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돌아 설수록 애정이 가는 금정산


 


 
 

봉황이 알을 품듯 713봉은 미륵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데

언뜻 보아도 기암들의 모습이 범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기암들이야 말로 금정산을 가꾸어가는 보석들이다. 
 

그 보석들을 바라보며 커피향에 취하니 선경이 따로 없다.

처마 끝에 매달린 바람이 갑자기

“땡그랑~!!” 종을 친다.  퍼뜩 정신이 든다. 
 


 

산행지 : 부산광역시 금정산(율리역-고당봉-범어사)

일   시 : 2006. 03. 05(일) 흐리고 비 약간

산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서대구⇒율리역 140km / 1시간 50분)

차량회수 : 대중교통(버스/지하철) 
 

07:00 율리역 -산행시작-

09:20 금곡1단지 갈림길

09:40-09:50 미륵사

10:40 고당봉

11:10 금샘

11:30-11:50 북문

12:50-13:10 범어사 -산행끝-

총 산행시간 : 6시간

 

 


                                       

                                  ▲산행개념도 -부산일보 산&산에서 발췌-

 


금정산을 처녀 산행했을 때는

양산 다방봉에서 파리봉까지 홀로 10시간여 주능선 종주를 했는데

그때도 오늘처럼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했다. 
 

금정산이 그렇게 부드럽고(?) 편안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던 금정산.. 그때의 진한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쉬움이 있다면 유명한 범어사를 아직 답사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꼭지와 해병대부부를 대동하고 언젠가 금정산을 다시 찾고 싶었는데

해병대부부가 이런저런 일로 또 쏙 빠지게 되니 어쩔 수 없이

꼭지(아내)와 둘이서 길을 나선다. 
 

대구에서 출발하면 번잡하지 않고 접근이 가장 용이한 곳이 양산 다방리이고

두 번째는 금곡동이나 화명동방향이다. 신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요즘은 정체구간이 없어 대구에서 1시간 5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차량회수 또한 용이하다.

 



       

오늘은 능선 내내 전망이 좋고

낙동강이 시원하게 보이는 금정산 서쪽자락으로 오르기로 한다.

부산일보 산&산에 실린 고당봉 산행개념도를 참고하여 금곡동 율리역에서 출발한다.

서쪽능선은 고당봉까지 장장 5.5km에 이르는 장거리코스라 더욱 흥미가 난다. 
 

율리역 2번출구에서 능선쪽으로 좁은 시멘트도로를 300m 정도 오르면

인천유치원이 있고 바로 옆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이 들머리이다.

주위에 벽산강변타운등 대형아파트가 많아 등로가 잘 발달되어있어서

율리역에서 산을 향해 그냥 아무러케나 올라도 쉽게 들머리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오름길에 내려다본 낙동강


 

마침 유치원 옆에 넓은 공터가 있어서 차를 주차하고 초입에 이른다.

들머리에 올라서자마자 아파트건너편으로 바다처럼 유유한 낙동강이 가슴가득 안겨온다.

재잘대는 산새소리는 솔가지사이로 울려 퍼지고 등로는 유순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이 남근석은 아래에 있는 고환까지 쏘옥 닮았다.


 


 

                             ▲잔설이 덥힌 파리봉과 상계봉너머로 멀리 백양산이 희미하다.


 

나뭇가지 끝에는 벌써 봄의 빛깔이 완연하건만

멀리 파리봉과 상계봉 그 너머 백양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잔설이 봄을 시샘하고 있다.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강나무의 퉁퉁부은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니

봄은 화명동 낙동강어귀에서부터 시작되나 보다.

 



 

약간 지칠만하면 펼쳐지는 기암들과 반석.. 그 위에서 바라보는 막힘없는 조망

너무나 유장하여 흐름조차 가늠되지 않은 낙동강..

이 모든 것은 일상에서 흐르는 시간까지도 멈추게 하고 있다. 
 


 

 

                                                      ▲금정산성의 암문(석문)


 

첫 번째 산성 암문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내내 좌측 산성 돌담 따라 이어진다.

돌로 축대를 쌓아 나지막하게 이루어진 산성은 거의 모두가 무너져 있어서

잘 다듬어진 주능선상의 산성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산성따라 억새와 소나무 숲길이 어우러진 오솔길이 좋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사람들 왕래가 뜸한 곳이라서 관리나 보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억새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오솔길이 무너진 산성을 에워싸고 그 아픔을 치유하고 있다.

 

 

                                          ▲이정표(화명동3.9km/고당봉1.6km/금곡동2.7km)


 

어쩌면 그것이 금정산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인지도 모른다.

2시간 이상을 걸었는데도 전혀 지루함이나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 채

(←화명동3.9km / 고당봉 1.6km→) 이정표를 지나

713봉과 미륵사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을 한다.


 

 

                    ▲713봉.. 저 위에 올라서면 아찔한 현기증이 날정도로 조망이 좋을 것 같다.


 

전망이 좋은 713봉을 오를 것이냐? 아님 미륵사로 우회할 것이냐?

그 위에서 바라보는 고당봉의 모습은 어떠할까?

꼭지를 힐긋 쳐다보니 우메~~@ 꼭지의 스틱이 미륵사로 향하고 있다. 
 

713봉을 오르고 싶지만 입맛만 쩝쩝 다시며 마음을 바꾼다.

짜릿한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미륵사로 우회하기로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뾰족한 스틱이 냅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륵사

 

 


 

                                   ▲713봉은 봉황이 알을 품듯 미륵사를 품에 껴안고 있다.


 


 

                            ▲미륵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기암.. 금정산을 가꾸어가는 보석들이다.


 

봉황이 알을 품듯 713봉은 미륵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데

언뜻 보아도 그 기암들의 모습이 범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금정산을 움직이는 보석들이다. 
 

그 기암들을 바라보며 커피향에 취하니 선경이 따로 없다.

처마 끝에 매달린 바람이 갑자기

“땡그랑~!!” 종을 친다.  퍼뜩 정신이 든다.

 

 

                                    ▲주능선의 원효봉과 의상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금정산 고당봉


 

미륵사를 지나 다시 능선에 올라서니 고당봉이 아스라이 지척에서 손짓하고

산성 돌담은 이제 북문으로 휘어지며 시야에서 멀어진다.

고당봉으로 향하는 길은 질퍽한 진흙탕에 등산화가 연신 신음을 토해내지만

어쩌랴, 시샘 속에서 봄은 언제나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을..

 



                                                         ▲고당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가야할 북문방향

 

 


 

                                                       ▲송전철탑너머로 장군봉과 억새평원

 

 


 

                                                     ▲고당봉에서 바라본 금샘방향


 

고당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어느 한곳 막힘이 없어 좋다.

다방봉에서 장군봉, 이곳 고당봉을 지나 상계봉, 파리봉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뒤돌아보는 형상은 흡사 꿈틀대는 용을 닮았다.

 

 

                                      ▲“와~! 금샘이다.” 꼭지는 저 우물속에 금이 있는 줄 안다.


 

금샘에서 북문으로 바로 가는 길은 있을까?

산님에게 물으니 금샘 바로우측에 표시기가 달려있는 곳이라 한다.

낙엽 쌓인 호젓한 길이라 질퍽하지 않고 좋아하는 산죽길도 드문드문 이어진다.

 

 

                                                      ▲금샘에서 바라본 범어사 방향


 

북문 간이매점에서 컵라면과 동동주, 오뎅.. 메뉴를 싹쓸이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니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예상했던 비가 아니던가.

산행계획을 변경 범어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범어사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보물 제250호인 범어사 삼층석탑


 

원래 하산코스를 차량회수가 용이한 상계봉이나 파리봉으로 계획했으나

범어사로 하산로를 잡으니 걷기 싫어하는 꼭지가 제일 좋아한다.

또한 찝찝하게 남겨졌던 숙제(범어사)를 해결하게 되니

오늘은 원님(?)덕에 나발을.. *^^*



 

                                                                     ▲범어사 대웅전


 

 

                                       ▲이번에 새로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범어사 일주문인 조계문 
 


 

그 후 ..

 

동래온천 허심청에서 온천욕을 하고 남포동 자갈치시장에 들렀다가

지하철을 타고 율리역에 내려 차량을 회수하여 대구로 향한다.

비록 단산이라 서운했지만 원님(?)덕에 즐거웠던 하루가 아니었다 싶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