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6. 4. 16. 일요일. 맑음.

○ 산행지 : 거제도 계룡산 / 선자산

○ 산행코스 : 거제공설운동장 - 계룡산 - 고자산치 - 선자산 - 구천댐상류

○ 산행거리 : 약 10km

○ 소요시간 : 전체 5시간 20분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시원스레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거제 공설운동장 암장교장앞에서 하차.

부상을 방지하고 가벼운 산행길을 위하여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출발!

산에는 벌써 여린 새순이 작은 아기손 같은 부드러운 잎새를 내밀어 반갑게 인사합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날씨가 쌀쌀할 것이라 하였는데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과 바다사이로 불어오는 상큼한 해풍은 부드럽 부드럽게 콧잔등을 간지럽히며 불어와 산행하기에 더없이 상쾌합니다.



예전에도 이곳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불과 3-4년전 쯤.

당시 풀이 무성하였던 길 한켠의 무덤은 반질반질 운동장처럼 변해있고 그때는 이와같은 전망시설도 없었는데 많이 변해 있습니다.



정상으로 오를수록 진달래가 곱습니다. 애초 이곳을 4월중 산행지로 결정하였을 때 진달래 테마산행을 고려하긴 하였으나 벌써 2주전 전남 여수의 영취산 진달래가 만개한 사실을 기초로 판단하여보아 아마도 이곳 진달래가 져버렸지 않을까 하여 짐짓 기대를 숨기고 그냥 시원한 조망만 기대하고 왔는데 여전히 아름다운 진달래가 남아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허풍좀 섞서 맘놓고 자랑을 해서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올걸 하는 생각에 이르며 기분이 좋아집니다. 산을 안내하다 보면 회원들 볼 면목이 서고 안서고는 회원수와 산에대한 기대의 충족여부가 좌우합니다. 




계룡산 정상부 모습



거제 시내쪽의 해안풍경





예전에는 이런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찾는 날은 짙은 안개와 비바람에 한치 앞을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여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여건에서 산행을 마쳤습니다. 정상부는 순전히 바위지대라 비에 씻기고 안개에 가려 길을 찾기가 어려웠고, 또한 리번을 달려고 해도 마땅한 곳이 없어 길을 안내하는 것도 상당히 애를 먹었으며 결국 후미에 오던 두명이 길을 잃고 헤매게 된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길도 빤질빤질, 사방팔방이 시원시원.....더이상 바랄것이 없습니다.


























포로수용소 유적지가 내려다 보입니다.





바다를 쳐다보는 바위도 청명한 날씨에 기분이 좋은 듯 배를 불뚝 내밀고 포만감에 젖어 있습니다.


 


포로수용소 잔해가 마치 투구를 쓴 로마병정이 멀리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당시 포로들은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식사를 끝내고 선자산을 향하여......




거제시내 전경



고자산치에서 바라본 해변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

유상 승마손님을 모시고 오시는 분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고 이분들은 승마를 취미생활로 즐기는 분들이었습니다.



말이 예민하기는 하나 조심스럽게 다루면 괜찮다는 말에 용기를 내서 시키는대로 먼저 땀에 젖은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다가 말고삐를 넘겨 받았습니다. 말이 반항을 하더라도 갑작스런 행동을 하거나 손짓이나 몸짓을 크게 하지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하면서 "워" "워"하면서 다스리라는 주의사항을 듣고 폼 한번 잡아볼 요량으로 말 고삐를 넘겨 받았습니다. 그러나 말은 내가 싫은 듯 계속 고개를 흔들고 몸을 틀며 거부를 합니다. 어쨋든 고삐를 넘겨받을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인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어 한참을 실랑이하며 버텨 기념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색다른 경험의 기회를 준 말 소유주님이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줄딸기꽃



가르마처럼 산등을 타고 내려오는 임도 중간쯤의 안부가 고자산치.

계룡산과 선자산의 중간쯤 되는 곳입니다.


계룡산과 달리 선자산은 부드러운 육산입니다.

발밑으로 전해오는 푹신푹신한 감촉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중심부로 보이는 앞 산이 노자산과 가라산입니다. 대부분의 산악회가 거제의 산을 찾는 경우 저 산들을 찾고 있는데 사실상 거제도의 진산은 계룡산입니다. 또한 4월중에 산행하기에는 노자산과 가라산보다 계룡산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선자산에서 바라본 해안 풍경

다도해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거제도에는 약 60여개의 섬들이 있는데 그중 무인도가 5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작은 섬들이 아름답습니다.



선자산 정상에서 바라본 계룡산에서 선자산까지의 능선 모습



금붗꽃



여린 신록은 우리에게 설렘을 줍니다.

비록 꼭집어 말해 준 적은 없지만 우리는 자연이 주는 희망의 멧세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딱딱한 겨울 기운에서 마법이 풀어지 듯 들녘도 냇물도 능선도 하늘도 모두 풀어져 어디를 봐도 나른한 행복감과 희망이 충만한 듯 보입니다.



산괴불주머니




산행을 끝내고 그 기쁜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기분을 가볍게 합니다. 아마도 이런 기분때문에 산을 찾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