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산행기

 

ㅇ 일시 : 2005. 12. 4(일)  11:30-15:30
ㅇ 코스 : 주차장-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자연성능-삼불봉-남매탑-주차장(약4시간소요)
ㅇ 누구와 : 혼자

  

   주말에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린다고 하여 일찌감치 장거리 산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 깨어나 창 밖을 보니 계룡산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아니 계속하여 계룡산이 불러대는 소리에 귀가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다. 버티다 버티다 정오가 가까워 가는 시간에 후다닥 산행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거리는 제설 작업을 하였건만 아직도 많은 곳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하여 계룡산에 도착하니 정오가 다 되어간다. 늦어도 한참 늦은 시간이다. 너무 늦어서 혹시 눈꽃이 많이 지었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들게 한다. 이렇게 어차피 길을 나설 거면 진작 나설 것이지. 항상 때늦은 행동이 후회를 하게 만든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김밥 한 줄을 사고 곧바로 산행길로 접어든다. 매표소를 지나 동학사 계곡으로 접어드는데 다행히 아직도 눈꽃이 많이 피어 있다. 앙상하기만 하던 가지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는 눈꽃으로 반기는 계곡길이 어느 때보다도 정겹고 운치가 있다. 서둘러 사진 몇 장을 찍고, 은선폭포를 지나 관음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1시간 40여분만에 관음봉에 도착한다. 관음봉에 도착하자 사방으로 열리는 계룡산의 봉우리들이 아름답다. 쌀개봉을 시작으로 황산벌을 지나 연천봉, 문필봉, 자연성능을 지나 삼불봉. 다시 동학사 계곡길을 지나 천왕봉, 황적봉. 한 바퀴 빙 둘러보자 가슴이 시원하게 트임을 느낀다.

  

   집을 떠나 산에 오면 이렇게 좋은 것을, 뭉그적거리고 집에 있었으면 할 일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었을 일 아닌가. 늦었더라고 길을 나서기를 잘했다고 느끼며, 천천히 삼불봉 길로 들어선다.

  

   삼불봉 가는 길. 삼불봉 가는 길에는 내가 자주 찾는 단골 장소가 있다. 관음봉에서 시작한 계단길이 두 번째 시작되는 곳에서 약 10미터 정도 내려오면, 계단길을 이탈하여 좌측으로 겨우 사람 한 명 정도 앉을 만한 장소가 나온다. 그 곳에 앉아서 바라보면 가야할 삼불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로 쌀개봉에서부터 시작한 계룡산의 능선들이 기가 막히게 굴곡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풍경이 보인다. 계룡산을 산행 할 때마다 나는 이곳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소주를 한 잔 마신다. 그러면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참 아름답고 멋진 산임을 이 곳에 앉을 때마다 느끼곤 한다.

  

   이제 자연성능길로 들어선다. 미끄럽고 주의 해야할 구간이지만,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풍광이 좋다. 특히 키 작은 소나무들이 피워낸 눈꽃들이 참 보기가 좋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능선들이 그야말로 병풍처럼 늘어서고, 앞을 보면 깎아지른 절벽과 소나무, 암봉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언제 걸어보아도 이 구간은 멋진 구간임이 틀림없다.

  

   간간이 또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눈발을 우려하며, 서둘러 삼불봉에 오른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 이 구간을 내려가면 눈 쌓인 계룡산 암봉들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없어, 한참동안 시간을 소비하며 풍광을 바라보다, 천천히 하산길로 접어든다.

  

   남매탑을 지나, 또다시 동학사 계곡길. 아침보다 눈꽃이 많이 녹아 내렸다. 그렇지만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언제부터인가 산을 다니면서부터, 내 마음이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마음이 산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칙칙하기만 하던 마음 한구석의 빈 헛간 같은 공간이 차츰 정리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정말 희망을 노래하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아름답고 따스하게 인생을 바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계속하여 산에 오르리라. 계속하여 산에 오르리라. 그 끝을 생각지 않고 계속하여 올라 보리라.

 


(동학사 계곡 입구 풍경)

 

(동학사 계곡 풍경)

 

(관음봉에서 본 쌀개봉 풍경)

 

(관음봉에서 본 동학사 계곡)

 

(관음봉에서 본 황적봉 능선)

 

(관음봉에서 본 연천봉, 문필봉 풍경)

 

(관음봉에서 본 삼불봉 풍경)

 

(관음봉 설화)

 

(관음봉 설화)

 

(삼불봉 가는 길에 본 쌀개봉)

 

(관음봉 철계단에서 본 삼불봉)

 

(관음봉 철계단에서 본 삼불봉)

 

(삼불봉 암릉들)

 

(자연성릉의 기암과 절벽)

 

(자연성릉의 기암과 절벽)

 

(자연성릉의 암봉과  눈꽃)

 

(자연성릉의 설화)

 

(삼불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계룡산의 암봉들)

 

(삼불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