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12.8.31(금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박정자~장군봉~남매탑~삼불봉~관음봉~동학사~박정자

 

 

전날까지 비가 억수로 내렸고 뉴스를 보니 피해도 큰것 같다.

이른 아침.

창밖을 여니 일기화창하다.

그렇게도 얄궂은 태풍이 사라지자 가을은 성큼 다가선듯 와 닿은 공기가 상쾌하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가만 있을 수 없어 부리나케 날라리로 베낭을 꾸려 가까운 계룡산을 찾았다.

 

 

 

 

박정자에 내려 공터에 차를 주차후...

병사골로 들어선다.

한적함.

아무도 없는 쓸쓸함에 외로움이 살그머니 찾아든 헛헛한 가슴을 숨기려 발길을 재촉한다.

 

 

 

 

한달음에 올라선 암릉...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서늘하다.

발아래 드리운 풍광을 바라보며

잠시 모든것을 잊고 멍~ 때리기로 시간을 때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흐미~!

시간이 많이 흘렀다.

 

 

 

 

 

 

 

까탈스런 암릉길을 택해 올랐다.

마지막 암릉에 낼름 올라 아래를 내려본다.

오늘은 바로 저 아래 암릉의 노간주 나무를 외면한 등로를 택해 올랐다.

이젠 잊어야할 사람이다.

그의 피붙이도 외면한 가엾단 생각도 다 부질없는 짓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

정처없이 떠돌다 사라지는 구름같은 것이라

정일랑 두지말고 미련은 더더욱 두지 마라는 유행가의 가사처럼 다 잊자 잊어 버리자.

 

 

 

 

어느덧 발길이 장군봉에 닿는다.

북쪽을 바라본다.

실금을 그으며 도로가 상신리로 향한다.

그길의 끝...

저쯤엔 청룡사가 있겠지 ?

사월 초파일엔 우리 몰레  우리 가족의 이름이 적힌

등불을 걸어줬던 마음이 고왔던 나의 산우님과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함께 꿀같은 절밥을 얻어먹고 싱그런 초봄의 새싹이 돋아난 계룡산 숲속 산행으로 하루가 짧았던 그날이 생각난다.

세월의 부침인지....

오늘따라 많은 상념속에 떠오르는 모습들이 다 그리움으로 가슴에 밀려든다.

토라저 샛빨갛게 물들었다던 그날 그넘의 싯귀에 나오던 그 고추는 정말로 매웠을까 ?

오늘까지도 풀릴줄 모른걸 보믄 독하긴 독한 고추다.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길이 인생이라 하는데도 말이다.

 

딘장~!

 

 

 

 

몇걸음을 남쪽으로 옮겨 놓자

툭 틔인 시야로 백운봉 관음산에서 이어진 산 줄기를 싹둑 갈라놓은

민목재를 넘겨 다시 치켜 올라서기 시작한 줄기가 용을 쓰며 올려놓은 치개봉이 발아래 놓여 있다.

 

이젠...

발걸음 하기가 예전같지 않은곳이 저 능선이다.

지금처럼 등산인구가 많지 않은 시절엔 맘대로 드나들던 곳인데

이젠 단속도 심하고 너그럽게 봐 줄 사람도 없을뿐 더러 겁도 많아진 요즘이다.

오늘도 약간의 갈등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마음 편한 이곳 장군봉으로 발길이 저절로 옮겨진 이유가 되겠다.

 

 

 

 

 

태풍의 흔적들로 등로가 어수선 하다.

숱하게 잘려나간 잔가지와 나뭇잎들로 자칫하면 넘어질 판...

 

홀로 산행은 부상이 가장 염려 스럽다.

나이탓인가 ?

이젠 별스런 걱정도 다 한다.

오름과 내림의 부침이 심한 능선을 거닐다

조망좋은 암반에 앉아 날라라 보따리에서 꺼낸 옥수수로 허기를 속인다.

 

마음이 허 해 그런가 ?

간식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마음속 공허함...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용궁의 거브기 형님에게 나 산에 왔지롱~

자랑을 해 쏘가지 나게 만들 마음으로 폰을 했는데 역시 거브기답게 심드렁이다.

그러면 이번엔 인천의 코르킴.

헉~!!!

햐간에 부지런한 58멍이다.

날이 좋아 새벽부터 산행후 지금은 하산중이란다.

 

 

 

 

터덜 터덜 홀로 걷는 발걸음...

뒤돌아 보니 장군봉 뒤로 우산봉에서 갑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어느새 멀리 달아나 있다.

그런데...

워째 오늘은 구름이 한점도 없다냐~?

 

 

 

 

 

 

예전에 홀로 걷는 걸음은 참 빨랐다.

그런데 이젠 홀로 걷는 걸음이 더 더딘건 웬일 ?

그까잇거 인생 모~ 있냐 ? 

하믄서도 사실 그 인생의 올가미에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로 인한 상념이 발목을 잡는건 아닌지...

 

목마름에 걸음을 멈추고

달콤한 과육의 즙으로 육신에 힘을 보탠 후

이젠 영혼의 자유로움을 위해 힘든 발걸음을 시작해 본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도착한 남매탑....

육신이 고되면 모든건 잊을 수 있슴에 영혼은 자유로워 진다.

외로움과 그리움 까지도...

 

 

 

 

 

 

삼불봉을 향한 가파른 계단길...

허벅지로 몰려드는 기분좋은 고통이 정점에 이르게 될 쯤.

 

 

 

 

사방팔방 시원스런 조망이

반겨주는 언제나 찾아도 좋은곳 삼불봉에 이르니

저 멀리 내가 방금 걸었던 장군봉 능선이 누운채로 나를 올려다 본다.

 

 

 

 

 

 

삼불봉 정상에서 바라보니 관음봉이 지척이다.

이제 나의 발걸음은 곧

계룡산의 백미 자연성능 구간을 밟게 될 터.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발걸음은 벌써 자연성능 구간을 지나고 있다.

 

이젠 저 앞에 보이는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오르면 문필봉...

아~ !

나의 산우 삘~의 일갈이 내 뇌리를 스친다.

ㅋㅋㅋ

그래~

인생 모~ 이쓰~ ?

 

 

 

 

 

 

오늘따라

홀로 오신 산님들이 더 많은것 같다.

올라오다 힘에 부처 다리쉼을 하며 하염없이 산하를 내려보는 저님은 무슨 상념에 젖었는지 ?

 

 

 

 

 

 

관음봉 정자에 들렸다

문필봉은 즉시 팽을 놓고 동학사로 향한다.

 

 

 

 

산장터...

새들의 모이를 주던 산장의 여주인을 이젠 볼 수 없다.

산장의 흔적도 말끔히 사라진 그 자리엔 고목만이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끝의 산하는

찢겨지고 부러진 상흔들로 온 숲속은 신음을 하는데

 

이런~!!!!

 

평소엔 지지리도 못생겨 외면 당했던 그녀가 변했다.

세상에나~!!

빛이 다 난다.

화장을 한 요염한 몸짓으로 길 가던 산찾사를 유혹한 은선이 한테 산찾사가 포옥 빠졌다.

은선 저년의 저런 모습을 본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은선폭포를 조금 지나 내려오면

쌀개봉이 제대로 보이는 조망처가 나오는데

구름한점 없던 하늘엔 흰구름이 언제 저렇게 몰려 들었는지 ?

파아란 하늘이 돋보이는건  저 구름의 영향이 크다.

 

 

 

 

저게 웬일이니 ?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역시 뿌리가 얕다.

그래서 넘어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뿌리를 보아하니 여지껏 버티고 살아온게 신기할 따름인데

아무래도 바람이 잔 계곡의 지형적인 덕택이 분명하다.

 

 

 

 

동학사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다.

역시...

계곡엔 물이 많아야 볼 만 하다.

그래도 예전 기억엔 항상 저렇게 사시사철 물이 흐른걸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여름 장마 기간외엔 물이 부족하다.

 

아주 오래된 기억의 한편...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갈곳 없던 동기생 둘이서 찾아들었던

이곳 계곡가엔 비구니들이 빨래감을 잔뜩 쌓아놓고 방망이질을 하던 모습이 선명하다.

그때...

깡소주를 들이키곤 계곡의 그늘에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보니

한밤중였던 그때의 추억을 함께 간직했던 용택이란 친구넘은 잘 사는지 ?

나이를 먹을 수록 추억을 파 먹고 사는게 인간이란 동물이라 그런지 그때의 친구가 불현듯 그리워 진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