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기승을 부리다가 잠시 그 사나운 기세를 멈춘 1월 24일(일요일), 5시 40분에 집을 나와서 6시 30분경 서울역 8번 출구 앞에 도착하여 10분쯤 기다리니 일산하나산악회의 관광버스가 도착한다. 관광버스는 산행객들을 더 태우기 위해 잠실역에서 한 번 더 정차하여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이천휴게소와 강승월휴게소에서 잠시 쉰 후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미끄러운 눈길을 구불구불 올라서 11시경 해발 1268 미터의 두문동재(싸리재)에 도착한다.

쌍스틱을 펴 짚고 아이젠과 스패츠, 비니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서 11시 13분에 산행을 시작하는데 눈길의 완만한 임도를 걷게 되지만 산행을 출발한 직후이고 고지대라서 그런지 숨이 차 올라온다.

눈으로 덮인 임도를 10분쯤 걸으니 금대봉이 완만한 둔덕처럼 올려다보이는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의 임도를 버리고 커다란 산행안내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오른쪽의 산길로 접어들면 등로 외에는 출입할 수 없게끔 좌우에 로프가 쳐진 능선길을 500 미터 올라서 산불감시초소와 작은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1418.1 미터의 금대봉 정상에 이른다.

금대봉 정상에 서서 잠시 조망을 해 보니 높고 먼 산은 구름과 안개에 가려서 희미하고 가깝고 낮은 산은 뚜렷이 보일 정도의 조망이고 정상 주변의 나무들은 얇은 서리옷을 입고 추위에 떨고 있다. 날씨가 수일 전에 비해 많이 따뜻해졌지만 고지대의 한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발목까지 오는 깊이의 눈을 밟으며 금대봉을 내려선다.


 


해발 1268 미터의 두문동재.


 


두문동재의 금대봉 들머리.


 


눈길의 임도.


 


임도와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바라본 금대봉.


 


등로가 시작되는 곳.


 


금대봉으로 오르는 길.


 


금대봉 정상의 전경.


 


금대봉 정상의 얇은 상고대.


 


금대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1418.1 미터.


 

금대봉에서 몇 개의 완만한 봉우리를 50분 가까이 오르내려서 비단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보이는 내리막의 능선길의, 의자 역할을 하는 돌이 대여섯 개 놓여 있는 쉼터에 이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동행한 산악회의 일행인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여기서 이십여 분간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7분쯤 내려서니 커다란 물푸레나무 앞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바닥에 의자 같은 돌이 여러 개 놓여 있는 안부인 쑤아밭령에 닿는다. 쑤아밭령의 남쪽 아래는 태백시 화전동인데 예전에 화전동 일대가 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화전동의 ‘화전’은 ‘火田’이 아니라 ‘禾田’으로 ‘쑤아밭’이란 ‘쌀밭’을 뜻한다고 한다. 쑤아밭령에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오늘의 대간길에서는 희귀한, 짧은 조릿대숲길을 지나면 길은 서서히 가파라지고 오늘의 산행에서는 유일한 짧은 바위지대를 올라서 해발 1281 미터의 비단봉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비단봉 전망대에 이른다. 여기서 잠시만 더 올라야 비단봉의 실제 정상이 나오지만 태백산으로부터 함백산, 은대봉, 금대봉에 이르는 백두대간길이 시야에 장쾌하게 펼쳐지는 이 전망대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곳에 정상표지석과 커다란 전망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나보다. 비단봉에서 조망에 취해 머무르다가 짧은 바위지대를 올라 잠시 나아가면 실제의 비단봉 정상에 닿고 여기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고랭지채소재배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커다란 매봉산 표지석과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는 봉우리가 시야에 다가온다.


 


얇은 상고대가 피어 있는 눈길.


 


순백의 눈길.


 


눈앞의 비단봉을 향해 가는 길.


 


쑤아밭령 - 삼수령까지 4.9 킬로미터.


 


오늘의 구간에서 희귀한 짧은 조릿대숲길.


 


비단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은대봉과 두문동재, 금대봉.


 


비단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덕산과 창죽골.

 

비단봉 전망대의 비단봉 정상표지석 - 해발 1281 미터.
     

비단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백산과 함백산, 중함백.

 

실제의 비단봉 정상부분.


 

넓은 고랭지채소재배단지를 가로질러 내려갔다가 풍력발전단지 쪽으로 오르면 눈사태 피해 방지용 목책이 군데군데 설치돼 있는 길을 오르게 되는데 바람을 막을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구릉에 서니 배낭의 오른쪽 멜빵 손잡이가 자꾸 마스크를 쓴 볼을 때릴 정도로 세차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 닥친다. 고랭지채소재배단지를 지나서 커다란 매봉산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의 바로 밑에 있는 짧은 나무 숲길을 통과하게 되는데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있는 나무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의 위력에 버틸 힘을 잃고 나뭇가지들이 한 쪽으로 몰려 있다. 짧은 나무 숲길을 오르니 커다란 매봉산 표지석과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웬만한 바람에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풍량이 많고 풍속이 높은 차가운 겨울바람의 위세에 휘둘려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비단봉을 내려와 고랭지채소재배단지를 거쳐 풍력발전단지로 가는 길.


 


고랭지채소재배단지 1.


 


고랭지채소재배단지 2.


 


눈사태 피해 방지용 목책 뒤로 보이는 함백산.


 


고랭지채소재배단지 위에서 바라본 조망.


 


강풍에 휜 나무들.


 


매봉산 표지석과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는 봉우리.


 


백두대간의 매봉산 표지석.


 

커다란 매봉산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작은 철탑이 꼭대기에 바라보이는 매봉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네덜란드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국적인 풍경의 풍차 옆을 지나서 장난감 같은 바람개비들이 꼭대기에 있는 조형물들이 늘어서 있는 바람의 언덕을 지나게 되고 여러 개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옆도 지나서 나무계단을 오르니 역시 여러 개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옆을 지나게 되고 매봉산 정상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매봉산으로 가는 길 1.


 


풍차.


 


매봉산으로 가는 길 2.


 


매봉산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조망.


 


풍력발전단지와 매봉산.


 


바람의 언덕.


 


나무계단.


 


뒤돌아본 풍력발전단지 1.


 


매봉산으로 가는 길 3.


 


뒤돌아본 풍력발전단지 2.


 

매봉산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부터 십여 분간 임도와 나무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삼수령과 매봉산 갈림길을 지나서 50 미터쯤 직진하여 두터운 눈길을 올라 산불감시카메라와 삼각점,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1303.1 미터의 매봉산(천의봉) 정상에 이른다.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철탑 뒤로는 목제 데크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광경은 태백산보다 왼쪽에 있는 이름 모를 산들로부터 태백산에서 비단봉, 대덕산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산행중 가장 드넓고 장쾌한 조망을 보여주고 있다.

매봉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백두대간을 위시한 장쾌한 능선이 펼쳐져 있는 웅혼한 산군을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삼수령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나무 숲길을 지나 고랭지채소재배단지를 거쳐서 임도를 내려가게 된다.


 


매봉산 정상 직전의 삼수령 갈림길.


 


매봉산(천의봉) 정상의 전경.


 


매봉산(천의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1303.1 미터.


 


매봉산(천의봉)의 정상표지석의 후면.


 


매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함백산.


 


매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은대봉과 두문동재, 금대봉.


 


매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단봉과 대덕산, 풍력발전단지.


 


매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대봉.


 


매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쑤아밭령과 비단봉, 대덕산.


 


고랭지채소재배단지를 거쳐서 내려가는 길.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


 

임도를 내려서면 목책이 설치돼 있는 능선길을 오르게 되는데 목책을 왼쪽에 끼고 5분쯤 능선길을 오르내리다가 나무숲의 눈길을 몇 분쯤 내려서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갈림길에 큰 방향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왼쪽의 백두대간길로 다시 몇 분쯤 내려서면 무덤 2기가 흰 눈을 덮어 쓰고 있는 곳에 임도와 능선의 갈림길이 나 있다. 여기서 철책을 낀 오른쪽의 능선길로 접어들면 왼쪽 밑에 나 있는 임도를 내려다보며 등로를 8분쯤 내려서서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임도와 맞닿은 곳의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삼수령까지 500 미터가 남았다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포장된 임도를 따라 200 미터를 2분쯤 내려서면 임도의 오른쪽에 산길이 나 있고 이 갈림길의 방향표지판에는 삼수령까지 300 미터가 남았다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7분쯤 산길을 내려서면 삼수령 조형물이 내려다보이는 차도의 날머리에 닿게 된다. 여기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고 차도를 따라 내려가서 바로 나오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곧 커다란 삼수령(피재) 표지석이 나타나고 여기서 삼수정이라는 정자가 설치돼 있는 곳으로 잠시 오르면 삼수정의 왼쪽 옆에 이채로운 모습의 삼수령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그 뒤로는 건의령에 이르는 백두대간길이 잘 나 있다.

해발 935 미터의 삼수령(三水嶺)의 어원은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을 따라 서해로, 동쪽으로 흘러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는 분수령(分水嶺)이라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또 하나의 이름이 전해지는데 삼척지방 백성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기 때문에 ‘피해 오는 고개’라고 하여 피재라고도 불린다.

삼수령의 좁은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관광버스 뒤에서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간식을 먹고 차내에서 쉬다가 16시 50분경 출발한 버스는 동강휴게소와 여주휴게소에서 잠시 쉬다가 21시 30분경 서울역 앞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4시간 20분이 걸렸고 이 중에서 조망 및 휴식시간인 약 50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3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세찬 겨울바람에 노출된 능선길에서 앉아서 쉰 적은 이십여 분의 식사시간 외에는 없었고 그 외에는 서서 조망을 하며 머문, 조망을 위한 휴식시간이어서 8.9 킬로미터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무릎에 꽤 부담이 가는 산행이었다.

오늘의 산행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차갑고 세찬 겨울바람에 노출된 능선길을 시종일관 걷게 된 백두대간의 한 구간 종주였는데 고랭지채소재배단지와 풍력발전단지는 자신의 산행경험상 육안으로 처음 본 것이라서 그 감회가 특별히 깊었다.

이런 호젓한 눈길과 강풍 속에서 홀로 산행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전에 가끔 들르던 산악회를 이용하여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산행을 하게 됐는데 홀로 산행의 외롭지만 자유스러운 정취와는 또 다른 단체 산행의 맛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동계 할인 이벤트 산행이어서 2월말까지 15000원에 싸게 갈 수 있는 산행이라서 경제적인 이점도 큰 산행이었고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 속에 한겨울의 위험도가 높은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목책 옆의 능선길.


 


목책 옆의 능선길에서 뒤돌아본 풍력발전단지와 매봉산.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갈림길.


 


무덤 2기가 있는, 임도와 능선의 갈림길.


 


삼수령을 500 미터 앞두고 임도와 만나는 산길.


 


임도를 200 미터 걷다가 다시 임도의 오른쪽에 나타나는 산길.


 


삼수령 조형물이 바라보이고 차도와 만나는 날머리.


 


삼수령(피재)의 표지석 - 해발 935 미터.


 


뒤에 건의령으로 가는 백두대간길이 나 있는 삼수령(피재)의 조형물.


 


오늘의 산행로 - 강풍이 불어 닥치는 설릉(雪陵)의 8.9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