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보려고 밤잠을 줄여가며 주저없이 그대에게 가는 길 위에 섰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되기 위해 2011새해벽두 그대에게 갑니다.




흔적 : 재두산장-쌍홍문-제석봉(해돋이촬영)-상사바위-좌선대-제석봉-쌍홍문-재두산장





어둔 새벽하늘의 총명한 별들이 내 눈에 들어옵니다
그대 누이의 눈썹을 닮은 달조각이 별아래 가만히 누워있었습니다

띄엄띄엄 간격을 적당히 벌려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별들의 모습과 달리 이 땅의 군상들은 재두산장식당에서
시작되는 금산을 향한 오름길을 빼곡히 메우며 오르고 있었습니다. 추위에 대비하려 땀을 흘리지 않으려는 작전
을 앞세워 굼벵이 처럼 기다시피 오르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땀받이  손수건조차 하지 않은 이마에서 얼굴 계곡
을 타고 흘러내리던 땀이 급기야 눈 속으로 바로 다이빙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헐!!! 모자 벗습니다.

10년을 넘게 사용한 자작 손뜨게 앙고라 털실모자를 벗으며 어째 잃어 버릴  것 같아 조심히 등짐 사이에 밀어 넣
었는데도 불구 결과는 행불이 되어 어디에선가 나를 찾아 헤맬 것도 같지만 어쩌면 다른 주인을 만나 잘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 첫 번 째 분실 사건입니다. ㅎㅎ 가볍고 제일 따뜻했는데...





제석봉에서 일출을 만나기로 하고 둥지를 틀기 전 보리암을 배경으로 한 여명을 담으며 기다림의 시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건너다보는 일월봉과 장군봉 아래 형리암이 예불 드리는 스님인 듯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으로 들어옵니다





제석봉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자리를 잡았습니다만 벼랑 끝이라 자리가 너무 협소해
좁은 바위 잔등에 올라서기를 포기하고 내려섰습니다
먼저 선점한 그들의 종아리 부근으로 젖어드는 여명의 붉디붉은 빛에 내 마음 먼저 물듭니다





보리암의 흔적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냅니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바다를 향해 빼곡히 들어선 해맞이객들이 어렴풋이 들어섭니다





천길벼랑 끝 상사바위에서 슬그머니 미끄러져 내려서면
바다를 가만히 끌어안은 상주해수욕장이 여명을 털고 서서히 잠에서 깨어납니다





벼랑을 포기한 내가 선택한 포토존은 해송이 둥지를 튼 곳입니다만 무겁게 지고 올라간 삼각대를 세울 만한 공간의
확보가 어려워 손각대로 담으니 당연 흔들림이 있지요. 그러나 훌륭한 해돋이를 볼 수 있으리라는 예감에 가슴 뜨
겁습니다.  한참의 추위와 기다림 다음 차례로 공평하게도 붉은 기운이 내게도 다가옵니다





엎드린 작은 섬들이 따사로운 햇살에 기지개를 켜며 선하품을 입에 베어무는 순간
검은구름을 들어올리는 잉걸불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맨손으로 카메라를 만지는 손가락이 손시려 죽겠다 엄살을 떨어 주머니 속 핫팩으로 달랩니다





사람의 눈은 12스탑 정도인데 반해 보통 디지털카메라는 2스탑 성능이 아주좋은 HDR도 6스탑 정도라니
현장에서 체험한 일출의 장관이 과연 몇 퍼센트나 전달될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고작 이정도의 답안지라니!
아직은 카메라의 눈에 대해 불만입니다. 다만 창조주의 솜씨에 다시 한 번 감복할 따름입니다





누군가 등뒤에서 오메가! 오메가!
안타까운 바람은 해무에 잔잔히 묻히고
역시 바다에서 태어나는 태양빛의 강렬함에 탄성이 먼데 바닷물을 적시며 저벅저벅 걸어옵니다





떠오르는 희망을 향해 그녀는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곱게 모은 두손이 참 아름답습니다





붉은 기운으로 힘차게 오르던 불덩이가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도 잠시
다음 셔터질을 하는 순간에 빛은 광속으로 달아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바랜 빛이라도 고마워 그림 줏으러 다른 곳으로 가야지요





추위에 맞서 일출을 기다리던 시간이 꿈결인 듯합니다





제석봉을 물러나며 보리암을 한 번 더 훔쳐봅니다
그리곤 상사바위를 향해 갑니다





금산산장에서 본 제석봉입니다 좀 전 제가 해돋이를 맞던 장소를 올려다봅니다





제석봉 아래 바다는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며 꿈꾸는 듯 새해 희망을 노래합니다





좌선대입니다





저두암쪽인듯한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표현이 오답 처리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암들이 저마다의 모양을 뽐내는 듯합니다





상사바위에서 보는 정상과 보리암 풍경입니다





상사바위에서









612봉쪽입니다





역광의 실루엣으로 남은 상사바위입니다





상사바위와 좌선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상사바위에서 되돌아 나와 다시 제석봉으로 올라갔습니다
보리암 위로 형리암과 대장봉, 그리고 일월봉이 줄을 섰습니다





형리암과 대장봉을 당겨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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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에서 바라 본 일월봉입니다





제석봉에서 바다를 향합니다





상사바위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쌍홍문으로 갑니다





올라 설 때 어두워서 담지 못했던 쌍홍문을 바라봅니다





여인의 눈동자 너머로 들어오는 장군암입니다





또 다른 시선 속에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작은 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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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암에 푸른 송악이 갑옷처럼 입혀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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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에서 보는 또 다른 감동입니다





송악은 사철 푸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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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이 피운 담배연기가 허공에서 춤을 춥니다





ㅎㅎ 이번엔 더욱 진하게 뱉아내는군요
도너츠를 만들면서





쌍홍문 한쌍의 무지개라고도 한답니다
무지개와 해골의 눈이라  너무 상이한 답이라 쉬이 적응이 안되네요





사선대입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는 금산입니다

9시 40분 이제 금산을 버리고 거제도로 갑니다
쐐주나 한 잔씩 찌끄릴까 한답니다
새해부터...... 주유를 해야 또 팍팍 달리지요 





주유급유파들을 남겨두고 뭔지 파란 싹들이 질펀한 둔덕으로 향합니다
 초야대교가 있고 바다 건너 저편에 사천 화력발전소 굴뚝 연기가 솟아오릅니다





나무계단을 내려섰다 돌아들면 낮은 둔덕을 뒤덮은 식물들이 제법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길래 궁금했는데
이른봄에 꽃을 피워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할 갓을 파종해 놓았나 봅니다
유채 보다 갓은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유채보다 발아율이 높다 하네요





푸른물결과 노오란 갓꽃의 조화가  벌써부터 상상속으로 달려가는  마음을 들뜨게 하네요





넓디넓은 갓밭에 서면 초야대교가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있습니다





바다에 유람선도 지나가고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초야다리 제법 근사한 그림입니다





되돌아가니 생선의 멱살을 잡아 난도질을 한 횟감이 접시에 담겨있고
빨간 초고추장이랑 쐐주가 기다리고 있네요 몇 입 입맛 다시다 도망입니다

다시 찾아 걸음한 김에 계속 샷질입니다





그 갓밭 둔덕을 놀이터 삼아 줄지어 선 나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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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아치 아래엔 여울이 제법 세차길래 첨엔 노량진 울돌목인가 착각하였지요





풍경화 그리며 노는 재미가 싱싱한 횟감보다 더 맛있습니다





갓밭을 따라 반대편으로 내려서니 저 너머에도 빨간 아치형 다리가 보이고 하얀등대
빨간등대가 보이는 마을이 들어옵니다





늑도라는 섬 뒤로 범상치 않은 산의 모습도 들어옵니다





산그리메에 취하듯 바다에 서면 무한 대의 서정이 펼쳐집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고
느닷없이
바다에게도 고백을 해버립니다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볼록 스텐볼에 하나의 점으로 남은 나에게 더 낮아지고 겸손하자 귀띔합니다





사천으로 갔습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너에게 필요한 내가 되고 싶다
우리편에게 필요한
남의 편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른 바다의 품을 닮은 사람이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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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에서
갯내 폴폴나는 잡어를 이름도 다 모르는 잡어를 만원어치나 샀습니다
며칠간의 행복을 위해서지요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많습니다
그러나 살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2010이었던 어제를 살 수 없습니다





갈매기의 비상에서 조나단 리빙스턴시걸의 갈매기의 꿈을 따라 나도 납니다
시간을 등에 업고 날아갑니다

시작입니다
희망을 가슴에 담고
기쁨의 나라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나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좀 더 따뜻한 배려를 안겨주고

받은 것은 잊어 버리고  더 많이 받으려고만 하지말고
준 것을 잊어 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고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아지는, 낮아지는 나를 보며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준 것을 잊어 버리고, 오직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는 사람되게하소서
바다 닮게 하소서
산 닮게 하소서
나무 닮게 하소서.

신묘년 첫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