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6 지리산 만복대(1,433m), 고리봉(1,305m), 세걸산(1,220m)

산 행 일 : 2004년 1월 25일 일요일
산행횟수 : 지리산 30회차
산의날씨 : 흐리고 눈, 때로 칼바람
동 행 인 : 山 친구
산행시간 : 7시간 22분 (식사 휴식 44분포함)

상위마을 <0:58> 쉼터, 샘 <0:30> 묘봉치 <0:49> 만복대 <1:06> 정령치 <0:25> (큰)고리봉
<1:15> 지북 19-06지점 <0:40> 세걸산 <0:13> 세동치 <0:42> 전북학생교육원 청운교

'99. 8. 1 정령치∼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 -성삼재 쪽에 있는 고리봉을 작은고리봉 이라고도
함- 코스와 '99. 10. 17 상위마을에서 묘봉치∼만복대∼다름재∼엔골을 도는 원점회귀 산행을 해
봤지만 성삼재에서 덕두산으로 떨어지는 종주를 못해본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상위 마을을
출발하여 세동치 까지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혹한 속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신비의 게르마늄. 유황온천이 대규모로 들어선 산동을 지나 북동쪽으로 분지형의 계곡 상류부로
올라가 상위마을 입구인 콘크리트 교량 상위교 앞에 이르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작고 빨간 앙증맞은 열매가 덕지덕지 달렸던 산수유는 나목이 되어 눈꽃이 피었다.

09 : 05 전과 조금 달라진 마을 안 길을 통과하여 울타리 없는 집 뒤안을 돌아 개울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다랭이 논에 심어졌던 어린 산수유는 그새 많이 자랐고 눈길이 다소 미끄러운 곳도 있으나 아이
젠을 착용할 필요는 없었다.

09 : 48 오른쪽으로 개울을 끼고 한참 오르다보니 '동식물 보호를 위하여 탐방을 영구적으로 통제
한다'는 내용의 팻말과 함께 철망이 드리워졌으나 문은 열려 있었다.
죄스런 마음을 갖고 문안으로 들어서 골짝을 건너 갈지자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따른다.
숨이 턱에 닿았는데 묘봉치 까지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10 : 03 ∼ 10 : 13 좌우를 산줄기가 막고 있지만 앞으로는 조망이 트이는 쉬어가기 좋은 곳에서
숨을 돌리고 조금 위에 있는 옹달샘 물로 목도 축였다.
덩굴이 간섭하는 좁은 길을 따르다 고로쇠 약수 이송용 호스와 이별하게 되는 지점 능선으로 치
고 올라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0 : 43 이윽고 널찍한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에 닿았다.
눈은 오락가락하고 공기는 몹시 차가우며 만복대는커녕 전후좌우가 막혀버렸다.

10 : 50 걷는 것이 상책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을 억새는 키를 낮추었고 작은 나무가 연출하는 상고대가 환
상적이니 감탄사가 절로 났다.
광주 사람들이 다름재 코스를 물어 "만복대를 지나 조금만 가다 나오는 암봉 왼쪽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알려 주고 오르다 한 부부와 지나쳤는데 다정해 보이는 그들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봤다.

11 : 39 만복대 직전 헬기장을 지나면서 부터 난데없는 칼바람이 얼굴을 할키면서 "만복대를 어
서 떠나라"고 한다.
어차피 사위가 막혔으니 멈출 필요가 없어 돌무덤을 한 바퀴 돌아 정령치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재로 갈 수 있는 초입에 서너 개의 리본이 보이나 눈으로 뒤덮인 길에 짐승 발자국도 없고
암벽을 타고 내리는 것도 수월치 않을뿐더러 전에는 엔골에 여러 가닥의 샛길이 있었으니 고생하
겠다는 생각을 하며 썰매(?)를 타고 내렸다.
갈림길을 상당히 지나쳐버린 선두 그룹이 우왕좌왕하고 있어 "다시 올라가라"고 일러주었는데 지
리산을 잘 알고 있는 길라잡이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12 : 45 정령치 휴게소와 화장실 사이 바람 의지가 되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기도 하고 추위를 견디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으며 우리는 휴게소 마루바닥 밑으로 기어들었다.
마루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마치 방 천정 속에서 쥐들이 운동회를 하는 거처럼 느껴졌다.
덜덜 떨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으니 배를 채우는 것이 고역일 때도 있다.

13 : 10 서둘러 만복대와 고리봉으로 나뉘어 떼를 지어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전망대 오른
쪽에 있는 철망 문을 넘었다.
만복대로 가야할 사람들이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가기도 했고 눈 덮인 암벽 길에서는 정체도 되
었지만 기막힌 설경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13 : 35 '고리봉 1,305m * ← 고기리 3.0km * ↑ 바래봉 8.6km * ↓ 정령치 0.8km'
고리봉을 지나 북으로 뻗은 능선길 왼쪽은 허리서부터 어깨 높이까지 설(雪) 벽이 만들어 졌고
날등에서 굴러 떨어진다 해도 주변이 온통 솜덩어리로 보이니 겁이 안 났다.
사진 찍는 손들이 바쁘다.
그러다 비좁은 길에서 발이 조금만 벗어나면 무릎까지 푹 빠졌고 스텝이 한 번 꼬이면 허우적거
리기 일쑤였으며 터널을 만든 소나무가 짐을 쏟아 내릴 때는 눈 벼락을 맞았으니 메모하는데도
지장이 많고 나무가지가 온 몸을 붙잡고 늘어지기도 했다.

14 : 14 '↑ 세걸산 1.2km * ↓ 고리봉 1.2km' 이정표를 보고 겨우 반밖에 진행하지 못했음을 알
게되자 허벅지가 더 땡기고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설경과 눈길이 한숨만 나오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한 일이었다.
비탈길에서는 아예 눈밭에 몸을 맡기고 줄줄 미끄럼을 탔다.
"이게 아니었는데..." 사방으로 시원스럽게 트이는 경관을 두루 살펴보지 못할지언정 이렇게까지
시야가 막혀버리고 눈밭에서 고생하리라 생각이나 했는가 말이다.
방향감각도 잃어버린체 갑갑하고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니 맥이 풀려 버렸다.

15 : 15 '지북 19-08' 지점에서 잠시 꺼져 내리더니 모처럼 가파른 길이 펼쳐졌다.
15 : 30 '세걸산 1,220m * ↑ 바래봉 5.8km * ↓ 정령치 3.8km'
약간 위험스런 암벽을 기어오르고 세걸산 표지목 앞을 지나 부지런히 걸었다.

15 : 43 '세동치 1,150m * ← 수련원 2.1km * ↑ 바래봉 5.3km * ↓ 정령치 4.3km'
"고기리에서 고리봉을 지나 왔다"는 대구 사람들에게 "상위마을을 출발하여 묘봉치와 만복대를
거쳐온다"고 대답하자 상위마을과 묘봉치를 몰라 대충 설명해주니 "이런 날씨에 대단하다"며 "우
리가 러셀해서 오기가 편했죠?"라는 말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들 앞서 왼쪽 비탈길로 미끄
러 내렸다.

'해발 1,040m. 세걸산 1.0km' 표지와
'해발 960m. 세걸산 1.5km' 표지를 차례로 지나고 운봉과 주촌리로 갈 수 있는 길을 무찔러,

16 : 27 전북학생교육원 뒤편으로 들어서 눈 쌓인 포장도로를 따라 청운교를 건너자 산으로 들어
갈 때와 같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반가운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지리 서부능선중 아직도 세동치∼팔랑치로 이어지는 길이 미탐방 구간으로 남았지만 참으
로 뜻있는 산행이었다.


▣ 김정길 - 최선호님 고생하셨습니다. 혹한속의 기록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아이젠도 오래 착용하면 도보에 지장도 주며 후일 발과 다리까지에 장해를 주더군요, 저도 아이잰은 꼭 필요한 지역에서만 착용하고는 어지간한 곳에서는 벗어버리는데 혹독한 추위속에서는 그짓도 불가능하더군요, 최선호님께 한가지 물어보고싶은게 있는데요 동행하신 산친구는 누구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