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봉산 올라가는 암릉에서 내려다본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촬영지인 아름다운 여차 풍경 <16:46>















거제의 10대 명산이라 함은 계룡산, 선자산, 노자산, 가라산, 망산, 앵산, 대금산, 국사봉, 북병산, 산방산, 옥녀봉을 일컫는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은 아마도 계룡산,  노자산,  망산일 것이다. 이 세 개의 산을 하루만에 종주형식으로 오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선자산과 가라산을 포함시켜야 종주산행이 성립이 된다. 그러나 이 다섯 개 의 산은 능선이 두절되어있어 종주가 쉽지 않다.  특히 망산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아내의 한마디가  망산까지의 종주를 하게 했다. "남들이 안 해본 망산까지 가봅시다." ..





◁거제 공설운동장-계룡산-선자산-노자산-가라산-망산-명사마을▷




 일시: 2004.10.31 (일요일)

 날씨: 맑음 

 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차량지원-심인섭)


 車의 길: 경남 통영시-거제시 공설운동장

산행코스

거제시 공설운동장-434봉-계룡산(566m)-통신탑-포로수용소잔해-고자산치-선자산(507m)-임도-거제자연예술랜드-승합차로 이동-혜양사-임도-헬기장-노자산(565m)-마늘바위-뫼바위-진마이재-가라산(585m)-탑포마을 위도로-차량지원-남부주유소-각지미-여차등-내봉산-호변암-해미장골등-망산-명사마을

 산행시각

04:10  기상 
04:43  통영출발
05:13   거제공설운동장  

05:16  <산행시작>
05:33 샘터입구
06:42  철탑이 있는 봉우리
06:48  계룡산 정상 (566M)

07:16   통신탑
07:22  포로수용소 잔해
08:04  고자산치
08:59  선자산 정상 (507M)--아침식사 09:00-09:18
09:43  임도 삼거리 (오른쪽은 산촌마을로 가는길)
10:11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10:44  거제자연예술랜드
10:51-11:01  차로 이동 (기다리는 시간 포함 17분 소요)
11:01  혜양사
11:44  헬기장
12:08  노자산 정상 (565M)
12:50  마늘바위 
13:26  뫼바위
13:58  진마이재--점심식사
14:38  가라산 정상 (585M) 
14:44  헬기장 (탑포마을로 내려감)
15:12  탑포마을 도로위
15:20-15:29  차로이동 (기다리는 시간 포함 17분소요)

15:29  남부주유소
16:00  각지미
16:35  여차등 
16:51  내봉산 (368M)
17:15  호변암
17:34  해미장골등
17:48  망산 정상 (397M)
18:37  명사마을 <산행끝>

18:39-19:40  명사마을에서 거제공설운동장으로 차로 이동
19:56-20:55  성포 동방석 횟집 (저녁식사)
21:13  통영도착

■ 산행 거리 약 27 km
■ 순수산행 시간 약 12시간 47분
■ 총   산행 시간 약 13시간 21분
■ 나의 만보계 52,350步



 



 산의내력


▲계룡산 鷄龍山 →위치 : 慶南 巨濟市 新縣邑, 巨濟面

거제도의 중앙에 우뚝 솟은 계룡산(566m)은 북으로 대금산 동쪽으로 옥녀봉, 남으로 가라산과 노자산, 서쪽은 산방산이 계룡산을 향해 조아리고 있는 신하처럼 국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웅자를 드러내고 있는 계룡산은 머리는 닭같이 생겼고 몸뚱이는 용같이 생겼다. 북극성을 향해 비상하는 형국을 한 이산은 닭의 울음소리가 하늘나라까지 울려 퍼지고 있는 듯 기상이 장엄하다.


선자산 扇子山 →위치 : 慶南 巨濟面 明珍里

계룡산 줄기 남쪽의 산으로 높이 507m로서 신현읍과 거제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현에서 구천계곡 쪽으로 들어가 수자원개발공사를 지나삼거리 윗담마을에서 오르면 된다.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아름답고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하며 계곡물이 맑고 깨끗하다. 이 계곡 물들이 굽이굽이 모여 구천댐 물을 이루고 있다.

▲노자산 老子山 →위치 : 慶南 巨濟市 東部面 九川里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노자산(老子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 산은 거제도의 동남쪽에 위치하여 동부면 구천, 부춘, 학동을 끼고 있으며, 해발 565m로 남쪽으로는 거제 수봉 가라산(585m)과 연결되어 있다. 가을 단풍이 절경인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 지고 있다.

학동 몽돌밭에서 바라다 보이는 정상의 기암 괴석도 일품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춤추는 듯 솟아 있는 다도해의 비경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등산코스는 자연휴양림에서부터 개설된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지만 온 산이 단풍으로 불붙는 가을이면 동부 부춘에 있는 혜양사 뒤편으로 산행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라산 加羅山 →위치 : 慶南 巨濟市 南部面 多大里

숲이 울창하고 거제의 최남단 해변에 위치한 가라산은 거제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그 높이는 580M 이며, 노자산과 같은 준령에 있는데 학동 뒷산은 노자산이고 다대 뒷산은 가라산이다. 숲이 울창하고 단풍나무가 많아 거제도 산중에 단풍이 제일 좋으며 사계절 변화가 뚜렸하여 보다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뜻의 "加羅山" 으로 불린다. 봉화대 못미쳐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으며 가란산 견암봉 밑에 신라시대에 견암사라는 대찰이 있었는데 승려가 70명이나 되었다 한다.

견암사 절터가 있는곳에 수은과 불기를 묻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으며 남쪽 산중봉에는 막돌로 쌓여진 고려시대 성이 있다. 가라산에는 남해안 왜적을 감시하던 봉화대가 있는데 통영 한배골 봉화대와 연결하는 전초 봉화대이다. 가라산 중봉에는 고려시대의 나성이 있으며, 동국여지승람에는 가라산 남쪽 심리 지금의 다대 부근에 송변현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망산 望山 →위치 : 慶南 巨濟市 南部面 猪仇里, 多浦理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망산(해발 397m)은 이조말엽에 국운이 기울자 왜구의 침입으로 농·축산물 약탈 등 주민과 충돌하자 주민의 합의하에 산 정상에서 왜구 선박의 감시 및 어부가 고기잡이 망을 본다는 뜻으로 망산이라 불리운다. 산세가 수려하여 기암과 태평양 지평선 및 다도해의 절경인 대·소병대도, 홍도, 매물도, 장사도 등의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날씨가 청명하면 대마도, 부산 등의 한려수도의 최고의 경치를 볼 수 있다.


 계룡산 (click here)

 노자산 (click here)

 가라산 (click here) 

 참고 산행기 -
1. 촌놈,거제에 입성하다. [계룡산~가라산] (진맹익님)  
                       2. 거제 계룡산 선자 노자 가라산종주 (산미인님)



▲ 산행기 ▲

이번 산행지는 부산 새 한솔 산악회 회장님이신 이두영회장님께서 추천한 충북 단양의 말목산으로 정했다가 차의 길이 너무 멀어 재고 끝에 가까운 거제에 있는 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수도~가야 종주시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극심했었다.) 거제의 산은 북병산을 제외하고 모두 오른 산이라 신비감은 떨어지지만 종주는 해보지 않았으므로 새로운 흥분감이 생긴다.

먼저 선답자의 산행기(진맹익님, 산미인님)를 읽어보니 두 분 공히 망산까지는 하지 않고 계룡산~선자산 구간과 노자산~가라산  두 구간을 산행 하셨는데 소요된 시간이 약 9시간 30분 이었다. 산거북이인 우리로서는 10시간 이상 걸릴 것은 뻔하고 망산구간(3시간 30분정도 소요)까지 합치면 13~14시간 걸리는 장거리 산행이 예측되므로 꼭두새벽부터 산에 올라야 한다.
 

 

▷ 어둠의 거제공설운동장 <05:13>

▷ 거제시 야경 (삼성중공업 방향) <06:28>

그래서 오늘도 부모님의 아침을 차려드리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꼭두새벽인 4시10분에 일어나 아침식사용으로 충무김밥 2인분을 사서 아름다운 바다의도시를 빠져나오니 4시 43분이다. 들머리인 거제 공설운동장까지는 천천히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이라 그런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미 몇 차례 온 낯익은 곳이라 쉽게 찾아옴.)

덕유산종주 수도-가야종주로 야간산행의 캐리어가 쌓인 우리에게 어둠의 두려움은 없다. 오늘은 달빛이 약간 비추는 것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은 아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초반부터 된비알의 등로를 치고 올라가니 발목근육이 댕기는 것이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오른 것이 약간 후회가 된다. 한참을 오르는데 뒤에 따라오던 아내가 쳐지기 시작하면서 가벼운 구토증상을 호소한다. (이 구간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함.)

오늘 산행은 14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산행인데 시작하자마자 아내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이러다가는 종주는커녕 1구간인 계룡산~선자산 구간도 산행하기 힘든 상태다. 정 안되면 아내는 고자산치에서 하산 시키고 나 혼자라도 종주산행을 할까? 하는 약한 마음도 품게 된다. 과연 아내는 오늘의 힘든 종주산행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 철탑이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새로만든 나무계단 <06:40>

▷ 너무좁아 일방통행이었던 철계단이 철거되고 새로만든 내려가는 나무계단 <06:42>

아내의 컨디션 저하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올라온다. 한 여성 산님이신데 헤드랜턴도 없이 어두운 산길을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사뿐사뿐하게 걸어 올라가는데 이 시각에 여성 혼자서 올라가다니 정말 대단한 여성 산님이다. 조금 있으니 다른 일행인 남자 산님이 한분이 또 올라오신다. 이 꼭두새벽부터 산에 오르는 저 분들은 과연 어떤 분들일까?

한 시간 정도 거북이 산행을 하며 올라오니 거제시의 모습이 나타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로 유명한 거제도,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전쟁 후 이곳에서 사진사와 옷 수선을 하였던 포로수용소의 외딴 섬이 이제는 1971년 거제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육지화 되었고 삼성조선 대우조선으로 이미 통영의 경제를 능가한지 오래다.

1979년 신현읍으로 승격되었다가 1995년 1월1일 도농통합형태의 시 설치로 장승포시와 거제군의 통합으로 거제시로 승격되었다. 특히 이 계룡산은 부친께서 젊은 시절 산돼지 사냥 하러 많이 오셨다고 하니 아내와 함께 이 산을 오르니 금석지감이 든다. 잠시 후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 인데, 봄에 왔을 때는 없었던 목조 계단이 설치되어있고 내려가는 계단은 일방통행의 협소한 철제계단이었는데 역시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면적의 넓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있다. ^^

 

▷ 계룡산 정상 <06:48>

▷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서쪽 풍경 (통영방향) <06:49>

계룡산 정상에 도착을 하니 여명이 밝아온다. 이곳에서는 동쪽 해뜨는 곳 보다 서남쪽의 코발트빛의 풍경이 더 마음에 든다. 계룡산은 닭의 벼슬과 용의 몸통처럼 화려한 암릉미를 자랑하는 골산이다. 진맹익아우님은 여기까지 1시간 10분 걸렸는데 우리는 아내의 컨디션 난조로 1시간 32분 걸렸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진아우님의 산행시간표를 적어가지고 산행을 하니 비교도 되고 참 편리했다. 우리가 2시간 17분 일찍 출발했으니 아직은 여유가 있다.^^



▷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들 (통신대 오른편 산이 부채모양의 선자산) <06:49>


계룡산 정상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아까 여성 산님과 남자 산님은 이미 하산을 하였을까? 아니면 다른 코스를 탔을까? 봄에 진달래 필 때, 우리 XX회 회원님들과 산행한 기억이 생생한데 그 아름답던 진달래는 보이지 않고 가야할 능선들만 첩첩 산중이구나! 하지만 이제 아내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니 정말 다행이다. ^^

계룡산 정상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면 절터가 나온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수도하던 곳이라 하여 의상대라 불리운다. 절 흔적으로 돌담, 샘, 대밭이 있으며 북쪽에 있는 큰 바위는 의상대사가 장기를 두었다하여 장기바위라 하며 지금도 장기판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시 한 5분 내려오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서상리 뒷뫼마을로 내려가는 길) 이곳에서 다시 8분 정도 걸어 올라오면 통신탑에 도착을 한다. (옆에 산불감시초소 있음.)


 

▷ 포로수용소 잔해 (미군 통신대) <07:22>
▷ 포로수용소 잔해에서 고자산치로 가는 등로에서 만난 계절을 잊은 산철쭉 <07:55>


을씨년스러운 산불감시초소와 통신탑을 지나 포로수용소잔해로 향하는데 웬 남자 한 분이 나타난다. 계룡산이 어디냐고 물어와 가르쳐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계룡산으로 가지 않고 우리 뒤를 쫄쫄 따라와 약간 부담스러운데 알고 봤더니 이분 차가 포로수용소 잔해 임도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니 계룡산은 승용차로 이렇게 오르면 식은 죽 먹기로 오를 수 있겠구나! 이제 고자산치로 향하는데 이슬을 먹은 풀에 바지가 젖어 이미 바지는 촉촉히 젖어있다. “우리도 이슬방지용 치마를 하나 삽시다.”--아내 (근데 덕유산 종주시 불암산아우님이 입었던 이슬 방지용 치마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합니까?)




▷ 고자산치로 내려가는 길의 억새풍경 <07:59>


고자산치로 내려가는 언덕 같은 내림길 등로는 온통 억새의 천국이다. 아침 햇볕에 반짝이는 억새풍경이 무척 아름답구나! 아내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횡 하니 내려가 사진 한 컷 찍을 기회를 상실한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도 나이를 먹으니 늙어지는 모습을 찍기가 싫어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억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있다. 많은 야생화가 피어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향유 한 개만 채택하고 싶다.



▷ 고자산치로 내려가는 억새길에 피어있는 꽃향유 <08:00>


♣ 꽃향유 (꿀풀과)

Elsholtzia splendens Nakai.

분포 : 해발 1,300m 이하의 양지쪽 풀밭에 자란다.

다년초로서 높이가 60cm에 달하고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엽병과 더불어 굽은 백색 털이 줄로 돋아 있다. 잎은 대생하고 란형이며 길이 1~7cm, 폭 0.8~4cm인데, 양면에 털이 드문드문 있고, 뒷면에 선점이 있으며 거치가 있다. 꽃은 9~10월에 피며 많은 꽃이 빽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수상으로 달리고, 화서는 길이 2~5cm로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달리며 바로 밑에 잎이 있다. 꽃받침은 통형이고 길이 1.5mm 정도로서 5개로 말라지며 털이 있다. 화관은 길이 6mm정도로서 통형이고, 상신이 중앙이 약간 들어가며 하신이 세개로 갈라진다. 관상용, 밀원용, 풀 전체가 약용으로 쓰이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 고자산치 枯子山峙<08:04>


 옛날엔 거제 서상과 신현을 넘나드는 고개였다는 고자산치다. 재작년 겨울 아들과 아내랑 셋이서 용산마을에서 이곳까지 임도로 올라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한국의 산하’에 입문하기 전이었기에 어디서부터 선자산으로 올라야 할지 몰라 물어 물어 용산마을에서 이곳으로 임도를 빙빙 돌아 올라왔던 것이다. 그리곤 선자산까지 올랐다가 다시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갔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산행이었다. ㅎㅎ 그때는 단군상도 건립되어있었는데 무슨 사유인지 단군상은 보이지 않고 좌대만 남아 있구나. 차라리 좌대를 치웠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고자산치에서 뒤 돌아본 풍경 (좌로 부터 계룡산 통신탑 억새풍경) <08:06>


좌측에 닭의 벼슬같이 생긴 계룡산이 보이고 중간에 통신탑, 그리고 방금 우리가 내려왔던 억새길이 또렷하다. 선자산으로 향하는 아내의 발걸음은 가볍다. 아까 계룡산을 힘겹게 오르던 아내가 이제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양 가볍게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오늘의 산행이 성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




▷ 고자산치에서 선자산으로 올라가는 등로에 피어있는 감국 <08:08>


늘 나의 산행기에 야생화 선생님이 되어 주시는 솔나루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오늘도 몇 개의 야생화를 올립니다. 노란색 야생화(감국?)와 흰색야생화(구절초?)는 사실 헷갈려 자신이 없습니다. 나에게 야생화 이름을 가르쳐 주시는 솔나루님이 계신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행기를 쓰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이름모를 야생화의 이름을 알게 되니 더욱 야생화에 애착이 가고 산행 또한 즐거워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



▷ 등로에서 바라본 밋밋한 선자산 (가운데 조금 높게 보이는 곳이 정상)  <08:46>


고자산치에서 선자산으로 오르는 등로는 완만한 비알을 이루고 있다. 선자산은 부채모양으로 펼쳐져 있다하여 부채산, 선자산이라 불리며 실제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부채산으로 알고 있다. 이곳에 오면 어디가 정상인지 헷갈리기 일쑤지만 뾰족한 봉우리를 지나 약간 편평하면서 높은 봉우리가 선자산 정상이다. 이곳 선자산 계곡물들이 구비구비 모여 구천댐 물을 이루고 있다.



▷ 선자산으로 올라가는 등로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려엉겅퀴  <08:48>


아내는 못보고 지나쳤는데 내 눈에 아름다운 분홍색이 들어왔다. 느낌은 삽주나물인데 삽주나물처럼 고슴도치 질감이 아닌 연분홍 꽃이다. (아주 귀한 야생화로 이곳 외에는 이 야생화를 볼 수 없었다. 나의 산행기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야생화야 정말 고마워~)^^



▷ 선자산 정상 (좌측에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은 지나온 능선) <08:59>


고자산치를 출발한지 약1시간 후 선자산 정상이다. 여기서 준비한 충무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일어나는데 아내가 낯에 익은 표시기를 발견한다. (저번 주왕산 가메봉에서도 아내가 발견하더니 오늘도 아내가 발견한다.) 바로 1500산 김정길님의 표시기이다. 1200산 순례중이며 1,027번째 산이란 매직글씨가 선명하다. 거제도에 한번 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이 표시를 보니 오시긴 오셨구나.

휴대폰도 꺼 놓은 나를 무심하다고 생각하셨겠지.. 실제로 나는 산행할 때만 빼고는 거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나에게 연락하려면 나의 근무처에 전화했으면 바로 달려갔을 것을..이래서 사소한 것으로 서로 오해를 하게 되는구나..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는 것은 결코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꺼 놓은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 선자산에서 내려오는 등로에 피어있는 구절초 <09:29>


선자산 정상에서 27분 내려오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임도 갈림길 까지는 내리막길이라 속도를 내며 내려간다. 나무들이 오른쪽으로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작년 태풍매미 때 화를 입은 것으로 추측이 된다. 곧이어 나타나는 구절초 모양의 흰 야생화 평범한 이런 야생화가 정말 헷갈린다.

 

▷ 임도 갈림길 (우측으로 난 임도길은 산촌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므로 직진해야 함.) <09:43>

▷ 계속 치고 올라오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정상 <10:11>

선자산 정상에서 40여분 내려오니 임도 갈림길이다. 여기서는 똑바로 직진을 해야 ‘제자연예술랜드’로 내려갈 수 있다. 자칫 임도길이 나있는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가기 쉬운데 이 길로 내려가면 ‘산촌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시 된비알의 등로를 치고 올라야 하니 기분은 나지 않지만 할 수 없지..진입로는 희미했으나 올라가니 등로가 뚜렷하다. 아내는 걱정이 되는지 약간 불안한 기색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근 30분을 치고 올라오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을 한다. 이곳에서 자연예술랜드까지는 이제 내리막길이다. 이곳에서 귀한 투구꽃을 발견하여 좋아서 찍었는데 나중에 노자산에 오른 후 이 사진은 별 쓸모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노자산에서 망산까지는 투구꽃의 천국이었기 때문이다. ㅋㅋ




▷ 등로에서 바라본 '거제자연예술랜드' 풍경 (좌측에 살짝 머리를 내민 산이 노자산) <10:38>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남자 산님 두 분이 올라오신다. 선자산의 정상등산로가 이곳 ‘자연예술랜드’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안 것은 하산 후 표시판을 보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잠시 후 아름다운 호수와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예술랜드 풍경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



▷ 여러송이로 피어있는 산부추 <10:39> 

 
한 송이 두 송이씩 피어있는 것은 자주 보았으나 이렇게 여러 송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부추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제1구간(계룡산~선자산~자연예술랜드)을 무사히 그리고 정확하게 내려오게 되어 무척 기분이 상쾌하다.

 

▷ '거제자연예술랜드' 입구 <10:44>

▷ 고마운 승합차 운전자와 그의 애인 <10:51>

'자연예술랜드' 옆에 있는 가게에 들러 포카리 두 병과 목장갑 하나를 산 후, 이제 노자산의 산행초입인 '혜양사'로 가기 위해 차를 타야하는데..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을 들었지만 잘 서지 않는다. 산미인님께서는 한 시간 넘게 걸어서 혜양사에 도착하셨지만 우리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그렇게 몇 대를 보낸 후, 끈질기게 손을 드니 웬 승합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선다. ^^

우리 사정을 이야기하니 본인들의 목적지와는 다르지만 일단 타라고 한다. 차안에 들어와 보니 젊은 청춘남녀들이다. 일정한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브를 하는 것 같아 우리가 가려고 하는 '혜양사'가 데이트코스로도 좋으니 그리로 가자고 꼬시니 본인은 거제에 살아도 '혜양사'는 처음이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Win & Win 이라 해야 할지..) ^^


 

▷ 혜양사 (노자산 등산초입) 입구 <11:01>

▷ 혜양사 惠洋寺 에서 올라가는 등로에 물든 단풍 <11:04>

자연예술랜드에서 혜양사까지 걸린 시간은 8분밖에 거리지 않았다. 차 기다렸던 시간까지 합치면 17분이니 이만하면 연결 산행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고마운 젊은 연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난 후, 입구에 있는 안내판을 찍는데 옆에서 누가 아는 체를 해서 쳐다보니 같은 통영에 사는 가축병원 부부다.

이 분의 선친이 이전에 통영에서 보건xx을 하신 엄xx 선생님이시고 형도 나와 같은 직업인데 지금은 창원에서 살고 있다. 부부와 나이 드신 몇 분과 함께 막 산행길에 오르시려는 모양이다. 우리가 이미 계룡산 선자산을 산행 한 후, 다시 노자산과 가라산을 산행한다고 하니 매우 놀라는 표정이다. (나의 손에 있는 산행지도를 보시더니 프로 산꾼이라 하신다. 산행지도는 기본인데.. ㅋㅋ)




▷ 노자산 올라가는 등로에 핀 투구꽃 (노자산, 가라산, 망산에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11:31>


재작년에 아들과 아내랑 셋이서 혜양사에서 노자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임도를 따라 올라갔는데 무심코 올라가다보니 임도의 끝까지 빙빙 돌아서 올라갔다. (임도의 끝에는 산불감시원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은 정상등로가 아니어서 정상등로에 진입하느라 무척 애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한지라 오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임도를 오른다. 어느 지점에 달하면 좌측으로 올라가는 정상 등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놓치기 쉬우니 주의 요함.) 정상등로에 진입하니 아까 보았던 귀한 투구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 노자산 올라가는 등로 어느 전망봉에서 뒤 돌아본 저 멀리 계룡산(좌) 선자산(중앙) <11:49>


가축병원 부부를 추월한지는 이미 오래고 혜양사에서 한 40여분 올라오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재작년 아들과 아내랑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노자산 정상까지는 0.5k이다. 재작년 고생하며 오르던 때를 생각하니 비교적 쉽게 오른 느낌이다. 여기서 한 5분 올라가니 전망봉우리가 나타난다. 부부산님 두 분께서 과일을 자시고 계시지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이곳에서 지나온 능선을 조망한다.

 

▷ 노자산 정상 <12:08>

▷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들 <12:15>

전망봉에서 한 18분 올라가니 노자산 정상이다. 비록 산의 높이는 가라산이 제일 높지만 거제도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산이라 하여 老子山이라 불리우며 세계적인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한다는 신비의 산 노자산.. 재작년 아들이 휴대폰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준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아내랑 여기서 감하나 깎아먹고 여기까지 소요된 시각을 진아우님의 산행기와 비교해보니 1시간 12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가 2시간 17분이나 일찍 출발 했으니 근 한 시간 정도 늦은 셈이다. 이곳에서 가야할 가라산 방향의 능선을 바라보니 가라산이 머리만 조금 내밀고 있다.




▷ 마늘바위풍경 -좌측에 보이는 섬이 거제 해금강 (줌촬영) <12:44>


정상에서 한 12분 내려오면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난다. (전망대0.3k) 이곳에서 오른쪽 오름길로 15분 정도 올라오면 전망대가 나타나고 열명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쉼터도 있다. 여기서 쪽마늘을 닮은 마늘 바위와 가야할 가라산, 그리고 해금강과 학동마을을 내려다본다. 저 마늘바위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뫼바위렷다. 너 꼼짝마 기둘려라 우리가 간다! ^^



▷ 마늘바위 뒤로 보이는 산이 가야할 가라산 <12:45>





▷ 마늘바위 지나 뫼바위로 가는 등로에서 내려다본 학동해수욕장 (가운데 있는 섬이 유명한 외도)<13:03>


♣ 학동 몽돌 해수욕장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에 속한다. 지형이 학이 비상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몽돌이라 불리는 조약돌이 길이 약 1.2km, 폭 50m, 면적 3만㎢ 에 펼쳐져 있는 해변의 풍경은 가히 독특하며 약 3km의 주위 해안을 따라 펼쳐진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 야생 군락지에, 6월에 왔다 9월에 가는 크기 약 20cm 정도의 영롱함과 화사함을 자랑하는 팔색조가 유명하다. 동백꽃은 2월 하순경에 꽃이 피기 시작하며 만개한 모습을 보자면 3월 중순이 최적이다. 봄, 가을에는 해금강을 비롯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해상관광객이, 여름에는 피서객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 등로에서 올려다 본 뫼바위 <13:12>


마늘바위에 도착할 즈음 두 사람의 남자 산님을 만난다. 내가 사진도 찍고 지도도 가지고 있으니 신기하신지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물어 보기에 통영에서 왔다고 하니 본인들도 통영에서 왔다며 반색을 한다. 무슨 말 중에 우리가 계룡산과 선자산 산행을 마치고 지금 2구간 째 산행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가라산에 오른 후 하산을 하여 최종 마지막 망산까지 오를 예정이라 하니 놀라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하기사 보통사람들 같으면 삼일을 해야하는 산행이니 놀랄 수 밖에..ㅋㅋ



▷ 뫼바위 지나 진마이재로 가는 등로에서 바라본 거제 해금강 (줌촬영) <13:41>


뫼바위를 올라가는데 제법 암릉이 험하다. 올라가는 도중에 또 반가운 리본이 보인다. 바로 창원51산악회 란 노란 리본이었다. ^^ 여기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계룡산은 너무도 멀어 보인다. 뫼바위에서 진마이재로 내려가는 길은 등로는 편했지만 수도가야종주 때처럼 가시덩굴 때문에 무척 성가시다. 약 30분 내려오니 진마이재이다. 이곳에서 가져온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는다. (가라산1km 뫼바위1.1km)--팻말이 건립되어 있어 진마이재임을 알려준다. ^^



▷ 진마이재 지나 가라산으로 올라가는 등로에서 뒤 돌아본 노자산(좌측) 뫼바위 풍경 <14:20>

 

 

▷ 가라산 정상 <14:38>
▷ 가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망산 풍경 <14:39>


진마이재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힘들게 가라산의 비알을 오른다. 오늘은 날씨가 그리 덥지도 않은데 무슨 땀이 이렇게 비 오듯 쏟아지는지 저번 주 수도 가야 종주 산행 후 너무 힘들어 입술이 약간 지려고 하다가 말았는데 오늘 또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다니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산행을 사서하는 것일까? 과연 내가 진정, 산이 좋아서 이렇게 힘들게 산을 탈까? 아니면 산행기를 쓰기 위해서 이렇게 힘든 코스를 선택하는 것일까? 오만 생각이 다 난다. 그렇다면 아내는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의 산행을 즐길까? ..... “.....”

가라산의 정상석은 재작년에 왔을 때는 이렇게 훌륭하지 않았는데 새로 만들었나보다. 오늘 계룡산에서 선자산, 노자산, 가라산으로 산행하면서 느낀 것은 거제시가 여러 가지로 산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상석, 새로 만든 나무계단, 이정표 등이 개 보수 되어 있었다.) 여기서 남쪽을 바라보니 마지막 코스인 아름다운 망산이 어서 나를 보러 오라고 손짓한다. ^^ 


 

▷ 헬기장 <14:44>
▷ 탑포마을위 도로 가라산 등산 초입구 <15:14>


가라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코스는 대략 세 가지 이다. 첫째가 가장 가까운 탑포마을(1.4km) 둘째가 저구마을(2.6km) 셋째가 다대마을(2.5km)이다. 우리가 가야할 망산 들머리인 저구리 남부주유소로 가려면 저구마을이 가장 가깝지만 기왕 차로 이동할 예정이면 가장 거리가 가까운 탑포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시간상 절약이 될 것 같아 통영에서 차량지원차 내려오는 인섭에게 탑포마을로 오라고 이미 전화를 해둔 상태다.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탑포마을로 내려오는 등로는 가장 가까운 대신 경사가 무척 급하다. 한 30여분을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오니 탑포마을위 도로변이다. 시간을 보니 15시 12분 진맹익아우님의 도착시간이 17시 00분이니 거의 아우님 수준의 산행을 하였다. ^^ (우리가 약 30분 정도 더 걸림.)

여기서 탑포마을에서 기다리는 인섭에게 도로위로 올라오라고 하여 반가운 해후를 하게 되고 망산 초입구인 저구리 남부주유소까지 걸린 시간을 보니 지체시간 포함 17분이다. 이 역시 연결 산행이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산행을 하면 비록 능선이 붙어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연계 종주 산행이 가능했다. 이제는 계룡산에서부터 가라산까지의 능선을 모두 알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 ^^

 

▷ 남부주유소(망산 초입구)에서 차량지원한 친구와..(심인섭)<15:29>
▷ 각지미 못가 전망봉에서 뒤 돌아본 가라산 <15:47>

친구가 거제도 종주를 한다니 차량지원에 나선 인섭은 나와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로 한달에 한 번 이상은 만나는 죽마고우다. 비록 본인은 산행에 참여를 못하지만 도우미가 되고자 1시간가량 걸리는 이 먼 남부 거제 까지 와서 우리의 차량 도우미가 되어준다. ^^ 그리곤 하는 말..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는 것을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우리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단다. 하기사 인섭이가 우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하지만 고생끝에 얻는 성취감이 어떤 것이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ㅋㅋ



▷ 여차등에서 올려다본 내봉산 <16:33>


남부주유소에서 출발시간을 보니 15시 29분이었다. 빨리 걸으면 3시간이면 가능 할 것이고 날머리에 도착하면 18시 30분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이미 10시간 산행을 한 아내는 자꾸만 쳐지기 시작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망산의 높이가 397m로 비교적 낮은 산이라 믿는 구석은 그것 밖에 없다.

망산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는데 우선 각지미에 오른 후 여차등에서 고도가 낮아 졌다가 다시 내봉산으로 치고 올라야한다. 내봉산은 368m밖에 되지 않은 낮은 산인데 여차등에서 바라보니 무척 높아 보인다. 곡소리 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르는 수밖에 없지 뭐..ㅠㅠ



▷ 내봉산에서 바라본 남쪽바다 <16:51>


비록 본인이 가자고 해서 오르고 있는 망산이지만 뒤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니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이 보면 산에 미친 부부라 하겠지만 서로에게 영원한 산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초반 계룡산을 힘들게 오를 때만 해도 과연 기나긴 오늘의 종주산행이 성공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던 내 눈이 이제는 확신에 찬 눈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남자도 하기 힘든 오늘의 종주산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를 쓰고 오르는 아내가 정말 대견스럽다.

여차등에서 바라본 내봉산은 무척 높아 보였지만 그리 힘들지 않고 정상으로 오른다. 내봉산 올라가는 암릉에서 바라본 여차마을의 풍경은 언제 봐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오늘은 시간이 좀 늦은 오후여서 그런지 바다 색조가 더욱 은은한 코발트빛인 것 같고 바다에 떠있는 조가비처럼 작은 섬들을 보는 순간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내의 발상으로 망산까지 오게 된 것이 최종 대단원의 대미를 장식하는구나!



▷ 호변암에서 바라본 남쪽바다 <17:16>

올해 1월 23일 아내랑 둘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단산 즐산한 산이 바로 망산이었다. 그때 이곳에서 백구(개)를 만나 호변암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진을 놓쳤는데 오늘은 나의 앵글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그날 그 백구는 지금쯤 잘 살고 있을까? 귀여운 암컷이었는데..




▷ 해미장골등 못가 암릉에서 바라본 석양 (아래마을은 홍포마을) <17:26> 

이제 서서히 석양이 바다 속으로 사라지려고 하고 있다. 망산은 아직도 멀었는데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한 마리의 새처럼 생긴 홍포마을의 전경이다. 석양과 바다.. 그리고 대지와 우리부부..이 시간 이곳에 우리 부부가 존재하다니..

하지만 감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아직도 망산에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일몰 전에 망산 정상에서 천하제일경을 볼 수 있을까? 서서히 마음이 다급해진다.


 

▷ 해미장골등 못가 암릉에서 바라본 망산 (야간촬영모드) <17:29>

급한 마음에 아내보다 빨리 올라가 보지만 결코 일몰 전까지는 오르기는 힘들 것 같다. 올라가는 도중에 장끼 한 마리가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날아간다. "야 이눔아! 나도 식겁했다. "  결국은 포기하고 아내랑 보조를 맞추며 올라간다. ^^




▷ 일몰의 망산 정상 <17:48>

망산 정상에 도착을 하니 다행스럽게도 어둠이 깔리지 않았다. 홍포마을의 불빛이 드문드문 보이는 구나. 그래도 이곳에 올라 천하제일경을 한 번 더 보았으니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잠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어둠이 내린다.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네..




▷ 힘겨운 종주의 끝(명사마을)에서 차량도우미 친구인섭과 함께.. <18:37>>

망산 정상에서 한 5분 내려오니 어두워 헤드랜턴을 켜고 내려온다. 이 후 50분 동안 열심히 땅만 보고 걸었다. 혹여 다리를 삔다든지 다치면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되므로.. 아까 우리를 태워준 인섭이 통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귀신 같이 명사마을 망산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다. 친구야 정말 고맙다. ^^

비록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너의 성의를 생각해서 기념 촬영 하나 해야 쓰것다. ㅋㅋ
이미 망가질 때로 망가진 초췌한 얼굴이 오늘의 힘든 산행을 대변해 주고 있다.

집에 와서 보니 몸에 땀띠가 다 솟았다. 이 추운 가을에 땀띠라니 기가 찬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계룡산에서 망산까지의 대 종주산행을 우리 부부가 완결 시키니 정말 뿌듯하다.
 
하지만 두 번은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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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1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룡산/선자산/노자산/가라산/망산에 다녀와서..




 
[2004.1.23.12:30] 
[올해 1월 23일(겨울) 아내랑 같이 오른 망산정상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이수영의 산행이야기

임형주- The salley garden



Down by the Salley in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in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did not agree

In a field down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in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n full of tears

Down by the Salley in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in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did not agree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n full of tears

샐리 정원 옆 아래에서
나와 내 사랑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녀는 자그맣고 눈처럼 흰 발로
샐리 정원을 지나갔지요.

그녀는 나에게
나무에서 나뭇잎이 자라는 것처럼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난 젊고 어리석었기에
그녀의 말에 기꺼이 동의하지 못했어요.

강가 들판에
나와 내 사랑이 서 있었죠.
나의 비스듬한 어깨 위에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올려 놓았어요.

그녀는 나에게
둑에서 풀이 쉬이 자라는 것처럼
인생을 쉽게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난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 난 슬픔으로 가득하네요..

샐리 정원 옆 아래에서
나와 내 사랑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녀는 자그맣고 눈처럼 흰 발로
샐리 정원을 지나갔지요.

그녀는 나에게
나무에서 나뭇잎이 자라는 것처럼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난 젊고 어리석었기에
그녀의 말에 기꺼이 동의하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