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타인처럼 생소한 나의 뒷모습

 

 

 

낙동정맥 [소호고개-백운산-고헌산-와항마을] 구간 동행

 

산사랑방님과 함께한 백운산 - 고헌산

 

4월 4일

 

 

 

 

와항마을 와항재 입구 삼거리에서 산사랑방 형님을 만났다. 이른 아침 6시15분.

오랫만의 반가움을 가벼운 포옹으로 서로 등을 두드려 격조했던 시간을 메웠다.

형님의 더욱 마른 몸이 신갈나무의 등걸처럼 딱딱하게 안겨오니 포대화상 마냥

살이 오른 내 몸이 잠시 멈칫, 괜스레 겸연쩍다.

 

 

찻길로 와항재를 지나고 소호리 태종마을 전원주택지까지 들어갔다. 여기도 유

명한 전원주택지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가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고 겨울냉

기가 계곡에 가득하여 봄이 한층 멀어진 지역이다.

 

 

아우님, 배낭이 또 무겁지 않아? 초반에 힘들어하는 나를 위한 느린 걸음으로

배낭무게까지 염려해주신다. 가장 무거운 짐은 바로 내 체중인걸요.....^^ 태종

고개로도 알려진 소호고개까지 벌써 비짓땀이 흐른다.

 

 

 

 

 

소호고개(태종고개)

 

전원주택지에서 약 200 미터 이상의 고도를 올려 600 미터 안부 접근구간을

마치고 낙동정맥 마루금에 도착을 하였다. 남진방향 입구에 즐비한 리번들

을 정성스레 정리하는 진지함. 선답의 흔적이 치렁치렁하다고 하지만 다들

직간접으로 아는 분들이기에 지친 걸음의 활력소이기도 하고 무언의 교감이

있다.  

 

 

 

 

 

 한달 전 쯤, 하얀 3월의 눈길을 걸으셨으리라.....

3월 말에 신불산 능선의 세찬 바람을 힘겹게 뚫었다는 소식을 전했으니......

 

 

유유자적하게 산을 즐기던 분이 정맥꾼이 되어버린 그 거친 모습이 그립다. 

  

 

 

 

 

낙동정맥에서 흔히 보던 그림이 재현된다.

 

 

 

아침햇살에 오르락내리락하니 단단한 체형에도 땀이 베나보다.

잠시 벌어진 거리에 순식간에 옷을 벗어 배낭의 매무새를 고친다.

 

 

대간 마친 이후에, 걸음보다 형님의 손매무새가 더 빨라진 것 같다.

 

 

 

 

서로 보일말 말락하게 거리를 두고 진행하다가 풍광이 좋은 곳에서

만나게 된다.

 

 

 

북쪽으로 뒤돌아보니......

 

멀리 가운데가 지난번 구간의 단석산이야!

오우~! 단석산......제법 품격 있네요.

 

 

 

전망대 바위

 

산허리에 암봉 조망터가 관측되더니 가까이 가니 하늘높이 솟았다.

 

 

 

 

서쪽...... 문복산 정상

 

 

 

동쪽

 

좌측 하늘 아래  검은 점은 토함산.

우측 하늘금 아래 빨강 초록은 치술령과 국수봉, 

바로 앞 노란표 천마산,

 

 

 

남쪽과 남서쪽

 

고헌산이 버티고, 비탈지며 내려서는 화살표 끝이 와항재......

좌측은 가지산...... 멀리 가운데는 천황산과 재약산이다.

 

 

 

 

백운산까지는 산길이 아기자기하고 다양하게 펼쳐진다.

중간중간 조망터와 바위구간 그리고 호젓한 숲길들이 교대된다.

 

 

 

 

 

도상에 표시되지 않는 이 봉우리는 종주산꾼들에겐 의미가 있다. 첫째로는

호미지맥의 분기점이고 둘째로는 물줄기가 중요하게 해석되는 지점이다.

 

 

태화강, 형산강 그리고 낙동강(동창천-밀양강-낙동강)의 지류들을 가르는

산봉우리로서 분수령의 꼭지점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형님의 이야기

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곳에서 치술령, 치술령에서 토함산이어지는 호미지맥의 흐름도 한눈에

가늠해보는 즐거움! 언젠가 가까운날, 치술령에 서면 그 조망의 즐거움에

흠뻑 적셔지리라......

 

   

 

 

 

백운산 정상은 실제로 이 암봉이 어울리는데.......

 

 

 

 삼십여미터 앞쪽의 널찍한 공터에.......

(정상에서 기념촬영하는 분들의 안전을 고려한 배려일까?)

암튼 그것도 세개나??!!

(아직 10개는 족히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겨우 900m로 올린 고도는 백운산 정상에서부터 하염없이 내리간다.

등로의 느낌도 확 달라졌다.

 

 

 

다시 오르니 692.7 봉인가보다.

 

 

 

 

햇살은 완연한 봄인데

나무나 풀에 봄의 흔적이 아직 이르다.

 

 

 

올라갈 길이 까마득하고......

 

 

 

겨우 움튼 흔적이라니......

 

 

 

영남알프스 200 -300m 고도에는 진달래가 화끈한데

아직도 이 모양이다.

 

 

 

소호령 지나서부터 거친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그늘이라고는 내 모자창이 가려주는 한 뼘 뿐.

 

 

팍팍한 오름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 이것이 고헌산의 참맛인가!!

 

 

 

북진하는 B산악회가 스치고 지나가니 다시 정적이 감돈다.

 

 

 

땅만보고 500 걸음을 세었더니 겨우 여기까지다.

한동안 멀어졌던 형님과 다시 합류해 물한잔을 들이킨다.

 

 

잠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기나긴 고헌산 정상능선......

안락하다.

 

 

 

 

 

 조망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어느사이 저만치 점처럼 홀로가는......

 

 

비록 꼭지형수의 동행이 있었다하나 저 외로운 걸음으로 백두대간을 마치고

낙동정맥도 막바지다. 불러세워 진지한 얼굴로 대하면 그저 소탈하게 웃는 님!

 

 

 

고헌사 내려다보이는 남쪽 방향으로

 

정면의 신불산, 간월산 그리고 우측으로 재약산 천황산

좌측 멀리 천성산, 그 뒤로 희끄므레한 금정산까지...... 

 

 

 

 

고헌산 동봉 정상

 

 

 

 

 

빨간화살표는 배내고개

노란화살표는 배내고개-석남터널 방향 분기점 

그 위로 능동산, 그 좌우로 재약산 천황산 ......

 

 

 

고헌산의 정상부의 가장 좋은 경관은

드넓은 하늘을 맘껏 안고 있다는 것.

 

 

 

운문령도 지척이네......

 

 

 

 

햇살 잘 모이는 옴팡진 곳

가지끝에 바알간 봄물이 들었다.

 

 

 

1000 미터 넘는 고산으로 육신을 이끌고 올랐건만

우리보다 너 높은 곳에서 날고 있는 패러글라이더들......

 

 

 

서봉에도 고헌산 정상석.

 

겨우 2m 더 높다고요??

아니야..... 행정구역상 경주와 울주(울산)의 행정구역이 닿는 곳이라서

정상점으로 잡는 것을 더 합리적으로 보는 가봐......

 

 

나같으면 어김없는 단호함으로 규정할텐데, 항상 유연하게 말씀하시는 저 너그러움! 

 

 

 

 

톨탑봉과 동봉과 이곳 서봉 사이

 

 

 

 

서봉 정상에서의 하산

 

 

 

다시 거칠어지는 산길

 

 

 

와항재.

 

아스팔트 도로가 나와도 다시 거너편 산으로 올라야하는 정맥종주의 운명.

도로를 따라 걸어 와항마을로 내려서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이미 산 위에서

충분히 검토하였다.

 

 

기왕에 따라나선 걸음. 마루금을 충실하게 걸어보자.

 

 

 

 

와!~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선채로 두번 멈추어 쉬고......

흔적도 없는 형님의 자취를 좇아 가파르게 오른다.

 

 

 

 

문복산 능선 895봉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구간 끝.

점심도 안먹고 내린 시간 1시 35분...... 점심이나 먹죠.^^

 

 

백두대간 도솔봉구간, 설악산 공룡능선구간을 산사랑방 형님과 같이 했었다.

내가 간절해 마지 않았던 구간이었기에 참으로 행복했던 추억의 산행이었다.

낙동의 마지막 몇구간은 서로 익히 다녀본 코스다. 오늘처럼 동행하면서 여유

로운 행보에 인생살이의 헛점들을 자랑하며 때론 웃고 때론 미소지으며 산의

계절을 느끼고 싶다.

 

 

동행! 그것은 때로 달콤하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