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鷄龍山)845m 』
산행코스: 밀목재-황적봉-천왕봉-쌀개봉-관음봉-삼불봉-남매탑-동학사-매표소
 위치 : 충남 공주 반포 계룡면, 논산 두마, 상월면 [국립공원]
도상거리 (약 13km / 8시간 소요)
2005 . 04 . 17 일요일  맑음,흐림 (7.5~19.2도) 일출,일몰(05:56~19:06)
산행인원 :M안내산악회 와 2 人 (본인과 반쪽)
산행 개념도


밀목재 : 오전 10:31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나리와 목련 너머로 연분홍빛 진달래가 눈에 시리도록 아름답다. 잔인한 달이 4월이라 했던가? 이 계절이 시시껄렁하게 가 버리고 마는건 아닌지..마음은 일주일 전 부터 선운산 피빛 동백 꽃물에 물들어 가는데,

새 하얗게 번진 벚꽃을 곁에서 떨치질 못해 더 좋은 장소를 물색하며 춘향을 불태우던 나른한 오후...모 산악회 계룡산 "ㄷ"자 종주코스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계룡산!' 어느해 긴 여름 밤 계룡산 계곡 은선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식히고.. 골 깊은 계룡산 밤하늘을 지붕삼아 별하나 나하나 찾으며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내던 곳인데...문득 다시 찾고 싶어진다.

이른 새벽 반쪽과 주섬주섬 행낭을 챙기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 사당역을 오전 7시에 출발한 안내산악회 버스는 공주를 지나고 박정자 삼거리를 우로 돌아 계룡대 방향으로 접어들어 2시간반 만에 밀목재에 내려 놓는다.

이번 안내 산악회는 계방산 산행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번째 산행이다. 다른 안내산악회와 다소 틀린점은 코스가 길고 산 정보가 다양하다는 점이 좋다, 반면 초보자 보다는 유경험자를 기준하므로 거리에 비해 산행시간을 짧게 잡는다.(쉬는 시간 없이 부지런히 다녀야됨)

산악회 총무 안내 맨트를 인용하면 "종주 산행(황적봉에서 장군봉까지)예정 시간은 7시간 이며 오후 5시까지는 제1학봉교에 도착해야 하시고, 남매탑에서 오후 3시 이후에는 신선봉으로 진입을 금지 시킵니다."(내 기준 10시간이므로 결과적으로 3시간을 당겨야함)

▲ 황적봉 정상... ▲ 헬리포터..

황적봉 : 오전 10:31

우린 들머리부터 신선봉 1차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선두 대열에 끼여 무리한 진행을 한다.산불감시 초소를 지나 서서히 고도를 올리면서 황적봉을 우측에 두고 은근한 오름을 하다 보면 세갈래 길이 나오고 선두가 좌방향으로 꺽으면서(여기서 우측으로 가야함)5분정도 알바를 끝내고 다시 돌아나와 군사보호구역 표지목을 지나 전력 질주를 한다.(역시 소문대로 대단한 분들..)

완만한 경사를 한참 올라 숨이 턱에 차 오를 즈음 정상이 가까와 지고.. 얼마 후 노적가리를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하는 황적봉 정상에 도착한다.

1시간 가량 정신 없이 선두 뒤를 따라 오던 반쪽이 무척 힘들었던 모양.. 나를 본 순간 "나 더이상 못가!" 하며 주저 앉아 버린다. #$%&* 식수와 당분 섭취로 안정을 시키고 잠시 휴식을 하고 나니 반쪽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자존심 강한 반쪽이 오죽하면 포기 했을까. 여기 까지 올라 오는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으리라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래서 우린 종주를 포기, 남매탑에서 하산(2차 탈출로)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루트를 수정하고 나니.. 마음도 느긋 해지고 이제 산하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진행 방향으로 계룡산 정상 천황봉(845)의 거대한 군사시설물이 우뚝 서있고
V자형 쌀개봉을 지나 관음봉, 자연성능, 삼불봉, 신선봉, 갓바위,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 벼랑바위 에서 쌀개봉 까지 오늘 오를 능선 길.
▲ 벼랑바위 1차 로프 지점..

벼랑바위 : 오전 11:06

황적봉~천왕봉 구간은 주로 내리막길로, 2개 봉우리를 지나면 무덤이 있는 천왕봉에 도착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 가파른 바위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등로가뚝 잘라지면서 가파른 벼랑에 서게 된다. 벼랑바위다.

일차 로프 구간을 통과하고 나면..이차 로프 구간이 나타나며 위험 구간으로 다소 지체된다. 특히 여성분들이 힘들어 하며 안내자의 도움을 받으며 진행한다. 15m 정도의 밧줄을 잡고 내려서야 하므로 매우 긴장해야 한다. 우회 도로가 없어 꼭 이구간을 통과해야 하지만 벼랑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 바위에 핀 꽃분홍 진달래.. ▲ 색 고은 핑크빛 진달래가 유독 눈길을 끈다..
벼랑바위 2차 로프 지점..

▲ 줌으로 당겨 본 벼랑바위 - 하이라이트 부분이 위험 구간(확대 사진)

▲ 벼랑바위..

▲ 동학사 전경..
▲ 쌀개봉을 지척에 두고 오던 길 조망(뒷쪽부터 황적봉, 천왕봉, 벼랑바위, 525봉)
▲쌀개봉...

쌀개봉 : 오후 12:57

 벼랑바위를 지나면서 점점 가파라지는 능선은 통천문을지나 쌀개봉 정상에 올라서면 계룡산의 전경이 펼쳐지고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가늠할 수 있고, 계룡산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쌀개봉 V 계곡 이동은 로프가 없어 우회 등로를 이용하여 건너편 봉에 붙는다. 천왕봉에서 쌀개봉까지 계속 오르막이라 체력이 많이 소진된 탓에 결국 반쪽이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 잠시 쉬며 응급조치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갈 방향으로 연천봉, 문필봉, 관음봉이 손에 닿을 듯 멋진 자태로 뽑내고.. 쌀개능 등로 주변엔 현호색 야생화가 지천이라 지루하지 않게 진행하여 목책이 둘러쳐진 사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 좌측 관음봉 정상...

▲ 동학사 계곡과 지나온 능선을 배경으로...

▲ 좌측 자연성능과 삼불봉..
▲ 좌측부터 연천봉, 문필봉, 제일 우측이 관음봉(확대 사진)
▲ 관음봉(확대 사진)

관음봉 : 오후 13:41
안부 사거리 우측은 은선폭포로 내려가는 하산길, 직진하면 관음봉 방향, 좌측은 연천봉으로 가는 길이다.직진하여 관음봉에 도착한다. 계룡산에는 천황봉이 제일 높지만 아직은 일반인 통제구역이라 관음봉이 그자리를 대신하여 정상엔 몰려든 산님들로 북적 거린다. 황적봉을 기점으로 오늘 우리가 지나온 힘들었던 구간들을 짚어 가며 애써 어설픈 미소도 지어본다.

계룡산은 닭(鷄)과 용(龍)이라는 두 가지 동물로 이름을 삼았는데, 신도안에서 볼 때 계룡의 주봉인 천황봉과 우측의 쌀개봉, 관음봉을 잇는 능선의 모습이 닭벼슬 처럼 생겼고 삼불봉에서 신선봉을 거쳐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가 마치 꿈틀거리는 용의 몸통처럼 보이기 때문이란다.

무학대사가 신도(新都)를 정하기 위해 이태조와 함께 신도안의 좌우 산세를 둘러보고 `이 산은 한편으로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요, 또 한편으로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이니 두 주체를 따서 계룡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한데서 계룡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 설화도 떠올려본다.

사방을 좀더 넓게 둘러보면 삼불봉을 중심으로 계룡산의 유명 사찰로 동쪽 동학사, 서쪽 갑사, 남쪽으로 신원사가 가늠되고 가야할 방향으론 계룡산의 백미 자연성능의 가파른 남쪽 사면과 멋진 암릉, 날등 위를 푸릇하게 점점이 덮은 청송들..점점 이어 가다보면 우뚝 솟아 오른 삼불봉에서 잠시 눈이 머물고 약간 우로 휘다가 장군봉까지 조망을 이룬다. 계룡산의 자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명소다. 관음정에 편하게 누워 하늘의 한가로운 구름을 보노라면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며 계룡산 제4경을 느낄 수 있다는데 아쉬움 한점 묻고 자연 성능 철계단을 밟는다.

▲ 관음봉을 지나 자연성능으로 이어지는 철 계단 초입(확대 사진)
▲ 자연성능 전체..
▲ 자연성능에서 조망(좌로부터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

자연성능

철계단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능 구간은 반대편에서 오가는 산객들고 복잡하다. 전망 좋은 너럭 바위에 걸터 앉아 잠시 쉬어간다.

삼불봉 정상 까지는 암능의 연속이며 날카로운 구간이 많지만 경치는 단연 으뜸이고 풍수지리학적으로 보면 일찍이 태조 이 성계는 즉위 이듬 해(1393년) 정월에 새도읍(新都) 후보지인 계룡산에 행차 후 천도계획(遷都計劃)을 세우고 음력 3월부터 도시건설을 위한 기반공사를 시작했으나 하륜(河崙)을 비롯한 신하들의 반대로 동년 연말에 갑작스레 중지됬다는데[하륜은 세가지를 들어 계룡산 신도안이 도읍터로 적합치 않다고 하였는데 첫째,남쪽에 너무 치우쳐 있어 동.서.북 3면과 서로 떨어져 있고 둘째,큰 강을 끼고 있지 않아서 중요교통수단인 배가 드나들 수 없으며 세째,계룡산의 산(山)이 건방(乾方,西北方)으로부터 오고 물은 손방(巽方.東南方)으로 흘러가니 이는 송조(宋朝)의 풍수가 호순신(胡舜臣)이 말하는 `水破長生,衰敗立至`의 땅 즉 `물이 땅의 기(氣)를 부수어 쇠퇴가 곧 닥치는 땅`이라는 것이다.]

계룡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845.1m 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명산(名山) 또는 영산(靈山)이라 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산 인것만은 틀림없는것 같다.

▲삼불봉에서 장군봉 쪽 조망..

삼불봉 : 오후 14:56
마지막 철계단 구간을 오르면 삼불봉 정상에 도착한다. 삼불봉은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그런 이름을 붙였다 한다. 삼불봉의 사계조망은 언제나 아름다우나 흰눈으로 장식한 계룡산의 풍광이 백미로서 이를 계룡산의 제2경으로 손꼽는다.

또한 동학사계곡과 갑사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이며, 관음봉과 문필봉 연천봉의 넘치는 활력과 우뚝 솟아 오른 천황봉의 위용, 자연선능의 능선과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서둘러 남매탑으로 이동한다.

▲ 남매탑(거북 등 위에 쉬고 있는 산님들..

남매탑 : 오후 15:13 - 출발 오후 15:38
10분정도 내려와 약수터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남매탑에 도착한다. 지금 시간이 3시 10분 이므로 예정 시간 10분 지났다. 아마 정시에 도착 했을 지라도 지쳐서 더  진행이 어려운 상태 남매탑에서 푹 쉬어 가기로한다. 반쪽이 상원암에서 불공드리는 사이 탑돌이를 하며 디카에 주변을 담아본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의하면,
옛날 백제가 멸망한 뒤 왕족 한사람이 이곳에서 토굴을 만들고 수도하고 있었다

어느날 이상한 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커다란 호랑이 한마리가 괴롭게 서 있었다.

자기를 해치러 온것이냐고 물었더니 고통스럽게 입을 벌린채로 고개를 흔들고 있기에 입안을 살펴보니 목에 뼈가 걸려 있는게 아닌가.

목에 걸린 뼈를 빼 주었더니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고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어느 눈내리는 밤에 호랑이 소리에 나가보니 젊은 여자 한사람을 내려놓고 가는것이 아닌가.방에 눕히고 정신을 차리게 한 후 사연을 물어보니 혼사를 치루고 잠시 밖에 나왔다가 호랑이에 물려왔다고 한다.

눈이 녹은 봄날에 처녀를 집에 돌려보냈는데 어떤 인연이던지 호랑이에 물려 죽을 인연을 구해 주었으니 같이 살아라고 부모님이 받아주질 않았다.계룡산에 다시 돌아온 그들은 의남매를 맺고 열심히 정진하여 덕이높은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이 이들을 기려 탑을 쌓았고 남매탑이라 부르는데 오늘도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채 계룡산을 지키고 있다.

▲ 동학사에서 올려다 본 벼랑바위 - 동학사 앞 뜰에 피어난 금낭화
▲ 동학사 일주문과 벚꽃..
▲진달래
▲벚꽃
▲ 계룡산 동학사 주차장 왕 벚꽃

동학사 주차장 도착 : 오후 17:15

남매답에서 하산을 시작 계속해서 이어지는 돌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왔을까.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바쁜 길손의 발목을 잡는다. 물속에 발을 담그니 1분을 못참을 정도로 물이 차다. 긴장도 풀고 피로도 풀고 다시 출발..동학사 사찰을 서둘러 돌고, 벚꽃 터널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총무님이 반긴다. 정성것 퍼주는 따뜻한 달래국에 허기진 배를 달래고, 함께 땀흘리며 힘든 산행을 무리없이 따라 준 반쪽과 시원한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오늘의 피로를 말끔히 씻는다.

땀 흠뻑 적시고.. 넘~ 힘들었던 산행..
왕 벚꽃 백옥 화사함이 온 계곡을 다~ 덮더니 이제 산 그늘이 깊어져 간다.
하룻길.. 돋아나는 초록의 싱그러움에 취하고, 따사한 봄볕에 취하고,
마지막 잔 기울이며, 아쉬움 한자락 계룡에 묻고..그렇게 벅찬 하루를 또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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