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곳 : 인제 매봉산(1271m)

1.16(월), 찬바람이 몰아치는 쾌청한 날씨

산행로 : 용대 자연휴양림 산막동 - 연화정 - 제2등산로 - 정상 -

         하산(제3등산로) - 산막동(층층나무 동/산막동 주차장)

소요시간 : 4시간 (여유 있는 산행시 5-6시간 소요)


 

- 금강산 구경

인제 매봉산으로 가면 설악산과 금강산을 동시에 볼 수 있단다.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북한 땅으로 가지도 않고 금강산을 볼 수 있다는데 무엇을

주저하리요.

지도 한 장 챙겨서 집을 나선다.


 

용대리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용대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간다.

매표소에서 올라가는 길은 눈길,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곳에는 얼어있다.

매표소 직원은 초행에 혼자 온 내가 걱정스러운 듯 출입자 명부를 내밀며

인적사항을 기록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되돌아 내려오라고 한다.

고맙다는 말과 그러겠노라고 답하면서 차를 몰아 휴양림 쪽으로 올라간다.


 

빙판길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산막동 아래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식당입구 공터에 주차,

12:20분, 산행채비를 하여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니

곧바로 휴양림 산막동이 나타난다.

산막동은 조용하다 못해 정적이 감돈다.

계곡은 얼어붙은 채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인적하나 없고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고요하다.


 

눈 쌓인 도로에 발자국들이 위로 이어진다.

산막동을 지나서 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니 정자 하나가

지붕에 하얀 눈을 덮어쓴 채 길 한쪽 터에 자리하고 있는데

현판에는 연화정이라고 쓰여 있다.

그곳을 지나 잠시, 발자국들은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표지기 하나가 나풀거린다.

메마르고 굳어진 눈길은 굳이 아이젠을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한다.

급한 경사가 이어진다. 금세 등짝이 후끈거린다.

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능선에 파란색 조릿대 잎이 더욱 싱그러워 보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발자국은 줄어있고 대신에 짐승의 발자국들이 보태진다.

작은 짐승, 큰 짐승, 사람과 어우러진 발자국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곰발자국으로 보이는 큰 발자국도 보인다.

사람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 고요한 산속에 바람소리만 귓가를 스친다.

산의 일부로 녹아드는 듯하다.


 

오른쪽 칠절봉으로 이어지는 주릉은 마치 북쪽을 병풍으로 둘러친 듯

유려한 선을 파란 하늘에 긋고 있다.

잠시 후, 그 능선 뒤로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향로봉 정상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그 뒤로는 범상치 않아 보이는 거뭇한 윤곽의 산세가

숲 사이로 시야에 들어온다. 금강산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행여 정상에 오르면 저 산이 구름에 덮이지나 않을까,

갑자기 가스가 차올라서 시정이 나빠지지나 않을까 조바심으로 가득 찬다.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을 걷던 그해 겨울에도 그렇게 날씨가 맑았건만

북녘 땅에 끼어있는 연무로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금강산이었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잠시 후 정상 부근의 헬기장,

햇빛에 반사되는 설원의 강렬한 빛에 눈이 아린다.

눈을 가늘게하여 조망을 하는데 북쪽으로는 능선의 봉우리로 인해 금강산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남으로 골골이 하얀색 물감을 칠해놓은 듯 명암도 선명하게 우뚝 솟아

봉우리들을 잇고 있는 설악은 일품이다.


 

14:40분 정상,

조그마한 녹색 바탕에 매봉산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사방으로 트여있는 조망에 압도당하고 만다.

북쪽의 금강산과 향로봉,

그로부터 비무장지대 쪽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따라 서쪽에 우뚝한 대암산,

남쪽에 위용도 당당한 설악과 멀리서 가물거리고 있는 방태산,

하늘인지 바다인지 분명치 않은 동해바다,

그들을 따라 시선을 돌리고 또 돌린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다.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금강산 줄기와 봉우리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절차 없이 쉬이 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상에서 홀로 그렇게 포만감을 느낀지 삼십여 분,

하산을 시작한다.

남쪽으로 급히 떨어지는 능선길에는 발자국 대신에 미끄럼자국만 선명하다.

선답자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간 모양이다.

걸어서 내려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급경사다.

지금은 메마르고 딱딱해진 눈길이라 미끄럼을 타기도 부담스러워

그저 조심하면서 내려간다. 굳이 아이젠을 하지 않고서.

급한 경사만큼이나 고도는 급히 떨어져서 금방 내려갈 것 같았는데

능선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떨어지는 고도를 멈춘다.

설악을 바라보면서 내려가는 하산 길은 그저 즐겁다.

오늘 코스를 제대로 탔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완만한 능선을 몇 번 오르내림을 하고 나니 또다시 급한 경사로

아래로 떨어진다.

잠시 후 주차해 놓은 곳이 바로 아래로 보인다.

16:20분, 아래로 내려서니 산막동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층층나무 동’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큰 길로 내려선다.

반나절의 짧은 산행에서 참으로 포만감을 느끼며 마무리한 산행이었다.

 

휴양림 입구

 

연화정

 

향로봉

 

금강산과 향로봉

 

금강산에서 서남쪽 비무장지대 쪽으로 이어진 줄기

 

금강산을 당겨보니

 

설악산 전경

 

설악 서북능선

 

미시령을 중심으로(왼쪽은 신선봉과 상봉, 오른쪽은 황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