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산중속으로 (계룡산 - 충남 공주)


 

 

2010. 3. 13 (토)

 

형제산악회 40명


 


 

신원사 - 만승폭포 - 보광사 - 연천봉고개 - 연천봉 정상 - 등운암 - 보광사


 


 

 

 

 

 

 

 


 

촉촉이 봄비가 내리던 전날, 약조했던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창밖으로 넌지시

   시선을 돌리니 안개와 구름이 하늘을 가린다. 겨울의 끝을 알리면서 봄의 얼굴로

선명하게 표하여 온다.

 

 

 

 

 

 

 

 

 

 


 

 봄빛의 굴절이 흐릿하지만 서서히 밝아져 온다. 계룡산를 두른 천황봉의 미려한

산악 풍광은 안개구름에 가려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솨~악 계곡수의 우렁찬

 선율의 소리가 봄을 알린다. 성급하지만 산객들은 봄이 왔다 재잘거리며 겨울은

     지우고 봄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빼곡히 들어찬 흑갈색 나무들은 한결같았다.

 

 

 

 

 

 

 

 

 

 

 

 

 무수한 돌무리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따금 비쳐드는 봄빛의 푸근함에 가슴을

 내밀고. 계곡수 화음에 맞춰 가지런히 뻗은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긴다. 따라와

비쳐대는 봄빛의 잔영이 정겹다. 모두 그렇게 가고 있었다.


 



 

 

 

 

 

 

 

 

 

 

 

 

 

 

 

 

 

 

 

 

 


 

   찬찬히 둘러보니 활엽수보다 오히려 참목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裸身의

     몰골이 휭하게 드러나 있어 봄의 문턱에서 적막감을 느낀다. 또 너른 터 밭을

       이루고 있는 낙엽둥지의 쓸쓸함이 마음을 졸여든다. 봄이 저만치 멀어지는 듯

봄바람이 계곡을 타고 흘러와 큰 바위에서 멈춰 선다.


 


 

 

 

 

 

 

 

 

 

 

 

 

 

 

 

 

 

 

 

 

 


 

7부능선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수가 봄빛을 받으며 산로를 휘감는다.

        바위틈에서 솟구치어 그 아래의 조그만 소를 이루는 담청색의 물결이 어두웠던

  겨울을 밀어내고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봄을 알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빛도

화사하게 생기가 도니 마음도 화사하다.


 

 


 

 

 

 

 

 

 

 

 

 

 

 

 

 

 

 

 

 

 

 

 


 

 깊은 각도로 휘어진 돌계단의 모습에서 굴곡된 자연의 법칙을 알 수 있다.

       특히 연천골로 이어지는 계곡이 그렇다. 싸늘히 그늘진 바위와 메마른 지반 위

    나목의 형상이 그 곱스렀던 단풍시절의 영화는 간데없고 소슬함만 나부끼는

황량골로 변신한 것이었다.


 


 


 

 

 

 

 

 

 

 

 

 

 

 

 

 

 

 

 

 

 

 

 

 

 

 

 


 

   산로와 연결된 나무계단이 운치있게 뻗어있다. 경건한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옮겨본다. 잿빛구름속에 묻혀있던 관음봉, 천황봉의 웅대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람한 낙타 등 같은 봉우리들의 준엄함, 그 위로 한가닥 구름이

맴돌며 천황을 호위하고 있는 듯 했다. 실로 장엄하다. 한참을 바라다본다.


 


 


 

 

 

 

 


 

 연천봉고개의 푸르름에 눈과 마음이 시원하다. 거대한 노송이 뿌리를 드러낸 채

      휘감겨 있는 역동감에 억겁의 난고에도 꿋꿋이 버텨온 절개를 아니 생각할 수 없다.

      자연에 순응하며 세월의 흐름을 유유히 감싸안은 거송의 의연함에 내마음이 한없이

넓어진다.     


 


 

 


 

 

 

 

 


 

        천황봉에서 넘어오는 산정의 밝은 빛이 산봉을 아우르며 찬연하게 비쳐댄다.

 능선과 능선, 협곡과 계곡 등에도 감싸 돌며 성성한 자연의 빛을 발하고,

 가끔씩 황금빛의 색채를 띠며 봄속에 와있음을 은연히 내비치기도 한다.


 


 

 

 

 

 

 

 

 

 

 

 

 

 

 

 

 

 

 

 

 

 

 

 

 

 

 

 


 

 고도를 높여 정상 10분 전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계룡의 유장한 곡선이 유려하다.

   천왕봉에서 흘러와 관음봉 발목을 적시고, 계룡팔경이 있는 송남리 방향으로 휘어져

나가는 산봉과 수려한 능선은 참으로 아름답다. 봄안개와 어울리며 천공을 두르고

있는 계룡의 진면모가 가감 없이 펼쳐지는 비경이다.


 


 

 

 

 

 

 

 

 

 

 

 

 

 

  연천봉 상봉에서 바라보는 흐릿한 시가지의 모습이 감감하다. 겨울을 멀리하고

 조용히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려 곱게 몸단장을 한 느낌이다. 그 주위로 겹겹이

  펼쳐있는 산줄기의 늠름한 정경은 계룡의 웅장한 산물결과 함께 언뜻 지나가는

     감상의 일부분이 아닌 영원히 간직할 부분으로서 내마음속에 진실중의 要景으로

남겨질 것이다.


 

 


 

 

 

 

 

 

 

 

 

 

 


 

 한줄기 따사로운 볕이 노송사이로 스며든다. 계곡 너머 짙푸른 노송 위에 앉은

    봄기운이 바람에 휘날리며 눈앞에서 반짝거린다. 얼마 전까지, 얼어붙어 모든 게

         멈추었던 계절은 속절없이 흐르고 만물의 태동인 생동의 계절이 도래되니 흘러가는

   시공속에 자연의 섭리가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은 운명인 것이다. 자연이 움직인

흔적이 선하다.


 

 

 

 


 

 

 

 

 

 

 

 

 

 

 

 

     바로 앞 관음봉 벼랑 너머로 장쾌하게 드러내는 천황의 우람한 얼굴과 봄의 감정의

     물결을 일으키게 하는 유연한 산봉들이 평온한 마음을 선사한다. 봄기운이 이 넓은

        곳곳에 펼쳐져 올곧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내린 눈자락을 아직도 이고 있는

산봉들이 함께 펼쳐내는 봄의 山畫는 진실로 감동을 북받쳐 오르게 하는 賞春의

한 면일 것 이다.


 

 

 

 

 

 

 

 

 

 

 

 

 

 

 


 

     관음봉과 천왕봉의 장엄한 광경을 뒤로하고 등운암 암자를 한바퀴 돌아

 신원사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해는 중천에 떠서 향기로운 봄내음새를

      산정에 뿌려댄다, 아주 정열적으로. 푸근한 오솔길을 거쳐 자적한 숲길의

     전망바위에서 한숨을 고르며 다시 한번 깊은 시선을 머금은 채 천왕봉을

탐미한다. 천왕봉의 얼굴이 정말 장하다, 바르고 정정한 신성이여.


 

 

 


 

 

 

 

 

 

 

 

   어느새 계곡과 맞닿은 산로에 접하니 계곡수의 청아한 음률이 감미롭게

들리어온다. 새삼 봄이 그리워진다. 봄의 색깔이 저만치 오는 듯 하다.

   돌아보면서 겨울이여 잘 있게나, 다음에 또 봄새...  우리가 가는 길 내내

봄내음새가 그득 풍기어 그 속에 몸을 오래도록 들여 놓았다.


 

 

 

 

 

 

 

  잘 정제된 봄기운의 촉촉함과 연실 부드러운 능선을 바라보면 가늠할 수 없으리

만큼 시간의 깊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가와 있는 봄의 계곡을 내달리니

제법 그윽해진 솔솔한 봄바람이 춘정의 물결을 뒤흔들며 작별을 고한다.


 

한 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 시산제에 다함께 뜻을 모아 동참해주셨음을

  감사드리며, 수고하신 회장님, 임원, 회원님들께 형제의 마음을 모아 넉넉히

전해드리려 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2010.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