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봉 아래서 돌아본, 남덕유산

 

남덕유산

1:25,000지형도= 장기. 송계

2006년 12월 13일 수요일 구름조금(-0.6~13.1도)  일조량2.9hr  평균풍속0.9m/s   일출몰07:28~17:15

코스: 남령11:30<4.0km>남덕유산1507.4m<1.4km>월성재<2.9km>삿갓봉1419m경유~삿갓재<4.2km>황점18:00

[도상12.5km/ 6시간 반 소요]

 

지형도

 

개요: 백두대간상의 남덕유산(1507.4m)에서 동남쪽으로 분기해 내려간 지능선은, 월봉산(1279m)~금원산(1353m)~기백산(1331m)~황매산(1108m)~허굴산(682m)~자굴산(897m)~산성산(741m)~집현산(578m)을 거쳐 남강댐(진주에 있는 진양호)에 이르기까지 동쪽으론 황강, 서쪽으론 남강을 거느리며 도상거리 156.6km의 산줄기로 뻗어가는데, 이 지능선은 진양호에 여맥을 자맥질 한다고 해서 진양기맥으로 부르고 있다.

 

진양기맥의 최고봉이자 출발점인 남덕유산은 전북 장수군과 무주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는데, 서봉은 장수덕유로 따로 부르기도 한다. 암봉 틈새로 칠백여계단의 철사다리가 놓여진 남덕유산은, 북덕유와 달리 암골미 빼어나고 골 깊어 사철 산객을 불러들이는데 그 중에서 삿갓봉은, 임진왜란 당시 김면(무계에서 승전하여 훗날 합천군수가 되었다)이 이끄는 거창의병 40여명이 주둔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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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에서 출발, 정상으로 치달아 삿갓봉을 경유해서 황점으로 내려오는 이번코스는 12.5km에 불과해도, 수많은 철계단과 눈길 헤쳐가야 하기에 체력소모 심하다. 그렇지만 최고봉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조망- 향적봉에서 할미봉까지의 대간 주능선길과 금원산으로 이어가는 진양기맥, 아슴프레 구름속에 희미한 지리산, 그리고 대간길 이쪽 저쪽으로 골 깊게 패여내려간 지계곡들은, 산 속에 있으면서도 산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슴 설레이게 한다.

 

이번 산길 북쪽의 장수군 방면으로 녹아내린 눈 녹은 물들은 금강 물길따라 군산 앞바다로 가지만, 거창군 북상면 쪽으로 내려간 계곡수(삿갓샘..)는 합천땜에 한 번 고였다가 황강 물길따라 흘러가서 낙동강이 된다. 함양군 서상면 쪽을 흘러간 빗물(참샘..)은  남강이란 이름으로 떠내려가 지리산에서 흘러온 엄천강물과 만나면 경호강으로 바뀐다. 하지만 진양호를 거쳐나오면서 또다시 남강이란 이름으로 돌고돌아 함안까지 가서야 낙동강을 만난다.

 

월성치서 본, 계북계곡

 

가는길: 대진고속국도 서상나들목에서 빠져나와 해발 900m에 이르는 남령 절개지에서 서북쪽 날등을 타면, 건너편의 월봉산 칼날봉이 고개숙여 무탈산행 기원하고, 진행방향 정수리에선 남덕유 하봉이 다소곳 낮은 자세로 맞이한다. 개활지 무덤에 올라 함양군/거창군 이쪽 저쪽 바라보다가 삼각점 밀어부친 1014.7m봉 헬기장에 당도하면 육십령 쪽은 보잘 것 없어도 무룡산은 우뚝해서 지능 지곡 다 드러난다.

 

이어지는 산죽길, 하봉 오름길은 완만하다가 급경사지역 암봉 전망대에선 월봉산 뒤돌아보게 만들고, 남덕유 상봉~삿갓봉~무룡산 연릉 병풍 빙 둘러치고 어서오라 손짓하지만, 이상하게도 무룡산 만큼은 오름짓을 거듭할 수록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부챗살 오무렸다 펼쳐든 것처럼...! 내숭떨기 좋아하는 여인네처럼..!

 

오래된 이정표 천대받는 하봉 넘어가면 정상부분 갑자기 클로즈 업 되고, 영각사 삼거리 거쳐 참샘 기원문 지나 맞닿뜨릴 하늘 치솟은 철계단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녹 슨 철계단, 쇠난간 부여잡고 그 옛날에 있었을 구름다릴 상상하며 암봉을 오르면, 지나온 산하(진양기맥)는 납작하지만 건너편 철계단은 공포심으로 와닿는다. 저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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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잔뜩 꾸부리고 위로 위로..! 천국으로 올라가는 촘촘하고 가파른 쇠난간 끝에는 최근 설치한 전망대 있어 지나온 흔적 돌아볼 수 있다. 악천후 노약자라면 과감히 돌아서야 하고, 청명한 날씨라면 조망만은 끝내줄 것이다. 백두 대간, 진양기맥, 지리산, 골짝 골짝, 그리고 암골미...

 

정상 찍고, 육십령이 8.5km거리에 있다는 서봉 삼거리 이정표 지나 월성치에 당도하면 [←남덕유산1.4km/삿갓골재2.9km/황점3.8km↓]이정표가 지친 이들 도와준다. 삿갓봉 정상에선 정상석 아래로 내리뻗은 동남릉이 멋있어 보이고 지형도엔 등로표기 되 있지만, 내려서기 거북하다. 반대편의 서북능 역시 태극을 그리며 덕유산휴게소에서 예까지 올라와 보기에 좋고, 함께 해온 계북계곡 역시 미소로 꼬드긴다.

 

삿갓봉서의 지능지곡 유혹 뿌리치고 무룡산 마주하며 최신시설의 삿갓골재 대피소로 내려오면, 산뜻한 이정표 [향적봉10.5km/황점4.2km]가 발길 부여잡는다. 여유가 있다면 무룡산을 거쳐서 황점으로 내려간대도, 한시간만 더 할애하면(삿갓골재에서 황점까진6.0km)훨씬 재미있는 산행이 될 것이지만, 삿갓샘을 거쳐 내려가는 황점골은 무척이나 단조롭고 조망도 없다.

 

1014.7m봉 헬기장에서 본, 무룡산(1491.9m)

 

1014.7m봉 헬기장에서 본, 월봉산(1279.2m)

 

1014.7m봉 헬기장에서 본, 거창군 북상면

 

하봉 아래서 본, 월봉산~좌 금원산(1352.5m)~우 거망산(1184m)

 

하봉에서 본, 대간길 육십령쪽의 할미봉

 

중봉에서 상봉으로..

 

정상에서 돌아본, 지나온 풍경- 진양기맥

 

정상에서 본, 서봉(1492m)

 

월성치서 본, 삿갓봉

 

삿갓봉에서 본, 삿갓봉 동남릉

 

삿갓봉에서 본, 무룡산

 

삿갓재에서 본, 남령

 

산행후기:  매주 지리탐방만 이어가기하다가 몇몇 젊은이들의 요청에 따라 진양기맥을 타기로하고, 그야말로 오랜만에 서부경남을 찾아들었다.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서부경남, 거창군계만 하더라도 천미터대를 넘기는 준봉들이 수두룩하다. 전국 명산도 좋지만 젊은 이들이 나와함께 산행하기란 몇 년 세월 없을 것이기에, 이동거리가 가까우면서도 유명산을 곁드린 기맥을 찾다보니 진양기맥이 부각된 것이다.

 

남령에 내려서자 처음부터 치고 오르는 가풀막에서 고참들은 훠이훠이 사라지고 없고, 젊은 신참들은 눈길 속에서 휘청휘청 흐느적거린다. 아이젠 풀렀다 끌렀다, 오버쟈켓 걸쳤다 벗었다, 가다 쉬고 쉬다 간다. 중참들이 사이사이에서 조율들 잘 하고 있다. 전 같으면 내가 맨 후미로 처졌겠지만 올은 단축코스 많으므로 점심 행동식으로 하고, 부지런히 달조 추격해서 정상에서 만났다. 그러나, 그들은 인사 건성으로 하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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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까지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달조와 헤어진 후론 삿갓봉 동남릉을 타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제서야 여유를 갖는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삿갓봉에선 빼곡한 잡목은 그렇다 하더라도, 절벽지대를 통과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눈길만 아니더라도..! 아니 보조자일과 동행자만 있었더라도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진거라곤 욕심 뿐이니..! 올은 단체산행 책임자이고 시간도 없다. 몇몇 분께 동의를 구해봐도 모두가 고개 절레절레~다.

 

평소엔 남아돌던 그 시간들이, 산에만 오면 늘 시간에 쫓기곤 했다. 그리고 쌓여만 가는 숙제..! 빤히 바라보이는 무룡산 지능선, 그리고 계북면 쪽의 지능지곡과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동남릉..! 욕심인 줄 알면서도 산속에만 들면 산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산너머 무지개..! 그 산에 오르면 무지개는 또 다시 건너편 산에 걸쳐져 있다.  아~ 언제쯤이면 무지개 쫓 듯 하는 이 그리움을 잠재울 수 있단 말인가?

 

젊은이들이여~! 산을 너무 그리워하지 말라, 세월이 쌓이면 나처럼 구제불능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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