고갯길을 문의하니 직원은 밤길에 찾기 힘들다며 에스코트를 하여 무주방향으로 올라가더니 덕산재에서 차를 세우고 2km 더가다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된다고 한 후 되돌아간다. 덕산재를 넘어가는 차창 밖 달빛이 유난히 밝고 하늘에 별빛이 쏟아진다.

 

설천방향으로 가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삼도봉터널을 지나 좌측 두 번째 삼거리에서 901번 지방도로를 들어가 20여분 후 우두령에 도착한다. 운전기사가 길을 몰라 3시간 거리를 5시간20분 소요하여 우두령에 도착한 것이다.

 

새벽4시20분 우두령(질매재)에 내리니 하늘에 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촘촘히 빛난다. 별 하나 나둘 셈을 하며 동물이동터널 풍경을 디카에 담고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등로에 들어선다. 우두령(질매재)는 소의 등에 얹어 놓은 질매나 소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진다. 이 고개는 왼쪽으로 충북 황간, 오른쪽으로 경북 김천시를 잇는 901번 도로다.

 

처음부터 스틱 한 짝이 말을 듣지 않아 고정을 하지 못하고 한개만 이용하여 간다. 동트니 산새들이 여기저기 지저귄다. 삼성산에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고 동쪽 하늘 마루금이 붉게 물들어 온다. 오른쪽으로 삼성암이 어렴풋이 내려다보인다.

후미대장이 배냥 뒤에 붙어 있는 "한국의산하" 시거널을 보고 "깃털" 선생이 아니냐고 한다. 그렇다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하였더니 "깃털님의 영남알프스 환종주와 지맥 답사기를 많이 참조하여 산행을 한다며 답사 후 산행기록을 비교 해보니 좀 빨리 가시더군요" 한다.

 

상쾌한 아침 햇살에 산새가 지저귄다.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아 있어 디카에 담으려고 하니 날아 가버린다. 여정봉 패말이 나무에 걸려 있는 곳에서 바람재로 향한다. 전망대에서니 가야할 바람재 농장 넘어 높고 낮은 골짝마다 살짝 내려앉은 운무에 아침 햇살이 스며든 산그리매 신비로움에 소동파 시가 떠오른다.

橫看成領側成峰(가로보면 고개요 모로 보면 봉우리)

遠近高底各不同(멀고 가깝고 높고 낮은 것이 저마다 다르구나)

不識廬山眞面目(여산의 참 모습을 모름은)

只綠自在此山中(내가 그 산속에 있는 까닭이로다)

 

이 말은 "자신을 비우면 비우는 만큼 네 속에서 빛이 난다"는 말로 비유되는데 자기 자신의 허물을 잘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명봉 통신중계소 공사 포크레인 그림자가 그려진 임도에 내러 김천 쪽에서 올라온 임도를 따르다 등로를 올라 다시 나무계단을 타고 헬기장 바람재에 내러 선다.

 

농장은 "강희산" 시인이 쓴 "길이 아니면 가지마라" 백두대간 종주에세이를 보면 이온홍, 윤구자 부부가 사위 이익남씨와 소, 염소 사육하는 건물로 대간 황악산 구간 산행을 하면서 하루 밤을 지낸 곳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힘겹게 올라서니 신성봉삼거리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산님 몇 분이 쉬고 있고 우측으로 신성봉 길이 뚜렷하고 8년전 전 직지사로 하산한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우측 신선봉 망월봉 능선 직지사 가는 길이 시원스럽다. 형제봉에 올라서니 전망이 황홀하다. 직지사 방향 골마다 살짝 내려 않은 운무가 여명에 산 그리메 그리고 영동군 상촌면 방향으로 골짜기가 엷은 어둠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햇살 아래 산하를 굽어보고 있으니 차에서 밤을 지새운 흐릿하던 머리가 맑아온다.

 

황악산 정상에 올라 사방 시원한 조망을 둘러보고 정상석을 잡고 홀로 앉아 옛 겨울 힘들게 정상에 올라 만발한 눈꽃에 황홀해 하였던 기억을 회상해 본다. 황악산은 크게 세 갈래 산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북으로 소백산이 황간을 딛고 곤천산(950m)으로 치솟아 오르고, 한 줄기는 눌의산, 추풍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고, 한 줄기는 삼성산, 삼도봉 민주지산으로 이어진다.

 

정상 조망을 둘러보니 황간 들판 너머 속리산과 김천 시가지 건너 금오산이 아련하다. 남동쪽으로 가야산, 정남으로 수도산 너머 지리산이 가물거리고, 남서쪽으로 삼도봉과 민주지산 그 너머 덕유산 연봉이 아련 거린다. 잇달아 나타나는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백운봉에 산님들 힘내세요. 패 말 옆에서 전망을 보며 내러 직지사 갈림길을 지나 길 양 옆으로 아름답게 핀 진달래 향연을 감상하며 운수봉에 올라선다. 골짜기 아래 운수암과 직지사가 있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 아도황상이 창건하였다. "직지"라는 명칭은 "직지인심 견성성불" 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다. 고려 태조 19년 능여조사가 중창하여 큰스님들을 많이 배출하고 동국 제일가람이라 일컬었다.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호국, 성사, 사명 대사가 입산한 곳이기도 하다. 선조29년 왜적의 방화로 소실된 것을 광해군 2년 인수, 명례스님 등이 재건하였다.1963년부터 30여 년 간에 걸쳐 전각과 당우를 중창, 중수하여 거대한 사찰로 오늘에 이른다.

 

운수봉 작은 정상석을 어루만져 보고 후미 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운수봉아 잘 있거라 인사를 나눈 후 깊이가 약3미터 되고 둘레가 2미터 정도인 땅굴을 보니 여우(여시)가 살던 곳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시골산으로 올라선다. 옛날에 여우(여시)가 살아서 이름이 붙어진 것으로 보이니 특이하다.

 

궤방령에 내러 906번 황간과 김천을 잇는 지방도에 11번 마을버스(1시간간격운행)가 지나간다. 커다란 표시석과 산꾼들의산장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궤방령은 금강과 낙동강 분수령으로 충북과 경북 경계지역으로 조선시대 이곳을 넘어 과거를 보면 급제를 알리는 방에 붙는다하여 붙어진 이름으로 전한다. 임진왜란 때 박이룡 장군이 왜군에 승전을 거둔 격전지다.

 

도로 건너 충북과 경북 도경계를 따라 가성산에 올라선다. 암담한 정상석 앞에서 골짝마다 올라오는 산정기로 가슴 벅차게 호흡하며 조망을 즐기고 장군봉으로 향한다. 멀리서 보면 장군 같은 위용이 있어 이름이 붙었겠지만 올라보니 대간의 한 능선에 불과하여 실망스럽다. 작은 오르내림 능선을 이어 헬기장 4개와 방공호를 지나 눌의산 정상에 서니 조망이 일망무제로 그 동안 땀에 찌들었던 몸이 시원하다.

 

추풍령 넘어 금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와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남은 간식을 나누어 먹는다. 진달래는 여기까지 동행도 아쉬워 추풍령 자락까지 하려니 얼마나 고마운가! 산을 내러 대간이 철도와 고속도로로 막혀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여 좌측 송리마을을 지나 은평마을 대평지하차도를 건너 추풍령 노래비에 산행을 접고 노래를 불러 본다.(12:20)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려구나 추풍령 고개~

 

추풍령은 전략상 중요한 곳으로 1592년 김해성을 함락시킨 왜군은 한양으로 북상하면서 조경과 양사준이 경상우도 지역의 관군을 이끌고 이곳을 지키다 왜군 복병의 기습공격을 받아 관군은 패해 조경이 포로로 잡혔다. 이때 정기룡 대장이 죽음을 각오하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왜군 백여명을 죽이면서 조경을 구출했다.

 

이런 용감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관군의 패전으로 경상도 지방은 왜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또한 1953년 의병장 장지현은 부하 수천 명을 거느리고 왜군 2만 명을 맞아 치열한 전투 끝에 물리쳤으나 다시 금산 쪽에서 온 왜군의 협공을 받아 전사한 곳이다. 사부리에 장지현을 모신 사당이 있다.

 

추풍령은 금강과 낙동강, 충북과 경북을 가른다. 북서쪽 물은 영동을 거쳐 금강으로, 남동쪽 물은 김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려든다. 1905년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조령으로 통과했던 교통량이 이곳으로 흡수되고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급부상한 곳이다.

 

산행 내내 진달래 향연과 새싹의 속삭임, 능선을 넘나드는 촉촉한 봄바람과 나무속살 사이로 비치는 조망 그리고 푸른 하늘과 동행하였다. 대간은 지금 아름다운 봄으로 한창 치마끈을 풀고 있다. 산행이 끝나 귀로에 가슴 속 넘치는 그 알 수 없는 충만감을 무어라고 전할까? 有口無言이로다!

 

▷산행이미지 

 

 

 

  

 

   안개가 살짝 내려 앉은 골짜기

 

    형제봉에서 본 신선봉

 

 

 

    생강나무꽃 아래 골짜기 내려 앉은 안개 아침 햇쌀에 사라진다.

  황악산 정상 대원들

 

   황악산 전망대봉에서 본 형제봉과 신선봉 능선, 우측으로 지나온 대간, 능선이 솜떨같이 부드럽다

    아침 햇살에 반갑게 맞이하는 진달래

 

    유난히 찐한 진달래

 

 

    허깨나무

 

 

 

    눌의산에서 추풍령 조망, 우측으로 금산 대간길

 

    노래비

              감사합니다. @@ 산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깃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