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장군봉에서 바라본 운무(雲霧)

 

 


  오프 라인에서 만난 사람들

 

  2005년 7월 17일 일요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오케이 마운틴"의 "체리부부"까페(방장 장하숙, 필명 향적봉)에서 그 동안 온라인으로 교우하던 산우(山友)들이 합동산행을 하는 날이며, 계룡산의 장군봉∼갓바위∼신선봉능선 산행을 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었습니다.


  서울을 출발할 당시에는 흐리던 날씨가 평택∼안성간 고속도로를 달릴 즈음에는 자동차의 윈도우브러시를 바삐 움직여야 할 정도로 제법 많은 비가 내려 모처럼 참가하는 합동산행이 그만 우중산행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합니다.  

   
  죽암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운전석에 앉았을 땐 어느새 비가 그치고 호남고속도로 유성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32번 국도를 타고 서쪽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을 때에는 비가 온 흔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콧노래가 저절로 나옵니다.


  1번 국도와 만나는 '박정자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우측으로 나 있는 비포장도로로 진입하니 길가에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데, 손을 들어 환영하는 이들은 바로 체리부부까페에서 온라인으로 얼굴을 익힌 사람들로 대부분 처음 보는 데도 불구하고 오랜 지기를 만난 것 같아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오늘 합동산행의 참가자는 자유·여유 부부, 마로·산토 부부, 계백·나무 부부, 산죽·블랙 부부, 방장인 향적봉,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10명입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명산 계룡산


  계룡산 장군봉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산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392년 조선 왕조를 건국한 이성계는 고려의 옛 귀족이 건재한 개성이 싫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옛말이 있듯이 이 태조는 충신으로 가득한 새 수도에 새 왕조의 터전을 닦고 싶었는데 이 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곳이 계룡산이었습니다. 이 태조가 이듬해 정월 직접 계룡산에 행차해 산세를 휘둘러  본 후, 3월부터 왕도건설사업의 삽질소리가 계룡산 골짜기에 메아리쳤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계룡산이라는 이름도 그때 비롯됐다고 합니다. 이 태조를 수행해 현지로 내려온 무학대사는 신수도 예정지 신도안의 좌우형세를 살핀 뒤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합니다.


  "계룡산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여기서 말한 '금계'는 부의 상징, '비룡'은 현명한 임금을 의미한다. 즉 이곳에 도읍하면 풍요한 태평세월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무학대사는 금계의 '계'와 비룡의 '룡'을 차용해 산 이름을 계룡산이라 부르자 했고 그 말대로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창이던 천도사업은 그 해 말 문신 하륜(河崙)의 맹렬한 반대로 인하여  조정대신들의 공방 끝에 계룡산 천도계획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습니다.     

        
  계룡산은 최고봉(천황봉)의 높이가 845m로 별로 큰산은 아니지만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명산대천이었습니다. 해마다 국왕은 제관을 보내 계룡산 산신에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을 정도였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계룡산이라는 이름의 뜻이 각별하다고 말합니다. '계' 즉 닭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가축인데다 새벽을 알리는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므로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풀이합니다. 또한 '용'은 전설 속의 영물로 기린과 봉황 등과 함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으며, 특히 용은 성스러운 지배자를 뜻하기도 한다고 보았습니다. 명산인 계룡산은 풍수지리설에 힘입어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오랫동안 풍수가들의 관심을 끈 산입니다(자료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서울신문 2005.2.3 25면에서 발췌 인용).

 

 


  계룡산의 주요 등산로

 

  계룡산 산행의 백미는 관음봉에서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능을 답사하고 동학사나 갑사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또 밀목재에서 출발하여 황적봉과 천왕봉 및 쌀개봉을 지나 관음봉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도 산꾼이라면 한번은 도전해야할 구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가 가야할 장군봉과 신선봉 능선인데, 필자는 이미 앞 두 곳의 코스는 다녀왔기에 이 구간을 답사함으로써 계룡산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려고 합니다.
 

 

 

   병사골매표소∼장군봉

 

   10명의 참석자중 서울에서 한번 만났던 '여유'와 '계백'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면이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부부 동반을 원칙으로 했는데 필자의 아내는 산꾼도 아닐 뿐더러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야 하므로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부부산행모임에 참석하기를 넌지시 제안했다가 맞아 죽을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까페 방장인 향적봉의 아내 '체리맛사탕'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 산을 즐겨 찾는 잉꼬부부인데 필자가 혼자 나온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아내와 함께 나오지 않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배낭을 둘러매고 힘찬 발걸음을 시작합니다(09:06).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장군봉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해 오늘 산행에 꽤나 고생을 하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그러나 주변의 산들이 선명하게 보여 날씨 때문에 어렵고 재미없는 산행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오로지 기우(杞憂)였음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가야할 장군봉

 

                              용수천을 건너기 직전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회원들

 

                                              아담한 병사골 매표소

 


  넓은 개천인 용수천을 건너자 바로 병사골 매표소입니다. 매표소를 지난 다음부터는 곧 이어 급경사 오르막으로 연결됩니다. 긴 보조밧줄구간을 통과하니 통나무로 조성된 계단이 산행을 도와줍니다. 다소 미끄러운 바윗길을 오른 후 보조밧줄을 잡고 오르니 전망대 바위입니다. 이곳에서 뒤돌아보는 1번 국도와 32번 국도변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박정자삼거리의 조망이 매우 뚜렷한 반면, 북쪽의 고청봉능선은 안개에 휩싸여 있습니다.  

 

                                              안개에 휩싸인 북쪽의 고청봉

 

                       물에 젖어 상당히 미끄러운 바위를 오르는 회원들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뒤돌아본 박정자삼거리와 32번 국도

 


  첫 번째 조그만 봉우리를 지나 주능선에 이를 때까지 이외로 부드러운 길이 계속됩니다. 일부지방에 열대야가 계속된다는 뉴스를 듣기는 하였지만 이토록 더울 줄은 몰랐습니다. 머리띠를 둘러매었지만 이마로 흐르는 땀을 주체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三三五五)로 짝을 지어 산과 세상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갑니다.
 

 

 

  장군봉에서 맛본 모주

 

  능선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쉬엄쉬엄 발걸음을 옮기니 장군봉(해발 500m)입니다(10:14). 매표소에서 불과 1.0km 거리밖에 안 되는 데도 1시간 8분이 소요된 것을 보면 오름 길이 가파르기도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자주 쉰 탓입니다. 이정목이 서 있는 곳의 바로 이웃에 넓은 바위가 있어 우리들은 모두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장군봉 이정표

 


  날씨만 좋으면 남쪽의 황적봉∼천왕봉 능선과 정상(천황봉)을 비롯한 계룡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두루 조망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산에 오르는 동안 북서쪽으로부터 짙은 안개가 몰려와 시계가 좁아졌습니다. 특히 한 순간 가야할 갓바위 능선이 완전히 안개에 잠겼다가 다시금 능선의 모습을 드러내니 비록 해발은 낮지만 1천 미터 이상의 고산에 오른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어느정도 마루금이 선명한 남쪽의 황적봉 능선

 

                      몰려오는 안개로 뒤덥힌 가야할 능선

 

 

 

                        장군봉 마당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한참동안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또다시 북쪽에서 몰려오는 짙은 안개구름  

 


  오늘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산행기를 썼다하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물('계백' '산죽' '향적봉')이 있고, 또 산행기를 올리지는 않지만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마로')도 있어 능선에 걸친 안개와 우리들의 산행모습을 저마다 카메라에 담느라고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각자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내 펼쳐 놓으니 과일 가게를 해도 부족함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바나나, 참외, 복숭아, 오이, 방울토마토, 자두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연양갱과 맥주까지 등장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필자가 완전히 반한 것은 '산죽'의 아내인 '블랙'이 직접 담아온 '전주 모주'입니다.

 

  콩나물해장국을 먹어본 이는 모주가 무언지 잘 알 것이며, 필자도 한 두 번 마셔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주도 술(酒)이므로 마시지 않으려고 했으나 알코올함량이 적어 취하지 않으므로 마셔 보라는 권유에 마지못해 입을 댄 순간 그만 홀딱 반하고 만 것입니다. 술이라는 느낌도 거의 없는 부드러운 액체가 혀끝을 자극하더니 목구멍으로 사르르 넘어가는 그 맛이 한마디로 죽여주는 감칠맛이어서 다시 한 잔을 더 얻어먹고는 헬렐레합니다.

 

 


  출입금지로 우회한 갓바위와 신선봉  

 

  장군봉의 너럭바위에 앉아 과일로 포식(?)을 한 후에 다시 몸을 일으킵니다. 장군봉에서부터 갓바위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많은 구간인데 경사가 급한 내리막과 오르막에는 어김없이 보조밧줄이 걸려있고 또 더 험한 길에는 나무계단과 철계단 그리고 철책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산행을 도와 줍니다. 방금 지나온 장군봉을 뒤돌아보면 그 가파른 바위봉의 위용에 눌려 어디로 해서 내려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날씨가 흐리기는 해도 남쪽의 황적봉을 비롯한 능선의 마루금은 제법 분명하게 조망됩니다.

 

                                                  뒤돌아본 장군봉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는 고사목(1)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는 고사목(2)

 

                       고사목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향적봉' 

 


  장군봉을 내려와 다시 오른 능선에는 전형적인 고사목 한 그루가 턱 버티고 서서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합니다. 한편 어느 정도 물러갔다고 생각되던 안개가 다시 밀려와 가야할 능선 주변을 에워싸니 보기에는 좋지만 비를 몰고 오지 않을지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급사면에 설치된 두 개의 긴 밧줄을 잡고 내려온 후 다시 능선에 올라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이 제법 멀게 보입니다.   

 

                           소나무 가지사이로 바라보이는 가야할 능선과 운무

 

                       급사면을 잘 내려오는 '산죽'

 

                               먼저 내려가는 사람들

 

                     다람쥐처럼 사뿐히 내려서는 '향적봉'

 

                                             지나온 장군봉 능선

 

                                                갓바위 이정표

 


  갓바위의 이정표는 능선의 고갯마루에 세워져 있으며 갓바위 방향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습니다(11:55).


  갓바위를 우회해 신선봉으로 가는 길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유유자적한 산행을 합니다. 신선봉이 가까워 오자 삼불봉이 분명히 보이고 드디어 계룡산의 정상인 천황봉의 모습도 희미하게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너무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처음에는 은근히 걱정을 했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산행이고 또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자를 포함해서 5명이나 되니 자연히 발걸음이 더뎌집니다. 더욱이 비록 흐린 날씨이기는 하지만 등산로에서는 별로 바람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더워서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신선봉 역시 일반인들의 출입금지구간이라 이를 우회하여 내려오니 '큰배재'입니다(13:20). 

 

                                 가야할 능선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삼불봉

 

                                      고사목 사이로 바라본 삼불봉

 

                                     벼랑바위와 고사목

 


  큰배재에서의 망중한(忙中閑)

 

  큰배재는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고갯마루입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남매탑으로 이어지고 왼쪽은 천정골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단체로 휴식을 취하며 남은 과일을 꺼내 먹습니다. 과일을 깎는 것은 '계백'의 아내인 '나무'가 전담합니다. 껍질을 두껍게 깎아 버리는 양이 많은 것이 다소 흠이지만 그리 깎아야 맛이 난다고 하면서 칼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큰배재 이정표

 


  독자들은 이 여성이 칼을 잘 다룬다고 해서 혹시 오해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약사(藥師)입니다. 일하는 모습이 꼭 부잣집 맏며느리 같습니다. 암릉을 릿지까지 하는 남편을 둔 탓인지 산행도 정말 잘합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참말로 어울리는 환상의 부부입니다.


  우리들은 또 한사람의 산꾼인 육덕(六德)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육덕은 오케이 마운틴에서 주로 정맥산행기를 올리는 준족인데 오늘은 밀목재에서 출발하여 황적봉·천왕봉·쌀개봉·관음봉과 자연성능을 거쳐 큰배재에서 조우하기로 약속을 하였나 봅니다. 그런데 동행한 초보 등산객이 힘들어하는 바람에 예정된 시각에 큰배재에 도착을 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무려 45분간을 이곳에서 노닥거린 후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하산을 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14:05).

 

 


  천정골 하산

 

  큰배재에서부터 천정골로 하산하는 길은 길바닥에 돌이 많은 너덜길입니다. 오늘 널널한 산행을 했고 또 큰배재에서 오랜 시간을 휴식한 탓에 내려가는 발걸음이 매우 가볍습니다. 천정골의 물가로 내려가 땀을 씻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며 종종걸음으로 내려오니 천정매표소입니다(14:42).


  오늘 산행에 5시간 36분(큰배재에서의 휴식시간 45분포함)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코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병사골매표소/장군봉/갓바위(우회)/신선봉(우회)/큰배재/천정매표소입니다.

 

 


  까페회원의 이모저모 

 

  '마로'씨가 사주는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한 후 매표소 아래 다리 옆의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로 땀을 씻습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시민들이 계곡에서 가족과 함께 피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습니다.


  계곡에서 나와 도로 주변에 즐비한 음식점 중에서 주인이 서비스음식까지 제공해 주겠다고 제의하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손님을 끌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것이겠지요. 묵과 비빔밥을 시켰는데 김치전이 몇 접시 공짜로 제공됩니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짠 것이 옥의 티입니다.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 데 큰배재에서 만나기로 했던 육덕씨가 이제야 도착합니다. 그 동안 사진으로 보던 모습과는 달리 훨씬 젊어 보입니다. 5만분의 1지도를 기본도로 하여 가야할 정맥의 지도를 스스로 상세하게 만들어 산행을 한다고 하니 역시 준족은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부인도 백두대간을 종주 했다고 하므로 부부는 타고나는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났으니 이야기 보따리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사진을 찍는 방법에서부터 사진을 축소해서 올리는 요령까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합니다. 그 동안 오케이에서 산행기를 본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산죽'과 '향적봉'은 사진관을 차려도 좋을 만큼의 사진 전문가들이고 또 컴퓨터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알게 된 후 오프라인에서 만난 것은 큰 기쁨입니다.


  그리고 우리모임의 연장자는 '자유'와 '여유'부부입니다. 언제부터인지 필자는 '여유'를 '여우'라고 불렀습니다. '자유'는 지난번 서울에서 상면한 적이 있었지만 "여유"여사는 오늘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충분히 '여우'라고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우처럼 교활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발력이 있으면서도 사근사근하고 유머감각도 있으며 또한 지긋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산을 잘 타기 때문입니다. 


  '산죽'과 '블랙'의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산죽'은 지난해 올린 산행기의 사진이 워낙 탐이 나서 어떤 기종의 카메라로 찍었는지 알려달라고 이메일주소를 적어놓았더니 상세한 답변을 해주는 바람에 필자에게 감동을 안겨준 주인공입니다. 그의 아내 '블랙'은 비록 체구는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산에서는 날아다니고 특히 바위 타기를 좋아해서, 남편으로서는 이러다가 혹시 홀아비가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할 정도라고 합니다.


  '마로'와 '산토'부부는 별로 말이 없는 조용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마로'의 사진 창고에는 직접 찍은 사진이 얼마나 많이 보관되어 있는 지 어떤 주제에 관한 단어만 등장해도 곧 그에 합당한 사진이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산토'는 산에서 자리는 토끼의 준 말이라고 하니 앞으로 산을 토끼처럼 뛰어 다닐지 모르겠습니다.


  일인당 1만원씩의 회비를 거두어 식비를 지급하고 음식점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박정자 삼거리로 되돌아와 정든 회원들과 작별 인사를 합니다.

 

 


  힘든 귀경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버스전용차로제 시행으로 승용차가 많이 밀릴 것으로 판단하여 32번 국도를 타고 유성으로 가서 23번 국도로 바꿔 천안에 도착한 후 1번 국도를 따라 평택·오산·수원을 거쳐 서울의 집에 도착하니 오히려 고속도로를 계속 이용한 것보다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중간에 신호등이 많고 또 길이 구부러져 있음을 간과한 탓이지요. 


  지루한 길을 운전하며 달려오느라고 몸은 피로하지만 마음은 매우 가뿐합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만남과 명산인 계룡산을 두루 답사했다는 성취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수도꼭지에서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내 맡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