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산행일자:2010. 5. 8일(토)

                               *소재지 :충북단양/제천

                               *산높이 :1,016m

                               *산행코스:남근석 오름길-옹달샘-금수산-900봉전방능선삼거리

                                              -능강계곡-얼음골갈림길-정방사갈림길 도로

                               *산행시간:10시4분-17시11분(7시간7분)

                               *동행 :경동고동문 14명

                                (24회김주홍부부, 서중원부부, 이규성부부, 이기후부부, 이달헌부부,

                                 장광종부부, 우명길, 29기정병기)

 

           

 

   모처럼 고교동문들과 함께 금수산을 오르며 웰빙산행(?)을 즐겼습니다. 14명의 대원들 중 어느 누구도 쳐지지 않고 모두들 7시간이 조금 넘는 긴 시간의 금수산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쉬며 하면서 웰빙산행을 한 덕분입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더 긴 코스로 하산해야 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주변 정경들을 두루 둘러보면서 완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였습니다. 금수산 산행을 마치고 당일로 귀경하는 것이 아니고 소백산 아래 새밭계곡의 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5시간 반이면 족한 코스를 7시간 넘게 산행해 여느 때와는 달리 이번 산행이 마냥 느긋할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듯이 내달려야하는 안내산악회를 따라하는 산행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느긋한 산행이 앞으로 동문들과의 산행에서만이라도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충북단양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이기후 고교동문이 한북정맥을 같이 종주한 동문들과 함께 단양의 명소 몇 곳을 1박2일 코스로 둘러보는 탐방프로그램을 마련해 재작년 6월에 명산100산 탐방차 다녀온 금수산을 다시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똑 같은 코스를 밟았는데 다만 친구들을 따라 나선 부인들의 편의를 위해 15인승 승합차로 지난번의 출발점인 상학리버스정류장에서 5-6분을 더 올라가 하차했습니다. 한 주전에 다녀온 지리산과는 달리 금수산은 나뭇잎이 푸르러 신록의 5월을 맞은 것이 실감됐습니다.

 

 

  10시4분 남근석공원을 조금 앞둔 지점에서 금수산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상학리 버스정류장에서 주차장과 대비사 갈림길을 차례로 지난 후 조금 더 올라가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하차했습니다. 산행 시작 몇 분 지나지 않아 만난 삼거리에서 남근석공원으로 돌아가는 오른 쪽 길을 버리고 왼쪽 지름길로 올라섰습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놀라 후다닥 튀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토끼를 보고 객들이 주인을 쫓아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른 쪽 남근석공원을 경유하는 길과 다시 만난 넓은 길에 질경이보다 훨씬 잎이 넓은 이름 모르는 풀이 많이 나있었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는 옹달샘 두 곳을 지나자그마한 다리가 자리한 해발770m지점에 이르기까지 각종야생화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연분홍 금낭화와 진노랑 피나물 꽃이 단연 돋보이는 오름길은 어느새 연초록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낙엽송 숲을 지나 너덜 길로 이어졌습니다.

 

 

  11시7분 샘터를 지났습니다. 황적색바위가 눈을 끄는 길을 오르며 올 들어 처음으로 초록색의 둥굴레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네모반듯한 모판을 닮은 암반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산괴불주머니의 노란꽃들을 사진 찍은 후 철제가드가 세워진 너덜 길을 따라올라 샘터에 이르렀습니다. 너덜 길을 오르느라 타는 목마름을 샘물을 떠 마셔 해결한 후 산 오름을 이어갔습니다. 바위 위에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고 향가 헌화가가 생각난 것은 바위에 올라가 진달래꽃을 꺾어 오라고 졸라댈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제게는 수로부인에 꽃을 꺾어 올린 노인이 마냥 부러워서였습니다. 어느새 오른쪽으로 신선봉 길이 갈리는 커다란 두 암봉 사이의 안부삼거리인 살개바위고개에 올랐습니다.

 

 

  11시51분 해발1,016m의 금수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표고가 해발880m로 적혀있는 표지목이 세워진 살개바위고개에서 왼쪽으로 꺾어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위험한 암릉 길에 목제계단이 설치되어 청풍명월을 휘감는 그윽한 충주호를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찍기 딱 알맞은 몇 곳을 지나 정상에 올라 사방을 휘둘러본 후 심호흡을 해 맑은 공기로 폐부를 깨끗이 했습니다. 아래 공터로 옮겨 반시간 넘게 점심을 함께 들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김주홍 동문과 상의해 망덕봉을 거쳐 상천동으로 하산코스를 잡은 후 안부삼거리로 되돌아갔습니다.

 

 

  13시39분 900봉 전방 능선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망덕봉을 거쳐 상천리로 하산하겠다는 애당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살개바위고개에서 길을 잘못 들어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규성동문과 같이 확인하면서 진행했는데도 망덕봉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그 오른 쪽의 능선으로 잘 못 들어선 것을 안 것은 안부삼거리-900봉의 중간쯤이어서 다시 돌아가느니 계곡이 빼어난 능강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시간이 덜 걸릴 것 같아 이번에도 망덕봉 행을 포기하고 그대로 전진했습니다. 금수산 정상출발 1시간이 조금 지나 900봉이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서중원동문과 장광종 동문 등 몇 사람이 900봉을 다녀오는 동안 안부삼거리에서 남편들을 기다리는 부인들과 함께 40분가량 푹 쉬었습니다. 저희들처럼 망덕봉 길로 잘 못 알고 이 길로 들어선 몇 팀들이 지도를 펴 보이며 자세히 설명을 했는데도 믿지 못하고 그냥 900봉으로 내달렸다가 결국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집단치매에 걸리는 것이 이런 것이다 싶었습니다.

 

 

  15시28분 건천을 만났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 아래 능강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완만하고 흙길이어서 편안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망덕봉을 들르지는 못했지만 능강계곡 길로 들어선 것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 것은 계곡이 아름답고 바로 옆에 길이 나있어 언제든 계곡접근이 용이해서였지만 그보다는 지난번에는 차 시간에 쫓겨 뛰어 내려가느라 제대로 보지 못한 이 계곡에서 탁족도 즐기면서 쉬어가고 싶어서였습니다. 낙엽송이 빽빽이 들어선 숲을 지나 모두가 찬탄할 만한 계곡에서 머물면서 물속에 발을 담그는 등 모처럼 느긋하게 쉬었습니다. 얼음골로 길이 갈리는 합수점을 지나 얼마간 내려가자 계곡 물이 땅속으로 기어들어간 건천이 나타났습니다. 건천은 7-8분 안에 끝나 그리 길지 않았지만 계곡에 물이 흐른 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일깨워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17시11분 왼쪽으로 정방사 길이 갈리는 차도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건천이 끝나고 다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하산 길은 편했지만 장시간 산행이 익숙지 못한 몇몇 부인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 했습니다. 책갈피를 연상시키는 바위가 취벽대가 아닌가 싶어 일단 사진을 찍었는데 집에 돌아와 다시 사진들을 보고나자 아무래도 그 위 계곡의 평평한 쉼터바위가 취벽대인 것 같았습니다. 돌탑들이 세워진 금수암을 지나 오른쪽으로 정방사 길이 갈리는 찻길로 내려서 먼저와 기다리고 있는 이기후 동문과 이달헌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산행을 마무리하고 2.5Km 떨어진 정방사를 둘러보고자 능강교 가까이에서 대기 중인 15인승 버스를 불러 정방사로 향했습니다.

 

 

  신선봉에서 멀지않은 정방사(淨芳寺)가 자리한 곳은 단양 땅이 아니고 제천 땅입니다. 이번에 하산한 능경계곡의 북쪽 산자락에 자리한 정방사는 고도가 높아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남동쪽으로 망덕봉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 왼쪽 뒤로 금수산 정상이 자그맣게 보였습니다. 이들보다 경관이 더 수려한 곳은 서쪽 아래 충주호였습니다. 금수산 정상에서 바라볼 때보다 더 가깝게 청풍명월의 충주호가 보였고 그 뒤 먼발치로 월악산 정상이 눈에 잡혔습니다. 가히 명당이라 부를만한 이 높은 곳에 의상대사께서 이 절을 창건한 해가 문무왕2년인 682년이라 하니 정방사는 천년고찰임에 틀림없습니다. 버스에서 하차해 절까지 걸어 오르는 길도 넓었습니다. 대웅전을 가름할 원통보전(圓通寶殿)은 터를 넓게 잡지는 못했지만 문을 열어 놓으면 그 안에 모시는 석존께서도 저 아래 펼쳐진 청풍명월의 충주호를 보시고 자리 한 번 잘 잡았다고 흡족해 하실 만한 곳에 자리했습니다. 깎아지른 암벽을 뒤로 하고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낭떠러지가 나타나는 좁은 절터에 세워진 유운당(留雲堂), 산신각 그리고 석불입상들이 원통보전과 같이하고 있는 정방사를 둘러본 후 시원한 석간수를 떠 마셨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를 읽어보고 살개바위고개에서 오른쪽으로 암봉을 우회할 것이 아니라 가지 말라고 쳐놓은 줄을 넘어 바위로 올라서야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처럼 신선봉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 가다가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 능강계곡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얼음골 0.2 Km 지점 합수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얼음골을 따라 올라가 얼음골재에 올라선 후 왼쪽의 망덕봉을 오르는 코스도 있습니다. 길을 잘못 안내한 저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능강계곡 길이 아름다웠다고 입을 모은 동문들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