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끝 날에..   [황금산-서산]



2011. 5. 28 [토]

해오름 37명



(P)  -사거리안부  -북쪽해안끝지점  -72.1m봉  -코끼리바위(몽돌해변)  -황금산 정상  -(P) [3시간]

 

 



 
 
 
 

 

 

           [1]

   아침햇살의 싱그러움이 옷깃을 통하여 가슴을 파고든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5월의

해풍이 산정을 감싸 안으며 어느 결에 우리에게 다가온다. 코끝에 스며드는 맛이

상쾌하다. 참으로 미더운 바람이며 사랑의 향기로 가득 찬 훈풍의 바람이었다.

 



 

 
 
 
 

 
 
 
 

 

 

이 날의 기온이 무려 29도. 초여름의 날씨가 완연하게 생성된 봄날을 무색케 한다.

        그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신록은 금방이라도 여름의 힘을 빌어 봄의 색감을 연둣빛으로

 둔갑시킬 태세다. 각기 봄날 속을 지내고 있는 숲과 산목들에게도 변화되는 시간이

     뜻밖에도 이르게 다가오니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나 곧 자연의 절기에 몸을 맡기는 듯

초연해진다.  

 



 

 
 
 
 

 
 
 
 

 

 

조용한 오솔길을 걷는다. 해송과 신록에서 내뿜는 향기가 빛과 어우러져 황금산정의

  주를 이루고 있다. 신선하고 달콤한 그 향내가 산중에 퍼져나가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마음의 창을 활짝 열게 한다. 자연이 주는 혜택에 무한한 소중함을 느낀다.

 



 

 
 
 
 

 
 
 
 

 
 
 
 

 
 
 
 

 
 
 
 

 

      산 길섶에 유연하게 서 있는 해송과 참나무에서 완강한 봄의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신록으로 무장한 푸른 레전드의 기운찬 모습을 보는 듯하다. 덩달아 정열적으로

쏘아대는 빛의 무리도 그 속에 안착하여 화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숲속 깊숙이 들어차 길 따라 펼쳐지는 소박한 신록의 기운에 마음속 깊이의 유적한

   숲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조용하게 드리워지는 그 풍경에 묘한 야릇함에 빠진다.

        이때 갑자기 해안가와 마주한 능선에서 들려오는 푸른 갯내음과 맑은 선율의 파도소리,

그리고 5월의 해풍소리가 돌확의 석간수처럼, 처마 끝 풍경소리처럼, 더없이 맑고

차갑게 귓전을 울리며 온 몸에 전달되어온다. 5월 끝을 보내는 황금산정의

울림이었다.

 



 

 
 
 
 

 
 
 
 

 
 
 
 

         

          [2]

 

깊고 깊게 흐르는 너울의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한여름 같은 빛 감과 은색 빛 안개,

 청유한 물색이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바다의 풍경은 시대몰속에 갇힌 눈과 마음을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삶의 욕구에 모태가 되는 순간을 나타내는

듯하다. 또 꿈을 싣고 수평선 너머로 아득히 사라지는 객선의 아스라함이 적요하게

동요되게끔 만드는 것이다.



       「 어머, 해안가의 풍경이 연둣빛 나뭇잎사이로 아련하게 비쳐지네요.」

    「 저기 좀 봐요, 안개가 드리운 풍경이 사뭇 그립게, 바다위로 흐르는

안개사이로 조각배처럼 작은 배가 떠다니네요. 」

「 아, 아,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 , , ,  한여름의 풍경화 같네요.」


     일행 중 두 분의 여성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바다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두, 한동안 서서 바라보고만 있다. 골똘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해안가 능선 안부로 내딛으며 숲길로 접어들자 아름답게 비춰지는 5월 끝의 색감의

          농도가 한없이 짙어진다. 무르익을 대로 달구어진 빛의 무게는 연둣빛에서 녹황색으로

          변색시키어 숲속의 온기를 보드랍고 화사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때 명랑한 얼굴을 하며

소일을 보내고 있던 냉기가 온기를 몰고 어디론가 손살 같이 날아가더니 어느새

          중화시켜 벼랑사이로 한줄기 바람이 되어 맑은 향내를 몰고 온다. 그것은 5월의 풋내음

같은 청량한 풍랑이 빚어내는 속살과도 같은 것이다.

 

 



 

 

       능선안부에서 신록의 맛을 맛있게 느끼며 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아 심신을

          달래본다. 흐르는 땀방울을 거두며 어느덧 연둣빛으로 번진 신록의 뒤태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봄의 淳和를 생각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 속에서 변화와 성장은

또 다른 자연을 꿈꾸는 것이다. 또 시간속의 또 다른 자연의 일탈은 그 공간을

낭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소소히 불어대는 바람에 잎새가 하늘거리면서 발산하는 향긋한 향기가 콧속을

       자극시킨다. 그 향기는 비록 소박하다 할지라도 분명 때 묻지 않은 산처녀의 순박한

 마음결인 듯하다.  떡갈잎이 부스스 떨며 바람 한 자락이 몸을 휘감더니 조용히

    숲속으로 빠져나간다. 순수하다 못해 情熟함까지 느껴지는... 내 마음에 고요함이

인다. 

 



 

 
 
 
 

 

           [3]

 

     오랜만에 보는 파도의 일렁임과 네모난 몽돌의 만남이 반가워 그 위에 서서 한동안

              대양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창창히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이 바다위로 솟구치면서 내안의

       숨겨져 있는 수많은 감성을 자극한다. 하늘과 바다사이를 떠다니며 조용하게 세월을

이고 있는 섬들의 모습에 신선한 기운이 돋는 듯 하다. 또한 파도의 너울거림이

고풍스런 춤사위를 펼치는 듯 마음 한구석에 나도 모르는 감미로운 설렘이

일러온다.

 



 

 
 
 
 

 
 
 
 

 

 
 
 

        세월이 빚어낸 기암들의 웅장함이 이 산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滄浪과 어우러져 선율처럼

    흐르는 북동쪽 해안은 거칠 것 없는 우아함이 매력이며, 산줄기와 인접해있는 깎아지른

       절벽과 웅장한 기암들로 이루어진 남서쪽 해안은 당당한 자연의 기백으로 무장한 듯하다.

   또 전망대 절벽 아래에 위치한 아찔한 모습의 기암괴석들의 자태가 5월 끝의 황금빛을

받아 기세등등하게 해면위로 가라앉는다. 그들을 위해 준비한 자연의 큰 자애로움을

알 수 있다.


 


 

 

 

 끝도 없이 해무 속에 파묻혀 있는 수평선이 금빛방울을 튕기며 서서히 앞을 내민다.

  그 속을 항해하는 아스라한 객선이 이 바다를 영유하고 있는 듯하다. 바다는 그 배의

   길을 안내하며 지나온 흔적을 지워놓지 않는다. 항상 길을 열어두며 온전하게 보듬는

것이다. 바다의 원숙함이다. 자연은 자연에 순응하며 절대 자연을 파격해서는 아니

되는 게 자연인 것이다.

 

 

 

 

 
 
 
 

 
 
 
 

 
 
 
 

 
 
 
 

 
 
 
 

 

 

      빛 속에 감추어진 발을 유유히 담그고 우직하게 불쑥 솟은 기암 두 개가 해안 쪽의

    코끼리바위와 작은 바위를 감싸고 있다. 낭만적 숨결이 돋는 자연의 걸작품이다.

         그 뒤로 빨갛게 달구어진 황금형상의 코끼리바위가 펼쳐놓은 풍경은 작은 해안가의

큰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옅은 해무와 구름은 산정 속을 오가며 연실 주변으로

   몰려들지만 그 형상이 빚어내는 비경 앞에서는 푸른 바닷물로 변한다. 신비롭고

       오묘한 전설적 기암이다. 한낮의 푸르고 밝은 빛을 머리에 이고 사방으로 돌아보며

그 경이함에 감탄한다.        


   「 저기 코끼리 형상의 바위 좀 보세요.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예술작품이네요.」

「 황금빛깔의 황금 코끼리 같네요. 정말, 자연이 주는 비경은 무궁무진합니다.

여기 오는 산객들은 트레킹도 좋지만 저 코끼리 바위를 보러 오신다지요.

이 산의 백미래요.」

      「 멀리 서해를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는 듯한 코끼리 한 마리가 망부석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래요.」


한동안 머물면서 자연의 숨결과 풍광을 가슴속에 담으며, 해안 절벽을 타고 몽돌 밭으로

섬섬히 이어지는 아름다운 슬로 길을 바라보며, 그 비취의 여운을 고이 접는다.

 



 

 
 
 
 

 

 

   시간이 점점 흐른 후, 한여름처럼 비추는 햇덩어리의 농축된 양기가 갯바람을 틈타

빠르게 산정 속으로 파고든다. 심화된 숲속에서는 빛의 센서에 노출이라 된 듯이

          상계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벽 구석구석을 돌며 넘어오는 해풍의 신선함이 그 속에

         자리 잡고 손과 손을 맞잡을 태세이다. 이윽고 빛과 바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몸으로

종속되어 이 공간속을 주연하기에 이른다. 수림들은 서둘러 보좌하기 시작한다. 

 

 



 
 
 
 

 
 
 
 

 

 

    정상을 둘러 활기차게 운기가 머물러있는 숲속에 다다르며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산정을 에워쌌던 설 맑은 공기가 서서히 사라지며, 5월 끝 맑은 풍경소리와 함께 역광을

 받아 더욱더 빛나는 신록이 금빛 중절모를 중후하게 두른 채 오롯이 좌정하고 있으니

시간은 더디 흐르는 것 같다. 되돌아본다.


     

                            ◈ ◈ ◈


    다소 무더운 초여름 날씨였지만, 요즈음 각광 받고 있는 황금산정에 기대어온 그 시간은

       참 알찬 시간이었다. 초여름 산정치곤 아기자기함과 맑은 기운이 올곧이 스며있는 곳이다.

        산의 크기와 깊이, 해안가의 규모로 보아서는 높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황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비경과 자연의 걸작품으로 잔재된 해안가의 기암괴석의 풍경, 해무 속에

      아스라이 드러나는 명료한 대양의 자리, 또 특별한 해안 둘레길이 약2km이상 펼쳐져 있는

곳이라 아무래도 그 이유가 커서 일 것이다.  

 


 

 5월의 봄이 끝나가는 시각. 부담 없이 그 산정에 자취를 남기었던 그날은 낭랑한

시간이었음을 재삼 얘기하고 싶다. 회원들 간의 소통을 잘 이끌어주신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2011.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