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기백~금원산과  거망~황석산을  따로 탔었습니다.

그 때  기억으로 미루어 4개 산을 연결하여  한번에 타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으나

간혹 산행기가 올라오고 있어 언젠가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맘 먹고 있던차에, 지난 12월  10일 같은

코스를 다녀오신 느린공명님의 산행기를 읽고 용기를 내어 결행하였습니다만......

 

 

 (산악회원 단체 산행에 10시간 10분이라면  단독산행은  10시간 안쪽에 가능할

 것으로  속단하고 자신만만하게  출발하였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수 많은 안내산악회를 따라 다녀 보았으나  뒤쳐진 적이 별로

 없었고  단체산행보다 단독산행시  항시 시간을 단축하였었으니......)

 

 

  1.찾아간 산 : 기백산 ~ 금원산 ~ 거망산 ~ 황석산

  2.찾아간 때 : 2007, 1, 11(목) 맑음

  3.교통편 : 승용차

  4.산행코스 : 장수사일주문~기백산~금원산~수망령~거망산~ 탁현갈림길~

                    령암사~탁현마을~장수사 일주문

 

  5.자세한 산행정

      - 일주문  07:30

      - 800고지 안부(함양 2-가 조난신고처) 07:50

      - 1250고지 빈안내표지(함양 2-나 조난신고처) 08:33

      - 기백산 1.3키로 전 날등 08:47

      - 기백산 09:29 ~ 09:34

      - 시흥골 갈림길 10:02

      - 수망령임도갈림길 10:22

      - 유안청폭포 갈림길 10:53

      - 금원산(동봉) 11:03 ~ 11:07

      - 금원산  11:14 ~ 11:17

      - 수망령  12:07

      - 남령재 가림길   12:57 ~ 13:20 (식사 및 휴식)

      - 은신치(은선암갈림길)  14:05

      - 태장골갈림길  15:25

      - 거망산   15:50

      - 지장골갈림길  15:55

      - 장자벌갈림길   16:45

      - 탁현갈림길   17:15

      - 령암사     18:05

      - 탁현마을  18:20

      - 일주문  18:43      총 11시간 13분

 

 

  6. 산행 이야기

 

 일주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침침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발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한 150여 미터를 진행하면  친절한 안내표지목이 있습니다.

"기백산 4.2키로미터"안내표지에 따라 오른쪽으로  달라 붙습니다.

길은 순탄합니다. 10분여 진행하니  잔설이 보이기 시작하고  얼어붙은

눈밭길을 사각 사각 밟으며 기분 좋게 올라 갑니다.왼쪽으로는  너덜지대도   보입니다.

 한 20여분  진행하여  호흡이 정리될 즈음 쉼터에  도착합니다.

표지목에는 "함양 2-가  경남소방서"라고 적혀 있습니다.

오른 쪽 계곡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니  기분이 더욱 좋아집니다. 

잠시 멈추어  지난 추억을 떠올립니다.

 

    십 몇년 전인가...?  

그 때는  희복이와  퇴직한 선배와 안내산악회를 따라  왔었지,    

그 때는 기백산 정상에서 갖고온  도시락에 소주 한잔을 부어 놓고 

 "산신님 고맙습니다"하며  절도 했었는데...... 

희복이 녀석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지, 돌이켜 보니 그래도 그 때가 전성기

였었는데......

사는 게 뭔지 서로 만나기도 힘드니......

 

  가파르지 않은 길을 따라 힘 들이지 않고 올라갑니다.

오른 쪽으로는  먼동이 터 오고 있어 하늘이 붉으스럼하게  변해 갑니다.

발걸음이 제법 질이 날 무렵 1250고지(함양 2-나)에 도착합니다.

옆에는 스테인리스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만 내용이 없습니다.

오래 되어 벗겨졌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벗겨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안내내용이었을까  궁금하여  벗겨진 자국을 살펴 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이미  흉물이 되었으니  철거를 하시든지 아니면 정비를 다시 하셨으면~하고  함양군에 바래 봅니다.

 

 

 그런데 이상하네

이 길이 전에 왔었던 길이 맞던가?

긴 것 같기도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네

하긴 그 때는  한 여름에 와서 낑낑거리며  올랐었지

너무 오랫만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긴가 민가하네......

 

   하긴 아무리 작은산이라도,

산 하나를 제대로 알려면 적어도 열번은  올라 봐야 하지요

같은 코스라도 올라갈 때 틀리고 내려올 때 느낌이 다르고,

봄 경치 틀리고,여름 경치가  틀리고, 겨울에 다시 와 보면  다른산 같고......

 

 

  기백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사방으로 조망을  합니다만  날씨는 맑은데 연무 때문인지  시원치가 않습니다.

지리능선,수도~가야능선은  고사하고 남덕유,무룡산,향적봉이  겨우 희미하게  보입니다. 

 

 

 가야할 금원산이 저멀리 보입니다.

 

    아무리 까마득히 먼 산을 보아도

"저 먼 곳을 언제 가지" 보다는  "어서 빨리 가고 싶다"이니

산꾼은 산꾼인가 봅니다.

 

 시루떡을 포개 놓은 것 같은 바위봉을  우회하여 위험하지도,힘들지도 않은 길을  진행합니다.

 

 

 

   조망이 깨끗하지 않아  조금 서운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등로에는  잔설이 쿠션역할을  해 주니 걷기가 편합니다.

 

 

 

  "찡하는 마음이야 뭐라고 말 못해도

   찡하는 마음이야 괜시리 설레는 것........"

 흥에 겨워 노래가 나옵니다.듣는 사람이 없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노래인지 염불인지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시흥골 갈림길을 지나  수망령임도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임도는 상천리 쪽으로는 연결되지 않으나 수망령 쪽으로는 산허리를 굽이 굽이 끝 없이 이어 집니다.

 

  갈림길에서 건너편 황석산~거망산 능선을 바라봅니다

 

 

 

   잠시  오르막이 이어집니다만 등로를  누군가가 잘 정비를 하였습니다.

길 옆의 억새며 세죽 등을  베어 놓아  걷기가  좋습니다.

중간 봉우리를  넘어  유안청폭포갈림길에  도착합니다.

금원산이 코 앞에 올려다 보입니다

 

 지나온 기백산 능선도 꽤 길게 느껴집니다.

 

 

 금원산에 도착하여 주변 경치를  즐깁니다.

 

 

 

현성산줄기도  보이고......

 

 

   가야할 수망령이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한 없이,신나게 내려가야 하니 거망산으로  올라갈 일이 쪼끔 걱정이 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갑니다.

요즈음 체중이 늘어  옛날처럼 뛰어 내려가는 일은 안되지요.

 

 

 "찡하는  마음이야 뭐라고 말 못해도

  찡하는 마음이야 괜시리 설레는 것......"

또 노래가  나옵니다.   그런데  다른 노래를 하고 싶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참 이상한 것은  처음에 생각난  노래 외에는 하루 종일 다른 노래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노래는 못 하지만 그래도 몇 곡은  부를 줄 아는데도  하루 종일 한곡만 흥얼거리니 웃깁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찡하는 마음..."으로  끝내주겠지요.

 

 

  수망령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른 쪽은 금원산 방향,왼 쪽은 거망산 방향입니다.

 

 

   느린공명님 말씀대로 빡시게, 한참 빡시게  올라 남령재 갈림길봉우리에  도착합니다.

큰목재가 내려다 보이고 월봉산이 코 앞에 건너다 보입니다.

 

 

    억새를 깔고 앉아 점심식사 겸 휴식후에 출발합니다.

등로는 편하고 조망도 좋습니다.오른 쪽으로는 넓은 들이 보이니 아마도 서상면 지역인가 봅니다.

왼쪽으로는 깊고 깊은 용추골 계곡이 이어지고 은신암으로 보이는  조그만 살림집같은 것도 보입니다.

 

 

  봉우리를 몇개 넘어 은신치(은신암갈림길)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왼쪽 은신암 쪽으로 수 많은 발자국에  길이 잘 뚫려 있습니다만

가야할 거망산 방향으로는 아무도 간 흔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어가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힘이 듭니다.

때로는 미끄러도 지면서 전진합니다.길 잃을 염려야 없지만 표시기도

드문 드문 있으니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이것이 무슨 발자욱일까요?

 

 

   태장골갈림길까지 이 발자욱이 이어집니다.희안하게 아주 희안하게

이 발자욱은 등산로를 따라갔습니다.귀신같이  따라 갔습니다. 

사람 발자욱이 하나도 없어  조금 불안한데 이 발자욱이 안내를  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중간봉우리에서 건너다 본 기백~금원 능선입니다.오른쪽 끝이 기백산,왼쪽 끝이 금원산이니 

 많이도 왔습니다.

 

 

 

  약간은 조심하여야 할 바윗길을 넘어  때로는 우회로를  지나 태장골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세죽이 등로 옆에 도열하여 반겨주고  나무가지 위에  남아있는 눈으로  목을 추겨가며,

흥얼 흥얼  가다보니  억새밭에  도착합니다.

규모도 적고  싸리나무등 키 작은 잡목들과  섞여 있으나  이 부근에서는 처음 보는  억새 군락입니다.

직감으로 거망산에 가까워졌음을 느낌니다.

 

 

 거망산 정상에 도착하여  남아있는 사과를  꺼내 먹고 출발합니다.

 

 

 지나온 길도  뒤돌아 봅니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지장골,거망샘  갈림길입니다.

갈림길에서 뒤돌아  올려다본  거망산입니다.

 

 

    워낙이 천천히  걸었기에 힘들다던가  지치지는  않습니다만,

자꾸만 오른쪽  하늘을  보게됩니다. 이미  하늘은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고,

해는  두어발 가량 남아 있습니다.

이러다가  황석산까지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발걸음을 빨리 합니다.

 

 황석산은  더욱 가까이 보이지만  마음이  불안해 집니다.

 

    장자벌갈림길에  도착하니  해는 한발 가량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내려갈  방향이  음지쪽이니 양지쪽보다 더 어두울테고,

산 높이와 골짜기 길이를  감안하면 최소한 한시간 이상은 걸릴거고 ......

잠시  망설이다가 장자벌로 내려가기로 마음 먹고  보니 길에  눈이 그대로 있습니다.

사람 발자욱 하나 없습니다.

 

 

   그대로 내려 갔다가는 오히려 더 고생만 할 것 같아  황석산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부지런히 전진하여 탁현갈림길에  도착하였습니다만  해는 아직도  서산에 걸려있습니다. 

안내표지목엔 "탁현3.9키로"로 되어 있습니다. 3.9키로면 적어도 한시간 이상은 걸릴 것이니 내려가기로 결정합니다. 황석산 정상을 지척에 두고 하산을 하려니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전같으면

"볼일보고 뒷처리 안한 것처럼 께름직하니 뭐니" 하면서 오기로라도 정상에

갔다 왔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무리하여  정상까지 갔더라면  큰 고생을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탁현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여러사람이  왔다간듯 길이 잘 나 있습니다.

눈빛이 반사되어 아직까지 어둡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급격히 어두워질 것을 생각하여 이런 경우 뛰어서 다녔으나

그러다가 다치는 사람을 보아왔기에 오히려 천천히 걷습니다.

 

 "물 보충하는 곳"에 다다를 즈음엔  정말 어둡습니다.

조심 조심 내려옵니다만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뒤에서 무언가 따라

오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돌아보자니  겁나고 그냥 가자니 불안하고......

 

  귀신은 정말 있는걸까? 나는 왜 귀신을 본 적도 없으면서 무서워 할까?

아니야  쓸데 없는  망념에서 비롯된 것,그것부터  버리자,차라리 노래라도

부르자,무슨 노래를 부를까?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아무 노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럴 땐  외우라고 아내가 가르쳐 준 몸을 보호하는 진언을 하자,그렇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얼마를 그렇게 내려 왔는지 모릅니다.

어렴푸시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휴,반가워라,이젠 살았군.......

오늘은  짐승들의 덕을 보는 날인가......?

 

   령암사에 도착합니다.개 두마리가  요란하게 짖어 댑니다.

"거, 밖에  누구 왔소?" 스님인 듯  문을 열고 묻습니다.

"등산온  사람입니다" 

 더 이상  말이 없습니다.

무모한 저 중생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라고 빌어 주었겠지요

 

 

 

 아스팔트포장 큰 도로에 도착하였습니다.

불빛이 찬란한 음식점도 있고 가끔 가로등도 보입니다.

무서움은  어디로 가고 금새 기분이 좋아져서  노래가 나옵니다.

"찡하는  마음이야 뭐라고 말 못해도

 수줍어 말 못하고 얼굴만 붉히는데......"

 

나는 정말로 변덕이 많은 사람일까요?

 

 하늘에  별들이  내려보며 붕긋이 웃습니다. 

"그렇게나 신선처럼 살고 싶다더니, 그렇게나 신선이 되고 싶다더니

 신선이  따로 없네?"

 

 

 

              " 너두 참 ~  늘뫼는 늘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