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정 산

2008년 11월 29일 흙의 날
날씨 : 왕바람 시계 좋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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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는 황새를 따라 가지 않았다.
수 년에 걸친 경험으로 내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암릉은 오를 때가 문제가 아니라 다시 되내려 와야할 경우에 애로점이 생길 때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날으는 새처럼 암릉을 스스럼 없이 오르는 저 새를 따라 흉내내다가
가슴이 얘기하는 것을 머리가 받아 들이고  머리가 지시한 것을 몸이 받아 들인 것은 불과 몇 십초였다.
스스로 철이 들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이제 무료 모델이라도 골라서 쓴다?
그 녀는 내가 가장 지향하는 모델이다.
머리 부터 발끝까지 다행히 발도 빠른 편이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그 녀를 담을 수 있는 위치에 그 녀는 대기하고 있었다.
아니 필요할 때 내가 그 녀를 찾아내면 되니까.ㅎㅎㅎ 내 마음을 드러내고 나면 그 녀가 내게 " 언니 공짜는 없어욧!" 할지 모르겠다.

그럴 때 내가 준비해 논 레파토리 보따리가 풍성하니.
"게 섰거라 따링 모델이여!"





외송리-금륜사-은동굴-장군봉-고당봉-북문-원효봉-의상봉-제3망루-동문-남문-정사-금강공원입구주차장(5시간 40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 아닌 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항도 부산 땅이다.
어린시절은 밤 바다를 수 놓은 큰 배들의 불빛을 내려다보다 잠이 들었고 먼 데 뱃고동 소리에 잠이 깨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동네였다.
알맞게 자란 시점에는 금정산 자락을 붙들고 있는 금강공원 아래에서 밤이 되어서야 끊어지는 여흥객 들의 노래소리를 매일 듣다보니
금정산이란 그저 즐기고 노는 패거리들의 터전 쯤으로 여겼으니...그 시끄러운 유흥을 덮은 저 산이 보일리 없었겠다.
하여 고향을 떠나서도 금정산을 몰랐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하기사 지금도 입산의 맛을 모른다면 산 자체를 모를 수 밖에 없겠는데.
고향을 떠나 멀리 둘 수 밖에 없던 그 산에 가을 마지막 자락을 물고 늘어지며 들게 되는 것이니 지난밤 내 잠은
금정산을 향한 그리움의 볼모가 되어 달아나고 없음이 당연한지도.


까망 새벽 어둠에 묻힌 시간을 두들겨 깨워 집을 나섰다.
다행히 든든한 그대에게 매달려 나서는 길이니 무섬증이 있을리 만무하고
안성 ic에서 빠져 나온 버스는 잘 터진 고속국도 길 따라 번호가 바뀔 때마다 눈에 설익은 도시가 아른 거리며 달아나고
회장사모님 배려의 시래기된장국에 밥 말아서 배를 다독이고 마지막 휴게소인 칠곡에서 10분간의 휴식 후
냅다 지른 버스는 5시간이 지난 즈음 양산 다방리 동면초교 앞에 우리를 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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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 경부고속도로 다리 밑을 가로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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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송리 마을로   외송리 마을 빨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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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금륜사 철거 후 중창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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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은동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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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동굴 내부에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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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  726.7봉 전 삼거리
그새 몸이 흠뻑 젖었다. 계속이어지는 오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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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7봉에서 낙동강 쪽 조망이 터지면서 찬 기운이 온 몸을 훑는다
겉옷을 입고 장갑도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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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봉우리가 726.7봉





장군봉 전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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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장군봉
암릉이 이어지는 탓인지 앞에선 여산님들 우물쭈물 끙끙거리더니
장군봉에서 돌아서서 내려가는 나를 불러세운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사진 좀"
"아니 웬 선생님씩이나 걍 아줌마라고 해야지요"
사진 두 컷으로 세 사람 확인사살한 후 디카 건네주고 돌아서는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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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을 이룬 장군평전
잠시 동안이지만 평전에서 평온을 덤으로 얻는다.
이런 풍광이 있는데선 그냥 눌러 놀고 싶은...
그러나 내게 주어진 특명은 "금강공원주차장까지 6시간 내에 주파할 것"
"아님 주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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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평전에서 바라보는 고당봉 멋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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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서 왼쪽으로 나누어지는 길은 고모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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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당봉 아래에서
키 큰 나무숲 사이로 건들거리는 바람이 수상쩍다.
눈보라라도 몰고 오는지 숲은 어두워지고 나무 밑둥들이 슬며시 숨는다
벗었던 겉옷을 꺼내 입으려는데 하필이면 철조망에 걸려들었다.
휘익 이쪽저쪽 다 걸려들어 다치지 않게 살살 빼는데 에구 몸은 금세 얼어붙고 일행은 도망가서 저 위에 암릉에서 내려다본다.





고당봉 정상에서
바람과 싸우다 겨우 정상으로 올라붙어 뒤돌아보니 줄줄이 곶감일세
내 눈에 명산이면 쟤 눈에도 명산이어서인지 트레이닝복 차림에 운동화, 양복바지에 구두 차림들도 있다.
휴우 남들 산에 가니 구두 신고 나도야! 언제까지 그런 짓들 할꼬야?
그람 미워할꼬야!!





반대편 계단쪽
수영만 쪽은 화안한데 그 위를 누르고 있는 먹구름의 무게는 장난이 아니다





노포동 쪽으로





광안대교는 희미하다





먹구름 광풍 속에 눈발 간간 날리고
아이고 고향왔는데 푸대접이네 사정없이 휘두르는 바람 회초리에 온 몸은 얼어붙고 손가락 시려워 그림도둑도 못해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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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암릉사이로 훔쳐보는 시선들이 왜 이리 멋있냐
바람은 밀어내는데 안간힘으로 버티는 몸은 불쌍하다





13:02 고당봉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정상에서 주변 풍경









내려가는 쪽 전망대





올라온 쪽으로





언 몸을 숨기려 갖은 애를 쓰다가 결국은 패퇴한 몸 끌고 북문으로 내려선다
바람 맞은 머리 속은 텅 빈 집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줄래줄래 줄행랑





비폭탄이라도 터질 듯 하더니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춥기도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고당봉은 어서가라 등 떠밀고
금샘, 금샘, 몇날 며칠 입력을 시켰건만 광풍 한 방에 넉 다운 정신이 어디로 갔는지?
행방불명인 가운데 금샘을 떠올린다는 건 의학적으로 회생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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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 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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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올라가려다 포기했다. 바람에 연 되어 날아다닐까봐 무서웠다





원효봉 가는 길에 고당봉 돌아 본다





원효봉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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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산야가 올라가는데 얏호! 앗싸! 내 입에서 나온다





계명봉 아래 주차장도 보이고





원효봉, 의상봉을 지나 동문으로 이어지는 성벽





고당봉도 멀어지고





원효봉 오름길에





은빛물결이 장관이지만 바람 또한 장관이다
풀잎보다 못한 몸은 쓰러진다 억새처럼 눕지 못하고





13:42 원효봉에서 회동수원지 내려다보다





역광으로 검게 빛나는 무명암에 깨알 같은 암벽꾼들 붙어 오른다





무명암장 줌





무명암





지나온 성곽 뒤돌아보다
성곽에 바짝 붙어오니 위험하다 바람이 남산동으로 떨어질래?, 구서동으로 떨어질래?
아님 더 가서 장전동에서 떨어뜨려줄까?





무명암 옆에 숨어서 그림 훔치다 나오는 순간 또 한 사람 나같은 사람이 바람에 떠밀려 지나간다
우리는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그래도 내가 너보다 낫다며 동급이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억새밭 가운데 숨어서도 몇 번이나 옆으로 쓰러졌다. 혹 그 녀가 볼세라 뒤돌아보며 얼른 안그런척 웃긴다.
바람개비라도 된걸까?
차라리 돌다 제 자리에 멈추기라도하면 좋을테지만.
"그러게 평소에 좀 많이 드시지..."
일일 천사를 자처한 산야님의 일갈은 우리 둘을 향한 겨냥이었음에 결국 우리 둘은 동급이었다.





바람의 후환이 두려울텐데
꿋꿋하게 버티며 지나온 탓에 아무탈 없이 이 바위를 담는다





나비바위가 어떤 것일까?





암, 수 한쌍인 것 같은 바위





나는 전생의공주와 3망루로 가는데
여기까지 동행해 주던 핑크로즈와 산야님 3망루를 버리고,  나도 버리고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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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 제 3망루에서
바람 속에서 또 다른 그 녀를 줏었다 "누가 이 사람을 떨구고 갔나요?"
임자 없음? 3망루 전 즈음에서 줏었다요
결국 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3망루에서 부터 그 녀의 동반자가 되어 금강공원주차장까지 에스코트
그 녀는 전생의 공주였다.
나는 공주 지킴이





3망루에서 원효봉, 의상봉 지난 온 자락 뒤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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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잡으려다 황천 갈 뻔했으니...
사진 도둑이여 몸조심하라 그 업을 길게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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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 동문 닿기 전 돌샘
그 여인 잠시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게 하고 홀로 암릉을 넘다가 어슬픈 샘을 만났지만 그래도 반가워

14:58 동문

남문으로 가는 길은 산성고개를 넘으면서 대륙봉을 허락치 않고 임도로 구불구불 이어지다 남문마을을 만나고
연못을 지나며 금새 남문을 만난다





15:37 남문
그 여인은 상처받은 인어공주
남문에서 잠시 쉬어간다. 에어스프레이도 좌악 뿌리고~ 쥐 잡는데 최고인 약도 먹고
그래도 케이블카 신세는 안지겠다네
"그라모 약수정사로 간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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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 위 518봉우리의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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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 약수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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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 칠성암 가는 길에
휴정암 삼거리에서 산행고수님을 만나 그 여인을 살짝 인계하고 약수정사, 칠성암 계단길 휘적휘적 내려서니 해양박물기념관이다
"근데 아주머니 망미루 가는 길이 어느쪽이예요?"
" 아! 예, 감사합니다!"
옛적에 살던 집 흔적을 찾아보니 없다
우장춘로가 생기면서 도로에 휩쓸린 것이다
쓰나미 공격이라도 받은 것 처럼 텅 비었다 가슴 밑바닥 까지
바람에 바람 맞고, 새로 난 길에 고향 묻히고
에라! 고향 버린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해서 고향 타령이냐고?

****************

동문에 근접하며 인어공주의 쥐내림전조증상 때문에 슬렁슬렁 걸었더니 뭔가 빠진듯한 아쉬움
그랬구나! 대륙봉 너럭바위를 만나지 못했음과 임도로 이어지는 동문-남문 간의 길이
금정산은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요소요소 알맞은 바위의 배열과, 꿈결같은 비단길이 이어지니
산꾼에겐 호사의 길이요, 낙원으로 ,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다만
날마다 호의호식하는 자에겐
그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의 귀함을 깨닫지 못하나니

그대들이여!
나그네들은 굶주린 이리떼들이라
금정, 금샘의 참을 알게 됨이 여간 기쁨이 아니라
먼길 수고 불원간에 잊어버리고 다시 찾자 맹세하더라
그 산 허물어지기 전에 이 이리떼들의 들고남을 말려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