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기업 신입사원들의 고함소리에 스트레스만 받고 내려온 계룡산


 

산행일 : 2006. 1. 22(日). 맑음

같이 간 사람들 : 죽마고우 둘과 함께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동학사매표소 (10:14)

동학사 (10:31~10:37)

은선폭포 전망대 (11:03~11:10)

☞ 은선대피소터 (11:13)

안부(관음봉고개) (11:55)

관음봉 (11:59~12:21. 775m)

삼불봉 (13:17~13:20. 816m)

삼불봉고개 (13:27)

남매탑 (13:37~13:58)

남매탑고개 (14:05)

천장골매표소 (15:05)

 

총 산행시간 : 4 시간 51분 (순수 산행만 한다면 3시간 30분이면 충분한 코스) 

구간별 거리 :

동학사주차장→(1.8km)→동학사삼거리→(1.6km)→은선폭포→(0.8km)→관음봉고개→(0.2km)→관음봉→(1.6km)→삼불봉→(0.2km)→삼불봉고개→(0.3km)→남매탑→(0.6km)→큰배재→(3.4km)→천정골매표소

총 산행거리 : 약 9.5 km

산행지도


 

산행기

  평소 술담배를 끊고(과도한 흡연과 음주로 건강이 크게 나빠져서 술과 담배를 동시에 끊은 지 7년째 되었음. 의사가 담배 끊지 않으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 하니 안 끊을 수가 없었다. 근 1년 동안의 노력 끝에 술을 끊어야만 담배도 끊을 수 있다는 나만의 법칙을 알게 되어 결국은 끊게 된다.) 절제된 생활을 해오다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새벽 2시까지 과음을 했는데도 그다지 술이 취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컨디션도 평상시처럼 좋다.

대전에서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동학사에 도착하여 따끈한 어묵으로 속을 풀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엊저녁 가장 과음을 한 친구가 산행을 포기하고 미안하다면서 집으로 향한다.


  두 친구

 

  또 한 명의 친구는 은선폭포 전망대까지 무척 힘들게 따라오기에, 그 친구의 보조에 맞추어 거북이 산행을 하게 된다.

정겨웠던 은선대피소가 사라져버렸다. 화장실까지 같이 없어져버렸다. 급한 사람들은 어찌할거나…….

  아까부터 모 대기업의 신입사원들 집단등반훈련 소음때문에 서서히 짜증이 나다가 급기야 폭발하고 만다. 모두 세팀인 것 같은데, 그 중 중간팀이 은선폭포상단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큰소리로 산이 떠나가라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팀장으로 보이는 젊은이에게 약간 격앙된 어조로 한 마디 하게 된다.

“아저씨! 단체로 소리를 지르면 어떡합니까? 이 산 전세내셨어요? 산행을 조용히 하셔야지. 당신들만 이 산에 있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구저쩌구…….”

알아듣도록 얘기를 하였다. 그래도 그 젊은 팀장, 고분고분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 것이 된 사람이다.   

  그들을 뒤에 두고 한참을 올라가다가 친구 한 명이 안보여서 뒤돌아보니 저 아래 바위위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고 너희들끼리 올라가라하며 미안하다는 전화를 남기고 그 친구는 내려간다. 엊저녁 과음을 한데다가 평상시에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니 힘들 수밖에……. 넷이 출발해서 두 명이 중도 탈락하고 이젠 둘만 남았다.

  너덜지대 전에 모기업 신입사원 산행 선두팀이 앉아서 또 다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시 한 번 좋은 말로 충고를 하니 그들도 순수히 내말을 듣는 듯하여, 그 후로 관음봉까지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산행을 하게 된다.

     

동학사에서 바라본 주능선

  

                                                            쌀개봉 (줌 촬영)
 

 

  은선폭포와 관음봉(은선폭포 전망대에서)

 

  자연성릉에서 관음봉 올라가는 길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줌 촬영)

 

  철거되어 없어진 은선 대피소

 

  관음봉 오르다가 너덜지대에서 내려다본 동학사 계곡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동학사 (줌 촬영)

 

  관음봉 정상 바로 전 오른쪽의 전망 좋은 바위 위에서 간식을 먹으며 조망을 즐기고 있노라니 관음봉 팔각정에 오른 신입사원팀의 구호가 또다시 온 산을 뒤흔든다. 더 이상 잔소리하기도 귀찮고 말로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인 것 같아 결국엔 포기하고 만다. 그 많은 산님들이 지나가면서도 제지하는 이 한 사람도 없다.

  지금까지 좋았던 그 기업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비단 내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산님들이 인상을 쓰면서 지나갔으니 말이다.

국립공원에서의 고성방가는 경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아닐 텐데, 애당초 이 훈련을 기획한 그 기업 간부의 자질이 의심스러워진다. 그들의 몰지각한 작태는 그 후로 남매탑에서도 계속되어진다. 요즘 산님들은 정상에서 “야호”소리도 안 지르며 조용히 산행한다는 것을 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관음봉에서 자연성릉쪽으로 내려가는 철계단

 

 

  관음봉 정상에서 바라본 문필봉(앞봉. 756m)과 연천봉(739m)

 

  자연성릉 능선과 멀리 삼불봉(맨 뒤 제일 작은 봉)이 보인다.

 

  뒤돌아본 관음봉 오르는 철계단길

 

 

  자연성릉 위의 소나무들은 모진풍상을 겪으며 자라서인지 키가 크질 않고 저마다 기묘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치 분재작품들을 보는 것만 같다. 날씨가 추우면 상고대가 절경을 이룰 것인데, 포근한 날씨 덕에 상고대는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자연성릉에서의 바람은 제법 매서워서 상의 지퍼를 올리고, 모자를 눌러쓰게 만든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에야 삼불봉에 올라선다. 천황봉에서부터 삼불봉까지의 능선을 바라보니 너무나 아름답다. 너무 모나지도 않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가운데 자연성릉이라는 아름다운 직벽을 만들어 냈으니 계룡산 산행의 백미는 단연코 자연성릉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성릉 위의 소나무

  

                                                    문필봉, 연천봉을 바라보며


 

  삼불봉에서 바라본 천황봉과 쌀개봉, 관음봉 능선

 

  남매탑에 내려서니 예전에 없던 거북이 모양의 평평한 돌들이 산님들의 편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차가운 김밥 몇 줄로 점심을 대신하고 천정골로 하산을 하게 되는데, 무릎이 안 좋은 친구 때문에 거의 걸음마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오르막은 잘 올라가던데, 내리막에선 무척 힘들어한다.

그 아픈 다리를 이끌고 끝까지 산행을 함께한 친구에게 뜨거운 우정을 느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름다운 친구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산행,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남매탑

 

  

### 동학사 매표소 전에 있는 마지막 기념품가게에서 생수사지 마십시요.

 500cc 한 병에 천원씩 받습니다. (지리산 주능선도 아닌 평지에서 배로 받다니... 저는 밑으로 다시 내려가기 귀찮아서 그냥 세 병이나 샀습니다.) 미처 식수 준비하지 못하셨다면 주차장 근처의 가게에서 사가지고 올라가십시요.

집에서  준비해 가시면 더욱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