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서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를 보일 것이라고 예보한 5월 13일(수요일), 5시 45분경 서울남부버스터미널 매표소에 도착하니 6시부터 여는 매표소 창구는 굳게 닫혀 있고 인터넷 예매자를 위한 무인발권기에서 전주행 첫차인 6시발 시외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10500원.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한산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시외버스는 소요예정시간인 2시간 40분보다 무려 30분 가까이 빠른 8시 12분경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여기서 8시 25분발 남원행 직통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6000원. 남원행 직통버스는 한 시간 만에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여기서 2900원을 내고 운봉을 거쳐 인월로 가는 9시 35분발 버스표를 끊는데 전주에서부터 온 직통버스를 다시 타게 되고 남원에서 10분쯤 쉬던 직통버스는 고려 우왕 때 삼천여 명의 왜병에 맞서 삼도순찰사 이성계 장군이 그 10분의 일도 채 되지 않는 병력으로 대승을 거둔 일을 기록한 황산대첩비가 있는 나지막한 황산과 이 때 섬멸된 왜병의 피로 붉게 물들어 아직도 그 피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피바위가 있는 남천변을 지나서 30분 만에 인월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덕두산을 거치지 않고 바래봉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운봉읍 용산리로 가려면 여기서 5분쯤 전에 정차하는 운봉읍에서 내리면 된다.

인월버스터미널에서 17분 만에, 인터넷에 게시된 상세한 정보대로 쉽사리 구인월마을의 덕두산 들머리에 닿는다. 들머리의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덕두산까지 3.2 킬로미터라고 적혀 있다.

인월(引月)이라는 지명도 황산대첩 당시 이성계 장군이 왜병들의 정세를 탐지하기 위해 하늘에 달이 뜨기를 기원하여 달이 떠올라 대승을 거두게 되자 달을 끌어 와서 승전을 하게 됐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들머리로 들어서니 거칠게 포장된 임도는 짧게 끝나고 등로가 좁아지기 시작하는 곳에서 쌍스틱을 펴 짚고 오른다. 짙은 솔잎 냄새를 비롯한 나무들이 발산하는 녹음의 진한 냄새를 심호홉하며 오르는 길은 시원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며 뜨거워진 체열을 식혀주고 여름이 다가왔지만 아직은 봄이라는 것을 체감시켜준다.

군데군데 갈림길이 나 있지만 표지기가 달려 있는 쪽, 길이 좀 더 뚜렷한 쪽, 그리고 웬만하면 왼쪽 길을 택해 오르니 중군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의 삼거리로 오르게 된다. 삼거리의 방향표지판에는 덕두산까지 2.5 킬로미터라고 적혀 있는데 방향표지판이 덕두산을 가리키는 오른쪽 길로 꺾어져 오르면 좌우의 가파른 비탈을 보면서 반쯤 그늘진 능선길을 걷게 된다. 조망이라고는 무성한 수풀에 가려 기대할 수 없고 오로지 좁은 등로와 그 양 옆의 가파른 비탈, 무성한 수풀만 보이는 무인지경의 길을 묵묵히 오르니 가끔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깊은 산의 정적을 깨며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언제쯤에나 덕두산 정상에 오를까 생각하며 부지런히 능선길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흥부골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흥부골자연휴양림의 계곡길로 올라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8분 만에 오래 된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1150 미터의 덕두산 정상에 닿는다. 무성한 수풀에 가려 조망도 시원하게 트이지 않고 등로상의 약간 넓은 쉼터 같이 보이는 덕두산 정상에서 첫 번째로 쉬다가 다시 나아가면 바래봉의 전위봉이 험준한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오지만 막상 올라보니 덕두산 오름길에 비하면 편한 길이다.

덕두산 정상에서 40분이 채 못돼, 바래봉의 전위봉을 지나서 해발 1165 미터의 바래봉 정상에 닿는다. 비록 희미하지만 지리산의 천왕봉에서부터 반야봉, 만복대,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갑자기 조망이 시원하게 환상적으로 터지는 바래봉에서 평일에도 몰려든 상춘인파의 부산함 속에 난생 처음 실물로 보는 지리산릉의 장엄함에 압도되면서 일망무제의 조망에 감탄하다가 무심코 사람들이 줄줄이 가고 있는 오른쪽의 능선길로 내려선다. 그런데 조그만 출입금지 팻말과 로프가 쳐진 목책이 설치돼 있지만 좀 더 왼쪽으로 가면 목책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경고판과 목책이 지정하는 출입금지의 범위가 애매해 보이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쪽 밑으로 운봉읍에서 능선을 따라 나 있는 완만한 임도로 바래봉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팔랑치로 가는 능선길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래봉에서 10분 만에 임도 삼거리(출입이 금지된 길을 포함하면 임도 사거리)에 내려서서 팔랑치로 걸음을 옮긴다. 
 


구인월교와 덕두산. 
 


구인월마을의 유래비. 
 


임도 삼거리의 덕두산 들머리 - 왼쪽 길, 덕두산까지 3.2 킬로미터. 
 


중군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 덕두산까지 2.5 킬로미터. 
 


흥부골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오래 된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있는 덕두산 정상 - 해발 1150 미터. 
 


바래봉 정상의 전경 - 해발 1165 미터. 
 


운봉읍 용산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임도 삼거리(사거리). 
 


팔랑치로 가는 길. 
 

팔랑치로 내려가는 길은 1123봉에서 고리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의 서북능선이 잘 조망되며 군데군데 철쭉이 무리를 지어 예쁘게 피어 있는 길이다. 임도처럼 넓고 완만한 길을 철쭉의 화사한 색감에 취해 걸어가노라면 팔랑치 위에 온통 연분홍의 철쭉으로 뒤덮인 철쭉동산의 환상적인 장관을 목격하게 된다. 1970년대 초, 면양을 방목하기 위해 벌목을 하고 초지를 조성하였는데 산철쭉은 독성이 있어서 면양들이 먹지 않아서 결국 철쭉군락지가 형성됐다고 한다.

해발 1010 미터의 팔랑치에 닿으니 바로 위에 연분홍의 활짝 핀 철쭉으로 뒤덮인 철쭉동산이 눈앞에 휘황찬란하게 나타나고 철쭉동산 위까지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다. 
 


운봉읍에서 올라오는 길 1. 
 


운봉읍에서 올라오는 길 2. 
 


1123봉에서 고리봉까지의 지리산 서북능선과 팔랑치로 가는 길. 
 


뒤돌아본 바래봉. 
 


평일에도 혼잡한, 철쭉군락지의 상춘인파. 
 


1123봉에서 고리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과 팔랑치. 
 


활짝 핀 철쭉. 
 


팔랑치 위의 철쭉동산 1. 
 


팔랑치 위의 철쭉동산 2. 
 


팔랑치 위의 철쭉동산 3. 
 


팔랑치의 방향표지판 - 해발 1010 미터. 
 

나무계단을 밟고 철쭉동산으로 오르면 걸음은 어느새 느려지고 철쭉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몽환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철쭉동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철쭉으로 뒤덮여 있고 철쭉의 화원을 느긋하게 둘러보며 쉬게 된다. 한참 쉬다 일어나서 1123봉을 향해 내려서면 팔랑치 쪽보다는 못하지만 등로 주변을 연분홍으로 물들인 철쭉의 향연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1123봉까지 이어진다.

신선놀음을 하듯 철쭉을 완상하며 느긋하게 걷는 길은 야산의 산책로보다 더 유순하다. 꽃이 한두 그루만 피어 있을 때와 수백, 수천 그루가 군락을 이뤄 피어 있을 때가 보기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실감하면서 걷는 길은 도시에서라면 평생 봐도 못 볼 만큼의 많은 철쭉을 보며 들뜬 유쾌함에 젖어 걷는 길이다. 
 


팔랑치 위의 철쭉동산으로 오르는 계단길. 
 


철쭉의 바다 1. 
 


철쭉의 바다 2. 
 


철쭉의 바다 3. 
 


뒤돌아본 바래봉과 팔랑치. 
 


바래봉에서부터 걸어온 길. 
 


팔랑치 위의 철쭉군락지를 내려서면서 바라본 1123봉의 철쭉군락지. 
 


뒤돌아본 바래봉과 철쭉군락지. 
 


철쭉군락지 1. 
 


철쭉군락지 2. 
 

1123봉 오름길도 철쭉의 군락이 무척 화려하다. 1123봉 정상이 가까워지자 철쭉은 드문드문 피어 있을 뿐이고 삼각점이 있는 1123봉 정상에 오르게 되는데 헬리포트로 쓰기 위해 정상부분을 평평하게 다듬어 놓은 듯하다. 1123봉에서 6분쯤 내려가니 해발 1115 미터의 부운치에 이르게 되고 부운치에서 25분 만에 역시 정상부분을 평평하게 다듬어 놓은 1140봉 정상에 이른다.

드넓은 지리산릉을 휘휘 둘러보며 걷다가 세동치에서 10분쯤 못미처에 있는, 기암이 있는 등로 옆의 한두 사람이 쉴 만한 좁은 쉼터에서 숨을 돌리다가 일어나서 다시 나아가면 세걸산이 눈앞에 다가오고 해발 1120 미터의 세동치에 닿게 된다.

1123봉 이후로는 사람들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세동치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려가서 수철리로 하산했는지 세동치에서 정령치까지는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게 된다. 
 


연한 색상의 철쭉. 
 


팔랑치 쪽을 뒤돌아보며... 
 


1123봉의 철쭉군락지 1. 
 


1123봉의 철쭉군락지 2. 
 


1123봉의 철쭉군락지 3. 
 


삼각점이 있는 1123봉 정상. 
 


해발 1115 미터의 부운치. 
 


1140봉 정상. 
 


뒤돌아본 바래봉과 1123봉. 
 


무명봉 정상에서 바라본 세걸산과 고리봉. 
 

세동치의 바로 위에는 헬리포트가 있고 그 헬리포트에서는 세걸산이 황소의 잔등처럼 유순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세동치에서 15분 만에 해발 1216 미터의 세걸산에 오르게 된다. 바래봉에서부터 천왕봉, 반야봉, 만복대, 고리봉까지 지리산릉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광활한 조망을 몇 분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고리봉을 향해 내려서면 세걸산의 바로 밑에 놓인 전망바위가 또 한 번 발길을 붙잡는다.

세걸산을 내려서니 등로는 눈에 띄게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울퉁불퉁한 바위지대를 올라야 하고 비좁은 조릿대숲길도 자주 나오고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바위지대도 몇 번 나타난다.

그리고 17시가 가까워지자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덕두산을 오를 때의 시원한 바람과는 달리 한기가 느껴져 조끼의 옷깃을 여미게 된다.

가파른 바위지대를 오르다가 느닷없이 오른쪽 허벅지에 쥐가 나서 잠시 앉아 쉬면서 씹어 먹는 바이엘 아스피린 한 알을 씹어 먹고 다시 나아가는데 정령치까지 2.8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낡은 이정목이 나타나서 약간 안도한다. 다시 바위지대의 오르막을 오르다가 이번에는 불현듯이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나서 마지막 남은 씹어 먹는 바이엘 아스피린 한 알을 마저 삼키고 등로에 잠시 앉아 쉬다가 다시 일어선다.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무명봉에 오르니 뒤로는 세걸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만복대 옆에 앞으로 가야 할 험준한 능선의 뒤로 고리봉이 숨바꼭질하듯 살짝 얄밉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친 몸을 달래며 험로를 나아가다가 고리봉까지 1.2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을 만나서 기운을 내며 나아가니 눈앞에 큰 바위가 길을 가로막고 있고 왼쪽에 그 바위를 우회하는 깊게 패인 내리막길이 나 있는데 그 길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니 사람의 발자국이 나 있고 발을 디딜 곳은 많지만 까다로운 직벽의 짧은 내리막길이 나 있다. 양손에 쥔 스틱이 거추장스러운 험로를 조심해서 천천히 내려가니 왼쪽의 기피한 우회로에서 길이 잘 이어져 있다. 까다로운 암벽을 내려서서 좀 더 나아가니 이제는 고리봉을 가로막는 다른 봉우리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지고 옛날에 배를 대는 고리가 설치돼 있었다는 고리봉이 눈앞에 가까워진다. 어렴풋이 정상부분에 세워진 방향표지판이 올려다보이는 고리봉을 향해 잡목이 우거진 샛길을, 잡목의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몇 분 오르니 고리봉 정상이 가까워지는데 뒤를 돌아보니 오른쪽에 더 뚜렷한 등로가 나 있는 게 보인다. 
 


해발 1120 미터의 세동치. 
 


세동치 바로 위의 헬리포트와 세걸산. 
 


세걸산 정상에서 바라본 만복대와 고리봉. 
 


 세걸산 정상에서 바라본 반야봉. 
 


세걸산 정상에서 바라본 중봉, 천왕봉, 제석봉. 
    

     세걸산 정상 - 해발 1216 미터.  

    

뒤돌아본 세걸산.

 

    

     로프지대. 
 


무명봉 정상에서 바라본 만복대와 고리봉. 
 


반가운 방향표지판. 
 


눈앞에 다가온 고리봉. 
 


짧지만 까다로운 내리막이 있는 봉우리를 뒤돌아보며...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1305 미터의 고리봉은 오늘의 산행 중 가장 높은 곳이다.

고기리 삼거리와 정령치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고리봉에서 고기리 삼거리까지는 3.0 킬로미터인데 내리막의 초입을 살펴보니 로프가 길게 설치돼 있는 게 꽤 험해 보인다. 그리고 정령치까지는 0.8 킬로미터인데 유순한 봉우리 두 개만 넘으면 되고 일견 쉬워 보인다. 그러나 평일이라서 그런지 정령치 좌우의 차도를 오르내리는 차량은 보이지 않고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귀가까지 생각해서 원래의 계획대로 정령치로 내려가기로 하고 콜택시를 부르려고 핸드폰을 꺼내어 몇 군데 전화해 보니 통화가 되지 않고 마지막으로 시도한 곳에서 겨우 통화가 되어 이삼십 분 안으로 정령치휴게소로 택시가 올라온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하산을 서두른다. 세걸산에서 고리봉까지의 거치른 등로와는 달리 고리봉에서 정령치로 내려가는 길은 잘 정비된 야산의 산책로 같은 길이다. 돌탑이 있는 첫 번째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은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목제 난간이 설치된 곳에 이르니 고기리에서 정령치로 구불구불 올라오는 차도가 가깝게 내려다보이고 돌계단을 내려가 넓은 쉼터를 거쳐서 다시 한 번 돌계단을 내려가면 평일이라서 굳게 닫혀진 정령치휴게소 앞에 넓은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정령치(鄭嶺峙)는 기원전 84년에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이곳을 지키게 했다는 데에서 그 지명(地名)이 유래했다고 한다. 고리봉에서 20분 남짓 걸려 내려온 정령치휴게소 앞에서 고리봉 쪽을 쳐다보니 차가운 강풍이 불어치고 있다.

정령치의 차도 앞에서 10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으니 고기리 쪽에서 콜택시가 올라온다. 19시 10분경에 택시를 타고 굴곡이 심한 차도를 구불구불 내려와서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하니 19시 35분경. 택시미터기대로 2만원의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터미널 앞의 분식집에서 김밥 두 줄을 포장해서 산 후에 19시 45분발 전주행 직통버스를 타고 차내에서 김밥을 먹는다.

어둠 속을 질주하던 직통버스는 한 시간이 약간 넘은 20시 47분경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남서울행 20시 45분발 시외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고 막차인 21시 15분발 차만 남아 있다. 막차를 타고 자정이 다 되어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지만 평일이라서 전철이 늦게까지 운행하여 전철로 귀가하니 1시가 약간 넘은 시각이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8시간 50분이 걸렸고 이 중에서 1시간 4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7시간 10분이 걸린 셈이다.

이번의 홀로 가는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버거운, 서울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산의 서북능선의 일부인 구인월에서 정령치까지의 덕두산, 바래봉, 세걸산, 고리봉을 종주하게 됐는데 까다로운 대중교통편을 파악하는 데에도 무척 고심했었고 주말의 혼잡을 피해 날씨도 좋고 철쭉도 만개한 평일을 선택하는 데에도 무척 신경을 쓴 산행이었다.

작년에도 두 번이나 가려고 했었다가 산악회의 참석인원 부족으로 인한 연이은 취소로 다녀오지 못했었던 바래봉을 지리산 태극종주의 시발점인 구인월마을에서 시작하여 덕두산을 거쳐 세걸산, 고리봉까지 이어서 정령치까지 종주하니 비록 지리산의 지능선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가 본 지리산의 감흥에 깊이 심취하여 글을 쓰는 시점에도 그 여운에 질퍽하게 빠져들게 된다.

무리를 지어 주로 명산을 가는 산행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홀로 산행을 경멸하는 경향도 보이지만 홀로 산행의 참맛을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만큼 안전에 절대적으로 유의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는 철칙이자 불문율이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러운 산행을 만끽하되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임을 명심하여 안전을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리봉 정상에서 바라본 바래봉과 세걸산. 
 


고리봉 정상의 삼각점과 정령치 건너편의 만복대. 
 


바래봉과 세걸산이 보이는 고리봉 정상의 전경 - 해발 1305 미터. 
 


두 봉우리를 넘으면 닿게 되는, 성삼재와 고기리를 이어주는 정령치와 만복대. 
 


정령치로 내려가는 길. 
 


정령치로 내려가는 길에서 뒤돌아본 고리봉. 
 


정령치휴게소와 넓은 주차장 - 표고 1172 미터. 
 


오늘의 산행로 - 약 15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