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태극 02. 만복대-고리봉-성삼재-코재-화엄사, 억새는 볼폼 없어도

 

Mt. 0624  萬福臺(1438m) - 전북 남원시 * 고리봉(1248m) - 전남 구례군

 

산 행 일 : 2006년 10월 8일 일요일
산의날씨 : 맑음·안개
동 행 인 : 지리산악회 동참 산우 님들

 

산행시간 : 6시간44분 (식사 휴식 1시간 40분포함)
              정령치·737번 지방도(2차선) <0:26> 약 1350봉·조망바위 <0:20> △만복대·정상표
지석 <0:30> 묘봉치·헬기장·산동 상위 갈림길 <0:37> ×고리봉·정상표지석·산동 좌사리 갈
림길 <0:10> 산동 당동 갈림길·약 10m위에 헬기장 <0:18> 성삼재·휴게소·861번 지방도(2차
선) <0:30> 코재(무넹기) <0:05> 눈썹바위 <0:19> 집선대 <0:13> 중재 <0:08> 국수등 <0:21>
참샘터 <0:32> 계곡 무명폭 <0:28> 화엄사 매표소 <0:07> 대형주차장

 

산행(도상)거리 : 약 14.8km ⇒ 정령치 <2.1> 만복대 <3.5> 고리봉 <1.5> 성삼재 <1.5> 코재(무
넹기) <5.0> 화엄사 <1.2> 주차장

 

[지리산국립공원 이정표상 거리 : 16.2km ⇒ 정령치 <2.0> 만복대 <6.0> 성삼재 <1.5> 무넹기
(코재) <5.7> 화엄사 <1.2> 주차장]

 

참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운봉(2003년 수정본)지형도

 

 

                                                        묘봉치의 억새
 
오랜만의 가을 만복대 구간 산행이어서 은빛 출렁이는 억새를 감상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지난주
에 홀로 지난 길을 오늘은 일반 동호인들도 동승한 버스에 편하게 앉아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황
금 들녘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도 둘러보며 간다.

 

육모정을 스쳐 고갯마루를 향해 용을 쓰며 오르는 버스와는 대조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깊숙하
게 떨어지는 구룡폭포 계곡을 내려다보니 수 년 전의 삼복더위 속 계곡산행이 생각나고 고기리
삼거리 위에 조성하는 저수지 제방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인 듯 싶으며 "담수가 되면 안개가 자
주 끼어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라는 얘기들을 하는 가운데 정령치에 닿는다.

 

09 : 20 정령치의 열려있는 철책 문을 통과하여 좌측에 세워놓은 이정표를 보면 '↑만복대 2.0km
*↓바래봉 7.4km' 라고 표기하였다.
관리공단에서 만든 이정표의 거리가 무성의하고 일관성이 없어 되도록 안 보려고 하지만 얼마쯤
지나왔고 다음 도착지점이 얼마쯤 남았는지 나도 모르게 살펴보게 된다.

 

실제 '지리태극 01' 산행기의 사진을 살펴보면 부운치 이정표는 '정령치 6.4km * 바래봉 3.0km'이
고 세동치 이정표는 '정령치 4.3km * 바래봉 5.3km'로 표기되었으며 이 곳 이정표에는 바래봉이
7.4km라고 하니 어느 누가 믿겠는가.
그래서 서두에 도상거리와 관리공단측 거리를 참고로 기록한 것이다.

 

 

                                         뒤돌아 본 고리봉-세걸산-바래봉 능선

 

 

                                                        암벽 옆으로 오르고

 

어쨌던 가파른 계단을 2분 가량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게되고 '현위치번호
지북 20-01'봉과 '20-02'봉을 차례로 올라 지나온 바래봉∼고리봉 마루금을 되돌아본다.
암벽 좌측으로 돌아가자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고 이어 정령치와 만복대 중간지점을 알려주
는 관리공단측 이정표가 나온다.

 

 

                             1350봉에서 본 고기리 삼거리 위에 조성하는 저수지와

 

 

                                                                  만복대                   
     
09 : 46∼51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약 1350봉엔 바위가 깔려 쉬어가기도 좋다.
오늘은 안개로 인하여 원경은 감상하지 못하나 사방을 휘둘러보며 목도 축인다.
고실라져 떨어진 낙엽이 길을 덮기 시작하고 가끔 산죽이 좌우로 도열한 곳도 지난다.

 

 

                                                      영재봉으로 가는 길

 

09 : 59 전라남북도 도계인 다름재∼영재봉으로 분기하는 능선 입구에는 '탐방로 아님' 팻말이 세
워졌으며 이제부터 만복대까지 좌우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땅을 밟고 가게 된다.
밤재와 견두산 등을 차례로 지나 병방산에 이르는 이 능선을 구례지맥이라 일컫는 이도 있으며
최근 가칭 역태극 또는 바람개비 능선이라 하여 새바람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곳이다.

 

 

                                                      만복대 정상 표지석과

 

 

                                         지척인 반야봉도 흐릿하게 보인다.

 

 

                                                     만복대를 내려서면서

 

 

                                           가야할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10 : 11∼16 만복대.
구례군에서 최근에 구례지역의 호남정맥 길을 비롯하여 곳곳의 산봉에 정상표지석을 세운 것을
알 수 있는데 고무적인 일이라 여겨지며 관계당국에 감사드린다.
만복대하면 억새평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철쭉과 키 작은 잡목이 서서히 자리를 빼앗기 시작했으며 그나마 억세게 남은 억새도 초
라하기 짝이 없다.
비록 억새는 볼품없어도 명산임이 틀림없으며 가슴을 활짝 열고 지리산 정기를 받아들인다.

 

10 : 46∼51 널찍한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
상위 마을에서 이곳으로 올라 만복대∼요강바위∼다름재로 빙 도는 원점회귀 코스로 각광받았었
는데 지금은 다름재로 가는 곳에 '탐방로 아님' 팻말이 세워졌으니-.

2001년 7월부터 만복대 주변(3.5㎦)의 탐방로외 지역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유는 '반달가슴곰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여 자연자원을 복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참 좋은 말씀이고 시책으로 인정하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묘봉치에서 몇 발자국만 가면 이정표 상의 중간지점(성삼재 3.0km * 만복대 3.0km)이다.
반야봉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약 1190봉을 넘고 두 번째 봉인 약 1200봉을 넘으면 높은 봉우리
가 앞을 가로막지만 좌사면을 따르게 된다.
그리고는 헬기장을 가로지른다.

 

 

                                                                고리봉

 

 

                                                       뒤 돌아본 만복대

 

 

                                                     성삼재와 종석대

 

 

                                             산동 온천휴양지도 내려다 보인다.

 

11 : 33∼38 고리봉.
직전에서 봉 좌측으로 비껴가도 되지만 고리봉 또한 훌륭한 조망처니 그냥 가지 못한다.
성삼재쪽에서 온 사람들이 선점하고 있다 사면을 타고 가는 일행들을 따라 가버리자 좌사리로 뻗
은 지능선과 산동온천 휴양지 그리고 시암재에서 성삼재로 이어지는 도로, 백두대간 길이면서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는 종석대, 그 좌측의 노고단, 달궁계곡, 금방 지나온 만복대 능선을 두루두
루 살펴본다.

 

 

                                                            당동 갈림길

 

 

                                                       고리봉을 돌아보고

 

11 : 42∼12 : 08 그리고 잠시 내려간 그늘 있는 적당한 곳에서 26분간에 걸친 느긋한 점심식사
시간을 갖는다.
당동 갈림길을 지날 때 마주 오는 사람들 중 한 사람 배낭 끈에 매단 반가운 표식을 발견하고 알
만한 분인가 인사를 했으나 '산행기 게시판'에서 보지 못한 것 같았고 단 몇 분간이라도 정다운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헤어지고 나서 바로 앞 헬기장에 올라 뒤돌아보며 무심했던
자신을 탓한다.

 

 

                                                        도로에 내려서서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12 : 30 정령치에서는 철책 문안으로 들어갔으나 이제는 철책 문을 빠져나와 성삼재가 지척인 도
로에 닿고 주차장은 만차인지 길가에도 즐비하게 세워진 자동차 옆을 스쳐 간다.
종석대로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법을 지킵시다" 한 분의 말과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동차 때문에 여기 저기 모습이 보이는 직
원들뿐만 아니라 유람객(?)들의 눈총이 따가워서도 능선으로 오르지 못하겠다.
납작한 돌이 깔리고 또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지루한 길을 따르면서 산행이라기보다는 사람 구경
을 하면서 햇빛을 피해 그늘 밑으로 오른다.

 

 

                                            종석대로 가는 문은 언제 열릴런지

 

                                                코재. 화엄사로 내려가는 길목

 

13 : 02 입산통제 팻말과 목책이 세워진 종석대 길에서 꺾어 돌면 이내 코재이다.
이정표에는 무넹기로 표기되었으며 중재까지의 약 2km구간은 돌계단 길로 경사가 심해서 무릎관
절에 이상이 있거나 나 같이 허리가 부실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눈썹바위에 가서 쉬었다 가자"며 곧바로 출발한다.

 

 

                                                               눈썹바위

 

 

                                                          가파른 돌계단 길

 

13 : 07∼17 눈썹바위.
이정표에 '↑화엄사 5.5km *↓노고단 1.5km'로 표기돼 있다.
화엄사에서 오를 때는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경사를 힘들게 오르다 편히 쉴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앞선 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오를 때는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어 싫으나 내려갈 때는 건설적인 이야기를 포함하여 우스개소리
로 기분전환도 하는 여유가 생긴다.
입담 좋은 분들의 걸쭉한 농담에 배꼽을 잡기도 한다.

 

 

                                                          집선대의 실 폭포

 

13 : 36∼39 넓은 반석이 깔린 집선대.
약 10분전부터 좌측 계곡에 물이 보이더니 모이고 모여 빈약하나마 실 폭포를 만들고 있다.
한 줄기 바람이 쏴아- 지나간다.
마른 낙엽이 하늘을 날은다.
이마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멎었다.
등어리도 시원해진다.

 

 

                                                                 중재

 

                                                                 국수등

 

13 : 52 지금은 아니나 차일봉 능선으로 오를 수 있는 지능선 길이 있는 중재를 넘고
13 : 58 예전 임도 종점이었던 지점과
14 : 00 국수등을 차례로 지나 참샘을 찾아 부지런히 걷는다.
15분을 내려가면 길이 Y자로 갈리는데 좌측을 따른다.

 

 

                                               참샘의 물을 담는 박태수 님

 

14 : 21∼36 참샘터.
조롱바가지를 이용하여 물맛을 보고 물병도 채운다.
산에서 떠간 물로 차를 끓여 마시면 다른 맛이 난다.
한 분이 약재를 직접 채취해서 담갔다는 약술을 꺼내자 또 다른 분도 "이가주(李哥酒)"라며 역시
담근 술을 꺼내고 무겁게 짊어지고 다녔던 간식거리도 나온다.
뜻하지 않은 조촐한 산중 술판(?)이 펼쳐지는 것이다.

 

 

                                                            연기암 갈림길

 

14 : 42 연기암 갈림길에 이르러 암자로 오르는 길을 버리고 샛길을 타고 내린다.
화엄사를 창건했다는 연기조사의 효심이 지극하여 어머님의 명복을 빌기 위해 공양하는 모습으로
세운 국보 제35호로 지정된 사사자삼층섭탑이 화두가 된다. 
우측 계곡물 소리가 그냥 가지 못하게 만들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며 되도록 천천히 내려간다.

 

 

                                                                무명폭

 

15 : 08∼29 "저기 바위 뒤가 좋겠네요"
이의가 없다.
작은 폭포도 있으니 안성맞춤이다.
불콰해진 얼굴에 한기가 돌면서 정신이 바짝 든다.
집에서 가까운 산을 찾으니 이런 일도 있어 좋다.

 

 

                                                주차장으로 가는 지루한 도로

 

15 : 41 화엄사 앞 울퉁불퉁한 주차장으로 내려서고 지루한 포장도로를 따른다.
숱하게 찾은 화엄사지만 이 도로를 걷기는 처음이다.
승용차는 반야다원 아래 주차장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5분 가량 걸어 매표소 앞을 지나간다.

 

 

                                                     주차장의 일행들

 

16 : 04 대형 주차장 한 쪽에 우리들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먼저 내려온 일행들은 돼지 머리고기 안주를 곁들어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고 잔디밭에 앉아 담소
를 나누고 있다.     
다음엔 다시 성삼재를 출발하여 벽소령까지의 주능선을 걷다 의신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대전에 중요한 일이 있어 불참할 수밖에 없으니 또 홀로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