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경산-광덕산 종주
- 언제 : 2007년 8월 18일(토) (09:00~15:30)
- 어디 : 충남 아산/천안시 망경산(600.9m)-광덕산(699.3m)-철마봉(447m) 종주
- 누구 : 개인 등반
- 코스 : 아산 송악 강당골 주차장~임도 갈림길(연못)~임도 교차점(동막골-장고개 등산로)~망경산 등산로 편입~망경산(600.9m)~장고개(576m)~마늘봉(602m)~장군바위(614m)~광덕산(699.3m)~임도 교차점~철마봉(447m)~강당골 주차장
- 거리, 시간 : 대략 15km, 탱자탱자 6시간

금북정맥의 위에 있으면서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놓인 광덕산은 양 도시의 시민은 물론 멀리 외지 등반객들도 즐겨찾는 충남 서북부 최고의 명산이다.
이 광덕산과 한 줄기에 있으면서 아산지역 제2봉으로 꼽히는 망경산(望京山)은 인근의 설화산(448m), 배방산(361m), 태화산(464m)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종주코스로 각광을 받는 산이다.
그러나 산행기점까지의 교통편(특히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하고 안내시설 등이 미흡해 광덕산이나 설화산 등 여타의 주변 산에 비해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즐겨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오히려 각광을 받는 코스이기도 하다.

망경산은 이름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상에 서면 서울의 산들까지도 보인다 할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아산시와 천안시는 물론 공주시 방향 등 사면팔방이 탁 트였다.

특히 아산신도시 방향이 한눈에 들어와 신도시가 완성될 경우 광덕산만큼이나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망경산 정상까지의 주요 등산로로는

▲아산 송악 강당골-광덕산-장군바위-장고개-망경산

▲강당골-임도-임도교차점-임도 중간 편입-망경산

▲아산 배방 수철리저수지-임도교차점-망경산

▲넋티고개-일신석재-망경산 코스 등이 있다.

앞의 두개는 망경산-광덕산 혹은 망경산-설화산을 잇는 종주코스이고 뒤의 두개 코스는 망경산 단일 등반을 위한 코스로 주로 이용된다.

이보다 더 자주 이용되는 종주코스로는 송악 강당골-광덕산-장고개-망경산-장고개-동막골 갈림길-설화산 코스다.

이날 필자는 강당골 임도를 이용한 망경산 단일 등반을 꾀했었다.

즉 강당골 임도로 해서 수철리방향으로 가다가 임도 중간에서 망경산 등산로로 편입해 망경산을 등반한 뒤 같은 코스로 내려오거나 수철리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중간 장고개에서 임도로 내려서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가 이러구러 장군바위를 지나 광덕산 정상까지 내처 종주해버리고 말았다.

강당골 임도는 끝부분인 갈림길 연못부근까지 일부만 제외하고 시멘트로 잘 포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광덕산 정상에서 있은 행사 취재관계로 시간을 단축하고자 자동차로 마리골 등반로 교차점까지 간 적이 있어서 임도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했던 터다.
그런데 연못까지의 임도 9부 능선 쯤에 자동차 진입 차단기가 고정되어 있었고, 그 위(그러니까 모 종교시설 부속 테마박물관 위) 도로는 빗물에 패이고 포장이 벗겨지는 등 말이 아니었다.

자동차로 강당골에서 임도로 진입은 불가하다는 결론이다.

임도 양끝인 송악면 거산리 각흘고개나 배방면 수철리 저수지 혹은 넋티고개에서나 진입이 가능할까...
일단 연못까지 올라가서 수철리 방향의 임도로 접어들었다.

이쪽은 초행길이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얼마간을 가다보니 임도가 점점 높아졌다.

어느정도 가다가 길 왼쪽 숲이 터진 사이로 먼 산 전망이 가능해져서 살펴보니 저쪽으로 설화산이 내려다 보인다.

설화산의 고도가 해발 448m인데 내려다 보인다니, 결국 임도가 그 산보다 더 높다는 결론이다.

연못에서 대략 30분 정도를 걷다보니 임도와 등산로 교차점이 나타난다.

이 교차점은 설화산 혹은 강당골 북측 능선을 지나는 동막골 갈림길과 광덕-망경산을 잇는 장고개 갈림길을 잇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마침 수철리 방향 임도에서 산님이 한분 올라오기에 망경산 빨리 올라가려면 어디로 올라가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앞 장고개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아산시가 펴낸 ‘아산의 산’ 책자에는 조금 더 수철리 방향으로 가면 임도와 망경산 등산로가 최근거리로 가깝게 붙는 부분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왕 편하게 오르기로 한 것, 더 편해보자고 내처 그곳을 목표로 나아갔는데... 그후로 임도가 어쩐일인지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한참을 가도 등산로 편입부분은 나타나지 않고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고....

이러다 혹시 수철리 저수지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났다.

그러다가 임도가 갈라지는 부분이 나타났다.

바로 수철리 안세일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수철리 저수지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부분이다.

이미 망경산 등산로 편입부분은 지났다는 증거다.

거리로 치자면 대략 0.7km이고 해발로 치면 50m정도다. 이렇게 억울하고 황당할 수가....
결국 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오면서 길 왼쪽의 언덕을 샅샅이 살펴본 결과 가까스로 흔적만 남다시피한 오름길을 발견했다.

나무로 밑부분에 계단이란 걸 만들어 놓기는 햇으나 풀숲에 가려지고 훼손돼 잘 보이지도 않았다.

안내판만 있었어도....

편한 길 택했다가 바가지를 쓴 심정이었다.

이윽고 망경산 등산로로 올랐다.

장고개에서 1.2km라고 했고 내가 3분의 1지점에서 진입했으니 대략 0.8km 남짓한 길이었다.

계속되는 오름길 요철길...

한번도 와본적이 없어 어디가 정상인지 가늠도 할 수 없다.

광덕산엔 그 흔한 안내판도, 심지어는 구조위치 안내팻말도 없다.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한 고비를 넘어 막 올라서고 보니 바로 앞 풀숲 속에 도화지에다가 매직으로 써서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표지를 보였다.
‘(아산) 망경산 600.9m’
바로 정상이었다.

넓직한 공터에 헬기장이 마련되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가장자리로 가니 멀리 설화산과 배방산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펼쳐져 있고 그 뒤로는 온양시내가 흐릿하게나마 펼쳐진 것이 보였다.

배방산 뒤쪽으로 보면 아산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조금 더 동쪽으로 시야를 이동시키면 이번엔 천안시다.

그런식으로 가장자리를 따라 발걸음과 시선을 계속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태화산 등 공주시 방향도 시야에 들어온다.
땡볕 속에서 뜨거워진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가 문득 인적이 느껴져 돌아보니 50대 후반의 중년이 바라보다가 머쓱하니 돌아선다.

사실 특별히 머물러 있을 그늘도 없고 그날따라 안개도 아니고 구름도 아닌 것이 온 천지에 깔려 있어 전망도 기대이하고....

올라오자마자 발길을 돌린 것이다.
나 역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휴대폰 안테나를 보니 작대기 다섯개가 다 나와있는 것이 신기하다.

친구 몇에게 망경산 정상을 자랑하는 문자를 날리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이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어느곳으로 내려가느냐가 남은 셈이다.

장고개 갈림길로 해서 임도로 내려갈까, 수철리저수지로 내려갈까, 그도 아니면 장군바위쪽으로.... 왔던 길 다시 되짚어 내려가기는 싫고, 대중교통도 별로 없는 저수지로 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 기다리는 것도 싫고, 결국은 장군바위로 해서 강당골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망경산(600.9m)과 광덕산(699.3m) 사이의 거리는 대략 5.2km이다.

차츰 고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요철이다. 그리고 장군바위까지는 변변한 안내판도 없어 지금 어디쯤 왔는지 알 수도 없다.

오로지 장군바위 하나만 기대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중간에 잘못된 안내 팻말을 두어개 봤다.

천안시 모  고등학교 OB산악회에서 만들어 꽂은 것 같은데 ‘망경산’을 ‘만경산’으로 ‘부용묘’를 ‘부영묘’라고 표기했다.

지역 사람들이야 다 아는 터여서 착각할리 만무하지만 모르는 외지인이 보면 다른 길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아산시청에다 알려야겠다고 체크를 해놓았다.

이윽고 어깨가 떡벌어진 장군바위가 앞에 나타났다.

이 장군바위의 영험인지 광덕산 이쪽인 아산 송악면에서는 지난해 육군 장군 진급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나의 중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하산길 목적지로 삼은 장군바위가 나타나자 마음이 바뀌었다.

특히 장군바위 앞 안내판에 ‘정상까지 1.2km’라는 안내판과 그간 수시로 지나다닌 길이라는 부분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안보고 그냥 내려가는 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짓것 보름전에도 계룡산 관음~삼불봉 자연성능을 무리없이 넘어왔는데 이쯤 못가랴 싶어 내처 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올라섰다.

망경산 길과는 달리 이 길은 수시로 오가는 산님들과 마주친다.

혹시나 아는 사람과 조우할까 기대를 했지만 너무 더운 날이어선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윽고 낯익은 광덕산 정상. 하지만 전망은 망경산 정상 때보다 더 나빠졌다.

이건 숫제 눈앞에 가스를 뿌려놓은 모양새였다. 뭐가 보여야 사진이라도 한장 찍든 말든 하지.

보통 광덕산에 오르면 힘들게 올라온 보상이라도 받듯 30여분 머무는 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날은 햇빛도 따갑고, 볼 것도 없고, 일행마저 없으니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

결국 정상에 닿고 숨한번 돌리고나서 바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요즘 광덕산은 대부분의 단거리 코스가 출입통제에 묶여 있다.

이유는 휴식년제 겸 산불방지 목적이라는데 그렇다고 입구에 누가 앉아서 지키는 것도 아니다.

가끔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입산통제 팻말이나 현수막을 제치고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차라리 통제를 해제하든지 단속을 철저히 하든지 하지....

허용된 등산로는 가장 긴 철마봉 등산로 뿐이다. 어쩌나 그리로라도 내려가야지.
가파른 길을 비틀대며 내려가 임도 교차점에 다다른다.

임도를 건너면 곧바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철마봉(447m) 가는 길이다.

내려가고자 오르는 길이라니... 그래도 올라가려고 내려가는 길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하며 허위허위 길을 오른다.
이윽고 철마봉, 작은철마봉(388m) 거쳐 강당골로 무사히 하산.

오전 9시에 오르기 시작해 중간 중간에 쉬엄쉬엄 산구경도 하고, 야생화도 찍고, 길을 잘못 들어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기도 하는 등 ‘생쑈’를 한 결과 오후 3시였으니 6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지도를 보니 4시간 정도 걸린다는 길이었다.
필자는 워낙 걸음이 느린데다가 한눈을 자주 팔아 정규시간의 2배 초과가 예사인데 어인일인지 모르겠다. 더위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