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가까워졌지만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보이는 6월 18일(목요일), 도봉구민회관 앞에서 잠시 버스를 기다려서 9시 47분경 포천행 72번 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1시간 26분 만인 11시 13분에 포천시청 앞에 도착하는데 1400원이 결제되고 여기서 도평리로 가는 버스는 138-5번, 660번, 660-1번, 66-1번 등이 있지만 배차간격이 길어서 72번 버스에서 내린 지 30분 만에 도착한 660번 버스를 타니 11시 43분에 출발한 버스는 12시 40분경 도평리의 버스 종점에 도착한다. 버스 요금은 환승 할인을 받아서 1000원.

버스 종점에서 차도를 따라 북쪽으로 10분쯤 걸으니 도평 삼거리에 도착하고 여기서 광덕고개로 오르게 되는 오른쪽 길로 꺾어지니 차도변에 있는, 노란 밤꽃의 냄새가 진동하는 밤나무 한 그루가 꽤 인상적이다.

도평 삼거리에서 이삼 분쯤 나아가면 휘닉스모텔 앞에 커다란 이동낙원갈비 입간판이 설치돼 있고 그 입간판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이동낙원갈비가 나오고 그 오른쪽 옆에 군 훈련장의 입구가 있다. 군 훈련장 입구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군 훈련장으로 몇 분쯤 걸어 들어가면 오른쪽에 숲길로 들어가는 길이 나 있다. 여기가 박달봉을 거쳐 광덕산에 이르는 기나긴 오르막의 능선길이 시작되는 박달봉 들머리다.

들머리에서 23분쯤 대체로 완만한 지능선길을 오르면 어디로 내려서게 되는지 모를 주능선길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5분 만에 조망이 처음으로 시원하게 터지는,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봉우리에 이른다. 흥룡봉과 가리산, 한북정맥의 국망봉이 보이는 이곳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나아가니 등로는 계속 무성한 활엽수가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지만 바람 한 점 없으면서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지만 완연한 한여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짧고 가파른 오르막도 가끔 있는 능선길을 40분 남짓 나아가니 갈색으로 변한 솔잎들과 잔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는 등로의 한 걸음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내려다보니 붉은 색의 바탕에 동그란 얼룩무늬가 있고 손가락만한 굵기에 길이는 40 센티미터쯤 되는 불독사 한 마리가 등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단하여 재빠르게 기어가더니 곧 자취를 감춘다. 2005년 8월, 석룡산에서 녹사를 본 이후로 뱀은 산에서 4년 만에 보는 것이지만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여 만에 독사를 보게 되니 마음 한 구석이 꺼림칙해지는 것을 떨칠 수 없게 된다.

뱀을 본 곳에서 15분쯤 더 나아간 무명봉 위에서 첫 번째 휴식을 가진다.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둔 손수건은 땀을 자주 닦아서 온통 젖어 물수건이 돼 버렸다. 
 


포천 시청. 
 


도평리 버스 종점. 
 


자등현으로 오르는 왼쪽 길과  광덕고개로 오르는 오른쪽 길이 갈라지는 도평 삼거리. 
 


도평 삼거리의, 밤꽃 냄새가 진한 밤나무. 
 


이동낙원갈비 옆의 군 훈련장 입구. 
 


군 훈련장 안의 박달봉 들머리. 
 


지능선길이 주능선길과 만나는 곳. 
 


조망이 처음으로 시원하게 터지는,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봉우리.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흥룡봉과 국망봉, 가리산. 
 


등로의 기암. 
 

첫 번째로 쉰 무명봉에서 5분쯤 더 나아가니 오른쪽 뒤에 백운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이 갈림길을 지나니 여태까지는 비지정 등로라서 없었던 소방서의 구조표지판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한다.

등로의 오른쪽에 석문이 나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는데 석문 밖은 낭떠러지다. 석문에서 8분쯤 더 나아가니 소방서의 구조표지판에 현위치가 박달봉이라고 표기돼 있는, 해발 799.6 미터의 박달봉 정상에 이르는데 별다른 특징도 없고 조망도 트이지 않아서 내심 실망하고 지나치는데 박달봉을 내려서니 동쪽의 지능선에 있는 뽀뽀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박달봉에서 5분쯤 더 나아간 곳에 있는 전망바위에 오르니 박달봉의 명물인 뽀뽀바위와 함께 백운산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한북정맥이 길게 뻗어 있는 게 보이고 뒤로는 방금 지나온 박달봉과 함께 그 왼쪽에 흥룡봉과 가리산이 그리 멀지 않게 보인다.

박달봉에서 20분 남짓 걸려서 바닥에 보도블럭을 깔아 놓아서 헬리포트임을 알려주고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에 이른다.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광덕산 정상까지 3.2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두 번째로 쉰다.

헬리포트를 지나니 둥그런 둔덕 같은 봉우리의 오른쪽 비탈에 난 등로를 걷게 되는데 어느 산행기에는 이 봉우리가 해발 830 미터의 진짜 박달봉이라고 적혀 있으니 도대체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헬리포트에서 24분 만에 자등현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해발 825.6 미터의 삼거리봉에 닿는다. 이 봉우리에는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방향표지판에는 광덕산 정상까지 2.27 미터가 남았다고 표기돼 있다.

무더위 속에 진땀을 흘리며 짧은 내리막과 긴 오르막이 반복되는 광덕산 서남릉을 지루하고 힘겹게 오르노라면 왼쪽 뒤의 명성산 쪽에서 포성과 기관총 연발사격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자등현 갈림길에서 50분 만에 큰골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큰골 갈림길에서 7분 만에 바위 사이로 나 있는 좁은 길을 빠져 나와 15분을 더 오르니 마침내 해발 1043.6 미터의 광덕산 정상이다. 그런데 광덕산 정상의 정상표지석에는 높이가 1125 미터로 표기돼 있다. 
 


첫 번째로 쉰 무명봉. 
 


뒤돌아본 백운계곡 갈림길. 
 


등로 옆의 석문 밖은 낭떠러지다. 
 


별다른 특징이나 조망이 없는 박달봉 정상 - 해발 799.6 미터.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뽀뽀바위.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백운산, 삼각봉, 도마치봉과 그 뒤의 화악산, 석룡산. 
 


줌으로 당겨 찍은 뽀뽀바위. 
 


방금 지나온 박달봉 뒤로는 흥룡봉과 가리산, 국망봉이 보인다.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 - 굉덕산 정상까지 3.2 킬로미터. 
 


방향표지판과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자등현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825.6봉 정상 - 광덕산 정상까지 2.27 킬로미터. 
 


큰골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 
 

삼각점과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광덕산 정상에서 편히 앉아 쉬는데 정상에 오르니 유난히 포성과 기관총 연발사격음이 잦아지고 서쪽의 가까운 비탈에서 멧돼지의 울음소리가 이따금 요란한 포성에 섞여서 위협적으로 들려온다. 광덕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능선길에서 시커먼 멧돼지 똥을 자주 발견하고 멧돼지 소리도 서쪽의 비탈에서 가끔 들을 수 있었는데 광덕고개로 오르게 되는 동쪽의 백운계곡 쪽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잦고 자등현으로 오르게 되는 서쪽의 길에는 인적이 드물다보니 멧돼지들이 박달봉과 광덕산 주능선의 서쪽에 무리를 지어 몰려 있는 듯하다.

꽤액, 꽥, 꾸르륵, 꾸륵 하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멧돼지 소리와 포성을 들으며 불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20분 이상 휴식 아닌 휴식을 갖다가 원래의 계획대로 상해봉까지 올라서 원아사계곡으로 하산하여 자등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귀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판단하여 상해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광덕고개로 하산하기로 한다. 

광덕산 정상에서 오던 길로 몇 걸음만 되내려가면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이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광덕고개까지 2.44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광덕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한북정맥길답게 광덕산 서남릉과는 비교가 되지 읺을 정도로 길이 잘 정비돼 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역연하다. 그리고 이 길에서는 멧돼지 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멧돼지 똥도 발견되지 않았다.

걷기 쉬운 등로를 부담 없이 걸어 내려가다가 로프가 설치된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평평한 쉼터에서 5분쯤 앉아 쉬다가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니 광덕산 정상에서 54분 만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면 등산로 입구까지 0.38 킬로미터이고 직진하면 광덕고개까지 0.6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잠시 앉아서 인쇄해 온 개념도를 꺼내 보니 광덕고개로 가는 직진로는 한북정맥길이고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길은 광덕산가든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길은 짧으면서도 길이 잘 나 있지만 산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직진하니 오르내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무더위와 장시간의 꾸준한 오름에 지친 심신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더 힘이 드는 길을 걷게 된다.

삼거리에서 9분 만에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곳에 닿고 여기서 10분 만에 로프가 설치돼 있는 험한 내리막을 내려서서 광덕고개 정상의 광덕산 날머리에 이른다.

길을 건너서 백운산 입구의 광덕고개 식당가에서 버스 정류장과 버스 시각을 물어보니 사창리 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고 사창리 터미널에서 19시 정각과 19시 20분(막차)에 출발하는 상봉동행 시외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시각은 19시 2분경.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서 일단 광덕산가든 앞까지 들어가서 또 다른 광덕산 나들목을 확인하고 나서 버스 정류장에서 10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으니 19시 13분경 사창리 쪽에서 상봉동행 시외버스가 올라온다. 손을 들어 버스를 타고 나서 도평리까지 간다고 하니 1100원을 내라고 한다. 버스 요금을 지불하고 캬라멜고개라는 별명이 있는 광덕고개의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서서 19시 26분경 도평리의 버스 종점 앞에서 하차한다.

몇 분을 기다려서 19시 30분에 출발하는 138-5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역 앞에 닿으니 21시 28분. 그 자리에서 버스에 내린 즉시 도착한, 수유역까지 가는 36-5번 버스를 타고 도봉구민회관 앞에서 내리니 22시 10분경이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6시간 20분이 걸렸고 이 중에서 약 한 시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5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무더위와 긴 오르막으로 인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랜만에 꺼림칙하게 독사도 보고 살벌한 포성 속에서 멧돼지 소리도 자주 들은 이번의 산행은 지나치게 증가한 멧돼지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생태계의 균형도 회복시키고 나아가서 산행인들의 안전도 도모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이 더 피부로 진솔하게 와 닿는 산행이었다.

정부에서는 자연 파괴의 주범인 골프장 신설을 더 이상 허가해 주지 말고 산행인들을 자연 파괴의 주범으로 규제만 하지 말고 맹수나 험한 등로에서 보호하는 안전방책을 확충해서 산행이 좀 더 안전하고 바람직한 레저 활동으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해발 1046.3 미터의 광덕산 정상(정상표지석에는 높이가 1125 미터라고 적혀 있음). 
 


광덕산 정상에서 오던 길로 몇 걸음만 되내려가면 곧 나오는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방향표지판이 많이 설치돼 있는 광덕고개 하산길. 
 


등로의 정경 1. 
 


등로의 정경 2. 
 


광덕고개로 내려가는 한북정맥길과 광덕산가든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광덕고개로 내려가는 가파르고 험한 내리막. 
 


광덕고개의 식당가. 
 


광덕고개의 등산로 안내도. 
 


광덕고개의 광덕산 날머리.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인 광덕고개. 
 


광덕산가든 옆의 광덕산 나들목. 
 


사창리에서 광덕고개로 올라오는 시외버스의 정류장. 
 


도평리 버스 종점의 버스 운행시간표.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