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서성서성 …





[별매산,가학산,흑석산/ 해남]


 

 


2013. 3. 10 [일]




평택 JJ  53명





 




제전마을- 별매산- 가학산- 흑석산- 깃대봉- 바람재- 가학산휴양림 (p) ~ 12km




[4시간 30분]

 

 

 

 

 

 

 

 

 

 

 

 

 

 

 

 









                [1] -- 봄, 그 고요가 출렁이는 산정 속.



시간은 변함과 흐름 속에 기대며 돌변하지 않는 끈끈한 사이다. 갈수록 예리해지는


  그 시간은 곡선의 단면을 외면한 채 수직만을 고집하고 있다. 아니, 수직만을 택하고 있다.


아울러 그 속에서 머무르는 우리네도 마냥 직시되는 수직의 단면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첩첩산중 같은 시간의 마술에는 언제 벗어날지?

 

 

 

 

 

 

 

 

 

 






  산경을 일으키는 풍속 같은 구도가 시간에 얽혀서 있다. 몰락해가는 흑백속의 차디찬 시간


같지만 한편으로는 팽팽한 봄의 정서가 산정 속에 빼곡히 차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유연하게 흐르는 그 기운을 따라 깊숙이 몸을 숨긴다.

 

 

 

 

 

 

 

 

 






사방의 산맥들이 하늘을 향해 몸을 숙이는 정경이 소리 없이 펼쳐지며 침묵되어 흐르고


  있다. 또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장대한 광경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몸을 가지런히 장승


서듯 침묵에 쌓이며 바람을 맡는다. 그새 그 조용한 바람이 빛에 적시어 산산이


흩어진다.

 

 

 

 

 

 

 

 

 

 

 

 

 

 

 

 

 

 

 






유연하게 넘어오는 능선의 정미한 풍경이 빛에 반사되어 하늘을 비추고 있다. 그늘진


      나무위로 날아다니는 춘풍에 가지들은 겹겹이 껴입는다. 그리고서 그림자를 묶어놓는다.


차마 그 속으로 차 들어오지 못한 한기의 역풍이 몰아치려 때를 노리고 있다.






                                  산우님들이 암봉에서 바람을 맞으며 가야할 산정을 바라보는 대화가 마음을 끈다.





                               「점점 겨울도 멀어지려는 듯 어스름이 밀려오네요. 질풍처럼 대시하는 바람만이


                               「그러게요. 원래 삼월은 춘풍의 대명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바람이 꽁꽁 이 산정에


                         묶여있습니다.」


                               「스스로 묶이기를 바라겠지요. 부풀려진 바람이 공중에 매여 있으니까요.」


                               「요원한 겨울시간만 맴돌다 떠나지 못하고 이 자리를 부유하는 것 같습니다.」






                                    봄을 고대하는 님들의 속내가 산정을 휘잡는 강한 바람을 하늘로 이끈다.

 

 

 




 

 

 

 

 

 

 

 

 

 

 

 

 

 

 

 

 

 

 

 


 


 눈 안에 비친 월출산의 춘경은 빛에 의존하며 巖石만 아득한 봄의 선로 위에 놓여져 있다.


 한 무리의 안개가 쏟아져 나온다. 기다리는 듯 다가오는 봄의 속으로 흘러들 간다. 그윽한


빛만 활짝 터지며 곳곳으로 스며든다.

 

 

 

 

 

 

 

 

 

 

 

 

 

 

 

 

 

 

 

 

 

 

 

 

 

 

 

 




 


                [2] -- 봄이 서성서성. (가학산, 흑석산 상봉을 가며.)




     몸을 울리며 귀를 때리는 찬바람이 단애사이로 처박히고 있다. 바위틈에선 예리한 울림이


  직벽을 타고 산상으로 울려간다. 부드러운 빛의 색감이 조용히 퍼지며 바람과 호흡하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빛의 줄기가 운기를 안고 손살 같이 넓은 산등성이와 단애를 거쳐


상봉 쪽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창창하게 보듬어지는 산정의 미려함에 멈춰서서 눈동자를 윗쪽으로 치켜세우니 시간이


 빚어낸 그림자가 산경을 이룬다. 설령 그냥 지나가도 무방하지만 그 그림자를 품에 안어


고스란히 가슴속에 세우니 녹아드는 건 깊이 견뎌내어 녹지 않은 잔설의 향내. 점차


설익어가는 것처럼 산 사면이나 산골짜기에도 못 미치는 시커먼 동색이 크게


웅크리고 있다.

 

 

 

 

 

 

 

 

 

 

 

 

 

 

 

 

 

 

 






     제법 春國 속 산경이 깊은 타래를 엮듯 연이어져 있는 풍경을 관찰한다. 본능적으로 봄이


직시한 어떤 시간마저 느끼게 하는 단아한 원경이다. 길게 퍼트린 연봉들 사이로 빛이


     잠시 머문다. 그리고 조촐한 바위들로 한데 뭉친 산봉 하나가 가랑거리듯이 몸을 내민다.


      망연히 바라보는 심경이 설핏해진다. 낮게 깔리는 소리처럼, 잔잔하게 퍼져가는 불안정한


울림이 내 몸을 감싸고돈다.

 

 

 

 

 

 

 

 

 

 

 

 

 

 

 

 

 

 






        말발굽소리가 휩쓸고 지나가는 굉음처럼 뒤늦은 바람이 안개를 휘감는다. 거의 탈진했을


   즈음, 그 바람은 돌출된 석봉에서 별안간 생성되어 상봉을 지나 연봉들을 더듬으며 그


일대를 매축하듯이 돌진한다. 조금 후에 안개의 틈새를 노리며 또 다른 곳으로 높이


      날아오른다. 빛이 통과되면서 바람의 몸체를 고정시킨다. 따스한 안개가 그윽이 산면을


훑는다.

 

 





                               「고스란히 남아도는 겨울 체온이 허공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흑백처럼 돌아가고 있는 뒤늦은 겨울 세상은 하염없이 변할 것이며,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듯 그 속으로 녹아들 것입니다.」


                               「당연한 다른 시간이 열리겠지요. 짧은 하루의 시간이 빈 굴레가 되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숲속에 겨울의 잔영이 움츠리고 있습니다.」


                               「침묵한 채 체온을 적시는 산목들의 본능적인 행위에 순간 멈칫하곤 합니다.」





                               선배님과 회원님들이 산정을 이어가며 주고받는 대화가 심술 난 바람을 잠시 잠재운다.

 

 

 

 

 

 

 

 

 

 

 

 

 

 

 

 

 

 

 

 

 

 

 

 

 

 

 

 

 

 

 

 

 

 

 

 





                [3]-- 세월이 가면. (돌아온 길 다시 보며.)

 



  겹 누르는 연봉들이 파고치는 원기에 몸을 녹이고 있다. 조용히 드리워진 빛의 무게가


그 위로 살포시 얹져져 있다. 묵은 바람이 어깨를 들썩이며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바람을 맞으련가

 

 

 

 

 

 

 

 

 

 

 

 

 

 

 

 

 

 






거칠게 꺾여있던 산모퉁이가 완연한 시간에 몸을 펴대며 길고 길었던 겨울의 이끼를


      벗어내려 하고 있다. 아울러 해남들판과 해무 속에 잠들어 있는 대양도 그 세계에 빠져져


강하게 휘저었건만 그러나 털털 그 부산물을 털고 있는 중이다.

 

 

 

 

 

 

 

 

 

 

 

 

 

 

 

 

 

 






연백의 물결이 힘없이 다가온다. 되돌려지는 긴 시간을 끊는 듯 물끄러미 산맥을 바라보며


그에게 초점을 맞춘다. 유유히 젖어드는 공기에게 부화된 소리를 건넨다. 산 능선으로


넘어오는 파란 빛깔에 한가득 침묵의 시선을 보내며 귀담아 듣는다.

 

 

 

 

 

 

 

 

 

 

 

 

 

 

 

 

 

 

 






부드럽고 힘찬 산맥들이 곧게 펼쳐놓은 병풍처럼 장유하다. 빛에 그을리며 변해가는


 색감을 덧칠해주는 풍경은 묵화로 단아하게 새겨진 구도와 같다. 깊은 묵상이 아닌지.


침묵이 순간을 깬다.

 

 

 

 

 

 

 

 

 

 

 

 

 

 

 

 

 

 

 

 

 

 

 

 

 

 

 

 

 

 

 

 

 

 

 

 

 

 

 

 

 

 

 

 

 

 

 

 

 

 

 

 

 

 

 

 

 

 

 

 

 

 

 


 


 

 



스멀스멀 안개의 표적이 산봉을 향하여 하염없이 구르고 있다. 적막한 구릉에는 이끼 끼인


것처럼 새하얗게 멍울져 있다. 그 속에서 흐르는 세월은 변함없는 초침대로 갈 뿐이라


빈 空을 길어 올린다. 그사이, 세월 속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선배님과 한사장님의 대화가 빛을 타고 흐르고 있다.





                                        「겹겹이 흐르는 산 물결엔 벌써 새로이 세월이 오고 있습니다.」


                                        「한가로이 떠돌고 있는 구름은 언젠간 멈추어지겠지요.」


                                        「봄은…, 봄이…  잊혀진 세월만큼 또 다른 봄 시간이 마중 나올 테지요.」


                                        「누구나 다 그리워하는 봄이 오고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봄 손님.」





                                        소소히 흐르는 바람결이 봄의 대화 속 이야기로 흡입되어 간다.

 

  




                [ 마치며. ]




   3개의 산정과 3개의 산봉들을 마주한 순간은 봄을 기다리는 우유빛 시간이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며 숨쉬는 먼 소리결에서 들을 수 없는, 아직 봄은 멀리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속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뒤의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