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연분홍 진달래 바다 - 고려산 진달래 산행

- 벌써 봄의 한가운데, 진달래 예술제와 함께 -


 

□ 산행 개요

 

○ 간  산 :  고려산 (436m,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내가면, 하점면, 송해면)

○ 일  시 :  2009년 4월 18일 (토요일)

○ 간사람 :  부부산악회(집사람과 나)

○ 날  씨 :  맑음 (초여름 날씨)  

○ 교통편 :  승용차 이용

-갈 때 :  일산(08:10 출발)→일산대교→김포→강화읍내→적석사

-올 때 :  적석사→강화읍내→김포 강변로(세차)→김포대교→일산(17:30 도착)

○ 주요 산행코스

- 고천4리→적석사→낙조봉→능선→진달래 군락지→목재 계단→정상→군부대 우회→고비고개→도로→고천4리 마을회관→고천4리

○ 산행시간 :  약 5시간 (09:35~14:30 ; 휴식,식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약 9 km

○ 준비물 : 오이 2개, 사과 1개, 커피,보온도시락(밥) 2인분, 반찬(김치,두부 두루치기,표고버섯전,무말랭이무침), 물통 2개,

               지도, 카메라, 배낭 등

     

□ 산행 일지


 

○ 들어가며

 

고려산, 그 이름에 걸맞게 고려의 역사적 숨결이 도도히 흐르고 있는 강화도 고려산은 수도권에서 이름난 봄철 진달래 꽃맞이 산이다.

고려산은 그 전에도 몇 번 산행을 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봄철 진달래 개화시기의 “진달래 예술제” 행사기간에 맞추어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당초에는 지난주에 갈 예정이었지만 진달래꽃이 50%정도 밖에 피지 않았고 이번 주말이 피크가 될 것이라는 강화군청 홈페이지의 사진을 곁들인 친절한 안내에 따라 한 주를 늦춰서 오게 된 것이다.

집사람(회장)과 함께 서둘러 일찍 집을 나서서 차를 몰고 일산대교를 건너 김포로 향했다. 일산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김포대교를 거슬러 올라가서 가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지금은 하류쪽 일산대교를 이용해서 김포를 거쳐가면 거리가 많이 단축된다. 시간이 날때면 가끔씩 찾는 강화도 가기가 한결 쉬워진 것이다.

큰 막힘없이 강화섬에 들어서니 멀리 안테나가 솟아있는 고려산과 그 동쪽 옆으로 우뚝 솟은 혈구산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정상에는 태권브이 로봇의 두 귀처럼 안테나를 쫑긋 세운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생각할 때 불가피하게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이곳에 오르면 북쪽으로 한강 하구 건너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조망된다. 경관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입지적 조건이 오히려 봉우리가 파헤쳐지고 안테나가 꽂히는 불행한(?) 팔자가 되어 버렸다.

고려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가장 짧은 코스인 청련사에서 오르는 길과 가장 긴 서해바다 부근의 미꾸지에서 오르는 길, 낙조봉 부근의 적석사에서 오르는 길, 북쪽의 백련사에서 오르는 길, 혈구산과의 사이에 난 도로의 고비고개에서 오르는 길 등 다양하게 오를 수 있다.  

고려산의 진달래 군락지는 정상부근에 있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오르더라도 황홀한 꽃구경을 놓칠 염려는 없다. 진달래 축제기간에는 군청에서 백련사쪽에 행사본부를 차려 놓고 그 쪽에서 오르는 것을 주 코스로 잡고 있다.      

우리는 경관이 뛰어난 적석사쪽에서 올라 긴 능선을 타고 정상을 거쳐 고비고개로 내려와 다시 차있는 곳으로 오는 원점 회귀 종주코스를 잡았다.

고비고개를 지나가니 벌써 도로가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고, 군청에서 나온 행사 요원들이 차량들의 주차안내를 하고 있었다. 고비고개를 넘어 적석사 입구 마을인 고천4리 동네 입구에 도착하니 도로와 마을안에서도 노란 모자를 쓴 행사요원들이 바쁘게 주차안내를 하고 있었다.

차를 마을안 밭에 임시로 마련한 주차장에 주차 시킨 후 등산 배낭을 매고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화창해서 산행하기에 좋았고 진달래 만개시기로 인해 곳곳에 등산복 차림의 산행객들로 붐볐다. 길가의 산언저리 우거진 숲에는 연녹색의 이파리들이 새생명을 싹틔우면서 다시 돌아온 봄의 찬가를 노래하고 있었다. 

적석사는 서해바다의 석양 낙조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낙조봉 바로 아래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차로 올라가면 거의 8부 능선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되돌아 올 것을 고려하여 차를 마을에 두고 적석사까지 급경사의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올라 가기로 하였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적석사는 높은 위치에 있어 탁 트인 시원한 바다 조망이 으뜸이다.

절 왼쪽으로 산능선에는 40여평의 목재 데크로 법화전을 만들어 그 곳에 부처님 전신 석불을 모셔 놓았다. 

법화전을 거쳐 낙조봉에 오르는 길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정상의 진달래 구경 산행을 마치고 능선을 거쳐 내려오고 있었다. 낙조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조망되는 경치가 참 좋다. 이곳은 미꾸지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곳이다.

낙조봉에서는 능선길을 따라 멀리 제일 높은 곳에 정상이 마주 보였다. 정상에는 군부대 안테나가 우뚝 서있고 능선길에는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의 등산객들이 줄지어 걸으면서 유쾌하게 얘기를 나누고 즐겁게 산행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진달래 축제 절정시기이기 때문에 유난히도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

봄이 일찍 오는 남쪽 지방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여러 곳이 있지만, 서울 근교 수도권에는 군락지다운 군락지가 이곳 강화 고려산 밖에 없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온 것 같다.

능선을 타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행길은 봄 가뭄으로 인해 메말라 있었는데, 길을 메우며 끊임없이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먼지가 풀풀 일었고 심한 경우에는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지나다녀야 했다.

낙조봉과 정상까지 가는 능선 산행길 주변에도 곳곳에 화사한 진달래가 만개하여 산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능선길은 왼쪽으로는 시원한 한강 하구 물길이 보이고 강 건너편에는 뿌연 연무사이로 북녘의 산하들이 무표정하게 다가온다. 또한 능선 오른쪽에는 가까이 혈구산과 퇴모산, 마니산, 해명산이 앞뒤로 줄지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정상에 오르면 왕성한 혈기를 느낀다는 혈구산은 삼각형의 뾰족한 정상 부근에는 연분홍 진달래 군락이 멀리서도 보였다. 누가 저처럼 예쁘게 화장을 해놓았는가?

많은 산행객들이 오고가고 곳곳에 진달래가 만개한 능선 산길을 걸어서 여러 봉우리를 지나니 드디어 눈앞에 진달래 꽃바다가 황홀경으로 나타났다.

정상 바로 아래 북쪽 산기슭에는 온통 연분홍 융단을 깔아 놓았다. 고운 연분홍 진달래의 시위에 숨이 턱턱 막혀 왔다. 화사한 진달래 바다의 장관에 저절로 탄성이 우러러 나왔고 한동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군락지 가운데를 가로질러 난 길에 들어서서 키만큼이나 큰 진달래 나무숲에 묻혀 있으니까 진달래꽃 연못에 빠져 내 마음과 몸까지 온통 연분홍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가슴 속 벅차오르는 감흥에 말문이 막히고 꽃 융단에 박힌 눈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정상 부근 능선길 마루에서부터 산언저리로 이어지는 진달래 군락지의 꽃구경 길에는 목재 데크 통로와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군락지 보호와 꽃구경을 하기에 편리하였는데, 통로와 전망대 곳곳에는 수많은 산행객들로 가득 메워졌고 그들은 꽃구경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군락지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은 키가 큰 진달래 꽃나무 군락에 묻혀 삼삼오오 아름다운 진달래 꽃바다 장관을 추억으로 담아가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기에 바빳다.

보통 봄철의 꽃구경 산행은 가슴이 터지도록 진하게 화사한 철쭉꽃 산행을 얘기 하지만, 이른 봄 진달래꽃 산행은 그와는 또 다른 맛을 안겨주고 있다. 연녹색 이파리 위에 피어나는 철쭉꽃의 화사함은 너무 진하고 자극적인데 비해 연분홍 진달래는 흩날릴 듯 가냘프고 겨우내 움츠러든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철쭉꽃이 도회의 화장끼 풍기는 닳아빠진 아가씨라면 진달래는 색동저고리 곱게 차려 입은 시골의 꿈 많고 수줍은 아가씨다.

사람들은 진달래 바다의 황홀경에 빠져 쉽게 헤어날 줄 모른다. 원색의 꽃구경 산행객들은 아름다운 진달래 군락지의 가슴 뛰는 향취를 두고두고 잊지 않고 새겨 두려는 듯 조금이라도 더 많이 눈속에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가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나도 진달래 융단을 거닐며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름답게 핀 꽃은 열흘을 넘기지 않는다는 말에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온다.   

황홀한 진달래 군락지를 돌아서면서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건너편에 우뚝 선 혈구산은 정상 봉우리를 연분홍으로 예쁘게 화장을 한 채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 시간대별 산행기록

 

 

 

-09:35 : 적석사 입구 동네(고천4리)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시작. 여기서 적석사까지는 시멘트로 포장된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10:05 : 적석사. 낙조봉 법화전 부처님(입불) 석상. 목재 데크.

-10:35 : 낙조봉. <산행 표지판 : 망월리 2.6km, 적석사 0.45km, 고려산 정상 2.7km>  정상을 마주보고 능선 산행길. 미꾸지고개에서 시작하는 산행길과 만나는 곳이다. 날이 가물어 먼지가 날림. 진달래 예술제(출제) 행사 피크데이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음. 능선 북쪽에는 한강 하류 물길이 보이고 그 너머로 북한의 황량한 산들이 아득히 보인다.

-10:40 : <산행표지판 : 정상 2.4km> 아이스바를 사먹다. 산악자전거팀 조우. 진달래 축제 산행객들이 많음. 길가엔 군데 군데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 먼지가 날림. 화창한 초여름 날씨.

-11:07 : 능선상 삼거리. 주 능선과 내가면으로 내려 가는 갈림길. 길가엔 만개한 진달래꿏이 듬성듬성 늘어섬. 

-11:15 : 정상 아래 진달래 군락지. 능선 북쪽으로 경사면에 만개한 연분홍 진달래가 대단위로 군락을 이루어 황홀한 진달래 바다에 넋을 잃다. 이번주말 오늘이 최고로 가장 만개한 상태. 산행객들이 엄청 많아 사람반 진달래반. 목재데크 계단길에는 진달래 구경 산행객들로 만원이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메아리치고 아름다운 장관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진달래 군락지 사이로 난 산길을 거닐며 진달래 구경. 군락지 북측 능선 한 곳과 정상까지의 주 능선에는 최근에 폭 약 2~3m의 목재 계단을 만들어 놓아 산도 보호하고 구경하기에 좋다. 목재 계단 전망데크에서 황홀하게 불타는 연분홍 진달래에 취하다.  

-12:10 : 정상 군부대가 올려다 보이는 진달래 숲속 그늘진 곳에서 자리를 펴고 휴식. 물을 마시고 오이 먹으면서 황홀한 진달래 바다에 마음을 빼앗기다.

-12:25 : 군부대앞 정상. 맞은편에 혈구산이 조망된다. 그 뒤로 퇴모산, 마니산, 석모도 해명산이 일렬로 서 있다. 삼각형으로 뾰족한 혈구산 정상에는 진달래꽃이 넓게 연분홍 군락을 이루며 뭇 산행객들을 유혹하면서 기운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북쪽 한강 건너 멀리에는 북한의 산과 들이 아득히 조망된다. 고려산과 혈구산 사이의 고비고개를 향해 하산 시작. 남쪽 하산길은 급경사 길이다. 

-13:00 : 산길옆 잣나무 숲속 시원한 곳에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 

-13:40 : 식사를 마치고 산행 계속.

-13:45 : 고비고개. 고개마루에는 군청에서 직원들이 나와 주차 안내와 산행객들을 돕고 있다. 천막안에서는 시장한 산행객들을 위해 간단한 국수를 팔고 있다.  왕복 2차선 도로가 양쪽에는 진달래 예술제 산행객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이 쭉 늘어서 주차되어 있다. 도로를 따라 차를 세워 둔 곳으로 하산길 계속.

-14:15 : 고려산 휴게소앞. 고천4리 마을회관 입구. 도로가에는 산행객들이 타고 온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곳곳에 경찰과 행사요원들이 배치되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마을회관에는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를 시켜 먹는 산행객들로 북적인다.

-14:30 : 동네안 주차를 한 곳에 도착. 산행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