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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산행일시 : 2006. 06. 10(토). 09:50 ~ 06.11(일). 13:40
ㅇ 산행시간 :  총 산행시간 15시간 50분(휴양림 이동시간 포함)
   # 첫날(6월 10일) : 산행시간 9시간 20분
                     연촌마을(09:50) - 황석산(12:40~13:40, 중식) - 거망산(16:04) - 은신치(17:19) -
                     수망령(18:40) - 용추휴양림 취사장(19:10, 비박) 
   # 둘째날(6월 11일) : 산행시간 6시간 30분
                     조식후 휴양림 출발(07:10) - 수망령(07:50) - 금원산(09:09) - 기백산(11:51, 중식) -  일주문(13:40)
ㅇ 누구랑 : 아내와 둘이서

 

올 3월, 잔설이 있던 황석산, 거망산 산행후,
연록색의 봄 날에 금원산, 기백산과 같이 황석, 거망산 종주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몇 년전 금원산 휴양림에서 가족과 같이 지내면서 산보 삼아 금원산 산행을 했는데,
유안청 폭포를 보고 쭉 올라간 산허리의 무덤가에 핀 야생화 꽃 밭이 정말 이뻣었다.
그 때부터 금원산 종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고
올 봄 황석산, 거망산 산행을 통해 구체적인 구상을 하다가 드디어 출발!

06시 15분, 울산을 출발, 언양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 후 거창에 도착한 시간은 08시 50분,
거창읍내에서 돼지 고기 등, 시장을 보고 용추 계곡을 찾아 연촌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바로 코 앞에 우뚝 솟은 산이라서 시작하자마자 된비알일줄 알았는데
마을을 거처 계곡길을 한참 동안 올라간다.
언제쯤 가파른 길이 나올지 겁이 나지만 완만한 계곡길에 둘 만의 호젓함을 즐긴다.

2시간여, 지그재그 산 길을 따라 숨가쁘게 오르니 전망이 환히 열리고
왼 쪽으로는 용추 계곡, 오른쪽은 황석산이 보인다.
황석산은 정상부의 암릉으로 유명한 곳 답게 남봉과 북봉을 좌우에 두고 우뚝 솟아 있다.
북봉 아래엔 피바위가 애닲은 전설을 간직한 듯 위용을 드러낸다.
  
황석산성의 동문으로 산성에 들어서니,
올 봄에 올라 온  반대편 우전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위험하다.
올 3월엔, 정상으로 올라오는 아줌마 한 분이
뒤로 넘어져 바위에 머리를 찍어서 피를 흘린 현장을 봤기 때문에 더욱 조심이 된다.
그 땐 바위가 얼어 있을때지만 지금도 위험하기는 여전하다.

그래도 자일을 타고 정상에 오른다.
예까지 왔는데 ... 아! 사방이 시원하다.
멀리 우전 마을쪽의 남문과 성벽이 보이고, 바로 아래 동문, 남봉, 그리고 거망산 방향의 북봉과
우리가 가야 할 아득한 산줄기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정상에서 암릉을 타고 넘어 가는 등로의 시그날이 우릴 유혹하지만,
올라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거북바위 밑에서 점심을 먹는다.

거북 바위를 지나. 북봉을 우회하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두 갈래 길 중, 좌, 우 어느 길이나 합류하는 길인줄 알고 우측 등로를 따라 가다가 
탁현으로 하산하는 길인줄 뒤늦게 알고 다시 돌아 좌측길로 들어선다.

이제, 거망산까지 계속 걷는 일만 남았다.
가끔 암릉을 우회하는 비탈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솦속 오솔길, 푹신한 능선길이다.
초목은 한 낮의 더위에 시들하고, 시원한 얼음물이 최상의 기호품이다.
오늘 흐리고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와는 반대로 햇살은 뜨겁고 바람도 없는 무더운 날씨다. 
비가 조금 오는 날씨가 오히려 산행하기에는 좋은데...
산에서 비박할 계획이라 시간이 넉넉하니 마음도 여유롭다.

푸른 숲 속 오솔길을 넋을 놓고 걷다 보니 거망산이 눈 아래에 보인다.
거망산 억새가 장관이라지만 영남 알프스만 할 수야...
거망산 오름 직전 이정표의 거망샘 표시를 따라 좌측으로 30미터 내려 가니,
샘물이 졸졸졸... 수량이 풍부하다.
이 샘물은 땅에서 솟아서 나오기 때문에 청정수라 해도 무방할성싶다.
한여름 갈수기에도 물이 안마를것 같기도 하고,
황석, 거망, 금원, 기백 산행하시는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듯...
이번 종주중 능선상의 샘터는 이곳 밖에 못 봤으니까. 
 
출발할때 얼음물 3리터를 준비했는데 2리터를 비우고 1리터가 남았다.
미리 준비한 빈물통 2개까지 포함해서 4리터를 채운다.
합이 5리터, 이 물이면 오늘 비박 준비는 끝!
수건에 물을 축여 몸도 좀 닦고,

샘터 가까이에 비박터가 보이지만 너무 이른 시간(15:50)이라 물통를 아내와 나누어 지고 다시 출발한다.
은신치를 지나 1116봉쯤에서 묵기로 하고...

 

샘터에서 5분 거리인 거망산에 올라 정상석과 포옹 한번 하고 은신치로 향한다.
지금부터는 초행길이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서 가면 애매한 곳은 없다.
그저, 초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능선길을 즐기며 가면 된다.

1146봉을 넘어 갈 때부터 햇살이 힘을 잃고, 찬 바람이 거세다.
오늘밤 비가 온다더니 비바람인 모양이다.
재빨리 긴팔티를 꺼내 반팔티 위에 입으니 으스스 하던 몸이 풀리는것 같다.
뜨거운 햇살에 시들하던 초록들이 생기를 찾는다.
싱그러운 초록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비 오기전에 우리가 묵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마음이 바빠진다.
은신치에 도착하니 비박터가 하나 있기는 한데 벌래들이 득실거린다.
조금만 오르면 계획했던 1116봉이니 더 가기로 한다.
그러나, 힘들게 올라보니 등로만 좁게 나 있고 둘이 누울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가는데까지 가 보는 수 밖에 없는듯...


찔래 나무와 잡목을 헤치며 바쁘게 수망령 방향으로 걷는다.
해 질 시간은 아닌데 짙은 구름으로 사방은 어둑하다.

비박터를 찾으며 힘들게 오름과 내림을 반복해도 수망령은 보이지 않는다.

수망령은 다음 후보로 생각했던 비박지이기 때문이다.
초록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능선길이지만 우리에겐 마음의 여유가 없다.

조금전부터 계속되는 천둥과 번개가,

산상의 아름다운 하룻밤을 고대하던 우리의 마음을 오그라 들게 한다.
5mm 정도 비가 온다던 예보였는데 왠 천둥과 번개가 이리도 무심한지...

미리 비 옷을 꺼내 입고, 배낭 커버도 쒸우고 헤드 랜턴을 착용한다.

 

수망령 임도가 보이는 나뭇밑에 터를 잡고 잠자리를 만들려는 순간,
조금씩 오는 비가 갑자기 폭우로 변한다.
천둥과 번개는 계속 되고...
여기서 비박은 무리인것 같다.
텐트가 있으면 괜찮을텐데, 우린 하늘만 가릴수 있는 비박 텐트를 갖고 왔다.


아쉽지만, 배낭을 다시 챙기고,
수망령을 거쳐 용추 계곡 임도를 따라 용추 휴양림으로 내려 간다.

이렇게 휴양림으로 하산하면 내일 산행은 어려울것 같다.
세멘트 포장길을 내려 가면서 거망샘에서부터 짊어 지고 온 5리터의 물을 버린다.
비박을 포기하는 순간 물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예까지 갖고온 공이 얼마인데...!!!

30분여 빠른 걸음으로 내려 가니 용추휴양림 산막이 보이고,

우린 취사장에 여장을 풀었다.
취사장 이용객이 근래에 없었던듯, 수도꼭지에 물도 안 나오고 온통 먼지 투성이다.
그러나. 비만이라도 피 할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자리를 깔고 침낭을 고르고 비박 텐트를 치고...정말 여기 오길 잘했다.

고기를 구워서 저녁을 먹으니 여기가 내 집이다.

금새 비가 그치면 억울할텐데 비는 밤새 계속 오는것 같다.
서로 몇 번이나 여길 오기를 잘 했다는 문답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계곡물 소리, 새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이다.
비는 개이고 상쾌한 아침이다.

어께도 아프고 온 몸이 말이 아니였는데 자고나니 개운하다.

근데 몇시인지?

어젯밤, 통화 이탈 지역이여서 배터리 절약을 위해 휴대폰을 껏더니 시간을 알수 없다.

휴대폰을 켠채 계곡에 세수하러가면서 시간 수신을 확인하니 5시 30분,

라면과 햇반, 즉석 북어국으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챙긴다.

아내에게 남은 종주 계속하자고 얘기하니 혼자 하란다.
어제 비 때문에 혼이 난 모양이다.

 

배낭을 메고 앞장 서서 걸어 가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니,

수망령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럼 그렇지! 남은 종주가 시작된 것이다.

 

어젯밤 황급히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 수망령에서 금원산 방향으로 오른다.

비를 맞은 풀잎들은  이슬을 머금고 이른 아침의 풋풋한 풀향기를 내 뿝는다.

남은 안개가 푸른 숲 속 저 편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슬에 바지가 다 젖지만, 아침 신선한 풍경과 함께 금원산의 모습을 그리며 걸음을 옮긴다.

 

꾸준한 오름길을 올라 능선에 올라 서니 상쾌한 조망이 열린다.

철죽나무가 많은걸 보니 철쭉꽃 필때 다시 와 보고 싶다.

저만치가 금원산인가? 바람도 시원하고 산행 컨디션은 최상이다.

금원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두 개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와 보고 싶었던 곳, 금원산!

금원산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데, 그 길로 가고 싶지만 기백산으로 향한다.

 

기백산 가는 길도 황석산 능선처럼 우거진 초목으로 햇 볕을 가려주는 능선길이다.

조망이 별로 없어서 지루하기도하지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같은  호젖한 길이다.

 

기백산 가기 직전, 능선에 우뚝 솟아 있는 암릉은 큰 배낭을 메고 넘기에는 위험해서

배낭을 벗어 놓고 사람 먼저 내려 가고 배낭 다시 내리고...오를때는 반대로...

발이 후들 후들...스릴은 있었지만 처자식 생각을 하면 말리고 싶은 코스이다.

그런데, 우리가 넘어 오는 걸 본, 마주 오는 등산객들은 생각없이 이 길로 들어선다.

위험하니 우회로로 가시는게 좋을것 같다고 해도 웃기만 한다.

어설퍼 보인 우리가 넘어 오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드디어 기백산 정상!

황석산, 거망산, 금원산을 거쳐 기백산에 왔다.

비 때문에 혼이 나기도 했지만 원했던 코스였던 만큼, 기분이 상쾌하다.

기회가 된다면 현성산, 금원산을 거쳐 유안청 폭포쪽으로 가 보고 싶다.

우리애들이 어릴적 함께 봤던 금원산 아래의 아름다운 들 꽃 밭을 찾아서...

 

용추 계곡 도수골로 하산하는 길을 따라 일주문에 오니 1시 40분이다.
매시 50분에 일주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연촌 마을 입구(유등마을)에 내려서 주차된 연촌 마을까지 걸어 가니 7분여가 소요된다.

 

짧지만,

세상사 시름속에서 벗어나 

1박 2일 동안이나마 아름다운 능선을 원없이 걸은 이번 종주 산행은 이렇게 끝난다.


 
▲ 우리가 걸은 길(파란 실선), 비로 인해 휴양림 취사장에서 하룻밤 묵었다


 
▲ 오름길에 본 좌로부터 남봉, 황석산성, 황석산


 
▲ 암릉으로 구성된 황석산 정상
, 좌측에 성벽이 조금 보인다.

 
▲ 황석산 오름길의 호젓한 숲 길


 
▲ 황석산 남봉, 우축에는 성벽


 
▲ 피의 전설을 간직한 피바위


 
▲ 황석산 정상, 암릉을 올라 정상에 오다가 미끄러져서 긁힌 팔꿈치, 근데 긁힌 자국이 안 보인다.


 
▲ 남봉과 황석산성 동문(아랫쪽),


 
▲ 거북바위, 거북이가 기어 가는 모습


 
▲ 황석산을 북봉쪽에서 본 모습


 
▲ 아름다운 황석산(좌)과 북봉


 
▲ 이번 종주 중 이런길이 대부분이다.


 
▲ 멀리서 본 황석산과 북봉, 맨 끝 뽀족한 부분


 
▲ 황석산과 북봉을 당겨서 본 모습


 
▲ 우회로가 있는 암봉에서 본 거망산(밋밋한 봉우리)과 우리가 가야 할 은신치 방향


 
▲ 거망산 오름 직전에 있는 거망샘, 샘물이 풍부하다.


 
▲ 가락지나물


 
▲ 솜다리(?)


 
▲ 거망산, 주변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는데...


 
▲ 은신치로 가는 길


 
▲ 국수나무


 
▲ 푸른 초원을 벗 삼아...


 
▲ 은신치(안부) 및 1116봉,


 
▲ 날은 어두운데 가도 가도 수망령은...


 
▲ 엉컹퀴


 
▲ 다음날, 용추 계곡에서 수망령으로 오르는 길


 
▲ 수망령에서 금원산 방향으로 가는 계단


 
▲ 금원산 오름길의 신록


 

 
▲ 금원산 정상,


 
▲ 금원산의 철쭉 군락 및 기백산 방향의 산줄기


 
▲ 금원산 동봉을 지나 안부까지 군락을 이룬 싸리 나무


 
▲ 기백산을 향해...


 
▲ 오늘도 대부분 이런 길, 아름다운 능선


 
▲ 기백산 닿기 직전의 암봉, 스릴은 있지만 왠만하면 우회로로 가시길,


 
▲ 암봉을 넘는 산객,


 
▲ 종주 마지막 정상 기백산,


 
▲ 기백산에서 본 황석산(좌측 뽀족한 봉우리) 과 거망산


 
▲ 금원산, 기백산 능선


 
▲ 도수골 하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