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4일

  새벽 5시 30분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그간 잊고 살았던 새벽하늘의 청명함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오늘은 친구와 둘이서 기백산에 든다.

  가뭄에 목말라 등산로에 나딩구는 낙엽을 밟으며 바짝 마른 도수골을 거슬러 올라간다.
  능선에 올라서니 어느듯 아침이 기지개를 켜며 슬며시 다가온다.

  비스듬히 난 산길을 따라 걸으니 아침 햇살에 나뭇잎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잠시 고개 돌려 사방을 살펴보니 남녁하늘엔 천왕봉이 얼굴만 내민채 그 꼬리를 감추고 있다.

 

 
  기백에서 금원으로 이어지는 능선너머로는 
  서봉에서 남덕유 무룡산 향적봉으로 구비구비 덕유능선이
  이젠 완연한 가을색을 띠고 있다.

  지리산을 뒤로하고 잠시 그림을 그려본다.
 

 

  기백산을 남겨두고 누룩바위를 지나 금원산으로 향한다.  
  암릉지대를 지나는데 저멀리 가야산이 구름위에
  두둥실 떠있는 것이 마치 바다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
 

  

  수망령에서 이어지는 임도가 금원산 못가 핼기장까지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갈대 숲 사이로 바라보는
  지리산 마루금이 환상적이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니 금원산이 바로 지척이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금원산을 지나면 수망령까지는 완만한 내림길이 기다린다.

 

  수망령에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등산화 끈을 동여매고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7km의 능선길을 출발한다.
  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수망령에서 큰목재로 오름길이 오늘 산행 중에 가장 힘이 든다. 
  큰목재에 오르니 등로는 월봉산을 지나 남덕유로 이어지는 길과
  은신치를 지나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길로 갈라진다.

  이제부터는 오르 내림이 비교적 완만한 등로가 거망산으로 이어진다.
  은신치를 지나면서 억새밭이 펼쳐진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억새밭 사이로 걸어가는 우리 머리 위로
  가을 햇살이 뜨겁게 쏟아진다. 
  큰목재에 오르면서부터  반바지로 갈아 입었지만
  바람 한점 없는 능선을 걸어가기에는 넘 덥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으면.....

  아슬아슬 암릉구간을 통과하고 은신암으로 내려가는 갈람길에서 점심을 먹는다.
  거망산 
 거망산을 내려가면서 우리는 황석산을 남기고 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넘 덥고 지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내림길에는 간벌을 하는 전기톱 소리가 계곡을 시끄럽게 달구고 있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우리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오늘 산행을 마감할 수 있었다.

  거리 약 21km/10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