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산행기

ㅇ 일시 : 2005. 2. 19(토)
ㅇ 위치 : 충북 제천군 수산면/단양군 적성면(높이 1,016m)
ㅇ 찾아간 길 :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충주,제천방면-중앙고속도로-남제천I.C-I.C나와 우회전 -

         청풍방향-방송국촬영장 지나 15여분 진행-험한 고갯길 넘어 바로 우측이 등산기점임.
ㅇ 코스 : 들머리-미인봉-신성봉-금수산정상-상천리(6시간 30분, 안내표지판 거리 8.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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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산 능선에 눈 내린다. 금수산 능선에 내리는 눈은 싸래기 눈이다. 차갑게 얼굴을 때리고, 톡톡톡톡 경쾌한 음절로 귓전을 때린다.

  

    금수산 능선에 눈 내린다. 금수산 능선에 내리는 눈은 채찍의 눈이다. 암봉을 오를 때마다 휘몰아치며 왜이리 발길이 더디냐고 다그친다.

  

    금수산 능선에 눈 내린다. 금수산 능선에 내리는 눈은 근시(近視)의 눈이다. 주변의 풍경은 고스란히 감추고, 가야할 길과 마음속으로만 길을 터주며 흩날린다.

  

    엄청난 암봉이다.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험하고 미끄럽고 위험한 구간을 지난다. 암봉 하나를 지날 때마다 펼쳐지는 절벽과 소나무와 설화의 세계. 

  

    아름답다. 그리고 힘이 든다. 어느 구간에서는 약 20여 미터의 절벽을 거의 암벽타기 수준으로 오른다. 이 험한 날씨. 이 험한 산. 참 별난 사람들이라고 누군가가 뒤에서 한마디 던진다.

  

    바람이 등을 떠민 것인가? 설화가 부르는 소리에 가슴이 에이었던 것인가?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생활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닌데, 우리 모두는 떠나왔다.

  

    미인봉을 지나 신성봉을 지나 금수산을 오르는 이 길.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 '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왜 서 있는 것이지' 물음표가 떠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암봉을 넘으며 '나는 지금 왜 여기 서 있는 것이지---왜 여기 서 있는 것이지---'

       

                                                 2   
   살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맑아지기도 하는 것이 삶인가 보다. 신성봉을 지나자마자 세상이 갑자기 눈을 뜬다. 순백의 눈꽃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푸르름에 눈이 부시다.

  

   한 발 한 발.
   맑은 날씨 속을 걸어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서면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지나온 고통은 환희가 되어 눈꽃으로 흩어지고,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산 너머의 세상도 갑자기 눈이 트인다.

  

   세상의 길은 또 어디에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고,
   소백산, 월악산, 무수한 산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도---보인다.

  

   보인다. 저 수천의 세월 동안 금수산의 가슴을 닦아 준 충주호. 거기서 휘몰아쳐 온 바람이 온 몸을 때리며 들려주는 가슴 시리고도 아름다운 풍경들.

  

                                                                     3

   하산길이 더디다. 이대로 내려가면 언제 또 와볼거나---

  

   돌아보고 돌아보며, 등산로가 아닌 곳도 후비고 다닌다. 석양에 젖고 있는 마을과 산들과 충주호가 스크린처럼 멍하게 펼쳐진다.

  

   뚜벅 뚜벅 그 풍경 속으로 말없이 걸어 들어간다.
 

   (미인봉)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암봉)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바위)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암봉)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암봉)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바위)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소나무)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암봉)


 

(미인봉에서 신성봉가는 길의 엄청난 암릉)


 

(지나온 신성봉)


  

(지나온 미인봉)


 

(금수산 정상)


 

(하산길에 본 멋진 풍경)


 

(용담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