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월 19일(매서운 추위)

어디로 : 계룡산(동학사 - 은선폭포 - 관음봉 - 삼불봉 - 남매탑 - 동학사  3시간 30분소요)

누구랑 : 대전에 사는 동서랑.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고 금액을 보니 3,200원

국립공원 입장료에 문화재관람료가 포함된 금액이란다.

 

사찰을 안보고 산만 다녀오는 코스도 있는데.....

 

비구니 스님들 머리도 추우실텐데 털모자하나 보시하지 뭐....

 

동학사앞 괴목옆으로 맑은 시내가 흐르고 미동도하지않는

풍경은 스님들도 깨우지 않았는지 고요함 그 자체이다.

차가가움은 깨끗함과 친구인지 동학사는 오늘따라 정갈하게 다가 온다.

 

계곡을 따라 고개를 들어 봉우리를 보니 흰눈에 덮혀 있고

왠지 그곳엔 주린 늙은 표범이 있을 것 같다.

대전의 킬리만자로......

 

어젯밤의 주독은 하얀입김이 되어 파랗고 시린하늘에 퍼지고

이마에선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은선폭포에 다다르니 수량은 적지만 아담한 폭포가 아름답다.

숲을 덮어 씌우고 수량을 머릿속에서 늘리니 폭포소리가 굉음을 내며

들리는 듯도 하다.

안내판에 보니 운무가 아름다운곳이라고 적혀 있다.

 

산꾼의 안목이 조금은 생겼나?

 

관음봉은 멀리 보이고 눈쌓인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아아젠을 착용하는것이 편한데

군데 군데 드러난 돌 이 있는 너덜지대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면 얼마나 불편한지......

바위에 부딯치는 금속성소리와 발의 불편함....

아아젠을 하지 않고 오르기로 결정을 하고 관음봉으로 향한다.

 

바위봉우리가 무너져내려 너덜지대가 되고 다시 이것들이

작아져서 시냇가에서 조약돌로 지내다 다시 작아져 모래가 되는

이치를 가늠하니 그 세월의 길이로 머리가 아찔하다.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땀과함께 버리고 다시금 떠오르는 질문하나

왜 산을 오르고 있지?

수없이 질문을 해 보고 답을 해 보았건만 오늘은 마땅한 답이

떠 오르질 않는다.

어제 먹은 성찬들이 다 소화가 되었겠네.....

머리가 맑아 지는것 같은데......

본능적인 현상들만 떠 오른다.      속물~

 

누가 내려 올 산을 왜 오르냐고 물으면

죽을 걸 왜 사냐고 했다는 독한 산꾼의 대답이 떠 올라

비실비실웃으며 너덜지대를 오른다.

 

관음봉에 올라 동학사를 내려다 보니 지척에 있는데

높이는 상당히 높아져 있다.

내가 관음보살이야.....

정자에서 다른산객들과 섞여 캔맥주를 마시고

열기를 식히느라 반팔티셔츠만 입고 있으니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든다.

난 역시  미천한 중생....

 

칼바위같은 능선구간을 지나다보니 반대방향에서 오는 많은 산객들과

마주치는데 양보를 하면서 큰소리로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네면

십중팔구 답례를 한다.

 

오래전 지리산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다 올라오는 군인에게

인사를 건냈더니 끈임없이 이어지는 군인행렬.  무슨 대대훈련쯤은

되었나 본데 인사하느라 목이 잠겨버린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인사를 주고 받노라면 확실히 기분이 상쾌 해 진다.

 

삼불봉에 이르는 구간에서 목탁소리가 들려 온다.

저 아래 갑사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구분 할 수 는 없지만

관음, 삼불봉이라는 불교색이 짙은 봉우리사이에서 들으니

없던 불심도 생겨나는듯 하다.

 

삼불봉에서 계룡산일대를 조망하고 남매탑을 향해 내려선다.

남매탑에 눈이 덮여 있어 탑이 두개이긴하지만 외로워 보이고

그 주변엔 애닯은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객들로 왁짜하다.

 

다시 돌과 눈이 덮힌 내림길은 기어이 아이젠을 채우게하고

무릎에 가벼운 아픔을 안기면서 내려가기를 재촉한다.

얼마간 쇳소리를 들으며 수도하듯 내려서니 양지가 나오고

잠깐의 제임무를 수행한 아이젠은 배낭속으로.....

 

눈쌓인 꼭대기와 무관하게 시냇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봄은

가까이 있는듯 하다.

 

사하촌같은 상가앞의 커다란 양푼에서는 오뎅국물이 끓고 있고

하얀수증기는 계룡산을 벗어나려는 객을 한사코 붙잡는다.

막걸리를 흔들지 않고 맑은 부분만 가만히 따라내 한사발마시고

오뎅을 한입 베어 무니 비로소 계룡산이 잘가라 인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