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토요일), 전철을 타고 서초역 8번 출구를 나와서 서초구청 정문 앞에 도착하니 7시 5분경. 7시 10분에 도착한다는, 서울동강산악회에서 대절한 관광버스는 약속시각보다 몇 분 늦게 도착한다. 지정좌석에 앉아서 잠을 청하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노인봉 들머리인 진고개의 넓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45분경. 화장실에 들렀다가 10시 55분경에 산행을 시작한다.

진고개탐방지원센터에서 돌로 포장된 길을 잠시 오르니 숲길의 등로가 이어진다. 비교적 완만하지만 때로는 가파라지기도 하는 등로를 오르다가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10분쯤 오르고 나면 등로는 눈에 띄게 순탄해진다.

마침내 한 시간 25분 만에, 진고개에서 3.9 킬로미터를 올라 해발 1338 미터의 노인봉 정상에 닿아 사방을 조망하며 15분쯤 쉬는데 노인봉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작 378 미터를 올라서 닿은 정상이니 정상을 올랐다는 느낌도 그리 들지 않은 채 다시 오르던 길로 5분쯤 되내려가 노인봉 갈림길에 이르러 방향표지판이 가리키는, 왼쪽의 소금강분소 쪽으로 2분만 내려가면 노인봉대피소다.

노인봉대피소에서 50분쯤 내려가다가 등로 옆에 한 사람이 앉아 쉴 만한 작은 바위에 앉아 숨을 돌리는데 단체산행객들이 끊이지 않고 밀려 내려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십 분이 채 못 돼 일어나서 20분쯤 더 내려가니 현위치가 낙영폭포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낙영폭포 위에 이른다. 
 


노인봉 들머리 - 해발 960 미터의 진고개.

 


등로의 정경. 
 


10분간 오르게 되는 나무계단길. 
 


단풍 속의 등로. 
 


노인봉 정상부. 
 


노인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1338 미터. 
 


소금강계곡 쪽의 암봉들. 
 


출입금지구역의 암봉. 
 


계곡의 단풍. 
 

낙영폭포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20분쯤 쉰다. 2단으로 돼 있는 낙영폭포는 단풍과 어우러져 그 멋을 더하고 있고 하단부에는 바위에 이끼가 가득한 게 이채롭다.

낙영폭포부터 등로는 비교적 순탄해지고 계곡을 가까이 접하며 내려가게 된다. 오늘의 산행은 고작 378 미터를 올라간 후에 1000 미터가 넘는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하는 특색이 있다.

낙영폭포를 지나서 계곡의 폭이 서서히 넓어지고 계류가 점점 더 풍부해지면 소금강계곡은 그 천혜의 비경을 서서히 고스란히 보여주기 시작한다. 크고 작은 폭포들과 소와 담, 암벽과 암반, 기암들과 바위틈으로 흘러 내려가는 계류가 빚는 흐름과 물살의 모습 등은 속세를 떠나서 선계의 환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자연에서의 동물의 세계는 무자비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지만 그들이 사는 자연환경은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넓은 소가 인상적인 광폭포를 지나서 물줄기가 삼단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듯한 멋들어진 삼폭포를 지나니 계류의 폭은 서서히 넓어지면서 계곡 가운데에 암반과 바위가 멋지게 자리잡고 있는 백운대에 이른다. 
 


화사한 단풍과 어우러진 낙영폭포 상단부. 
 


이끼가 많이 끼어 있는 낙영폭포 하단부. 
 


화사한 단풍. 
 


소금강계곡과 큰 바위. 
 


작은 폭포 1. 
 


작은 폭포와 소. 
 


광폭포. 
 


삼폭포. 
 


작은 폭포들. 
 


백운대. 
 

험한 부분에는 어김없이 다리가 설치돼 있어서 아름다운 경치를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소금강계곡은 길이도 매우 길 뿐더러 남한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크고 작은 폭포와 계류와 바위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절경은 시간만 넉넉하다면 계류에 발을 담그고 한참 앉아서 주변을 감상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산행을 하고 싶었지만 진고개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산악회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릴라의 얼굴처럼 보이는 만물상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면 바위와 계류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오묘한 경치 앞에 넋을 잃고 잠시나마 속세의 풍진을 잊게 된다. 그러나 사람은 속세를 떠나서 살 수 없기에 속세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서 자연을 그리워하고 어쩌다가 한 번씩이나마 시간을 내서 자연을 찾게 되나보다.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멋진 계류 1.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멋진 계류 2. 
 


바위와 계류 1.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류 1.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류 2. 
 


만물상. 
 


작은 폭포와 바위. 
 


계곡의 바위들 1. 
 


계곡의 바위들 2. 
 


계곡의 바위들 3. 
 

산악회에 전화해서 지신은 놓아두고 약속된 지정시각인 17시 30분에 떠나라고 하고 계곡에서 충분히 쉬면서 소금강계곡을 좀 더 가깝게 접하며 완상하다가 소금강계곡 입구의 상가에서 저녁식사와 반주를 하고 밤늦게 귀가하고픈 생각이 여러 번 뇌리를 스쳤지만 자제하고 험한 계곡에 놓인 다리 위를 걸으면서 소금강의 절경을 카메라와 눈에 담는다. 이산 저산의 절경을 흔히들 소금강에 비유하지만 율곡 이이가 이름을 붙인 오리지날 소금강은 이 곳 외에는 없는 것이다.

자주 사진을 찍으면서 계곡길을 걷다보니 앞에 보이던 만물상은 어느덧 뒤를 돌아봐야 보이게 되고 하늘로 높이 치솟은 만물상과 그 옆의 바위들은 육산인 오대산의 건너편에 우뚝 서 있는 바위산인 노인봉의 단단한 근육질을 대변해 주는 상징물로 시야를 압도한다. 
 


계곡의 다리와 바위 1. 
 


계곡의 다리와 바위 2. 
 


바위와 계류 2. 
 


바위와 계류 3. 
 


바위와 계류 4. 
 


바위와 계류 5. 
 


바위와 계류 6. 
 


소금강계곡의 정경. 
 


반대편에서 바라본 만물상. 
 


만물상과 그 옆의 바위들. 
 

하류로 내려갈수록 계곡의 암반은 넓어지고 계류의 폭도 넓어져서 계곡의 암반과 계류와 바위가 어우러져 빚는 경치는 한층 더 기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낙영폭포처럼 2단으로 돼 있는 구룡폭포의 하단부를 구경하다가 상단부 쪽으로 올라가니 폭포의 물줄기에 비해 상당히 넓은 암벽과 넓은 소가 인상적이다. 소금강계곡에서 가장 크고 멋진 폭포인 구룡폭포를 잠시 구경하다가 구룡폭포의 상단부와 하단부 사이에 난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 
 


바위와 계류 7. 
 


바위와 계류 8. 
 


바위와 계류 9. 
 


바위와 계류 10. 
 


작은 폭포 2. 
 


낙엽이 떠 있는 깊은 소. 
 


구룡폭포 하단부. 
 


구룡폭포 상단부와 소. 
 


내려다본 구룡폭포 하단부. 
 


내려다본 구룡폭포 하단부와 소. 
 

계류의 한 가운데에 박혀 있는 큰 바위들이 예쁜 곳을 지나는데 계곡을 감싸고 있는 단단하고 거대한 암벽의 모습도 장관이다.

와폭과 그 밑의 푸르고 깊은 소도 아름답고 기묘하게 생긴 바위 사이의 좁은 틈을 힘차게 흘러 내려가는 계류의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물살도 마음을 흥분시킨다.

넓은 암반과 암벽 사이를 흐르는 푸르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계류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전율이 느껴지고 좀 더 내려가면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일렁임이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연화담(蓮花潭)이라고 이름붙여진 담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화강암 절벽이 십자형으로 깊게 갈라져 동서남북의 사방에서 물이 흘러들어 폭포와 못을 형성하고 있는 십자소를 지나게 되는데 아쉽게도 등로에서 내려다보면 나뭇가지로 반쯤은 가려져 있어서 시간관계상 제대로 촬영하지 못하고 만다.

좀 더 내려가면 해발 270 미터의 무릉계 위에 산행객의 출입자 수를 무인 조사하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소금강분소는 여기서 500 미터를 더 내려가야 한다. 보도블럭이 깔린 상가지역을 천천히 내려가다가 한 술집에서 매스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었지만 한 번도 맛보지 못했었던 벌떡주 한 병을 사고 나서 소금강분소에 이르고 여기서 몇 분쯤 더 내려가면 관광버스들이 주차돼 있는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자신의 산행 역사상 가장 많은, 무려 480장의 사진을 찍고 꼴찌로 내려와서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먹지 못하고 버스를 탄다. 결국 오늘도 귀경버스 출발의 약속시각보다 십 여분 늦게 내려와서 다른 산행객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 것이다.

분석해 보면 6시간 40분의 산행 중 50분쯤 쉬고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3.9 킬로미터를 1시간 25분 만에 올랐고 노인봉에서 소금강분소까지 9.6 킬로미터를 4시간 25분 만에 내려간 셈이다.

산악회를 이용했지만 여전히 외로운 홀로 산행을 하게 됐다. 그러나 소금강계곡의 인공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자연으로서의 아름다움은 짧은 산행의 기억을 가끔 뇌리에 잔영으로 떠오르게 하며 마음 속 깊이 남아서 지난한 삶의 애환을  살며시 은은하게 위로하리라. 
 


계류 속의 예쁜 바위들.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멋진 계류 3. 
 


암벽과 계류와 바위. 
 


와폭과 소. 
 


암벽과 암반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류. 
 


암벽과 암반 사이의 깊은 계류. 
 


연화담(蓮花潭). 
 


바위와 계류 11. 
 


노인봉과 소금강계곡의 날머리인 소금강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