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움츠러든 몸을 추스르려고 11월 4일(수요일), 6시 10분에 집을 나서서 7시 10분경 센트럴고속버스터미널의 매표소에 도착하여 정읍행 고속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13300원. 7시 20분에 출발한 고속버스는 충남 공주의 정안휴게소에서 15분쯤 쉬다가 다시 출발하여 10시 15분경 정읍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 도착한다. 당초의 계획은 평일이라서 고속도로가 한산하여 소요예정시간인 3시간보다 10분 이상 일찍 도착하면 10시 10분에 장성 사거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사거리에서 다시 백양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서 백암산을 가는 것이었는데 10시 10분 버스를 놓치니 그 다음 버스는 11시 20분에나 있고 이 버스를 타면 12시 20분경에나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서 여유 있는 산행이 어려워진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마침 10시 30분에 내장사로 출발하는 직통버스가 있어서 재작년 가을에 갔었던 내장산에서 정상인 신선봉을 비롯한 세 봉우리는 시간관계상 오르지 못했었던 것을 생각하여 매표소에서 1300원을 내고 내장사행 버스표를 끊어서 버스를 타니 10시 30분에 출발한 직통버스는 10시 50분경 이 버스의 종점인 내장사 입구에 도착한다.

상가지대를 지나 울긋불긋한 단풍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10분쯤 걸으면 매표소 앞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내장사 관람료 2500원을 내고 단풍이 절정인 길을 천천히 20분쯤 걸어가면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유군치로 오르는 내장산 들머리에 이른다. 방향표지판이 가리키는 왼쪽 길로 꺾어져 다리를 건너 벤치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조릿대숲길을 지나서 바위가 많은 계곡길을 오르면 등로는 구불구불 가파르게 이어지고 들머리에서 30분 만에 유군치에 닿는다. 여기서 잠시 쉬며 안내판을 보니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이곳에 머무르며 왜군들을 유인해서 크게 물리쳤다고 하여 유군치(留軍峙)라는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추령에서 올라오는 길과 남쪽의 임도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는 유군치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능선을 따라 30분쯤 오르니 헬리포트인 장군봉 정상에 닿는다. 여기서 잠시 쉬다가 능선을 따라 내려서서, 연자봉에 이르는 완만하고 긴 능선과 그 끝의 연자봉, 그리고 신선봉과 까치봉이 그 연자봉의 좌우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걸어가니 재작년 가을에 밟아보지 못한 내장산의 암봉들을 하나씩 차분히 오를 생각에 내심 흐뭇해진다.


 


단풍 터널 1.


 


단풍 터널 2.


 


화사한 단풍 1.


 


화사한 단풍 2.


 


화사한 단풍 3.


 


유군치로 오르게 되는 내장산 들머리.


 


유군치.


 


해발 696 미터인 장군봉 정상.

 

장군봉 내림길에 바라본 신선봉과 연자봉, 까치봉.


 


까치봉과 까치봉능선 자락의 영취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장군봉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바위를 넘는 철계단을 지나서 전망바위에 오르니 유군치에서 오를 때에는 육산의 분위기를 띠던 장군봉은 봉우리를 넘어 반대쪽에서 보니 단풍 사이로 단단하고 흰 암벽이 보이는 암봉이다.

전망바위를 지나면 곧 양쪽이 절벽이고 난간이 설치돼 있는 암릉길을 지나게 되는데 그 바로 앞에는 세모꼴의 연자봉이 시야에 첨예하게 다가온다. 난간지대를 지나서 바위의 조그만 조각들이 큰 힘을 받으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갈 듯이 미세하게 울퉁불퉁한 바위 언덕을 넘어서서 좀 더 나아가면 계곡 건너편의 서래봉과 벽련암이 눈앞에 마주보이는 연자봉 정상이다.


 


바위 옆의 좁은 길.


 


바위를 넘는 계단.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서래봉과 벽련암, 케이블카 승강장.


 


전망바위에서 뒤돌아본 장군봉.


 


난간이 설치돼 있는 암릉길.


 


난간이 설치돼 있는 암릉길에서 바라본 연자봉.


 


난간이 설치돼 있는 암릉길에서 바라본 신선봉.


 


방금 넘어온 바위.


 


해발 675 미터인 연자봉 정상.


 

연자봉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내려서면 곧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데 신선봉 쪽으로 나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서 조릿대숲길의 언덕으로 올라섰다가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연자봉과 신선봉 사이의 깊게 파인 안부에 이른다. 안부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10분 남짓 오르면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벗어나 있는 전망바위에 닿는데 이 전망바위에서는 신선봉에서부터 불출봉에 이르는 내장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여서 연자봉과 신선봉 사이의 안부를 힘겹게 오르내린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든다.

전망바위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내장산의 정상인, 해발 763 미터의 신선봉 정상에 오른다. 커다란 정상표지석과 삼각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인 신선봉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까치봉을 향해 나아간다.

길이 험하기로 이름난 내장산에서 장군봉과 연자봉은 비교적 쉬운 코스였지만 신선봉부터는 눈에 띄게 등로가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로프지대를 지나고 헬리포트도 지나서 나오는 오르막길의 왼쪽에 나 있는,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소둥근재 갈림길에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시계를 보니 14시 50분이 넘은 시각인데 소둥근재와 순창새재를 거쳐 백암산 상왕봉에서 백양사로 내려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려면 최소한 다섯 시간은 걸리는 길인 데다가 그 길로 가는 사람도 없다. 결국 재작년에 하산한 까치봉까지 가서 내장산의 지정탐방로의 여덟 봉우리와 주능선을 두 번으로 나누어 모두 밟아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나친 욕심은 자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소둥근재 갈림길에서 25분간, 오늘의 산행중 가장 오래 쉬게 된다.


 


연자봉과 신선봉 사이의 깊숙이 파인 안부.


 


가파른 신선봉 오름길.


 


신선봉 오름길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까치봉과 연지봉, 망해봉.


 


신선봉 오름길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연지봉과 망해봉, 불출봉.


 


신선봉 오름길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신선봉 정상.


 


내장산 정상인 해발 763 미터의 신선봉.


 


신선봉의 정상표지석.


 


뒤돌아본 신선봉.


 


등로에서 바라본 서래봉과 영취봉.


 


로프지대.


 


헬리포트.


 

소둥근재 갈림길에서 울퉁불퉁한 바위가 여러 개 있는 한 암봉을 넘으면 까치봉의 전위봉과 까치봉이 눈앞에 다가오는데 이 두 암봉 사이에 좁고 깊게 파인 안부 때문에 멀리서 보면 쌀개처럼 보여서 계룡산의 쌀개봉을 연상시키게 된다.

전위봉을 오르면 동쪽으로 큰 단애를 이루고 있는 까치봉의 단단한 모습이 시야를 압도하는데 안부를 지나서 까치봉에 오르니 장군봉으로부터 연자봉, 신선봉에 이르는 암릉에 이어서 소둥근재 갈림길을 지나 오른 두 개의 암봉까지 한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암봉 뒤로는 내년 가을이나 기약해야 할 또 하나의 단풍 명산인 백암산이 펼쳐져 있다.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소둥근재 갈림길.


 


바위 옆의 길.


 


암릉길에서 바라본 백암산.


 


멀리서 보면 쌀개처럼 보이는 까치봉의 전위봉과 까치봉.


 


전위봉에서 바라본 까치봉.


 


까치봉의 단애.


 


까치봉.


 


해발 717 미터의 까치봉 정상.


 


까치봉 정상에서 바라본 장군봉, 연자봉, 신선봉.


 


까치봉 정상에서 바라본 까치봉의 전위봉과 그 뒤의 백암산.


 

벌써부터 인적이 끊긴 까치봉 정상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재작년에 내려섰었던 험한 지능선길로 내려선다. 그 때는 그날따라 양쪽 무릎의 관절통이 유난히 더 심해서 큰 통증을 느끼며 불편하게 내려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무릎의 통증을 느끼며 시종일관 험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지능선길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내려선다.

까치봉을 내려서면서 날씨도 흐려져서 추울까 봐 자켓을 걸치지만 더 높은 주능선에 가려 바람이 거의 불어오지 않는 지능선은 주능선길에 비해 오히려 체감온도가 더 높은 듯하여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 중간에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잠시 앉아 쉬다가 다시 험로를 내려선다. 내려서며 바라보는 고지대의 단풍은 이미 말라 비틀어져서 볼품이 없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까치봉에서 거의 한 시간 만에 금선계곡으로 내려선다. 여기서 내장사까지는 순탄한 길이기 때문에 하산을 마친 것이나 진배없다.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금선계곡길은 아직 단풍이 그 화사한 색감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가면서 천천히 내려가서 25분 만에 오른쪽에는 전망대와 케이블카 승강장을 거쳐 연자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왼쪽에는 내장사로 들어가는 샛문이 나 있으며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곳에 이른다.


 


시종일관 가피르고 험한 지능선길.


 


금선계곡과 만나는, 가파른 나무계단길.


 


금선계곡의 정경 1.


 


금선계곡의 정경 2.


 


금선계곡의 단풍 1.


 


금선계곡의 단풍 2.


 


금선계곡의 단풍 3.


 


금선계곡의 단풍 4.


 

샛문을 통해 내장사로 들어서서 경내의 건축물과 단풍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관음전 앞의 동그란 돌항아리 안에 가득 담겨 있는 약수를 한 바가지 퍼 마시니 꽤 맛있다. 목은 마르지 않지만 한 바가지 더 마시고 보니 약수터 앞의 안내판에 ‘내장약수’라고 씌어져 있다. 연못 앞에도 용머리에서 약수가 졸졸 흘러나오고 있어서 맛을 보지만 내장약수에 비해 그리 맛이 나지 않는다.

절정의 단풍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경내를 느긋하게 관람하다가 내장사의 차도를 따라 내려오며 가로수들의 단풍도 감상하는데 일몰시각이라서 그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벽련암과 서래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있는 일주문까지 내려가서 좀 더 내려가니 단풍열차 승강장에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승차하니 사람을 가득 태운 셔틀버스는 20분 이상 걸어야 할 거리를 천천히 달려서 5분이 채 못돼 내장사 매표소 밖에 정차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려서도 차도를 따라 15분쯤 더 내려오니 24시간 편의점 옆에 버스 종점이 있다. 재작년에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까지 시내버스가 들어왔었는데 이제는 운행방침이 달라졌나보다.

내장사에서 정읍을 거쳐 광주까지 가는, 단풍철에만 운행하는 한시적인 직통버스 막차 출발시각이 18시 30분이라고 하는데 지금 시각이 18시 5분. 서둘러서 버스 정류장 앞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주문해 먹고 직통버스를 타고 정읍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하차하니 18시 50분. 매표소의 서울행 고속버스 시간표를 보니 서울 센트럴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 시간대가 평일과 주말이 다르다. 일반고속버스 막차인 19시발 버스표를 끊어서 승차하니 정안휴게소에서 15분쯤 쉰 버스는 21시 50분경 서울 센트럴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6시간 50분이 걸렸고 이 중에서 약 1시간 50분의 휴식과 내장사 관람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인 셈이다.

재작년 가을에는 서래봉에서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을 거쳐 까치봉까지 내장산 지정탐방로의 여덟 봉우리 중에서 북반부의 다섯 봉우리를 올랐었는데 올해에는 그 때 오르지 못한 장군봉과 연자봉을 비롯해서 내장산의 정상인 신선봉과 재작년에 올랐었던 까치봉까지 남반부의 네 봉우리를 다 올라서 지정탐방로의 암봉과 주능선을 모두 밟아보게 됐다.

교통사정이 불편해서 올해에는 가지 못하게 된 백암산은 아쉽지만 내년으로 미루고 끝나가는 단풍철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에서 다녀온 내장산의 한가을 정경은 그 의미를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내장사의 대웅전.


 


내장사의 범종각.


 


내장사 경내에서 바라본 서래봉.


 


내장사의 진신사리탑.


 


관음전 앞의, 물맛 좋은 내장약수.


 


내장사의 진신사리탑과 석등.


 


내장사의 단풍 1.


 


내장사의 단풍 2.


 


내장사의 담장을 낀 내장산 날머리.


 


감나무.


 


일몰 직전의 단풍.


 


오늘의 산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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