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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속의 금원산, 기백산 산행기>


산행일시 : 2009년 8월 10일 월요일, 흐리고 비 조금

산행팀원 : 아빠와 나

산행코스 : 금원산, 기백산 일원(경남 함양, 거창) ; 약 15km 정도

(용추자연휴양림 - 수망령 - 금원산(1,353m) - 시흥골 갈림길 - 기백산(1,331m) - 시흥골 갈림길 - 사평 - 마하사 - 용추자연휴양림)



통영을 떠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아쉬움 속에 지리산 쪽을 뒤로하며 아직 나에게 미답지인 금원산, 기백산을 오르기 위해 경남 함양 땅에 있는 용추자연휴양림으로 떠났다.


몇 시간을 달려 용추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야영을 하기 위해 텐트 치는 법도 배우며 부모님을 도와 텐트를 쳤다. 

내 나이와 비슷한 제법 오래된 텐트라고 하신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이 텐트에서 야영했던 기억이 난다.

지리산 달궁오토캠프장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 휴양림의 야영장이나 해수욕장 등에서 모기와 싸워가며 야영했던 기억이 난다.






휴양림내 물놀이장은 물이 맑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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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 화장실에 갔더니 뱀 한 마리가 있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나는 얼른 관리사무소로 가서 사실을 알렸다.

관리 직원 아저씨께서 기다란 집게로 잡아 풀숲에 던지셨다.

올해 뱀이 많이 나타난다고도 한마디 하셨다.

이곳에서 별 경험을 다 해보는 것 같다(집에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예상했던 대로 유혈목이가 맞는 것 같음).


도란도란 이어지는 여름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늑한 텐트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6시쯤 잠에서 깼다.

산행을 시작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텐트에서 나왔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다 산중이고 날도 흐려서 제법 선선했다.

6시 30분경 산행을 시작했다.

먼저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넌다.


용추자연휴양림에서 수망령까지는 콘크리트포장길(포장된 임도 같음)을 따라 약 3~4km 넘게 걸어 가야 된다.
'은신골'이라는 계곡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은신골로 가지 않고 오른쪽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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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골은 아빠와 내가 금원산으로 떠난 후 엄마와 동생(천지연)이 다녀왔다고 한다.
계곡의 수풀이 아주 어두울 정도로 우거져 있다고 한다.

길이 분명하지 않은 곳도 나온다고 한다.
아래 몇 장의 사진은 엄마와 동생이 다녀온 '은신골' 사진의 일부이다.




이런 곳이 나온다고 한다. 길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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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망령으로 오르는 아빠와 나의 산행이야기로 돌아온다.
왼쪽이 계곡이다.

사람 사는 집이 보인다.


미니댐도 보인다.


수망령으로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길에는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에 의해 졸지에(?) 생을 마감한 생물들(뱀, 개구리, 각종 벌레 등)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민달팽이가 꾸물거린다.


수망령 못 미쳐 임도갈림길이 나온다.

임도 구간이 1.2km(12km가 아님에 유의- 이 임도는 금원산과 기백산 사이 능선으로 연결됨)라고 쓰여 있다.

우리는 이 임도로 가지 않고 수망령 방향으로 계속 간다.


이윽고 수망령(해발 940m 정도로 한계령과 거의 비슷한 높이)이다.

두 개의 등산로가 나온다. 왼편으로는 월봉산 등로인데, 우리는 금원산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오른쪽 등로로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부터 길 양옆으로 수풀이 무성하다.

수풀을 스치듯 헤집고 나아가니 잎에 묻어 있는 이슬이 아빠와 나를 촉촉함을 넘어 흠뻑 적신다.




수망령에서 금원산 정상까지는 2.5km 정도다.
주변에 여러 종류의 버섯이 많이 보인다.




이 버섯은 아마 맹독성을 가진 '독우산광대버섯'으로 보인다.

치사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 버섯은 '달걀버섯' 같은데, 만일 맞다면 대단히 맛있는 버섯으로 서양에서는 '제왕버섯'이라고 한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아니 구름이 숲속에 가득 들어와 있다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음) 아직 산님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보는 좀 큰 바위다.


얼마정도 갔을까? 푸르른 숲의 천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인 것 같다.

어느 산이나 그렇듯이 하늘이 열리면 잠자리들이 보인다. 우리가 이 산행길로는 오늘 첫 등산객인 것 같다.
금원산 정상(1,353m)이다.


아쉽게도 정상석 주변외에 사진 찍을 게 별로 없다.

그야말로 운무 속의 금원산 정상이다.




이 쪽 길로 수망령에서 올라왔다.


이 길이 아닌 이 길의 오른쪽 길로 진행해야 기백산 방향이다.
이 쪽은 지재미골 즉 금원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기백산 방향 표지가 없는 점이 유감스럽다.
사진에서 왼쪽이 지재미골(거창) 방향이고, 오른쪽이 기백산(함양) 방향이다.

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운무가 걷힐 것 같지 않아 간식을 조금 먹고 길을 이어간다.

전형적인 육산에 갑자기 길가에 나타난 바위다.


커다란 헬기장도 나타난다.


헬기장 위의 능선으로 진행하니 또 다른 봉우리(금원산 동봉)에 오른다.


기백산 쪽으로 제대로 가고 있구나.

그런데 기백산까지 여기서 또 5km라니...

아까는 금원산-기백산 구간이 4km라고 써있는 걸 본 것 같은데...

뭐가 맞는 것인지???

4km든 5km든 방향만 맞으면 일단 해결.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산리 방향으로 내려설 때와 그 느낌이 많이 비슷하다(흔히들 금원산 '동봉'이라고 함).


산악회 안내 종이는 다른 종이보다 빨리 분해되는 재료를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종이라도 바닥에 깔아 놓으니 보기에 좋지는 않다.

회수가 어려우면 며칠만에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친환경종이를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실제 그런 종이가 있는지는 잘 모름).


시계는 매우 좋지 않다. 운무가 산 아래에 짙게 깔려있다.

어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호두과자 몇 개를 먹고 휴식을 취한 뒤 기백산 쪽으로 발걸음을 계속한다.

산행하면서 계속 느낀 것이지만 이 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암릉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산행하기 좋은 푹신한 흙길이 계속된다.




금원산 정상 지나 보았던 헬기장보다 훨씬 작은 공터(헬기가 이착륙하기엔 좁아 보임)도 보인다.


그런데 머리가 허전해서 손으로 더듬어보니 지금까지 쓰고 벗고 하며 함께 했던 내 모자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딘가에서 떨어뜨린 것이다.

아빠가 카메라를 확인해 보시더니, 금원산 정상 지나 또 다른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지리산 천왕봉 비슷한 느낌나는 봉우리=금원산 동봉)에서 모자를 몸에 지닌 사진이 확인되어 대략 10여분 이내의 등로에서 분실되었을 거라고 하신다.

아빠와 나는 자주 가는 산이 아닌 경우 10 여분 마다 한 번 정도는 사진(인물이든 풍경이든...)을 찍는 편이다.

과연 그 구간에 내 모자가 산길에 홀로 남아 있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산행 중 분실하는 것은 기분이 별로인데, 곧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조금 더 진행하니 임도가 보인다.

아까 수망령 못 미쳐 갈림길에서 보았던 임도가 이곳까지 이어져 있나보다.


임도 옆에 쉴 수 있는 정자도 만들어져 있다. 다시 기백산 쪽으로...


지금까지 수 km를 오는 동안 산님 한 분도 못 만났다.

오늘 이 시각 이 산에 아빠와 나만 산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빛깔의 야생화들을 볼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어디로 갔을까?


나뭇잎과 풀잎들은 아직도 많은 물기를 머금고 있다.

비도 조금씩 내린다.

아빠는 신발과 양말이 다 젖으셨다.

시흥골 갈림길에 도달했다.

이따가 하산을 시흥골로 할 것이기 때문에 다시 이곳에 와야 한다.

이곳에서 기백산까지는 1.5km라고 쓰여 있다.

이제는 이정표도 금원산-기백산 거리가 4km로 바뀌었다.

참 이상한 구간이다^^.

함양군 측정기계와 거창군 측정기계가 다른 것인지... 만든 시기에 따라 거리 측정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인지...




제법 바위가 나타난다.


이 바위틈은 매우 좁아 배낭이 걸린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도 나온다.

이번 통영-금원산-기백산 여행에서 거북이 모양 참 많이도 본다^^.


 책 모양의 바위도 볼 수 있다.

'책바위'라고 한다.




세워 놓은 책들


눕혀 쌓아 놓은 책들('누룩덤'이라고도 함)


이번엔 로프를 잡고 바위슬랩을 통과한다.






기백산 정상의 마지막 파수꾼 바위를 지난다.


드디어 기백산 정상(1,331m)에 올라섰다.






조망 안내판이 있으나 조망이 없다!



이쪽은 금원산 쪽과 달리 암봉의 기질이 좀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육산이라고 생각한다.

금원산과의 공통점도 있다.

숲이 아주 울창하다는 점, 오늘 날씨 때문에 여전히 시계가 좋지 않고 산님들이 한분도 없다는 점 등...

기백산 정상에서 용추계곡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는 길인 듯하다.
하지만 이 길(도숫골 코스)로 내려가면 용추휴양림에서 너무 멀어지는 문제가 생길 것 같다.


남은 호두과자와 초콜릿바를 마저 먹고 하산을 위해 좀 전에 지나왔던 시흥골 갈림길로 다시 향한다.


옷과 등산화는 흠뻑 젖었지만 그 대신 여름에 별로 덥지 않게 산행을 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시흥골 갈림길로 다시 돌아왔다.


시흥골 아래까지는 2.9km이다.

하산을 시작하는데 갈림길 능선 아래로 경사가 제법 심하다(된비알길).

그 후로 너덜길도 이어지는데 바위나 돌에 이끼도 많고 습해서 미끄러웠다.

조금 위험한 길이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나뭇잎과 풀에서 습기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옆에서 계곡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된 계곡이 있는 곳에서는 나뭇잎과 풀에 습기가 거의 없고 계곡이 없는 곳에서는 나뭇잎과 풀에 습기가 있고….

이게 바로 자연의 조화인가^^?

여기부터는 수풀에 스쳐도 물기가 거의 묻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계곡을 한 번 건넌다.


계곡 건너 가운데로 보이는 하산길이 이어진다.




내려오면서 크고 작은 두꺼비들을 보았다.

개구리는 사람을 보면 바로 도망치는데 두꺼비는 느긋하게 서있다.


나무 숲 아래로 제법 큰 물소리가 들린다.

커다란 암반같은 곳을 계곡물이 폭포처럼 세차게 흘러가는 소리 같았다.

(시흥골에 시흥와폭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 지점인 것 같음)


바위 너덜길이 끝나고 또 산죽길이 나온다.

토사가 쓸려 내려간 길이다.


이제 마을이 보인다.


하산 완료! (사평마을)


하지만 용추 자연휴양림 야영장까지는 다시 포장된 콘크리트 길을 따라 좀더 올라가야 된다.
광복절을 앞두고 활짝 핀 무궁화!




'마하사'란 사찰을 지난다.


특이한 모양의 돌탑 세 개(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천(天) - 지(地) - 인(人)' 이 아닐까^^)가 눈에 띈다.


길을 따라 몇 십분 정도 걸으니 휴양림 야영장(오토캠프)이 보인다.

동생과 재회의 하이파이브를 한다.


텐트로 돌아와 휴양림내 물놀이장에서 아빠와 함께 그냥 옷을 입은 채 물에 풍덩(?)했다.

원래 수영도 하고 튜브도 탈 수 있도록 만든 휴양림내 물놀이시설이다.

그런 다음 옷을 갈아입고 김치도 없이 햄과 밥으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텐트를 걷는다.

정리가 끝나고 차에 탄다.

그리고는 손자손녀를 기다리시는 할아버지 댁을 향해 또 먼 길을 달린다.
용추사-용추폭포를 바라보며 용추계곡을 유유히 떠난다.








금원산, 기백산은 등산객들로 연중 붐비는 지리산이나 설악산과는 달리 산행로에 사람들이 늘 많은 편은 아니어서 그만큼 훼손도 덜 되어 많은 생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약 15km의 거리를 산님 한 분 만나지 못하고 산행을 마쳤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말에는 이곳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번 산행은 운무 속에 습기가 많아 갈증나지 않고 시원하게 다녀왔다.

울창하고 신선한 육산에 아빠와 나만 신비로운 산행을 한 것 같다.

다만 주위를 멀리 조망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다.

다음에 또 오겠지...



지금까지 이것저것 포함된 신변잡기 산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남은 여름 무탈하게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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