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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항공뷰를 응용하여 산불지점(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산 22번지)을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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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쓰는 이야기는 오늘 안양에서 발생한 산불에 관한 본인의 경험담이다.

나는 평소 산행(등산)을 즐겨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으면 장거리 산행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엔 가까운 산을 찾는다.
오늘도 오후에 아빠와 함께 근교 산으로 산행을 나섰다.
관악산-삼성산의 여러 코스 중 오늘은 새해들어 처음으로 안양 8경 중 제 1경이라 불릴만큼 으뜸 경치를 자랑하는 망해암 일몰이나 한 번 보자고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안양천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안양시에 있는 양명고교를 지난 다음 1번 국도(경수산업도로)를 건너 곧장 산행 들머리로 향할 계획이었다.
예전에도 여러 차례 다녔던 코스이다.

 

<참고 사진들>

수리산에서 바라본 관악산 - 2009년 3월 1일 산행 사진

빨간 타원 표시가 이번에 산불이 난 곳이다. 크게 보아 관악산의 한 가지가 되는 봉우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일대 봉우리들을 묶어서 비봉산(飛鳳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악산군에 속하는 비봉산에는 동봉, 서봉, 남봉 등이 있는데, 이번에 불이 난 곳은 남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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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암에서 바라 본 이번 산불이 난 봉우리 일대 - 2011년 9월 6일 산행 사진

오른쪽 멀리 봉우리들은 수리산 관모봉-태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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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수리산의 깔끔한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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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6일 망해암 일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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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KTX 광명역 뒤로 해가 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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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야경 _ 1

중앙에서 약간 왼쪽 뒤로 백운산(경기도 의왕시 소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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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야경 _ 2

오른쪽으로 수리산 기슭이 조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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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물길 따라 가면서 안양천의 맑은 물에서 노니는 작은 새끼를 포함한 오리 가족과 해오라기인지 왜가리인지 꽤 많은 새들을 바라보며 안양철교 아래를 지났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가야할 산 쪽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대략 7부 능선쯤 되어 보이는 지점이었다.
이때가 대략 오후 4시를 갓 넘은 시간이었다.
(나중에 사진 파일을 보니 오후 4시 9분 정도)
처음에는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는 정도의 연기였다.
아빠와 나는 저거 산불아닌가 의심하며 발걸음을 계속 진행했다.
백미터쯤이나 더 갔을까...이제는 연기가 좀 더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와 나는 직감했다.
"저건 산불이다!"
나는 곧 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119를 눌렀다.
상황실 담당자가 나오자 아빠에게 폰을 넘겼고, 아빠께서 산불이 난 위치를 비교적 자세히 알려주셨다. 화재 지점과 연기의 색깔과 규모 등을 묻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산불을 발견하여 최초 신고를 하게 되었다. 이 때가 16시 12분 즈음으로 통화 시각이 기록되어 있다. 이후로도 화재현장으로 이동하며 두어번 119에 전화를 하기도 하였다.
마침 근처를 지나는 산행 복장의 산객(처음 뵙는 아저씨 한 분, 아주머니 두 분 - 특히 이 아주머니 두 분들과 함께 나중에 진화 작업을 돕게 된다)분들께 저거 산불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분들도 산불같다고 대답하셨다.
아직 산불이 초기 단계라 빨리 대처하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불이 난 지점으로 서둘러 갔다.
조금전 안양천에서 만난 산객분들도 함께 움직이셨다.
누구의 강요도 없이 산불이 난 지점으로 서둘러 갔다.
양명고교 운동장을 지나며 발화지점을 바라보니 아까보다 더 산불같아 보였다.
아직 나무키를 넘는 커다란 화염(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잘하면 불을 일찍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수산업도로를 건넜다.
그 즈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들이 요란한 경음을 울리며 속속 산아래 국도변에 도착하고 있었다.
아빠가 거기 소방관 중 한 분에게 산불신고를 한 사실과 산불이 난 위치를 말해주셨다.
그리고 진화용 물배낭을 짊어진 소방관 아저씨들을 따라 아빠와 나도 산으로 올라갔다.


산불현장으로 곧장 향하는 이 산길은 이 부근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코스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자주 다니는 코스는 길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한데, 산불현장으로 향하는 이 길은 그렇지 못한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경사도 제법 가파르고 낙엽도 많이 쌓여 있으며 겨울철 말라버린 듯한 잡목이 나름대로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조금 오르면 경사가 꽤 되는 암반지대가 나오는데, 오늘 산불은 바로 그 암반지대 잡목과 낙엽을 태우며 차츰 번지고 있었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소나무들도 더러 보였다.
군데군데 소나무들도 불이 붙고 있었다.
다행히 강한 바람은 불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방관 아저씨들이 물배낭에 들어 있는 물을 쏘아 대며 진화를 시작하였다.
소방헬기 지원요청을 하는 무전 소리도 들렸다.
소방헬기가 온다고는 하는데, 언제 올 지 몰라 우리도 진화작업을 거들기로 하였다.
마땅한 도구가 없어 좀 기다란 나뭇가지를 주어다가 타고 있는 불꽃을 패듯이 때리며 불꽃을 잠재워 나갔다.
아주 큰 화염은 아닌데도, 게다가 영하의 겨울 날씨 속인데도 얼굴이 화끈할 정도로 열기가 느껴졌다.
한 번 두드려서 꺼졌겠지하고 뒤돌아 서면 다시 불꽃이 살아나고, 그러면 또 두드려 불꽃을 때려잡고...
여러 번 두드려 패다 보니 우리 주위에서 불길이 번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이 열악한 도구로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말이다.
나름대로 이곳 지형에 좀 익숙한 편이라 겁도 없이 덤벼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까 저 아래에서 산불신고를 하고 만났던 산행복장의 산객 아주머니 두 분도 용감하게 잔불 진화에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계셨다.

마침 산행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간 생수를 마시라고 그 분들에게 나누어 드리기도 했다.

우리는 바람의 방향에 유의하며 진화작업을 도왔다.

만일 바람이 세지고 방향이 바뀌면 진화작업을 도우려 했던 우리들이 오히려 화재현장에서 민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내가 불 끄느라 사용했던 나뭇가지가 더이상 못 쓸 정도가 되니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 한 분이 제법 쓸만한 생솔가지 하나를 건네 주시기도 하였다.불꽃이 좀 붙은 것은 두드려 패서 불꽃을 잠재우고, 주변 마른 낙엽으로 옮겨 붙지 않게 빗자루로 쓸듯이 이미 타버린 낙엽과 조금 격리시켰다.

이렇게 하니 적어도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주위에서는 더 이상 번지지는 않았고 되살아난 불꽃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아빠와 나는 진화작업에 참여하면서 쉬는 도중 번갈아가며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스케치 하였다.
현장에서 소방관님들, 경찰관님들, 관할 구청 공무원님들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최초 신고자라 하여 간단히 인적사항을 적어가셨다.
얼마 후 현장에 도착하신 관할 경찰관(수사관) 한 분은 아빠와 내가 찍은 산불 초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나중에 이메일로 좀 보내달라고 하며 명함을 건네 주기도 하셨다.


그 와중에 헬기 소리가 들렸다.
정말 반가운 굉음이었다^^.
아빠와 나는 얼마 전 본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고지전>이란 한국 영화였는데, 거기서 힘들게 전투를 펼치다가 마지막에 폭격을 위해 아군의 비행기가 나타나는 그런 장면을 빗대어 말하기도 하였다.
힘들게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데, 전세를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그런 물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얼떨결에 우리도 물 폭탄을 맞아 보기도 했다. 물론 조금 빗겨서 말이다. 물방울이 머릿결과 옷에 닿자마자 그대로 얼어 버렸다. 마치 이슬 방울이 그대로 얼어 붙은 것 같이.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소방헬기는 안양대교 아래서 안양천 물을 담아 와서 여기에 퍼붓고 또 물을 담으러 가고... 그렇게 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다행히 완전히 어둡기 전에 불길은 잡혔고 진화가 사실상 완료된 것 같았다. 최초 신고 후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진화에 성공한 것 같다.
그나마 비교적 일찍 신고가 접수되고 진화에 들어가서 피해가 커지지 않았다고들 하신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 경찰관, 구청 공무원, 그리고 우리처럼 자원봉사하신 아까 그 산객분들과 함께 산을 내려 왔다.


그리고는 하산완료 지점에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어찌보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 같은데, 거기 계신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셨다.
이 산에 대한 추억거리 하나가 늘었다고나 할까^^.
등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항상 산으로부터 건강과 지혜 등을 주로 얻어가기만 했었는데 내가 산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의미있는 하루였던 것 같다.
오늘 산불 때문에 수고하신 소방 및 경찰 관계자 여러분들을 잠시 떠올려 본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사실 바람이 조금만 더 셌더라면 불이 더 크게 번져 우리같은 시민들이 진화작업을 돕기는 무리였을테고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늘같은 상황에서 우리같은 시민이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날씨가 뒷받침해 줘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돌이켜보니 오늘 산불이 성공적으로 진화 된 데에는 적지 않은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우선 발화 장소가 비교적 가파른 암반지대여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허나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발화 장소가 암반지대라 태울 나무와 낙엽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 불이 빠르게 옮겨 붙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소방대원님들의 헌신적인 진화작업이 인상깊었다. 이어서 등장한 소방헬기의 경우 가까운 곳에 얼지 않은 안양천이 있어 소방헬기가 소방용수를 구하기도 용이하였다(작년 이맘때는 안양천 일대가 꽝꽝 얼었음, 작년보다는 올겨울이 훨씬 덜 추움).
더하여 산불 발생 초기에 발견 및 신고가 이루어져 조기진화에 나선 것이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현장에 출동한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다.


구름이 조금 낀 날씨여서 망해암으로 일몰을 보러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가기로 한 것인데 멋진 일몰을 본 것보다 훨씬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


아빠는 현장에서 진화를 도우며 연기를 좀 마신 탓인지 아까부터 가벼운 기침을 하시는데, 어떠시냐고 하면 일단은 그냥 괜찮다고 그러신다.
오늘밤은 피곤한데 정리할 게 좀 있어서 잠을 좀 미루어 본다.
내 골수로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하고 회복중인 동생도 오늘 산불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흐뭇해 하는 것 같았다^^.

 

 


<관련 사진>

 

2012년 1월 15일 16시 9분 경 안양천 산책로에서 산의 약 7부능선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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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좀 더 나기 시작한다. 이 지점에서 연기가 더 커지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16시 12분에 내 폰으로 119에 신고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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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뒤로 화재현장이 보이십니까^^?

119에 신고 직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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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치솟는 연기

연기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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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고교 교정에서 바라본 산불 발화지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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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고를 나와 경수산업도로를 건너 화재현장으로 서둘러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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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하는 소방차와 앰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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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지점은 소방차가 진입하기에는 어려운 장소이다.

그래서 소방대원님들이 차에서 내리고 물배낭을 메고 직접 산불 진화작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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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에 도착하였다. 산 밑에서 본 것보다는 연기의 규모가 훨씬 커진 것으로 보아 산불이 더욱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방헬기에 의한 진화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소방대원님들께서 소방헬기 지원 요청을 무전으로 계속 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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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기 시작하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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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조심스럽게 진화작업에 참여한다.

솔가지를 이용하여 마른 낙엽쪽으로 잔불이 번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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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에 도착하신 경찰관계자님들

산불을 처음 신고한 내 인적사항도 적어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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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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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마음을 놓으면 되살아나는 불꽃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여러번 반복하니 더이상 번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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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소방헬기 두 대(유심히 보니 하나는 산림청 헬기였고 하나는 소방방재청 헬기였던 것 같다. 이 순간 소속은 달라도 목표은 단 하나, 산불진압!!!!)가 번갈아가며 안양대교 아래 안양천에서 물을 담아와 화재현장에 폭격하듯 퍼붓는다.

원래 목적이었던 일몰을 이렇게나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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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지원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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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헬기가 진화를 하는 중에도 군데군데 잔불이 되살아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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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 바라본 해질 무렵의 수리산 일원(관모봉-태을봉-슬기봉-수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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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도 바쁘다.

조금만 더 어두워졌다면 헬기에 의한 진화가 어려웠을지도 모를텐데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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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헬기의 물 폭격 동영상 캡쳐 이미지13051A3A4F198B743519EF

 

연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 산불이 거의 잡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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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신 소방대원님들과 관계 부처 공무원님, 경찰관님들이 이제서야 한 숨 돌리시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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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진화작업하러 산에 오를 때부터 함께했던 어느 소방관님과 함께...

(아저씨를 포함한 현장에서 진화에 앞장서신 여러 소방관님들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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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경 화재현장에서 내려와 오늘 함께했던 여러 분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다.1909B3384F14222813F770

 

불에 시달리고 물에 시달렸던 그 산이 이제는 평온을 되찾은 것 같다.151326384F142229077B04

 

산신령님 이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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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신고내역과 현장에서 받은 경찰서 관계자님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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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동영상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http://blog.daum.net/arirangok/16

http://blog.naver.com/goarirang/110129065643 

 

 

 

 

관련 기사 링크 : http://news.kbs.co.kr/society/2012/01/15/2420060.html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11517245816069&outlink=1 

 

 

우리 모두 산불 조심합시다~

 

 

어린이산꾼 천지연의 건강회복을 기원하며,

청소년산꾼   천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