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금요일)은 작년 봄에 가려고 계획했었다가 가지 못한 천안과 아산의 광덕산, 망경산, 설화산 종주에 나선다. 6시 5분에 집을 나와 전철을 타고 서울역의 천안행 급행열차 승강장에 도착하니 몇 일간 비가 오고 날씨가 쌀쌀해져서 태조산, 흑성산 종주를 하던 8일전보다 오히려 더 춥다.

7시 15분에 출발한 천안행 급행열차는 8시 40분에 천안역에 도착한다. 동부광장의 오른쪽 출구로 내려가서 광덕사행 600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니 예상보다 5분 빠른 9시 15분에 도착한다. 천안의 시내버스는 서울의 교통카드로도 결제가 되어 잔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다. 이 버스를 타고 40 여 분 만에 광덕사 입구에 도착해서 점심 식사가 될 만한 음식을 사려고 하니 여기서는 호두과자도 팔지 않고 빵과 삶은 계란 밖에 없어서 큼직한 도토리묵 한 덩어리를 삼천원에 사서 배낭에 넣고 광덕사로 걸음을 옮긴다.

호도전래사적비(胡桃傳來史蹟碑)를 지나서 광덕사 일주문을 들어서니 수령 440년인 느티나무가 자신을 반겨 맞이하고 바로 앞에 안양암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다. 광덕사 쪽으로 잠시 걸으면 계곡의 다리를 건너 부용묘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좀 더 나아가서 왼쪽에 광덕산 들머리가 있는 극락교를 건너 광덕사를 천천히 둘러본다. 수령 400년 이상 됐다는 호두나무도 보고 삼층석탑과 대웅전, 명부전, 범종각도 구경하고 약수터에서 샘물도 한 바가지 받아 마시면서 신라시대에 창건했다는 유서 깊은 광덕사를 15분쯤 둘러보다가 극락교 왼쪽의 광덕산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광덕사 일주문. 
 


일주문 안의 수령 440년인 느티나무. 
 


광덕사 명부전의 불상. 
 


광덕사의 약수터. 
 


광덕사의 삼층석탑과 대웅전. 
 


광덕사의 삼층석탑과 명부전. 
 


수령 약 400년인 광덕사의 호두나무.

 


광덕사 입구의 극락교 옆에 있는 광덕산 들머리.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5분 남짓 나아가면 장군바위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다. 왼쪽의 광덕산 정상으로 가는 비탈길을 오르다보면 나무계단이 나오면서 비탈길은 서서히 가파라지고 나무계단이 끝나는 지점은 안양암에서 초입부터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과 만나는 안부 사거리다. 여기서 처음 밟는 능선길을 20 여 분 오르면 나무 벤취 여러 개가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인 봉우리에 이른다. 여기서 10분쯤 첫 번째 휴식을 가지고 짧은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안부에서 광덕산 정상에 이르는, 로프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오르막을 20 여 분 올라 삼각점과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인 해발 699.3 미터의 광덕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의 막걸리를 파는 노점에서 이천원에 파는 막걸리 한 대접을 마시고 주변의 산세를 조망하며 20분 가까이 정상에서 머물다가 갈 길이 멀어 서둘러 망경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오른쪽의 장군바위로 가는 길과 왼쪽의 광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가파른 오르막길 1. 
 


해사동 하산길과 산악인 선서 표지석이 있고 안양암에서 초입부터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과 만나는 안부 사거리. 
 


헬리포트. 
 


가파른 오르막길 2. 
 


광덕산 정상의 전경. 
 


광덕산의 정상표지석 - 해발 699.3 미터. 
 


광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화산. 
 


광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망경산. 
 

8분 만에 방향표지판은 없지만 왼쪽의 갈림길에 리본이 매달려 있는 강당골 하산길을 만나고 다시 12분 만에 쇠머리펀덤을 거쳐 강당골로 하산하는, 낡은 이정목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를 지난다. 이어서 7분 만에 장군바위가 있는 안부 사거리에 닿는데 장군바위는 명칭과는 달리 그저 좀 큰 기암으로 보일 뿐이다. 장군바위에서 직진하여 2분 오르면 오른쪽에 부용묘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 있다. 시문(詩文)과 가무(歌舞)에 뛰어났었다는 조선시대의 명기(名妓) 김부용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면서 천안 시민들의 그녀에 대한 사랑을 은근히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10분 만에 광덕산 날머리이자 망경산 들머리인 장고개에 이른다. 안부 삼거리인 장고개에는 왼쪽에 강당골 하산길이 나 있다.

장군바위를 지나서부터 망경산 쪽으로는 산행객들이 거의 찾지 않아서 무인지경을 홀로 걷게 된다. 능선길을 30분 가까이 오르내리니 안부 삼거리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데 방향표지판의 내용이 애매해서 직진하는 바로 앞의 봉우리로 올라보니 직진하는 길은 설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고 방향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비탈길은 망경산으로 가는 길이다. 지도상에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길이 망경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이 설화산으로 가는 길이지만 크게 축소된 지도와 실제의 세부적인 지형이 많이 다른 것이다. 지형이 이렇기 때문에 이 갈림길을 설화산 갈림길이라고 일컫지 않고 망경산 갈림길이라고 부르나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십 여 분 나아가니 안부에 이르는데 안부의 좌우에는 희미한 계곡길의 흔적이 나 있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의 나무 밑에는 만복골로 가는 길이라는 작은 방향표지판이 떨어져 있다.

희미한 안부 사거리에서 20분쯤 오르면 정상표지석은 설치돼 있지 않고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인 해발 600.1 미터의 망경산 정상이다. 망경산 정상에는 망경산 갈림길 부근에서 자신을 앞질러간 두 사람과 썰렁한 정상에서 노점을 지키고 있는 노점상 한 사람 밖에 없다. 두 사람에게 도토리묵을 권하고 막걸리 두 대접을 얻어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갈 길이 멀어 먼저 일어난다.

설화산을 비롯한 주변의 산세의 조망이 뛰어난 망경산 정상에서 40분 가까이 머물다가 희미한 안부 사거리를 지나 27분 만에 다시 망경산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곧 직진하는 능선길의 봉우리에 올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10분쯤 내려오니 안부에는 좌우로 임도가 나 있고 안부의 건너편에는 설화산 들머리가 있다. 
 


안부 사거리인 장군바위. 
 


광덕산 날머리이자 망경산 들머리인, 뒤돌아본 장고개. 
 


지도와는 달리 직진하는 능선길이 설화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비탈길이 망경산으로 가는 길인 안부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헬리포트인 망경산 정상의 전경 - 해발 600.1 미터. 
 


망경산 정상의 삼각점. 
 


망경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화산과 설화산에 이르는 능선. 
 


희미한 계곡길의 흔적이 있는 안부 사거리. 
 


되돌아온 안부 삼거리에서 곧 봉우리에 올라섰다가 가파른 능선길을 10분쯤 내려와서 만나게 되는 안부의 임도 사거리와 설화산 들머리. 
 

설화산의 능선길은 광덕산, 망경산의 능선길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마른 낙엽을 밟으며 나아가는 광덕산, 망경산의 황량한 분위기에 비해 갈비들이 흩어져 있는 설화산의 등로는 인적(人迹)이 없이 고즈넉이 쓸쓸한 가운데에 솔냄새의 그윽한 정취에 빠져들게 된다. 공통점이 있다면 산 밑에 마을이 가까이 있는 산들이라서 능선길은 호젓해도 마을의 소리들이 들려와서 깊은 산속이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20분 남짓 설화산릉을 걷다가 나무 벤취 두 개와 무덤 한 기가 있는 작은 봉우리에서 10분 남짓 쉰다. 그리고 25분쯤 나아가니 ‘자연보호’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설치돼 있는 415.7봉이다. 여기서 쉬어 가려고 했지만 마땅히 쉬어 갈 만한 곳이 아니라서 작은봉에 올라 쉬기로 하고 갈 길을 재촉하는데 등로의 왼쪽으로 설화산과 작은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완만하던 능선길은 바위지대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가파라지기 시작하고 작은봉인 줄 알고 열심히 올랐던, 돌탑이 있는 작은 암봉은 작은봉의 전위봉이다. 전위봉에서 바라본 작은봉은 자못 험준한 모습이다. 전위봉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무덤 한 기가 있는 안부로 내려가서 안부에서 7분 만에 작은봉에 오른다. 해발 410 미터의 작은봉은 관악산의 작은 암봉을 연상시키는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은봉 정상의 바위에 앉아 15분쯤 쉬며 조망을 하다가 눈앞에 우뚝 서 있는 설화산을 향해 안부로 내려선다. 
 


10분 남짓 쉰, 나무 벤취 두 개와 무덤 한 기가 있는 봉우리. 
 


큰 입간판이 설치돼 있는 415.7봉. 
 


큰 바위 두 개가 있는 능선길. 
 


호젓한 등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설화산과 작은봉. 
 


작은봉의 전위봉. 
 


작은봉의 전위봉 정상의 전경. 
 


작은봉의 전위봉에서 바라본 작은봉. 
 


작은봉 정상에서 바라본 설화산. 
 


작은봉 정상의 전경 - 해발 410 미터. 
 

작은봉에서 가파르고 긴 내리막을 8분 내려오면 왼쪽으로는 외암저수지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초원아파트나 맹씨행단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는 안부 사거리다. 여기서 그만 하산하고픈 유혹을 받지만 용을 그리다가 눈을 그리지 못하고 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긴 안부를 지나 나무 줄기에 고정된 로프가 설치돼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십 여 분 오르니 등로 옆에 평상(平床)이 설치돼 있고 평상의 바로 위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해발 441 미터의 설화산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니 반대쪽에도 평상이 한 개 설치돼 있고 삼각점이나 정상표지석은 없지만 평상 앞의 바위에 설화산 안내문의 동판을 실리콘으로 부착해 놓았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 정상부위는 뾰족한 바위들로 인해 앉을 틈이 없어 평상에 앉아 음료수와 간식을 먹는데 가까운 곳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부리로 바닥을 쪼며 먹을 것을 찾고 있어서 먹던 빵부스러기를 콩알만큼 몇 번 떼어 주니 잘 받아먹는다.

산 위에서 조망을 하며 하산할 곳을 주의 깊게 바라보니 데이콤 쪽으로 하산하는 서릉과 외암민속마을로 하산하는 남릉이 뻗어 있다. 설화산 정상에서 20분 가까이 쉬다가 하산을 서두른다. 
 


작은봉과 설화산 사이의 안부 사거리. 
 


가파른 오르막길의 정경. 
 


설화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설화산 정상의 설화산 안내문의 동판. 
 


설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작은봉. 
 


망경산과 망경산 갈림길에서 작은봉으로 이어지는 설화산릉. 
 


광덕산.

 


외암마을로 하산하는 능선길. 
 


데이콤으로 하산하는 능선길. 
 


설화산 정상의 전경 - 해발 441 미터. 
 

오르던 길과 반대쪽으로 내려서면 곧 샛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왼쪽의 샛길로 내려서서 첫 번째 봉우리의 꼭대기 근처에서 뒤를 돌아보니 설화산 정상봉의 슬랩지대가 자못 웅장하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안부로 내려서면서 강렬한 빛을 잃은 석양이 나무 위에서 느릿느릿 서산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이 그윽하면서도 구슬픈 느낌을 준다. 가파르지만 갈비들이 바닥에 깔린 정취 있는 좁은 능선길에서 조망을 하며 천천히 17분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만 리본이 매달려 있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5분 내려서면 작은 나무에 짚신 몇 켤레를 매달아 놓았고 그 옆에 샘터가 있는 성황당에 이른다. 그리고 5분을 더 내려가면 작은봉과 설화산 사이의 안부 사거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바닥에 돌들이 튀어 나와 있지만 평지 같은 길을 15분 나아가면 설화산 정상까지 1140 미터이고 외암리까지 800 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설화산 날머리다.

날머리에서 다리를 건너면 곧 넓은 외암저수지가 나오고 콘크리이트 포장의 임도를 걷게 된다. 땅거미가 밀려오면서 가로등이 켜진 농촌의 풍경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군데군데 이제는 시골에 가도 거의 볼 수 없는 예쁜 초가집들이 있는 외암민속마을에 이르니 어둠이 짙어지고 외암민속마을 입구의 안내판에 닿으니 19시 15분경. 근처의 식당에 버스편을 물어보니 외암민속마을 입구에서 20시 25분에 아산 버스터미널로 가는 막차가 있고 여기서 5분쯤 걸어가 굴다리를 지나서 닿는 송악면에도 버스가 다니는데 19시 20분과 50분에 아산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19시 20분 차는 타지 못할 듯하고 어차피 식사를 해야 하니 묵밥을 주문해서 함께 나온 배추김치와 열무물김치까지 싹 비우고 6천원을 내는데 오늘 광덕사에서 자신을 봤다는 분이 차를 타고 나가는 길에 송악면의 버스 정류장까지 차를 태워 주겠다고 한다. 차를 타고 굴다리를 지나 버스 정류장 앞에서 내리니 농협 앞의 역촌1리 버스 정류장이다. 몇 분 후에 온 버스를 타고 15분 만에 아산 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리니 고속버스터미널 옆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데 동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이미 끊겼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20시 20분발 고속버스와 막차인 21시 차만 남아 있다. 5400원을 내고 표를 끊어서 고속버스를 타니 20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1시간 30분 만인 21시 50분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있는 광덕산과 망경산의 비교적 유순한 산세와 나지막하지만 솔밭길의 정취와 암봉의 섬세한 멋스러움이 물씬 배어나는 아산의 설화산이 주는 산행의 여운은 두고두고 은근히 뇌리에 남아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설화산 정상봉의 슬랩지대. 
 


그윽한 석양. 
 


우회한 두 번째 봉우리. 
 


안부 사거리. 
 


작은봉과 설화산 사이의 안부 사거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는 등로의 정취. 
 


설화산 날머리. 
 


외암저수지. 
 


초가집. 
 


외암민속마을 1. 
 


외암민속마을 2. 
 


외암민속마을 3. 
 


오늘의 산행로 - 보라색 선은 왕복한 구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