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7일 (목요일)

◈ 산행일정

성북역
강촌역(06:25-07:57)
의암댐(08:42)
주능선(09:11)
삼악산(09:53)
성터안부(10:23)
546봉(10:39)
석파령(11:18)
394.5봉(11:41)
무덤봉(12:24)
임도(12:42)
방화선(13:01)
작은촛대봉(13:27)
가일고개(14:05)
사거리안부(14:34)
능선갈림길(15:42)
월두봉갈림길(15:55)
월두봉(16:05)
헬기장(16:49)
341번도로(17:12)
돌탑(18:05)
보납산(18:44)
자라목(19:34)
가평역
성북역(20:35-21:57)

◈ 도상거리
약 22.5km

◈ 산행시간
10시간 52분

◈ 산행기

- 의암댐
한달간 발등의 화상으로 산행을 못하다가 아직도 뻘건 피부에 압력붕대를 몇번 감고는 배낭을 둘러메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선다.
온통 짙은 안개에 가려있는 북한강변의 강촌역에 내려 먹거리를 준비하고는 30여분 기다려 춘천가는 시내버스를 타니 학생들과 마을사람들로 만원이다.
며칠전 춘천마라톤을 뛰면서 지나갔던 의암댐에서 내려 조금 떨어진 매표소를 향하다가 우연히 산으로 올라가는 흐릿한 들머리를 발견하고 쓰러진 철조망을 넘어서니 너덜사이로 뚜렸한 길이 이어진다.
추색에 물들어가는 숲으로 들어가 조금은 불편한 발을 느끼며 지그재그로 산길을 올라가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마라톤을 뛰었던 후유증이 남았는지 금새 허벅지가 땡겨온다.
노송들이 서있는 바위지대를 만나고 옛 성터흔적을 지나 큰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하며 무너져 내리는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올라간다.


- 삼악산
커다란 암봉을 만나고 반들반들한 정규등로로 올라서니 이정표가 서있고 상원사에서 0.35km 올라온 지점이며 바로 깔닥고개가 시작된다.
그러나 30년 전 대학생 때 남녀 6명이 어울려 삼악산장에 놀러왔다가 방을 못 구하고 할 수 없이 근처의 동굴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샜던 장소를 찾아보려던 시도는 우회길을 올라오며 무산돼 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쇠줄과 발디딤판을 딛고 급한 암릉을 올라가면 돌탑들이 서있고 안개가 잠깐씩 걷히며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삼악산 정상부의 암벽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곳곳의 전망대 바위들을 지나 노송들이 서있는 날카로운 칼날암릉을 가이드레일을 잡고 힘겹게 올라가니 회복되지 않은 몸에서는 진땀이 흐른다.
바위들을 잡으며 암릉을 올라서서 완만해진 길따라 삼악산(645.0m) 정상에 오르고 의암호를 비롯해 사방으로 조망이 좋을 바위위에서 심술궂은 안개만 탓해 본다.



▲ 암릉길



▲ 삼악산 정상



- 석파령
무심코 흥국사로 이어지는 남릉을 내려가다 돌아와 얼핏 길이 없을 것 같은 서릉을 찾아 들어서니 낙엽이 많이 깔려 길이 희미하다.
고즈넉한 산길을 내려가 궁예가 머물렀다는 맥국의 성터가 시작되는 안부를 지나고 무너진 성곽을 밟으며 노송들이 서있는 넓은 너럭바위에 올라가면 전망이 시원할 것 같지만 안개는 여전해 바로 앞의 삼악산 정상만 흐릿하게 보인다.
험준한 암릉 사이사이에 쌓여진 성곽따라 능선이 갈라지는 546봉에 올라 오랫만의 산행으로 욱씬거리는 몸을 달래며 삼각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어둔다.
청운봉과 등선봉으로 이어지는 남릉을 버리고 북서쪽 희미한 능선으로 들어가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망득이골로 이어지는 무명봉에서 북서쪽으로 꺽어진다.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지나고 안개인지 이슬인지 비처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적적한 숲길을 따라 당림리와 덕두원리를 잇는 석파령 임도로 내려간다.
석파령은 5년전 겨울에 오월리에서 삿갓봉을 거쳐 가덕산을 오르고 잔뜩 쌓여있는 심설을 헤치며 내려와 코앞에 솟아있는 삼악산을 아쉬워하며 어두어지는 임도따라 덕두원리로 내려갔던 곳인데 그때의 춥고 고생했던 기억이 잔잔하게 떠 오른다.



▲ 성터안부



▲ 546봉 정상



▲ 석파령 임도



- 계관산
이슬에 온몸이 젖어 숲을 헤치고 올라가면 그전보다 등로가 한결 뚜렸해졌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지 표지기들도 간혹 달려있어 길을 가르쳐준다.
글씨없는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394.5봉에 올라 계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봉들을 바라보고 한적한 숲을 올라가니 내가 붙혀놓았던 토요산행의 표지기 하나가 주인을 반기며 팔랑거린다.
무덤을 지나 급한 사면을 오르고 잘 정리된 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서 예전에 내가 크게 헤메었던, 능선이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갈림길을 지난다.
산을 길게 에도는 임도로 내려가니 산림청 찦차가 흘낏 바라보며 내려가고, 눈속에 서서 밥을 먹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내려가면 방화선이 나오고 만개한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외로운 산객을 맞아준다.
방화선을 버리고 억새밭 사잇길로 들어가 까시와 칡넝쿨들을 헤치며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면 진땀이 줄줄 흐르고 지저분한 먼지가 일어나며 억새꽃들이 머리로 떨어져 내린다.
검은 바위들을 지나 삼각점(춘천312/2005재설)이 새로 설치된 지형도상의 계관산(작은촛대봉, 665.4m)에 오르니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있고 정상석이 있는 큰촛대봉이 바로 앞에 모습을 보이며 멀리 삼악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아득하게 눈에 들어온다.



▲ 예전의 표지기



▲ 삼악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



▲ 계관산에서 바라본 정상석이 있는 큰촛대봉



- 가일고개
간식을 먹고 바삐 일어나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화악지맥의 능선을 찾다가 올라왔던 바위지대로 조금 내려가니 표지기들이 보이고 길이 열린다.
달개지 이정표를 만나고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푹신하고 깨끗한 길이 이어지며 푸른 소나무숲과 가을바람에 노랗게 익어가는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익어가는 가을풍경을 만들어낸다.
다시 이정표를 만나고 서쪽으로 꺽어져 가일고개로 내려가니 도로반사경이 서있고 추색에 물들어가는 계관산이 우뚝하게 올려다 보인다.
다소 흐릿해진 숲길을 올라가 간혹 나뭇가지사이로 가일마을의 민가들을 내려다보며 황량하고 볼 것도 없는 쓸쓸한 야산길을 무심히 걸어간다.
가일마을과 이어지는 홈통길 사거리안부를 넘고 적적한 잡목숲을 따라 낮은 봉들을 수없이 넘으며 간간이 나타나는 지능선에 빠지지않게 신경을 쓴다.
지루한 길을 따라가면 반갑게도 신경수님의 표지기가 나타나는데 화악지맥의 끝을 삼악산으로 연결해서 갔었던 산행기를 읽은 터라 의아하기는 하지만 아마 그후에 가평천까지 이어지는 이쪽 산줄기를 마저 답사하신 모양이다.



▲ 가일고개


- 월두봉
끝없이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넘고 어둠침침한 전나무숲를 지나 능선이 꺽어지는 갈림길에서 군계일학처럼 우뚝한 월두봉을 바라보며 발길을 서두른다.
월두봉 가기 전에서 사면처럼 이어지는 지맥 갈림길을 확인하고 남쪽 능선으로 들어가 흐릿한 잡목숲을 오른다.
칡넝쿨이 무성한 안부를 지나서 가느다란 흰줄을 잡고 암벽을 올라 월두봉(452.8m) 정상에 오르니 구덩이 하나만 파여있고 지맥종주자들의 표지기 몇개 뿐이며 조망은 막혀있어 나뭇가지사이로 북한강의 수면만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암릉지대에서 길을 찾으며 헤메이다 갈림길로 돌아와 급한 능선을 따라가면 뚜렸한 등로가 이어지고, 오래된 헬기장으로 내려가니 시야가 트이며 보납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전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칡넝쿨이 무성한 숲을 내려가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전신주가 지나가는 홈통길을 지나니 곧 비포장임도가 나오는데 주을길과 가일부락을 잇는 341번 지방도로이고 보납산까지 4.55km라 적혀있는 이정표가 보인다.



▲ 월두봉 오르며 바라본 계관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



▲ 월두봉 정상



- 암릉
이정표따라 어둠이 서서이 다가오는 급사면길을 진땀을 흘리며 20여분 올라 능선에 닿으니 역시 이정표가 서있어 반대쪽에서 오면 간혹 직진해서 잘못 가기쉬운 438봉쪽을 막고있다.
능선을 따라가면 곧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는 바위지대가 시작되어 멀리 계관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산줄기가 잘 보이고 월두봉은 낮은 산답지않게 피라미드처럼 앞에 우뚝 솟아있다.
밧줄을 잡고 노송들이 어우러진 암릉을 내려가니 보납산과 424.9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어둠속에 실루엣으로 보이고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아있어 마음이 급해진다.
군벙커를 지나서 완만해진 숲길을 따라가면 작은 돌탑들이 몇기 보이는데 랜턴을 켜고는 앞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424.9봉을 보납산으로 착각하고 길이 없어 당황하기도 한다.
남쪽으로 길이 애매한 바윗길을 내려가다 다시 올라와 건전지를 교환하고 헤드랜턴까지 켜서 올라왔던 돌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다시 뚜렸한 등로가 이어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월두봉



▲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악지맥



▲ 전망대에서 바라본 왼쪽끝의 보납산과 오른쪽의 424.9봉



- 보납산
가평시내라 쓰인 작은 이정판을 확인하고 어둠에 잠긴 숲길을 계속 따라가면 화악지맥이 분기하는 갈림길에는 "강변산책로 1.3km"라 쓰인 이정표가 서있고 지맥에서 벗어난 보납산은 오른쪽으로 꺽어진다.
계속 능선을 이어가 체육시설을 지나고 통나무계단따라 암릉길을 휘돌아 올라가니 드디어 보납산(331m) 정상이 나오는데 바위위의 작은 정상석이 힘들었던 산행을 위로하듯 어둠속에 서있다.
불야성처럼 발밑으로 펼쳐지는 가평읍내의 야경을 구경하고 지맥분기점으로 돌아가다 엉뚱한 바위지대에서 한동안 헤메이는데 바위틈새에는 도를 딱는지 방석이 깔려있고 "축지법축문"이라 쓰인 두꺼운 종이가 보여 실소를 자아낸다.
밧줄들이 걸려있는 험한 암봉지대에서 헤메다가 등로를 찾아 분기점으로 돌아와 평탄하고 너른 능선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마지막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 길이 없어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를 포기하고 자라목 하산방향으로 내려가면 곧 물길을 만나고 시멘트길을 따라 보광사가 있는 마을로 나간다.
춘천과 이어지는 46번 국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가평지구전적비 이정표가 서있고 철로를 건너 북한강가까지 갈 수는 있지만 어둡고 위험해 보여 그냥 산행을 마치기로 한다.
맑은 물이 내려오는 가평천을 넘어 역으로 향하면 달포만에 산행을 해서인지 쑤시고 땡겨오며 차가운 강바람에 젖은 몸이 떨려온다.



▲ 보납산 정상



▲ 보납산에서 내려다본 가평읍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