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09년 1월 27일 화요일

누구랑 : 아내와 막내

산행코스 : 동학사 매표소~ 천정이골~남매탑~삼불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

 

-후기-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가슴 뛰던 명절이 어느순간

귀찮고 번거롭다 생각이 들 만큼 내 나이 벌써 50줄 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날엔

명절날 승무라도 하게 되면 하루종일

심통이 나고 치밀어 오른 부아를 억누르느랴 마음 심란했었는데

이젠 그저 무덤덤해 질 만큼 내 마음도 세월의 흐름만큼 삭아 버렸다.

 

전날 명절...

하루종일 근무하며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워도 마음이 평화로운건

그 다음날부터 연 이틀 나에겐 휴일이 있기 때문이다.

 

전날 늦게 잠든탓에

좀 늦게 일어난 아침 아내와 막내가 신경전이다.

 

끌고 가려는 아내와

버텨 볼때 까지 버텨 보려는 막내와의 기 싸움은

그러나 처음 예상 했던 대로 싱거운 아내의 승리로 끝을 내고...

 

막내가 따라 나서지 않는다면

오랫만에 계룡산을 길게 이어 국사봉을 밟고 내려 

막내 처남 살고 있는 엄사리로 내릴까 했는데 짧게 산행을 하기로 한다.

 

계룡산 입장권...

계룡산에 들며 돈을 낸 기억이 아마득하다.

 

주차장 4000원.

문화재 관람료 2000원씩 6000원.

우리 일가족 3명의 입산료 거금 만냥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동학사를 앞두고

우측의 천정이골로 향하며

막내의 발에 미끄럼 방지 아이젠을 채워주며

디카를 꺼내 몇장을 찍은후 확인해 보니 이게 또 먹통이다.

 

이런~!!!

지난 덕유산 산행시 습기에 노출된게 원인인가 ?

그래도 나중엔 제대로 다 작동이 됐었는데 이상타...

별 놈으짓 다 해 봣자 소용없다.

모처럼 막내의 산행모습을 담아보려 했는데 참으로 서운하다.

 

남매탑을 향하는 천정이골이 한적하다.

명절날 다음날이라 그런지 오름길엔 우리 식구뿐...

 

겨울의 진객 상고대를 기대하며

열심히 남매탑을 향한 가파른 오름을 오르는데 넘~ 덥다.

이러면 안되는데....

코 끝이 알싸한게 볼때기가 얼얼해야 상고대를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틀린것 같다.

 

속옷이 흥건히 젖어서 오른 남매탑에서 휴식에 든다.

쉬는 동안 미련을 못버린 난 다시 디카를 꺼내

모든 메뉴얼을 초기화 시킨후 메모리 카드도 빼냈다 다시 끼워 작동해 보니

이런 신통할데가 있나~!!!

기특하게 디카가 정상 작동이다.

기쁜 마음에 단숨에 삼불봉 정상에 선다.


 

    (삼불봉 정상)



 


 




 



기대했던 상고대는 볼 수 없어도

파~아란 하늘이 넘~ 깨끗한게 이쁘다.

시야도 거침없이 멀리멀리 시원스레 뻗어 나간다.

 

오기 싫어하던 막내의 얼굴이 참 밝다.

요즘 막내의 하루하루는 초조와 긴장의 연속일 거다.

대학입시 발표가 이젠 몇일 남지 않았다.

그간 열심히 노력한걸 알기에 믿음은 가나 한편 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막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 줘야 하긴 하는데...

막상 뭔 말을 해야 할찌 ?

 

그저 열심히 노력했으니

그 결과에 승복하고 따르라는 말 외엔 딱히 할 말이 없다.

 

열마디 백마디 말보다

계룡산 명산을 함께 오르다 보면

아빠의 마음도 읽게 될테고 자연과의 교감도 있을 테지...

 

계룡산의 주봉을

오르내리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다행이 아들의 얼굴이 참으로 밝아짐에 참 잘 왔다란 생각이 든다.

 

한겨울의 날씨가

내 마음처럼 훈훈한 봄날이다.  

 

 



 



 



 



 



 



 


 



 



 



여리여리한 막내놈이

그러나 강단은 있어 걷는 걸음이 잽싸다.

계속 앞서서 걷는 막내를 아내가 뒤따르며 연신 잡아 놓는다.

 

급하게 걷는거 보다

자연과 함께 동화되는 걸음이 되고자 

두 모자의 뒤를 천천히 따르며 풍광좋은 조망처라도

나올라 치면 불러세워 죽치고 앉아 세월을 죽인다.

계룡산 자연성능이 오늘따라 참으로 아름답다.

 

 

 

    (무슨 생각을 저리 골똘히 하며 하염없이 바라 보는지 ?)



 



 



 



 



 

 

 
 
막내와 아내는 쫑알쫑알 말들이 많다.
무슨 할말이 저리 많은지 ?
그러다 쌩~ 토라지기도 잘 하고....
 
군대간 큰놈은
나에게 무던히도 많이 맞고 자랐다.
그놈은 그래서 그랬다 치고 막내는 지금껏 매 한번 대지도 않았는데도
부자지간의 대화가 단절됐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도통 말이 이어지질 않는다.
 
그저 한다는 대화는 단답형이다.
네~!
아니요.
그런데요.
몰라요.
 
이말 외엔 더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눌과 수다와 장난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내가 끼어들면
순간 어색함이 흐른다.
세상의 모든 아비가 다 그렇진 않을텐데....
 
그래도 그놈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엔
두려움이 아닌 따사로움이 담겨있어 눈빛만 으로도 
서로간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럼 됐지 뭐~
 

 



 


 

가끔씩

막내가 홀로 떨어저 하늘을 처다보거나

상념에 젖어 있을땐 저 조그만 어깨에 드리운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해야 할 몫이기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막내야

그러나 걱정 말거라

지금껏 네가 했던 노력만큼

네 꿈의 나래를 활짝 펼 기회가 주워질 거다.
 



 

 

 

 

 

 

 

 



 



 



 



 



 


 

자연성능을 통과하여

마지막 가파른 오름끝 관음봉에 올라서자

지금껏 별로 보이지 않던 산꾼들이 관음봉 정자안을 가득 메웠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관음봉을 넘어서자

세식구 앉을만한 옹색한 암반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해간 컵라면과 흰쌀밥에 조촐한 찬으로 점심을 먹는다.

좀 늦게 먹는 점심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한결 맛있다.

 

바람 한점없는

관음봉 정상 한 귀뚱이 암반의 우리 세 식구 머리통을

내리쬐는 햇쌀이 따사롭다 못해 따갑게 느껴지는 오후의 한나절이다. 
 


 

배를 불린후

바로 내림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너덜길의 내림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레 내린다. 

 

 

 
 
가파른 너덜길이 이내 끝나고...
유순한 등로가 동학사로 이어진다.
막내와 함께 호젓하게 걸은 오늘 산행이 막내는 좋았나 보다.
 
화려한 상고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억지로 끌려온 막내가 만족스러워 하니 기분은 좋다.
 
일찍 입시발표가 났더라면
막내와 차마고도와 호도협 트래킹에 나서려 했는데
불편하고 불안한 맘을 안고 가기 싫어한 막내와 경제적인 문제가 걸려
접어야 했던게 영~ 서운했는데 이번 산행으로 그 서운함 일부를 달랜다.
 



 



 

 
 
양 정열 시인의
산이란 시를 음미하며
오늘 산행을 접는다......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간직하고픈 마음으로
  살고 싶다

  소유함의 욕심이 클수록
  아픔이 크고
  떨쳐 내야 할 그리움은
  치유 할 수 없는 병이 된다

  산에 오르면
  나는 이제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바람으로 머물렀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죽을 때 까지라도 간직 할
  향기면 족하다

  그 무엇에 소유되기 보다
  간직 되어지고  싶다

  아픔도
  사랑도
  언제나 그리운 그리움도
  햇살 투명히 일어서는 산 속
  잠시 잊혀졌다 다시 어우르는
  그 원시의 색깔로

  나를
  만들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