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9년 4월 01일 수요일(맑음)

산행지 : 부산 금정산

산행코스 : 호포역~ 금호사~고당봉~원효봉~의상봉~동문~대륙봉~남문

               ~상계봉~남문~남문부락~만덕고개~불태령~백양산~애진봉~당감동

 

 

부산의 진산 금정산....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곳이라 그랬나 ?

그러다 보니 지금껏 가보지 못했다.

4월의 첫 달력을 넘기는 날 날을 잡았다.

함께 가기로 했던 병일이가 전날 님을 돈독히 모신덕에 못 가겠단다.

 

4월 01일은 만우절...

이넘이 날 한방 멕이넹~!!!!

 

이른아침 ktx에 몸을 실었다.

텅~ 빈 객실에 나홀로다.

문득 밀려드는 외로움...

 

나이 50을 넘으며 나타나는 이상스런 증세 중 하나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던가 ?

세월보다는 아무래도 홀몬의 영향이리라.

테스토테론의 감소 에스트로겐 증가.

결국 남성은 여성스러워 지는 반면 여성은 남성화가 되는 갱년기 증세가

요즘들어 심화된 느낌이다.

내가 외로움을 다 느끼다니 원~!!!

이런날은 옆구리가 더 허전하다.

초록잎새 직장 때려치라 할까부다...

차창밖의 풍광은 아직도 스산해 뵌다.

그러나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봄기운이 완연해 진다.

 

구포역에 내려

바로앞 전철역사에 들어선다.

우선 일찍 나서느랴 해결못한 밀어내기 부터....

 

급할게 없다.

역사안 안내문구가 전망대를 가르킨다.

문을 열고 밖을 나서자 강바람이 세차게 옷깃을 파고든다.

고놈 제법 매섭다.

그래봤자 봄바람이다.

역사의 전망대앞은 전망보다 불어오는 강바람이 더 시원하다.

시원~?

그런디 술도 못하는넘이 시원이란 단어에

부산의 쐬주 시원이 떠올려지는건 뭔 일이랴~

 


전철역사안에서 잠시 버벅댔다.

호포역을 가려는데 호포가는 방향을 모르것다.

전철노선 안내도를 보고야 한 정거장 더 가서 환승하는걸 알았다.

 

호포역에 내려

지하도를 건너 금정산 방향으로 무작정 오른다.

가파른 시멘트 도로옆 금호사란 절을 지나자 왼편 숲으로 등로가 열렸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부산일보의 시그널이 친절한 길안내를 자청한다.

그래

오늘 너를 따라 한번 올라 가보자...

 

등로는 오르다 좌측으로

또 오르다 좌측으로 꺽이며 작은 계곡을 넘어

소류지 왼편으로 들어서더니 이내 가산에서 올라오는

등로로 추측되는 넓직한 등로와 만나 오르다 임도와 만남과 이별 재회의 스토리를

엮어내다 무덤하나 덩그러니 있는곳에 이르러 임도 끝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지금껏 소롯길이

고속도로처럼 뚫리기 시작한다.

등로는 편안함이 깃든 육산이다.

길 양편으론 진달래가 먼길 온 길손을 맞아준다.

 

살갖을 파고드는 바람이 차다.

그러나 뜨거운 피가 흐르는 내 몸이 더 뜨겁다.

한겹 두겹 베낭으로 들어가고 반팔만 남았다.

순간 팔뚝에 오소소 일어서는 소름들...

춥다기 보단 상쾌함에 정신이 번쩍든다.

역시 난 뿡알이 탱글탱글 해야 기운이 난다. 

 

 

 

얌전하던 육산이 꿈틀댄다.

어느새 암릉으로 변한 등로와 한바탕 씨름을 한다.

산타는 맛에 흥이 절로 나며 야릇한 흥분이 몸을 감싼다.

오르가슴이 별건가

이게 그거지.....


 


 

소나무의 생존력이 대단하다.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려 이슬만 먹고

모진 풍파에 당당히 맞서서 생을 이어가는 저 소나무의 삶에 숙연함이 든다.

 

소나무가 차지한 암릉은 훌륭한 조망처다.

벌써 내가 이만큼이 올랐던가 ?

방금전 족적을 남긴 세속을 내려다 보며 셀카로 한방 꽝~!!!

 

 


 

 

능선에 올라붙기까지 있을건 다 있다.

흔들바위도 있고 개구멍 바위인지 통천문이지도 있고

반대편 능선의 커다란 암릉엔 옷갖 형상의 암릉들이 선을 보여 지루할 틈이 없다.

 


 


조릿대 숲을 헤치며 능선에 붙자

고당봉을 향한 등로가 반기는데 넓직한 육산에 향그런 솔숲 그늘이다.
 


그러나 그 솔숲 그늘은 잠깐이고

하늘이 벗어지며 광활한 개활지에 터억 

그 모습을 들어낸 금정산 정상 고당봉이 위세등등 위풍당당 하다.  
 


  (고당봉 오름길)


 

 

 

 

 

금정산 최고봉 고당봉에 올랐다.

오늘 내가 걸어야 할 백양산이 아스라히 눈에 들어선다.

좀더 시야가 트이면 좋으련만....

 

약간의 황사와

개스의 영향으로 시야가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김해평야와 은빛으로 빛나는 낙동강를 비롯해 사방팔방 부산시가지가 내 발 아래다.

 

힘들게 올랐든 쉽게 올랐든

정상에 서면 내려서기 참 싫다.

그러나 오늘 갈길이 솔찮히 멀어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의 풍광들)

 

 

 

 

 

고당봉을 내려 북문에 이른다.

넓다란 분지 같은 이곳엔 좀 이른 시각인데

도시락을 펴들고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긴 식사 장소론 그만이다.

약수가 흐르는 돌확에서 수통을 채워 원효봉을 향한다.

 

  (북문 전경)


 

 

잠시 오름의 수고로움 뒤 터지는 조망...

원효봉이다.

원효봉엔 그 이름을 알리는 화강암 빗돌까지 갖췄다.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남쪽방향은 암릉과 어우러진 성곽이 그려낸 풍광이 걸작이다.

  (원효봉에서 내려다 본 풍광) 

 


 

 

   (왼편 무명봉과 반대편 의상봉 전경) 


  (무명봉 전경)


 

  (의상봉)
 


성곽을 따라 내려 걷다

다시 올라서니 커다란 두 암릉이 마주보고 있다.

지도를 보니 의상봉이다.

 

그냥 갈순 없는법..

의상봉에 올라서자 조폭수준의 

우락부락 사내가 홀로 앉아 뭘 우적우적 씹어 먹다 나를 째린다.

 

보소~!

이리 함 오시쇼~

 

내가 뭘 잘못했나~?

잔뜩 쫄아서 다가서자 뭘 건넨다.

고로께라구 하나 ?

 

그냥 드시라 해도 막무가내다.

성의 무시한다구 으더 맞을까봐 받아 한입 베어무니

맛이 참 좋다.

 

하나 더 드실람니껴~?

 

갱상도 무뚝뚝한 싸나이 전형이랄까~?

내 뱉는 말투는 화가 잔뜩난 싸나인데 뿜어내는 분위기는

정이 넘처 흐른다.

 

어데서 왔는교 물길래

대전에서 왔다니 참말루 먼데서 오긴 왔는데

담에 오면 저기 백양산까지 가랜다. 차~암 좋다구..

 

오늘 거기까지 갈거라니

너무 멀어 죽어도 못갈거라나 ???

 

그냥 가는데 까지 가본다 작별 인사후

의상봉을 내려 동문을 향해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때가 되어

마침 배도 출출했는데

빵하나가 참으로 든든하다.

점심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디립따 밟기 시작했다.

저 갱상도 싸나이가 오늘 해질녁까지 가기 힘들다는 한마디 말에...

 

 

 


 

 

 

 

거리는 멀어도

길이 워낙 좋으니 진행이 빠르다.

종종 나타나는 기암과 절경에 발목이 붙잡혀도

이내 동문이 나타나고 화명동에서 장전동을 넘는 도로가 나온다.

 

이쯤에서

출출하진 않아도 때를 넘긴것 같아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성곽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굳이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좋을듯 싶다.

가는 도중 먹거리를 파는 음식점이 종종 눈에 뛴다.

이런날은 그저

얼큰한 칼국수 한그릇 훌훌 먹는게 더 낳을듯 하다.

 

배를 불리자

발걸음이 더디다.

그래도 쉬지 않고 오름길을 다시 오른다.

 

이내 나타난 남문...

백양산을 향한 갈림길에 서서 잠시 망서리다

언제 내가 다시오랴란 생각에 성곽을 따라 상계봉을 향한다.

 

  (남문)


 

  (기암괴석의 상계봉)


   (상계봉 정상)

 

상계봉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멀리서 봐도 멋지고 가까이 가도 아름다웠다.

거기서 내려다 뵈는 풍광 또한 훌륭하고.

그러나

내가 가야할 백양산은 참으로 멀어만 보인다.

욕심같아선 내친 발걸음 이름도 요상한 파리봉까지 다녀오고 싶으나

상계봉서 바라본 백양산까지의 거리가 장난이 아니란 생각에

허비한 시간을 벌충하랴 남문까지 냅따 달려 내려갔다. 

 


 

남문에서 만덕터널을 지나 불태령까지는

그야말로 숲속 연인들 데이트 오솔길이 쭈~~~욱 이어진 훌륭한 산책로다.

이런길은 산악 마라톤 코스로도 좋겠다.

시간이 많이 남아 돈다면 천천히 사색하며 걸으면 좋으련만...

오늘 산행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이구간을 통과해 백양산을 향한 오름길에 든다.


 


 

오늘 산행중 젤 힘들었다.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이게 정상이려니 했는데

돌탑의 이정표엔 백양산까진 160m도 아닌 1.6 km를 더 가시란다.

 



  (뒤돌아본 풍광으로 좌측이 상계봉)
 
 

 

백양산은 쉽게 그 자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불웅령고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밋밋한 오름끝에 백양산이 있었다.

오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젠 돌아갈일만 남았는데

부암동을 향한 길을 버리고 아직 능선길이 살아 꿈틀대는

저 능선끝까지 걷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발걸음이 저절로 그쪽을 향한다.


   (백양산 정상)


 






애진봉을 넘고 또다른 봉오리를 타 넘어

가야할 방향을 처다보니 그 끝을 알수가 없다.

이러다 너무 늦는건 아닌지 ?

객기를 접고 뒤돌아 가려니 젊은 여인이 올라선다.

 

이길을 따라 내려가

부산역까지 가는 전철이나 버스가 있냐 물어보니

친철한 아줌씨 자기만 따라 오란다.

 

 

  (친절한 길안내를 한 부산 아지메가 약수를 담고 있다)




부산 아지메를 따라 내려오니

어느 아파트 쪽문을 거처 대로의 버스 승강장이다.

그곳이 당감동이라 하는데 어리버리한 난 잘 모르겠고

우야튼 7시간만에 종주를 끝내고 버스에 오르니 직빵으로 부산역을 향한다.

 


  (부산역 전경)

 

부산역에 도착하여

이곳 부산 법원에 근무하는 군대시절 동료에게 전화를 하니

대전 촌놈이 여그까지 왔는데 싱싱한 회 한사라 하고 가라며 퇴근할때까지 기다리 랜다.

그냥 가면 니 알아서 하라며 엄포까지 놓으니 외면할 수 없다.

 

40여분을 대합실에서 시간을 죽이다 만난 군시절 동료와

초량동에서 싱싱한 회와 쐬주로 정담을 나누다 보니

참으로 시간 빨리도 흘렀다.

어찌나 시간이 빨리도 흐르던지

아차 하고 보니 ktx 막차를 놓쳤다.

이런~!!!!

 

할수 있나

또다시 한시간을 기다려

마지막 새마을호에 몸을 실고

대전에 도착하니 날을 넘긴 새벽 2시다.

 

벼르고 별려 찾아간 금정산은

빼어난 풍광을 눈으로 담고 넘치는 정은 마음에 담뿍 담아온 하루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