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 정상엔 못 오르고 외곽만 돌다.

 

Mt. 0609 금성산(錦城山 450.3m) - 전남 나주시

 

산행일시 : 2006년 4월 29일 토요일
산의날씨 : 흐림, 한때 이슬비
동 행 인 : 홀로
산행시간 : 4시간 57분 (휴식 38분포함)
           한수제 <0:26> 장원봉(전망대) <0:10> 낙타봉 <0:24> 부대 정문 <0:09> 대오리골재
표식 능선 <0:17> 임도 <0:26> 풍년기원제단 <0:23> 금안1제 위 삼거리 <0:32> 울음재 <0:11>
오두재 <0:17> 부대 철망 앞 <0:04> 갈림길 <0:30> 다보사 앞 도로 <0:30> 한수제

 

산행(도상)거리 : 약 14.8km
           한수제 <2.2> 낙타봉 <2.9> 부대정문 돌아 대오리골재 표지 능선 <4.8> 울음재
<0.9> 오두재 <4.0> 한수제

 

참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나주 지형도(2005년 인쇄본)

 

 

                                                         오늘 산행 구간
 
나주에 갈 때마다 시내 서북쪽을 막고 선 금성산을 올라보려고 마음만 먹었지 실행에 옮기지 못
했었다.
1981년 영산포읍과 나주읍이 통합되어 시로 승격되면서 금성시란 이름을 썼던 것을 보면 금성산
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알 것 같고 1995년 1월 1일 도.농 복합형태의 시 설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나주시와 나주군이 통합하여 나주시가 되었다

 

나주의 진산(鎭山)인 금성산의 높이는 451m이며, 4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 봉우리는 노적봉(露積峰), 서쪽 봉우리는 오도봉(悟道峰), 남쪽은 다복봉(多福峰), 북쪽은 정
녕봉(定寧峰)이라 불린다. 
또한 금성산에는 금성산성이 있어 군사요새 기능도 하였던 곳인데, 지금은 공군 방공대가 있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매년 1월 1일에는 정상에서 해맞이 행사를 개최하여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금성산은 고려시대부터 국가에서 산신제를 지냈던 영산(靈山)으로서 매년 봄가을이면 나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해의 풍년과 태평함을 기원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금성산에는 5개의 사당이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현재는 없어졌지만 산 정상에는 상실사(上室祠), 중턱에는 중실사(中室祠), 산기슭에는 하실
사(下室祠)와 국제사(國際祠)가 있었으며 성안에도 이조당(爾朝堂)이 있어 금성산이 신령스러웠음
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금성산의 산신은 '금성대왕(錦城大王)'이라 불리는데, 현재에도 이 신을 모시는 무당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기도 터로도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완사천 (샘 우측에는 지하 135m에서 취수 정수한 음용수가 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미처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시민들이 다니는 산책로를 따라 간단한 산행을 하기로 작정하였다.
산행 들머리인 한수제를 찾기 전 시청 인근 13번 국도 변에 위치한 완사천으로 가니 한 분이 삼
발이에서 사진기를 해체하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왕건 장군에게 물을 건네는 오씨 처녀 - 동신대학교 김왕현 교수 작품

 

고려 태종 왕건이 고려를 개국하기 전인 903∼914년 약 10년 동안 태봉국 궁예의 장군으로 이곳
에 와서 후백제 견훤과 싸웠다.
수군장군으로 목포(지금의 나주역 뒤편)에 배를 정박시키고 물가 위를 바라보니 오색의 구름이
서려있어 가보니 샘가에서 아리따운 아가씨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물 한 그릇을 청했고 바가지에 물을 떠 버들잎을 띄어 건네주는 처녀의 총명함과 미모에 끌려 아
내로 맞이하였으니 이 분이 곧 장화왕후 오씨 부인으로 아들 무는 제2대 왕 혜종이 되었다.
후에 이 일대를 흥룡동이라 하였고 샘을 빨래 샘 즉 완사천(浣紗泉)이라 불렀으며 기념물 제93호
로 지정하였다.

 

 

                                                   축대위로 길이 나있다.

 

"영산강에 자연적으로 유채밭이 만들어졌는데 사진촬영지로 기가 막히니 안내하여 주겠다"며 명
함을 내미는 그 분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임춘근 님으로 나를 퍽 당황하
게 만들었다.
"저는 사진에 문외한이고 그저 금성산을 찾기 전에 들린 것뿐입니다" 정중하게 사의를 표하자
"그러면 한수제까지 안내해 주겠다"며 앞섰고 내 차가 신호에 걸려 대기중 이미 진행해버린 그
분은 길 건너편에서 기다려주었고 산행들머리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에 안내한 후 안전하게 주차
를 하고 내려가 감사의 인사를 하자 도라지 즙을 건네주면서 "함평 나비 축제장으로 간다"며 떠
나갔다.

 

 

                                                  금성산 등산로 안내도
 
10 : 26 스텐 안내표지지가 박힌 축대위로 올라 몇 걸음만 옮기면 금성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낙타봉을 지나 금성산 사면을 따라 오두재∼떡재∼월정봉∼한수제로 돌아오면 근사한 산행이 될
것 같아 잘 정비된 길을 오른다.
길옆으로 무덤들이 자주 보이지만 솔밭 사잇길은 머릿속을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운동시설 등이 있는 쉼터

 

10 : 37 운동시설이 마련되었고 쉼터인 사각으로 된 정자도 있다.
들머리 축대에 '2006가족등반대회 00유치원'이라 쓴 종이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머니 손을
잡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가고 있다.
잠시 후 좌측으로 난 샛길에 '희망의 문'이란 팻말이 걸렸고 건강등산로 표지가 있다.
산책길인 모양이다.

 

 

                                          지형도에 금성산으로 표기된 봉의 삼각점
 
10 : 48 '나주918 1984재설' 글자가 뚜렷하지 못한 삼각점이 박힌 244.9봉.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나주지형도에는 금성산이라 표기되었다.
전망대가 코앞이고 금성산도 한결 가까이 바라보인다.

 

 

                                           244.9봉에서 본 장원봉 전망대와 금성산

 

10 : 52∼11 : 09 '금영정' 현판이 붙은 전망대 초석에 1998년 준공했다고 적혔으며 밤에 시내에서
보면 불빛이 퍽 아름다운 곳이다.
노부부를 만나 "금성산 주변을 빙 돌아 10여개의 저수지가 조성될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고 무엇
보다 적송 밑에서 30분만 앉아 있으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자랑에 얼른 일어서질 못했다.

 

 

                                             전망대에서 본 나주 시가지와 영산강

 

 

                                                    낙타봉 직전 갈림길

 

11 : 19 정자와 벤치 등이 있는 사거리에 이르기 전에도 좌측으로 길이 있었는데 유치원 원아들
과 동행한 여인들은 이 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약 100m가량 올라 나오는 도로를 거스르자 음수대와 또 다른 정자가 세워졌다.

 

 

                                              낙타봉에서 부대로 이어지는 도로

 

지형도에는 전망대가 있는 곳을 낙타봉이라 표기하고 있으나 안내도에는 이곳이 낙타봉으로 밋밋
하고 펑퍼짐한 광장이다.
부대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다 우측 능선에 대오리골재 표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보니 능선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없어 그냥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 오른다.

 

11 : 43 닫혀있는 철조망 문 안쪽의 초병이 "길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한다.
초병을 붙잡고 실갱이를 해봤자 소득이 없음을 아는지라 미련 없이 돌아서긴 했으나 다보사쪽으
로 순순히 후퇴(?)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이 표지를 보고 산길로 들어갔다.

 

 

                                                      엉망이 된 무덤

 

대오리골재 표지가 있는 능선에서 희미한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섰다.
아직도 숨어있는 지뢰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들고 금새 어우러진 잡목과 가
시가 길을 막아 헤치며 진행하는데 멧돼지 흔적들이 가슴 졸이게 만든다.
산죽밭도 지나고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무덤을 거슬러 쫒기듯 서둘러 걸었다.

 

 

                                                        금성산을 넘어서

 

12 : 09 넓은 길로 내려섰다.
뒤늦게 알게되었지만 이 길이 금성산을 빙 도는 임도로 우측 낙타봉쪽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오두재에서 월정봉을 지나 한수제로 내려서고 싶은 과욕에 무의미하고 한심스런 산행이
시작되고 만 것이다.
마라톤 연습을 하는지 한 청년이 앞질러 뛰어 간다.

 

 

                                               풍년기원제단. 북쪽에서 본 금성산

 

12 : 35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길을 무작정 걷다 우측 낮은 봉우리로 샛길이 보여 잠시 가보니 '풍
년기원제단'이 설치되었다.
발길을 되돌려 해주최씨세장산 묘역을 무찌르고 크게 휘어 도는 모퉁이에 이르자 시퍼런 물이 담
긴 저수지가 나오면서 임도는 금성산을 마주보며 깊은 골짜기로 이어지고 있다.
12 : 58 금안1제인 이 저수지 위 삼거리에 닿아 굽이굽이 돌아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걷는다.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 가운데 흰 줄

 

 

                                                           울음재

 

13 : 30∼39 울음재 그늘막 위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 매봉, 옥산을 지나고 영산기맥을 거쳐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한 숨 돌린다.
그리고 또 하염없이 걷는다.

 

                                                 동막으로 가는 길 - 아래

 

 

                                                        오두재 표지석

 

 

                                                 금성산을 향해 다시 올랐다

 

13 : 50∼59 오두재.
도로를 따라 한수제로 내려갈까 아니면 우측 능선을 타고 월정봉으로 가볼까 망설이다가 이도 저
도 아닌 금성산 정상을 향해 좌측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지쳐버린 가운데 표고차 200여m를 오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쉬엄쉬엄 오른다.

 

 

                                                    철조망이 길을 막아선다.

 

14 : 16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철망으로 막혀버렸다.
지뢰경고문이 더러 나오는 철조망을 따르다 갈림길에 이르러 골짜기로 빠지는 직진 길을 버리고
우측 지능선 길로 들어섰다.
두 가닥으로 늘여진 군용 전화선에 자칫 목이나 발에 걸릴새라 신경 쓰며 가는데 중장비 소리가
차츰 차츰 가깝게 들려온다.  

 

 

                                                 옹색한 바위 위에서 본 다보사     

 

 

                                                          장원봉 능선

 

14 : 38 길이 좌측으로 꺾어진다.
옹색한 바위에 조심스럽게 올라보니 좌측 골짜기 쪽으로 다보사가 마주 보이는 쪽으로는 전망대
능선이 지척이다.
굵은 밧줄이 늘여진 길은 경사가 어찌나 심한지 아직 허리가 온전치 못한 나로써는 꼿꼿이 서서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고약한 곳에서는 줄을 붙잡고도 앉은걸음을 해야할 정도다.

 

 

                                            겹벗꽃나무와 다보사로 이어지는 연등

 

14 : 53 중장비가 작업을 하고 있는 도로에 내려서자 긴장이 풀리고 '다보사300m'라 적은 표석이
쌓아놓은 흙더미 한쪽에 서 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산행 아닌 산행은 한수제까지 이어진다.
길 좌측으로는 겹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우측으로는 연등이 줄지어 걸렸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 오신날이 며칠 남지 않은 모양이다.

 

 

                                                        한수제 제방에서
15 : 03 한수제 제방으로 돌아 왔다.
물 속에 잠긴 금성산과 땅위에 솟은 금성산을 한꺼번에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과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 임도를 따르는 산행은 꿈속에서라도 하기 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