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통골 물고기의 지혜에 놀란 하루

2005 09.11(일, 박무)

신탄진역(08:30)→수통골(09:20)→빈계산(10:00)→금수봉(10:30)→백운봉 삼거리(11:00)→도덕봉(11:40~12:50)→가리울삼거리(13:10)→계곡연못(13:40~14:00)→버스종점(14:20)→유성시장(14:40)→유성호텔사우나(15:00~18:20)


어제 대둔산 산행으로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다.
연이어 먼 산을 간다는 것은 나에겐 무리다. 날씨도 무더워 속리산 기슭의 화양계곡을 가보나 어쩌나 망설이다가 오늘만은 온천욕으로 피로도 풀겸 유성방향의 도덕산과 빈계산으로 정한다.

김밥 3줄 사서 수통골행 버스에 오른다. 대덕 연구단지를 돌아 유성을 거쳐 국립현충원 맞은편으로 들어가니 한밭대학이 나오고 다리건너 종점이다. 여러 노선의 종점이다 보니 산님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곧바로 산으로 향하는 산님 뒤를 따라 오르는데 식재된 소나무가 울창하고 능선까지 상큼한 그늘 길이 계속된다.우측 건너편엔 벼량지대 바위산도 보이는데 도덕산이라 한다. 이쪽 능선으로 가도 그쪽과 연결된다 한다.

유순한 능선길을 오르는데 발아래 수통골 계곡이 펼쳐지고 건너편으로 계룡산의 황적봉도 보이기 시작한다. 밀목재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가장 높아 보였던 금수봉이다. 정자에 올라보지만 안무때문인지 가까운 유성시내는 매우 흐릿하다.

다시 내림길로 유순한 능선길은 원형처럼 돌아가는데 백운봉 갈림길이 나오면서 도덕봉은 우측이다.
저 건너편으로 계룡산의 황적봉과 삼불봉 그리고 장군봉까지 이어지는 암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밀목재로 오르는 길 일부만 보일뿐 밀목재는 어디쯤인지....


저 아래편으로는 채석장인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오고 산 일부가 하얗게 드러나 있다. 자연을 파괴 안하면서 살아 갈수는 없을까 저렇게 매일같이 깍아 먹다보니 지난번 계룡산에서도 넓은 지역이 하얗게 드러나 보였지.......

건설공사가 있는한 채석 활동도 계속될 텐데 사라져 가는 능선과 넓어져 가는 흉터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문명사회로 갈수록 늘어나는 자연파괴 행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을까?
우리들의 욕심를 자제하고 아껴 쓰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은데.....

산능선 소나무 그늘에서 30여분 오침하고 도덕봉을 향하다가 전망좋은 바위에 오르니 수통골 연못이 선명하고 한밭대 부근까지 그런대로 볼 수 있다.

도덕봉 근처에서 에너지 충전하고 되돌아 나와 연못으로 빠지는 하산길로 내려간다. 계곡에 내려와 보니 계곡물은 어디로 갔는지 온통 자갈밭이다. 하지만 숨었던 물은 잠시후 계곡 수중보 앞에 다시 모여든다.


징검다리 옆으로 내려가 보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세수하려고 손을 대니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니 피라미다. 그 녀석이 살았던 바로 아래 웅덩이는 제법 넓고 깊어 좋았지만 개구장이들이 연신 뛰어들어 불안했나 보다. 위로 오르면 자신이 바라는 평온한 안식처가 있을 것 같았는지.....

힘들게 이곳까지 올라와 보를 넘어 가려고 세찬 물살과 싸우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잡아서 넘겨 주려고 손바닥을 대어 보는데 요리저리 피하다가 그만 물살따라 아래로 사라져 버린다.
그래 그곳도 그런대로 좋으니 올라갈 생각마라 가 봤자 특별히 다를 것은 없는데 힘든 모험 할 필요 없지...

넘어 가는 곳이 여러 곳인데 이쪽이 그래도 가장 낙차가 적어 보인다.
물고기들도 실행에 옮기기 전부터 수중보의 좌우를 살펴 넘어갈 궁리를 해보면서 그래도 이쪽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나 보다.

자기 몸보다 몇십 배 길고 높은 곳을 게다가 세찬 물살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내리는데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생각도 못해 볼 것이다.

생명을 주관하는 자는 각자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주었나 보다.
만물중에 가장 지혜롭다는 사람일지라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