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새벽 1시

금강산 당일 산행 가는 날

가는 날 밤에 충청도 쪽엔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달과

초롱한 별이 반짝이더니

홍천 인제를 지나면서 강원도 쪽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내설악휴게소에 들러

황태국밥으로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신새벽 버스가 숨을 몰아쉬며 진부령을 넘어갈 때는

이번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내심 든다.

 

금강산화진포 휴게소에 도착하여

관광조장의 안내설명과 관광증을 받아 목에 걸고

반입금지 물품을 분리하여 버스에 보관하고

내려서 대기실에서 출경수속을 기다린다.

출경수속을 하고 두 대의 버스에 나뉘어 옮겨타고

남북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지나 북녘땅으로 들어선다.

위도의 차이라는 것 밖엔 딱히 별다른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인민군의 경직된 모습과 그들을 바라보는 편향된 내 의식 사이에서

다소 이질감을 느낀다.

전봇대, 마을, 민둥산, 등등..

어릴 적 유년시절의 모습이 불현듯 스친다.

 

북측으로 넘어가서까지도 날씨는 잔뜩 찌뿌두두

오전 9시쯤 되니 개기 시작하더니

조금 더 있으니 일만이천 봉우리 밖 여백에 코발트 물감을 풀어 놓은듯 쨍한 하늘이 눈에 시리다.

온정각에 도착하여 농협에서  환전을 하고, 매표소에서 점심식사 예약을 하고,

편의점에 들러 생수를 한 병 샀다.

간밤에 눈이 많이 와서 만물상코스는 중간까지 밖에 등산이 어렵다는 애초의 계획과 달리

현지에 도착하니 마침 제설작업이 끝나 천선대까지 산행 가능하다는 낭보를 듣는다.

 

코스선택으로 구룡연코스와 만물상코스로 나뉘어

버스에 옮겨 타고 만물상 산행길에 오른다.

제설작업이라는게 간간이 모래 몇 삽 떠다 흩뿌린 것 뿐

웽웽 헛바퀴 돌며 수십 구비 산길 올라갈 땐 긴장도 하였지만

관광조장의 입담과 차창밖 절경을 즐감하며 마음을 놓는다.

해발 약 660미터 중턱까지 버스가 올라 만물상 주차장에서 내렸다.

만물상 주차장에서 북측 현지 안내원으로부터 산행코스 설명을 들었다.

천선대 정상까지는 왕복 두 시간 코스이며, 원코스는 망양대 코스라는데 그쪽은 등산통제란다.

천선대(해발 약 1000정도?)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코스다.

계곡과 바위 봉우리, 돌계단과 급경사 철계단을 오르내리는 스릴 만점의 산행이었다.

주변 암봉의 경치을 눈에 시리도록 담아오며 오르내리면 두 시간도 잠깐

금강산 조망의 절정&극치다 ..

기가 막히다는 말뿐 다른 어떤 표현으로도 형언하지 못하겠다.

표현 자체가 사치다. 

 

오후 1시경 하산하여 금강산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맛 시식하였다.

한그릇에 12달러..

좀 비싸긴 하지만 북한 여성접대원으로부터 주문과 써빙을 받아본다는 것만도 기분 좋은 일이다.

음식 설명도 듣고..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수와 면빨맛이 살살 녹는다

남은 국물까지 싹 비우고 바쁘게 나와

매표소에서 삼일포 관광 티켓을 사서 2시에 출발하는 삼일포행 버스에 승차하였다.

 

삼일포는 온정리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데 북한 마을옆을 지나가게 되어 있다.

텅빈 시골 마을에 인민군만 간간히 보인다.

우체국과 초등학교와 중학교 건물 옆을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호수와 바다와 바위산의 절대조화..

옛날 어느 임금이 하루에 한 번씩 관동팔경을 유람하려고 하다

여기 와서는 사흘을 머물렀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에 걸맞지 않게(내 시각이지만) 바위 암봉마다 각종 구호, 찬양, 군가 등으로

새겨 놓은 모습에 씁쓸한 훗맛이 남는다.

삼일포가 훤히 보이는 단풍각에서는 흑돼지구이와 곶감 도토리묵, 막걸리 등을 팔고 있다.

막걸리 한병과 도토리묵을 사서 아내와 나눠 마셨다.

달짝지근하면서 시원한 느낌..

뭐라 그럴까 토종 보리질금 냄새와 맛.

트림도 안 나오는 원초적 맛 그대로

 

구름다리 건너 거대한 바위 위에 얹은 장군대에 올라

둥글둥글한 외모에 목도리를 두른

북한 안내원의 설명을 들었다.

이어 관광객의 노래 요청 성화에 북한 노래 한 가락을 뽑는다.

홍조 띤 얼굴에 옥구슬에 쟁반 굴러가는 듯한 노랫소리가 쟁쟁하다.

 

오후 3시 반경 온정리에 도착하여 면세점에 들렀다.

화려하진 않지만 다양하고 이색적인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아들 녀석은 친구 준다고 볼펜을 세 개 샀으나

다른 것들은 좀 비싼 듯하여 아이쇼핑으로 대신했다.

 

오후 3시 55분 금강산 온정리를 출발하여

출경/입경 수속을 밟고 금강산 화진포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경이었다.

 

19시 30분경 원주휴게소에 들러 어묵우동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21시 30분경 대전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집에 도착한 시간은 22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다.

 

왕복 약 900킬로의 대장정,,

보고 듣고 느낀 게 많았던  내 생애 첫 북녘산행이었다.

잊지 못할 눈 덮인 금강산 줄기의 파노라마의 추억은

산행을 계속하는 한 마음 속에 언제나 아름다움의 준거로 늘 자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