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만복대-고리봉)산행기

 

ㅇ 일시 : 2005. 5. 7(토)
ㅇ 코스 : 성삼재-고리봉-만복대-정령치-고리봉-주촌리(안내표지판상 약14km, 4시간 30분)
ㅇ 찾아간길 : 안내산악회

  

    또다시 혼자 안내산악회 차량에 몸을 싣는다. 흐릿한 날씨. 간간이 뿌리던 비가 그치기는 하였지만 금새라도 또다시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다. 이런 날 무슨 산을 가겠다고 하는 것인지, 사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집에 쳐 박혀 있으면 한없이 늘어지고 무료해지는 시간, 답답하다고 칭얼대는 마음 한구석의 보챔이 보기 싫어 무작정 따라나서기는 하였지만---

  

   약속된 장소에 나가 차에 올라타니 이제는 제법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띈다. 간단하게 눈인사를 하고 정해진 자리에 깊숙하게 몸을 박고 눈을 감는다.

  

   잠을 청하였으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굴리다보니, 옆사람이 눈치 채었는지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차량은 지리산 I.C를 빠져나와 성삼재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 아직도 잔뜩 운무에 쌓인 하늘---

  

   만복대가는 들머리에 차가 멎자 우루루 사람들이 몰려 나간다. 산을 만나면 저리도 신들이 나는지---이해가 가는 않는 것은 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지리산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산행을 시작하였을텐데, 산행을 시작한지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운무가 가시지 않는다. 고리봉에 오르자 겨우 반야봉이 희미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사라질뿐, 운무의 두께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언제쯤 운무가 가실련지, 이러다 햇살이 비추면 주변의 운무는 참 멋있을텐데,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은 가느다란 희망에 기대어 힘들고 지겨운 발길을 떼어놓는다.

  

   그렇게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30여분. 만복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기슭에 도착하자 차츰 운무가 걷히기 시작한다. 드디어 날씨가 개이려나!! 잠시 휴식을 취하던 발걸음을 재촉하여 후다닥 만복대로 뛰어 올라간다. 숨가쁘게 만복대에 오르자 드디어 운무를 헤치고 펼쳐지는, 아---저 장엄한---운해의 바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햇살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신록과 끝없이 펼쳐지는 운해의 장관. 사람이 만든 인공의 숲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마치 천상의 세계에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풍경뿐이다. 그래 이 맛이다. 이 맛 때문에 나는 또 산으로 떠나온 것이 아니던가---

  

   여기저기 정신 없이 사진을 찍고, 끝없이 펼쳐지는 운해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앞쪽을 보면 한 눈에 펼쳐지는 지리산 줄기, 뒤를 돌아보면 저 신비한 운해의 바다. 정말 이보다 더 맛있는 식사가 어디 있으랴!

  

    식사를 하고 한가하게 풍경을 더 즐기다 이제 천천히 정령치를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능선의 고도가 천천히 낮아지면서 발아래 펼쳐지던 운해가 점점 눈높이에서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바로 눈높이에서 펼쳐지는 운해는 지금까지 본 운해보다 훨씬 더 장관이다. 능선을 타고 지리산 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남원 쪽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넘으려는 운해가 부딪쳐서 만들어 내는 저 운해의 단애. 마치 거대하고 거대한 폭포가 꺾어지고 휘몰아쳐 내리는 모습 같다. 저 장엄하고 신비한 대자연의 풍광 앞에서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저 바위에 주저앉아 눈앞의 스크린 속으로 빨려들고 빨려들 뿐이다.

  

   산이란 역시 만날 때마다 다르고, 만날 때마다 아름답다. 만날 때마다 부끄럽게 만들고 만날 때마다 정직하게 만든다. 만날 때마다 가슴을 후벼파게 만들고, 만날 때마다 그리움에 찌들었던 가슴을 씻어내게 만든다. 그리하여 산 속에서 나오는 자는 빗방울을 함초롱이 머금고 서 있는 저 낙엽송처럼 푸르고 싱그럽고 향기롭다.

  

   정령치를 지나 이제 마지막 고지인 고리봉을 오른다. 날씨가 어느 정도 개어서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 세석---반야봉, 노고단---언제 보아도 반갑고 아름다운 능선이다. 또다시 바위에 걸터앉아 능선줄기에 한참 동안 빠져든다. '그만 가시지요' 고개를 돌려보니 아침에 옆자리에 계시던 분이다.

  

   '네. 내려가야지요!!'

 

 

       (고리봉에서, 희미하게 얼굴을 내미는 반야봉)

 


(만복대 오름길, 걷히기 시작하는 운무)

 

(모습을 드러내는 만복대)

 

(만복대 운무)

 

(만복대 풍경)

 

(만복대 운해)

 

(만복대 운해)

 

(만복대에서 본 정령치 가는 능선 풍경)

 

(만복대 운해)

 

(만복대에서 본 반야봉)

 

(만복대, 몰려드는 운무)

 

(정령치 가는 길 운해)

 

(정령치 가는 길 운해)

 

(정령치 가는 길 운해)

 

(고리봉에서, 정령치에 몰려드는 운무)

 

(고리봉에서 본 지리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