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산행기

 

ㅇ 일시 : 2005. 9.11(일)
ㅇ 위치 : 경상남도 양산시(梁山市) 동면(東面). 부산광역시 동래구(東萊區)·북구(北區)· 금정구(金井區)에 걸쳐 있는 산(높이 801m)
ㅇ 코스 : 범어사매표소-북문-고당봉-금샘-북문-범어사매표소(약 4시간 소요)
ㅇ 동행자 : 아내와 친구부부
 

   태풍 나비가 남해안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뒤. 아내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인 대학교 친구에게서 부산에 한번 내려오라고 연락이 온다. 그 동안 몇 번에 걸쳐 한번 내려가마 내려가마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오랜만에 친구의 근황도 궁금하고 하여 부산으로 차를 달린다.

 

  3시간 30여분에 걸쳐 달려간 부산. 친구를 만나기 전에 해운대, 광안리에 들러 철지난 바닷가를 둘러보고, 광안리 횟집에서 친구의 가족을 만나, 떨어져 있던 시간들을 술잔과 웃음으로 채워 넣는다. 그리고 이어진 친구 집에서의 밤늦은 시간까지의 술자리---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 쌓여 있는 술병을 보고 내 스스로 놀란다. 저걸 어떻게 다 먹었지---

 

   이제 금정산 산행. 띵띵 거리는 머리를 감싸안고 친구부부와 함께 범어사 입구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도로변의 숲이 짙고 울창하다. 첫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산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매표소를 지나자 바로 범어사. 오래된 숲과 건물들이 역사가 깊은 사찰임을 짐작케 한다. 간단하게 사찰을 둘러본 후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든다.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향하는 등산로. 보기 좋은 암석들과 암석 사이를 흐르는 풍부한 물이 산행을 즐겁게 한다. 친구 부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데 오름질에 힘들어하는 아내도 잘도 오른다. 약 1시간여를 그렇게 올랐을까. 능선길로 올라서는가 싶더니 북문의 모습이 보이고, 넓고 평평한 평지가 나온다. 북문 주변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두부에 막걸리를 마시며 산행의 즐거움을 나눈다.

 

   북문에서의 막걸리와 두부. 산행 전부터 무척이나 맛이 좋다고, 그것만은 꼭 먹여주고 싶다고 친구의 남편이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던 막걸리와 두부.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막상 우리가 막걸리를 사려고 하니 막걸리를 파는 아주머니가 안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다 먹고 있는데---조금 있다가 사연을 알아보니 단속이 나와서 모두 숨어 있었단다. 단속하는 사람이 돌아가자 다시 하나 둘 두부박스를 들고 나오는 아주머니들. 어쩐지 보기가 좋지 않아 보인다. 철저하게 단속을 하여 아예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든지, 그것이 여건상 허락하지 않는다면 양성화를 시키든지 하여야지.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단속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나 힘들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무튼 몇 번이고 자랑하던 그 막걸리를 어렵게 구하여 마시는데, 어제 마신 과한 술 탓인지 맛을 잘 모르겠다. 겨우 한 잔만을 마시고 대신 수량이 풍부하고 맛이 좋은 북문 옆의 샘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북문에서 그렇게 속을 풀고 가야할 고당봉을 바라보자 암봉들이 참 멋있어 보인다. 거리도 실제로 보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처럼 보이지만 겨우 1km도 되지 않는다. 다시 1시간 여를 후덥찌근한 날씨와 싸우며 오르자 드디어 고당봉.

 

   고당봉에 오르자 암봉들이 참 보기가 좋다. 약간은 위태롭기까지 한 암봉들이 정상부근에서 단애을 이루며 솟아올라, 부드러운 산능선들과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저 멀리 원효봉에서 동문으로 흘러가는 능선길은 얼른 달려가 보고 싶게 늘어서고, 때마침 몰려들기 시작하는 운무들은 이 곳이 결코 낮지 않은 산임을 보여주며 풍경을 한층 멋뜨러지게 만든다. 한참을 그 풍경 속에 머물며, 그렇게 부산의 진산에 흠뻑 빠져들어 본다.

 

   그런데 정상에 머물러 있을수록 한가지 의문의 색깔이 짙어 가는 것이 있다. 이 좋은 풍경과 역사 깊은 사찰과 유물들을 간직한 이 산이 왜 무슨 무슨 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무슨 무슨 공원으로 지정되어 개발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광주의 무등산이 광주를 대표하고 광주 사람들의 정신적 중심역할을 하는 것에 비하면, 부산의 진산 역할을 하는 금정산은 그 인지도 면에서 훨씬 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북문 근처의 어떤 푯말에서 '무등산과 금정산은 형제산이다'라는 푯말을 얼핏 보았는데, 세상도, 산에 대한 인지도도 푯말과 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이제 천천히 금샘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금샘으로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등로가 뚜렷하였지만 갈수록 희미한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며 헤매게 만든다. 몇 번의 헤매임 끝에 바위를 타고 올라 어렵게 금샘을 발견한다. 

 

   금샘. 이름에 비하면 금샘 자체로는 많은 실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금샘에서 보는 금정산은 넓고 두둑한 경산도 사나이의 품처럼 푸근하고 보기가 좋다. 마치 동화에서처럼 비루푸대를 타고 내려오면 무척이나 즐거울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흘러내림이다. 이제 이 금샘바위를 내려서면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을 것 같아 오랫동안 그 흘러내림을 즐기다 천천히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다시 북문. 모든 등로들이 생각보다는 훨씬 가깝다는 것에 놀란다. 북문에 다시 오자 이번에는 파전에 막걸리가 우리를 유혹한다. 다시 숲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하니 또 다른 단속반들과 아주머니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문한 파전이 나오고 막걸리가 나온다. 막걸리 한 잔씩을 죽 따라 건배를 하고 한잔씩 쭉 들이키니 목이 시원하고 맛이 참 좋다. 몇 번이고 자랑하던 그 맛이 이제야 나오는 것 같다. 이 맛을 보여주고 싶어 우리를 이 곳까지 안내한 친구 남편의 마음씀에 술맛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연거푸 몇 순배를 더 돌리고, 몇 순배의 따뜻한 마음을 더 돌리고, 흡쪽함에 흠뻑 취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제 천천히 다시 범어사길. 오늘은 평소보다 아내도 잘 걷고, 산도 좋고, 술도 좋고, 친구도 좋고----동수아빠, 재연씨 멀리서 온 친구 대접하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마운 맘, 기쁨 맘, 가득가득 간직하고 돌아옵니다.


 

(범어사 입구)

 

 

(범어사 보호수)

 

 

(범어사 대웅전 앞-무엇인지?)

 

 

(범어사 경내)

 

 

(북문 오름길의 암석들)

 

 

(북문)

 

 

(금샘과 범어사 설화)

 

 

(정상부근의 암봉들)

 

 

(정상부근의 암봉들)

 

 

(정상부근에서의 아내)

 

 

(정상부근의 암봉)

 

 

(정상풍경)

 

 

(정상풍경)

 

 

(몰려드는 운무)

 

 

(금샘가는 길 풍경)

 

 

(금샘가는 길에 뒤돌아본 고당봉)

 

 

(금샘가는 길에 뒤돌아본 고당봉)

 

 

(금샘가는 길에 뒤돌아본 고당봉)

 

 

(금샘가는 길의 멋진 바위)

 

 

(금샘)

 

 

(해운대)

 

 

(광안대교)

 

 

(광안리에서-친구의 아이들-무엇이 그렇게 신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