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67   작은고리봉(1,248m) -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 행 일 : 2004년 12월 22일 수요일
산의날씨 : 흐림, 한때 눈발
산행횟수 : 지리산자락 38회차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52분 (식사 휴식 59분포함)

 

당동 <0:36> 국립공원 경계 철망문 <0:57> 주능선 삼거리 <0:11> 성삼재 <0:20> 성삼재 1.0km
지점 <0:19> 작은고리봉 <0:20> 주능선 삼거리 <0:35> 철망문 <0:35> 당동

 

 

                       시암재 뒤로 보이는 기막힌 풍경.  이런 모습을 보러 산을 찾는다

 

"오늘 산행거리가 얼마나 돼?"
구례읍내가 가까워지자 차창밖으로 노고단 쪽을 바라보던 아내가 돌아본다.
"오랜만에 산행하는 당신 때문에 10km쯤 되는 코스를 골랐지"
그러고는 그냥 간다.
나더러 '삼칠 무대'라고 하더니...

 

19번 국도에서 구례군 산동으로 빠져 '지리산온천' 앞을 지나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왼쪽 길은
산수유로 유명한 위안리로 가게되고 우리가 찾아가는 당동마을은 직진 길이다.
계곡 우측에 우물을 파는지 아니면 온천수를 찾는지 대형 관정기계가 설치되었고 비좁은 길을 따
라 '당동솔밭가든' 앞에 이르자 주인인 듯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내다본다.
계속 이어진 길은 비포장이고 상태가 안 좋아 진행하기가 어렵게 보여 "이 모퉁이에 잠시 세워놔
도 되겠냐?"고 하자 "그렇게 하라"고 한다.

 

10 : 48 출발. 원래는 콘크리트 포장길이었으나 이제는 대부분 망가진 길 좌우로 철망이 드리워
졌고 오른쪽은 밤나무가 주종을 이뤘으며 왼쪽은 말라버린 빨간 열매가 더러 남아있는 산수유 밭
그리고 위로는 고사리 밭이다.

 

10 : 55 가로지른 비포장 길을 거스르면 들머리로 '당동고개 2.5km' 이정표가 있다.

 

 

                       가을철 산화경방기간이 끝났는데 입산금지 휘장은 그대로.

 

우측 계곡의 물소리를 벗삼아 돌과 덤불이 함께 한 길을 잠시 따라가면 전에 임도였을 넓은 길이
펼쳐지나 역시 돌이 깔렸다.

 

11 : 04 물길을 막는 상당히 높은 절벽 아래서 바위를 타고 건너지만 계곡은 여전히 오른쪽이다.

 

 

                                                    물길을 막은 절벽

 

11 : 09 '지남 29-01' 팻말을 지난 20여m 전방, 넓은 길은 계곡을 건너가는데 아마 시암재로 이
어지는 듯 싶고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왼쪽으로 난 호젓한 오솔길이다.

 

11 : 24 국립공원 경계 열린 철망 문을 통과하면 '↑성삼재 1.8km *↓당동마을 1.5km' 이정표가
길손을 맞아주고 10여m 앞 계곡 위로 '탐방로' 팻말이 매달린 가느다란 밧줄을 따라 산죽 밭으로
들어서니 이제 물소리가 멀어져 버리고 오른쪽에는 또 다른 계곡이 보이는데 물이 없다.

 

 

                                           국립공원 경계. 문은 열렸다.

 

 

                        탐방로 팻말이 매달린 줄을 따른다 - 내려오면서 촬영

 

그러고 보니 지능선을 치고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경사가 매우 심하다.
쭉쭉 뻗은 장송 사이를 지나는데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눈이 얼굴에 닿으니 차갑고 -눈은 가끔
오락가락하다 그쳤다- 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방울이 맺힌다.

 

11 : 42 가풀막진 능선 오른쪽으로 길이 휘어지고 '지남29-03' 팻말이 나오면서 가로지른 능선이
올려다 보인다.

 

11 : 51 왼쪽 산죽밭 가운데 있는 무덤 앞을 지나면 빗물에 깊은 골이 생긴 갈지자 오름 길이 한
동안 이어진다.

 

 

                                                    묘지 옆의 안내문

 

12 : 05 시암재 휴게소가 건너다 보이는 능선에 닿고 5분을 더 가면 오른쪽 조금 떨어진 지점에
무덤이 또 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무덤들은 공원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있었을까?
쓸데없는 궁금증이 발동한다.
작은고리봉이 지척으로 보이니 주능선도 멀지 않으리라.

 

12 : 21 주능선 삼거리

 

 

                                                      주능선 삼거리

 

'← 만복대 5.7km *↓당동마을 3.0km * → 성삼재 0.3km' 이정표와 '지남 29-05' 팻말 그리고 '조
국평화통일 기원제 사적지'라 새긴 표지가 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잠시 망설이다 성삼재부터 들리기로 했다.
길쭉한 헬기장 위치번호는 '지남 23-11'로 29가 23으로 바뀌었다.

 

 

                                              헬기장에서 본 작은고리봉

 

평일이어서 그런지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40대 중반 가량의 부부 한 쌍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작은 봉우리에 이르자 구덩이가 파였고 오석이 넘어져있어 살펴보니 '여기 우리의 영원한 산 친
구 양재수 잠들다. 1994. 7. 17 졸'이라 쓴 글귀가 숙연한 기분이 절로나게 한다.

 

 

                                                       방치된 묘비(?)

 

12 : 32 성삼재 도로가에 설치한 철망 문도 열렸다.

 

 

                                                  성삼재로 내려가면서

 

주차장은 텅 비었고 사람들도 몇 안 보인다.
점심때가 되었는데 "배가 부르면 올라가기 힘드니 고리봉에 가서 먹자"는 아내 뜻을 따르기로 하
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맛을 보니 95도라고 표시된 온도와 달리 외부 기온 탓인지 미지근하다.


 

                                     성삼재에서 작은고리봉은 지척으로 보이지만

 

 

                                           성삼재에서 본 산동 온천지구                                
 
12 : 48 휴게소 계단을 내려서 주차장을 가로지르고 다시 철망 문을 통과하여 부지런히 걷는다.

 

 

                                         성삼재의 백두대간 길 문도 열렸고

 

예전에야 화엄사에서 대원사로 종주 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무용담처럼 여겨졌으나 요즈음엔
'지리종주를 했다'라는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길이 좋고 지금 우리 부부가 걷고 있는 대
간 길의 일부도 자동차 길에 비유한다면 고속도로와 진배없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각 정맥이나 기맥길도 5년만 지나면 백두대간 길처럼 다니기 좋게 될 것이
다'라고 하던 어떤 분의 얘기가 떠오른다.

 

13 : 07 '지남 23-10' 팻말을 지나 잠시후 '↑만복대 5.0km * ↓성삼재 1.0km' 이정표를 보게되는
데 작은고리봉까지의 거리 표기는 없고 왼쪽의 희미한 흔적은 전의 산길인 것 같다.
키작은 산죽 길,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돌계단도 오르고 철쭉과 다래넝쿨 사이도 통과한다.

 

13 : 20 작은 바위들 우측을 돌아가면 '지남 23-09' 팻말이 있고 가파른 바위 길을 치고 오르자
멋들어지게 가지를 벌린 노송이 쉬어가길 유혹하나 이내 억새 밭이 전개되면서 앞이 확 트인다.
작은고리봉으로 치고 오르는 길목에 통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팻말이 걸려 사면을 타고 조
금 가자 봉우리로 오를 수 있는 좁고 질펀한 길이 있다.

 

13 : 27 아무런 표지가 없는 작은고리봉으로 올라서니 헬기장에서 지나쳤던 부부는 이미 식사를
끝내고 후식으로 사과를 먹고 있다가 한 개를 깎아 우리에게 건네주었고 조금 떨어진 바위에서
밥을 먹는 사이에 성삼재를 향해 출발했다.
죽자살자 탐하지 않고 가볍게 산행하는 그들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앞의 골짜기와 능선을 타고 올랐다.  

 

지리산 북서부 능선에 고리봉이 둘 있다.
이곳 말고 다른 하나는 정령치에서 세걸산 방향에 있는데 백두대간은 전북 남원땅인 고리봉에서
주촌으로 내려가 수정봉, 여원재를 지나게 되며, 편의상 큰고리봉(1,304.5m)과 작은고리봉(1,248m)
으로 부르지만 지형도에는 그런 구분이 없다.

 

 

                                                   만복대와 억새능선

 

 

                                                     반야봉과 중봉

 

 

                                     돼지평전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

 

반야봉에서 노고단 그리고 종석대 능선이 시야를 가로막은 남동부를 제외한 기타 지역의 조망은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거침없다.
키순으로 줄지어 선 산마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다.

만복대에서 갈라진 견두, 천마 줄기가 맨 앞에 섰고 문덕, 삿갓, 고리, 동악 줄기는 그 뒤에 섰으
며 강천, 산성, 설산 등의 호남정맥 마루금 그리고 산, 산, 산들 아∼ 어찌 다 가늠이나 하겠는가.
이런 기막힌 모습을 보려고 나는 산을 찾는다.

 

 

                                     무등산은 물론 멀리 추월산도 보인다.

 

14 : 10 얼른 일어나기가 싫은데 "추워지기 전에 내려가자"며 아내가 먼저 일어선다.
젊은 부부 한 쌍이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만복대까지 갔다와도 되겠냐?"고 해서 "해가 짧으니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주었고, 갈림길에 닿기까지 수시로 뒤돌아봤지만 만복대로 가
버렸는지 작은고리봉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질 안했다.

 

 

                             삼거리로 내려가면서 본 헬기장, 성삼재 그리고 종석대

 

14 : 30 13분 후 이정표를 지나고 이제 삼거리에 이르렀다.
"뒷집이 무거워서 잘 오르지 못한다"는 아내가 내림 길에서는 "자동적으로 밀려간다"며 겅중겅중
걷는 폼이 늘 불안하다. 
"낙엽 속에 돌멩이가 있고 패인곳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래도 맘이 안 놓여 앞장서서 느긋하게 걷자 우습다.
정맥 길에서 발목을 삐지 않나 또 무릎을 깨지 않나 사돈 남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15 : 05 봄철 산화경방기간이 시작되면 다시 닫힐 철망 문을 통과한다. 
"내려올 때 둘러보자"고 아껴두었던(?) 폭포 밑으로 내려가면서 '우천시 계곡범람으로 인하여 위
험하오니 출입을 삼가해주라'는 표지가 헛말이 아닐 것 같이 가뭄에도 수량이 비교적 풍부하다.

 

 

                                                    이런 폭포도 있다.

 

"이곳은 여름철에 찾아오면 아주 좋겠다"는 아내 말에 동감이고 가벼운 산행과 함께 계곡에서 피
서도하고 곳곳에 산재한 음식 집에서 토종닭이나 오리요리를 먹으면 제격이겠다.
  
15 : 40 송림 어귀.
주인을 잘 못 만나 험한길도 다녀야하는 우리의 차는 늘 그렇듯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