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지리산이었다.

지리산이 어디 수락산처럼 맘만 먹으면 갈수 있는 곳이던가

그것도 산장예약이 아니고 비박으로 진행한다는데...

 

연가정산역사상 처음이라는 장거리종주산행이고 거기다 막내격인 용석이 산행대장이라

모두들 많은 기대들을 하고 있는 듯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신청이

저조하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연가산행의 커트라인인

10명이나 넘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리산...  올해 종주를 해보려고 하긴 했었다. 혼자 아니면 가까운 몇이서...

지금 연가정산으로 간다면 내가 하려고 했던 산행과는 다른 산행일 수도 있고

또 당장 가방.침낭.매트레스등 새로 장만해야되는 장비도 한두개가 아닌데...

며칠 고민을 하다가 아주 오래전 한 30년전쯤 설악산에 텐트갖고 엠티갔던 생각을

떠올리고 위대한 산을 고독하지 않게 다녀오는 것도 먼훗날 하나의 추억이 되리라는

생각에 그리고 지리산이라는 위대한 이름에 끌려 나름 근사하게 출사표를 써서

참가신청 댓글을 달아놓고 필요한 장비들은 내일 챙겨보자 하였다.

 

그날 저녁 뉴스에 내일부터 장마 시작.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비온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낮에 써놓은 출사표가 무색해지는데.. 출사표까지 써놓은 마당에 이제와서 꼬리 내릴수는

없는 일이라 어찌됐든 운영진의 결정에 모든걸 맡길 수밖에.... 이미 수술대위에

올려진 몸이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버린 격이라.

 

며칠후 지리산을 근교산행으로 대체한다는 공지가 올라오기까지  참가신청을 했던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이들까지도 이번 산행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미 기차예약까지 해버린 상황에서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을 사람은

사전 답사산행까지 해가며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부은 산행대장 용석이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대국적인 입장에서 그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가며 준비해온

지리산을 접고 의연하게 문자까지 보내주는 모습을 보고 어찌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날 게시판에는 용석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하는 댓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으니......

 

목요일 늦게 검봉산으로 변경된 산행공지가 올라오자 우중산행이 예상되는데도

바로 다음날 추가로 예매한 2석 포함해서 22석 모두가 매진되버리는 걸 보고 연가사람들이

원래부터 우중산행 매니아였다는건지 아니면 지리산보다 검봉산이 무게가 더 나간다는건지

아직도 의아하기만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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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비는 오지 않았다.  지리산은 어땠을까? 지리산에도 비가 안왔을까?  그렇다해도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우리 모두가 산의 무게는 산의 이름으로 재는게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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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일) 검봉산에서....

걷는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