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족산

산행일 : 2012.6.05. 화요일 (맑음)

누구랑 : 서울 롯데.MBC 문화센터 화요 여성 산악회 회원님...

어떻게 : 장동 산림욕장~물놀이장~삼거리에서 우측 임도~임도 삼거리~절고개

~계족산성~ 임도~이현동 갈림길에서 직진~장동 산림욕장 (원점휘귀 15KM)

(산림욕장 개념도)

오늘 달력을 보니 망종이다.

망종 ?

저런 망종 같은넘이란 말은 들어는 봣는디 무슨뜻일까 ?

그래 한번 알아보니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랜다.

이 절기엔....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을 수확하거나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란다.

그러므로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는 시기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는 속담이 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서 보리 익을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

이름하여 보릿고개...

사는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

그시절을 잠깐 겪였던 우리들의 기억속엔

봄이면 지천으로 솟아오른 찔레순과 삘기를 뽑아 먹고 남의 밭에 몰래 들어가

밀의 순을 끊어서 불에 끄을러 먹는 밀티기로 입가를 싯커먹게 만들던가 달콤한 그 유혹을 못이겨

목화밭에서 금방 열린 여린 목화열매를 죄다 따서 먹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반면...

보릿고개를 오랫동안 넘겨야 했던 나의 누님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보리밥과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절대로 안 드신다.

ㅋㅋㅋ

그런 어렵던 세월을 견디고 살아온

우리 누님같은 분들이 서울에서 부터 대전 계족산을 찾아 오셨다.

서울 롯대. MBC 문화센터 화요 여성 산악회 회원님들인데

그곳의 문화센터 강사로 계신 전 등산연합회 회장을 역임하신 강영일님이

얼마전 전화로 부탁해 오늘 난 그분들의 안내산행을 맡기로 했다.

장동 산림욕장 입구 주차장에서

산악회 버스와 만나 공원입구를 지나 계족산 숲길을 들어선다.

개념도를 미리 준비한게 없어 공원입구에 그려진 안내도를 보며 대충 오늘의 코스를 일러 드리고....

그러고 보니...

참으로 오랫만에 찾아든 계족산이다.

예전엔 항상 마라톤 연습으로 자주 찾던 등로였다.

모처럼 찾은 계족산은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나 보다.

등로옆 한켠엔 토요일 일요일은 매주 클래식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가 보인다.

그런데...

제목이 우습다.

뻔뻔한 클래식이라니 ?

클래식이 뻔뻔하다면 어떤 음악이 될까란 호기심이 든다.

6월의 계족산이 푸르름으로 싱그럽다.

황톳길의 등로 상태도 아주 양호하다.

걷기엔 완만하며 코스 또한 아주 단순하기에 별 부담이 없는길이다.

그런길을 도란 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는 여성 산우님들의 모습들이 정겹다.

임도 갈림길....

후미를 기다려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런데...

벌써 몇분이 대열에서 이탈(?) 하여 개별 행동을 하시겠단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라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대충 15KM 남짓 된다 했더니

전체 일정에 본인이 폐가 될것 같다고 빠진거다.

이런~!!!

그냥 시간도 충분하고 등로 또한 평탄한 산책길이라

함께 걸어도 될거라 했는데....

일단...

오늘 코스를 종주하실분들만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임도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향한다.

오늘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릴거라 했는데 숲그늘이 드리운 계족산 산책길에선 그걸 느낄 수 없다.

찬란히 쏟아지는 햇쌀이 나무잎 사이를 비집고 내리쬐는 등로가 아름답다.

단 몇십분만에 도심을 완벽하게 탈출하여

이런 원시림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전시민은 복 받은 거다.

숲속에 들자마자 걷기에 너무 너무 좋은 숲속 오솔길이란 여성 산우님들의 감탄사가 연신 터진다.

선두는 내가

그리고 후미에선 마눌 초록잎새가 산우님들을 이끈다.

그러다...

등로옆 쉼터가 나올때면 어김없이 다리쉼을 한다.

그럴때마다 먹거리가 쏟아저 나오고....

15년간 지속되어온 산행 모임이란다.

그래 그런지 모두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오늘 오신분중에 제일 연장자의 연세가 일흔한살이고 막내가 나와 갑장인 경자생 60년생이라니 놀랍다.

겉보기엔 그냥 모두들 4~50대로 보인다.

꾸준한 산행이 그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닌지 ?

등로엔 볼거리로

언제부터인지 이런 조형물도 ....

다정하게 걷는 강회장님과 초록잎새...

무슨 말들을 그리 하시는지 ?

혹...

산찾사 흉은 안 봤는지 모르것다.

그런데...

남정네들 사이에선 다소 말투가 거칠은 우리 강회장님이

여성 산우들과 함께 하니 평소 거칠기만 하던 언어가 많이 순화된 느낌이 팍~!!!

ㅋㅋㅋ

문화센터 강사 직책의 강회장님이 이럴때는 여성회원님들 한테는 좀 특별한가 보다.

어우러저 걷는 산책길이 여성 산우들의 수다로 활기차다.

그래 그런가 ?

잠잠하던 계족산이 아연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다.

그러나 때론....

요렇게 홀로 사색에 젖어 걷는 미시족 여인도 있다.

아줌씨~!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한다요~?

혹시...

집에 두고온 아들 딸 ?

아님...

그저 이것 저것 다 직접 챙겨줘야 찾아 먹고 입고 하는 애들같은 남편걱정은 아니것쟈~?

그런가 하면...

여성 회원들을 선두에서 이끌어 가는 쌍두마차....

사쁜 사쁜 걸음이 가볍다.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는 물론 유명 해외 트래킹지를 모두 섭렵 하시곤

이제는 인도네시아의 린자니 코스를 가고 싶다던 저 여인은 함께 나서주는 사람을 찾는단다.

그럼...

산찾사 잘 만난거지 뭐~!!!

담에 기회되믄 저랑 같이 뱅기 타구 한번 가실려우~?

아님...

강회장님 실실 구실려 가자구 꼬실리면 될거 같은데..

산찾사가 걸음을 좀 늦추자 마자

떼거지로 몰려 따라오는 우리의 여성 산우님들....

온갖 이야기들이 계족산 황톳길에 깔리고 산찾사는 또 그걸 줍는다.

고향 이야기.

자식 남편과 사는 이야기는 물론 지나온 삶의 흔적들이 길바닥을 수놓고...

그러다...

마지막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다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손주의 사진을 핸드폰에서 직접 보여주시는 모습에서

그저 나의 다정한 큰 누님과 자상하신 우리 장모님을 본다.

어느새 절고개에 도착....

단조로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이곳에서 임도 탈출을 계획한다.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

동심으로 돌아간 언니들의 체력 테스트 타임....

생각보다 힘겨움에 버벅댄 쑥쓰러움을

함박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저 여성 산우님의 해맑은 웃음이 정말 이쁘다.

앗따~!!!

젊은것이 왜그리 힘을 못 써~!

나이 지긋한 큰 언니의 숙달된 시범이 펼처진 후...

오메~!!!

어걸 워쩌~?

여성산우들을 맨 앞에서 이끌던

발 빠른 젊은 언니가 단 한번도 못들고 낑낑대며 망신살이 뻗치고 있는 중.....

그걸 보며 모두들 이구동성...

얘야~!

넌 그냥 발로 들어봐라~

그럼 될거다.

한차레 동심으로 돌아갔던 시간이 지나고...

뒤쫓아 온 후미그룹과 함께 지금껏 걸어던 임도를 버리고 숲속길로 파고 든다.

얼마 오르지 않아 터지는 조망....

옅은 연무에 가려 멀리 뻗치지 못한 시야가 좀 아쉽지만

그래도 대전 시가지가 발아래 드리우니 시원 시원하여 좋긴 좋다.

계족산성을 향한 오름길에서 뜻밖의 만남이 있었다.

후미에서 따로 떨어저 나갔던 일행분들을 여기서 만났다.

역시 15년을 지속해서 산행을 이어온 여력 있는 산행팀임을 여기서 확인한다.

후미팀에도 리더가 있어 일행을 이끌며 나름 자신들에게 맞는 코스를 선정해 산행을 이어오다 우리를 만난거다.

원점휘귀로 계획된 산행이니 그분들은 그네들이 정한 코스를 이어 걸어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때론

이런 땡빛에 노출된 등로를 지나긴 했어도...

그건 아주 잠깐...

금새 이어진 등로엔 쭉쭉 뻗어 올라간 전나무 숲속길이 햇쌀을 가려주고

덤으로 피톤치드향을 잔뜩 내 뿜어주니 숲향기에 기분이 한결 업~되고 가슴엔 행복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드뎌....

오늘의 목적지 계족산성에 진입.

산우님들을 모셔놓고

저기가 갑하산 우산봉이며 그 아래가 현충원.

그리고...

그 건너엔 수통골의 도덕봉 백운봉 빈계산의 능선 을 넘겨

그 뒤로 아스무리하게 보이는 연능이 바로 대전의 진산 계룡산임을 알려 드린다.

사방팔방 시야가 탁 트이니 좋긴 하다.

다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평소같음 뚜렷하게 보일 계룡산이 희꾸무리하게 그 윤곽만 보이는게 원통하다.

산성 정상 솔숲에서 다리쉼도 하고

간식으로 때를 넘긴 배고픔도 속여 넘긴 후

갈증은 초록잎새표 시원한 맥주로 달랜 뒤 정상증명 기념사진 한장만 남기곤 되돌아 나오다가...

또다시 임도길로 내려선다.

임도로 향한 내림길엔

흔적만 남아있던 연지가 예전모습으로 복원된 현장을 만나는데...

한창 복원 공사중일때 찾아왔던 이후

이렇게 말끔히 공사가 완료된 모습을 본건 산찾사도 오늘이 처음이다.

내림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올린 개망초 군락...

순백의 물결이 감수성 풍부한 우리 여성산우님들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한동안 우린 발목이 꽁꽁 묶였다고....

이어지는 임도의 산책길.....

봄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를 걸으면 이길은 환상의 산책길이 된다.

바람에 우수수 날리는 꽃비라도 맞는다면 ?

아마도...

이 언니들은 그 풍치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을거다.

계절을 잘못 택해 찾아들긴 했어도 그대신 벚나무가 먹거리를 제공했다.

얼마나 맛나게들 따 드시는지 ?

사실...

이걸 먹고 나면 잇몸이며 잇빨이 뻘것다.

그 모습으로 히~ 하며 한번 웃기라도 한다면 한마디로

영구~!

없~~따 가 정답이다.

ㅋㅋㅋㅋ

이제는 임도 막바지...

좀 더 걸으면 처음 우리가 시작한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쯤에선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 보라 권했더니

다들 잘들 걸으신다.

그러며 하시는 말씀들이

" 감촉이 차~암 좋다~! "

드뎌...

주차장에 도착하며 오늘 산행을 끝낸다.

15KM의 장거리를

아주 재미있게 그리고 수월하게 완주하신

노고를 달래기 위해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특식으로 보상받기 위해 길을 떠났다.

구즉동에 있던 묵집들은

이젠 옛 기억에나 남았고 그 터는 아파트 단지가 되었다.

그때의 묵집들이 이주한 그곳을 찾아들었다.

솔직히...

그때의 옛맛에 비할바는 못된다.

그래도 우리의 언니들 무쟈게 만나게들 드신다.

하긴...

시장도 하시겠지 ?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고 했던가 ?

맞는 말이다.

함께 걸으며 느낀건 살아온 세월만큼 너그러운 마음씨와

타인을 배려 하는 이해심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건 기본이고....

무엇보다...

역시 여자다.

감수성이 10대랑 똑같다.

웃음과 미소가 천진난만한 해맑음에 산찾사 홀라당 디집어 졌다.

언니들~

너무 너무 귀엽고 이뻣어~!!!

이쯤에서...

은근히 강영일 회장님께 질투가 난다.

저 양반은 뭔 복이 저리 많아 저런 여성 산우팀 단체를 맡아 이끌고 계신다냐 ?

참말루~!!!

함께 한 하루가 넘~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