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장군봉에서 남매탑, 삼불봉 지나 관음봉에서 바라본 자연성능

 

산행일 : 2005. 1. 8(토). 맑은 후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제1학봉교 (11:23)

  ☞병사골매표소 (11:29)

  ☞장군봉 (12:14~12:20)

  두번째 봉우리 (12:26)

  ☞갓바위 안부삼거리 (13:17) 

  ☞큰배재 (14:06) 

  ☞남매탑 고개 (14:12) 

  ☞남매탑 (14:17~14:40)

  ☞삼불봉고개 (14:48)

  ☞삼불봉 (14:55~15:00. 775m)

  ☞관음봉 (15:52~16:05. 816m)

  ☞은선대피소 (16:26~16:29)

  ☞은선폭포 전망대 (16:32~16:36)

  동학사 (17:00~17:09)

  ☞동학사 매표소 (17:24)

  동학사 주차장 (17:32)

총 산행시간 :  6 시간 9분 (1Mb기준 125장 촬영. 추위로 인한 배터리 방전으로 평소의 반도 찍지  못했음)

구간별 거리 :

병사골매표소→(1.0km)→장군봉→(1.6km)→갓바위 안부 삼거리→(2.0km)→큰배재→(0.6km)→남매탑→(0.3km)→삼불봉 고개 →(0.2km)→삼불봉→(1.6km)→관음봉 → (0.2km)→ 관음봉삼거리 →(0.8km) → 은선대피소 → (1.6km)→ 동학사 삼거리(세진정)→(1.8km) →동학사 주차장

총 산행거리 : 약11.7km 

산행지도


 

산행기

  지난 7일(금요일) 갑자기 죽마고우의 부친상 소식을 전해 듣고 고향(유성온천)에 가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이웃사촌으로 셋이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의 하나였다.

대전으로 올라가는 차안에서 어렸을 때 친구와 놀았던 아름다운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겨울이면 망뚝에서 쥐불놀이도 하고, 논에서 썰매도 지치고, 친구 집 마당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고, 여름에는 만년교위의 갑천 상류에 있는 새보로 멱 감으러 가고, 논에서 개구리도 잡고, 밤에는 반딧불이 쫓아 뛰어 다녔고, 가을에는 집 앞 논에서 메뚜기 잡아서 집에 가져가면 누나들이 프라이팬에 볶아서 주면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이 난다. 그렇게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그때의 고향 모습은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빌딩과 주택으로 뒤덮여서 어렸을 때의 옛 모습을 찾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희한한 일이 하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로 기억된다. 동네 동생들(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셋)하고 망뚝에서 뛰어 놀고 있었는데,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논은 추수를 앞두고 금빛 찬란한 황금벌판이었었다. 우리들의 그림자가 길게 논에 드리워져서 키다리 그림자가 우리를 따라다녔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들 모두의 그림자 머리에 성화나 부처님의 머리 뒤에나 있어야할 후광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면서 보이는 게 아닌가.

“어! 저게 뭐지?” 하도 신기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그 후광은 정확하게 머리그림자를 동그랗게 감싸고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내 그림자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눈에만 보일 리가 없어서 동네 동생들에게 그림자 머리의 빛이 보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세상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번을 물어보아도 같은 대답이었다.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내 눈에만  보이다니 믿을 수가 없었지만, 실제로 보이는걸 어떡하란 말인가!

그 신비한 현상은 해가 넘어가고 그림자가 없어지고서야 사라졌다. 길어야 5분을 넘지 않은 시간이었다.

내 나이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휘황찬란한 황금색 빛을 본 일도 없거니와 그와 비슷한 현상도 다시는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었다.

 

  상가에서 나와서 오늘 새벽 2시까지 몇 몇 친구와 친구집에서 술을 먹다가 잠이 들었었다. 눈을 떠보니 9시 15분.

친구는 원래 잠이 많은데다 만취상태로 잠이 든지라 깨워도 일어나질 않을 것 같아 세면만 하고 친구 집을 조용히 빠져나와 해장국집에서 해장국 한 그릇 말아 먹고 계룡산으로 향하였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제1학봉교가 나온다. 길 건너 왼쪽 이면도로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줄줄이 주차되어있다. 히어리도 여기에 주차하고 길 건너 제1학봉교를지나 왼쪽 천변을 따라 병사골 매표소로 향한다.

오늘 오르는 코스는 이수영님의 산행기를 보고 가고 싶어서 오른 것이다. 물론 초행길이다. 은선폭포와 남매탑은 자주 올랐지만 장군봉 코스는 처음이다.

    

           왼쪽 다리가 제1학봉교. 저 다리를 건너 천변 뚝을 타고 오른쪽으로 가면 병사골 매표소가 나온다.

 

     

                               병사골 매표소 가다가 바라본 계룡산. 철탑있는 봉이 천황봉.

 

                                       

                                                 병사골 매표소 (입장료 1,600원)

 

  병사골 매표소에서 장군봉까지는 제법 경사가 급해서 초반부터 힘이 들지만, 장군봉에서부터는 짧은 오르내림의 연속이라 그다지 힘이 드는 긴 급경사는 없다.

장군봉에 올라서니 아래쪽 평지에서 모산악회 시산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분이 와서 좀 드시라고 자꾸 권한다.

 팥시루떡 한 조각, 돼지수육 한 점, 막걸리 한 잔, 후식으로 배 한 조각까지 얻어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그렇지 않아도 장군봉에서 간식을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그 분들 덕분에 잘 먹고 내려간다. 감사 감사!

    

                          장군봉 오르다 내려다본 박정자 삼거리(왼쪽)와 제1학봉교(오른쪽)

 

동쪽에서 올려다 본 장군봉


                                

                                                              장군봉 정상

 

     

           장군봉에서의 모 산악회 시산제. 넉넉한 인심에 배불리 얻어먹고 간다. 올 한해 무탈 산행하소서!

 

  두 번째 봉우리에 올라보니 장군봉보다 약간 높다. 하지만 품새가 장군봉 옆에도 못갈 정도로 볼품없는 봉우리이다. 게다가 한 가운데엔 무덤까지 자리하고 있다.

짧은 오르내림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니 갓바위 안부에 이른다. 앞쪽에 커다란 바위가 있지만 어떤 안내판도 보이질 않으니 어떤 바위가 갓바위인지는 모르겠다.

                                      

                                                   무덤이 주인인 두번째 봉우리

 

                                      
                                          두번째 봉우리에서 바라본 삼불봉 (줌촬영)

 

    

                                        두번째 봉에서 바라본 쌀개봉 (줌 촬영)

 

    

                                          두번째 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줌 촬영)

     

            두번째 봉에서 바라본 계룡산 주능선. 왼쪽 철탑봉이 천황봉. 그 오른쪽 V자형 봉이 쌀개봉,

                                                맨 오른쪽 첨봉이 삼불봉.

 

    

                                                               갓바위 안부

 

    

                                                       삼불봉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능선 길

 

                                      

                                                 반대편 능선의 향적봉 (664m)

 

  다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보니 큰배재가 나온다. 디카로 찍으려고 하자 배터리등이 깜박거린다. 3시간 용량의 배터리 두 개 중 한개는 2시간가량 남아있었고, 나머지 한개도 20분가량의 잔량이 남아있었는데 두개 다 바닥이다. 급히 올라오느라 미처 충전을 하지 못해서 일부러 동영상도 안 찍었는데 너무 빨리 닳아 버렸다. NP-FR1배터리가 추위에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디카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따뜻하게 하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한 장 씩만 찍으니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찍힌다. 줌 기능도 자유자재로 된다. 이전의 디카는 2100mAh짜리 충전지 네 개를 넣고도 1M 사진을 100장정도 찍으면 완전 방전이 되어서 디카가 작동되지도 않았었다.

    

                                큰배재. 여기서부터 추위로 디카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남매탑고개를 넘어 남매탑에 이르니 많은 산님들로 북적거린다. 탑옆의 평평한 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점점 추위가 몰려오더니 이내 손이 시리다. 뜨거운 물이 없었더라면 간식을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추울 때는 모자를 깊숙이 쓰는 게 최고다. 최고의 신소재라는 고어텍스 안감(소매안쪽)에 서리가 하얗게 서려있다. 안감에다가 다우다같은 나일론을 왜 대었는지 모르겠다. 성능 시험도 안 해보고 출시를 했을까? 다른곳은 땀이 차지 않고 배출이 그런대로 되는데, 유독 양쪽 팔뚝 부위만 땀이 차서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축축해서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안에 받쳐 입은 쿨맥스 긴팔티의 양 팔뚝부위가 산행 내내 마르지 않아서 후줄근하다.

                                      

                                                                 남매탑 고개

 

     

                                                              남매탑

 

                                                        

                                                          삼불봉 바로 밑의 철계단

 

  삼불봉에 올라 사방을 돌아보니 조망이 압권이다. 관음봉, 쌀개봉, 천황봉이 줄지어 보인다. 정상석은 없다. 자연성능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가다보니 갑자기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최고의 자연성능이 나타난다. 그 직벽의 능선위에는 잘생긴 작은 키의 소나무들이 열을 지어 도열해있다.

자연성능에서 바라보는 관음봉은 월출산 구름다리 넘어 오르는 수직 계단과 흡사할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삼불봉

 

     

                                                삼불봉에서 바라본 쌀개봉과 관음봉

 

    

                                                        되돌아본 삼불봉

 

    

                   자연성릉. 특이한 모양의 절경을 보여준다. 오른쪽 맨 위에 관음봉과 정자가 보인다.

 

    

                                              자연성릉위의 소나무와 천황봉

 

  관음봉에서는 동학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조금 내려가다 왼쪽의 자연성능을 보니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다. 관음봉 삼거리에서 쌀개봉으로 가는 코스는 입산통제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작년에 이수영님뿐 아니라 다른 산님들도 간 기억이 나는데, 여기도 무등산 정상처럼 통제를 풀었다고 매스컴에서 대대적을 보도하던게 기억나는데, 다시 통제라니....

  쌀개봉, 천황봉쪽으로 갔다간 야간산행까지 감수해야만 하니 어차피 은선폭포로 하산하는 수 밖에 없다.

  너덜 길을 지나 지그재그로 내려가다 보니 은선대피소가 나온다.

화장실에 들어가 육수를 빼고 나오니 개운하다.

     

                                            관음봉에서 바라본 자연성릉과 삼불봉
 

     

                                          관음봉에서 내려다본 동학사 (줌 촬영)

 

     

                                     관음봉과 관음봉 삼거리 중간쯤에서 바라본 자연성릉

 

     

                      은선대피소 가다가 오른쪽 능선에 보이는 기암. 애를 업은 애기엄마 같기도 하고...

 

                                       

                                                                은선대피소

 

  하산 길에 은선폭포 하단부까지 내려가려했었는데, 은선폭포 전망대를 근사하게 만들어 놓아 굳이 내려갈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없던 구조물이다. 비가 온 직후에 와보면 높이 46m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인데, 너무 가문데다 정상부 주변에 위치하여 수량부족으로 갈수기에는 낙수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폭포이다.

    

                                                            은선폭포 전망대

 

                             

                                                                 은선폭포


     

                                은선폭포 전망대 조금 지나 내려가다가 올려다 본 쌀개봉

 

    

                                                        쌀개봉에 대한 해설

 

    

                             쌀개봉에 정자가 있는 줄 알고 줌으로 당겨보았더니 소나무였다.

 

    

                                                      하산길의 합수지점 빙폭

 

  동학사까지는 산님이 거의 없어서 적막하기까지 하다. 동학사부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좌석버스가 막 출발하려한다. 뛰어가 올라타고 보니 잔돈이 부족하다. 할 수 없이 만 원짜리를 내니 거스름돈이 없다고 다음정류장 가게에서 잔돈으로 바꾸란다. 이런~~~ ○같은 경우가 있나.

주머니를 다 뒤져보아도 잔돈은 1200원밖에 없다.

“ 요 앞 박정자 삼거리에서 내릴 건데 잔돈이 1200원밖에 없네요.”

“ 그것만 내세요.”

박정자 삼거리에서 주차해놓은 제1학봉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밖에 되질 않는다.

    

                                                                 동학사

 

    

                                                   동학사에서 바라본 쌀개봉

 

    

                                              세진정에서 바라본 동학사앞의 계곡

 

    

                                                               세진정

 

                                        

                                                              동학사 매표소

 

 그날 저녁 또 상가에 가서 많은 초중학교 동기들을 만나 기분좋게 취했었다. 고향을 떠난지 20여년에 일년에 한 두번 방학때만 찾아가 친한 친구들만 만났던지라, 대부분 만 30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이 얼마나 늙어버렸는지 한 눈에 알아본 녀석들은 몇 안되고 대부분 전혀 몰라볼 정도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친구들은 나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기야 10년은 항상 젊어 보이는 동안(童顔)이니...

장지의 죽마고우들  (왼쪽 목에 수건 맨 자가 가장 친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