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머리

  밭일이 한가하다. 가을 파종에 물주고(태풍때도 비 몇방울 보지 못했으니 가을이 가울다), 풀뽑아대는일이 다다. 어제 밭구경가서 일하고 왔으니 오늘은 모처럼 산행을 약속했다. 지난 여름 지리산과 무등산 산행후 한달만에 가는 산이다.
그제 아내한테 말할때는 내심 가평쯤에 가 볼까 했는데... 아내가 많이 갔던 검봉산엘 가쟎다. 그러마했다. 이유인즉 지난 목요일에 친구하고 등산가서 앞장을 섰는데 그만 두번씩이나 길을 잃고 알바를 해댔은 즉 오늘 나하고 같이가서 확실하게 길눈을 익혀둘려고 작심했단다. 평소에 다니지 않았던 들머리라 나도 좋다. 그러마 하고 서둘러 9시쯤 집을 출발해서 강촌 구곡폭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출발했다.
  

  보통은 강촌역 근방을 들머리로 해서 강선사 옆 등로를 올라 강선봉을 찍고 검봉산으로 향하는 코스와 구곡폭포 거의 다가서 칡국수집 옆 등로로 오르는 코스, 또 조금더 진행해서 마지막 모텔주차장에 주차해놓고는 개울건너 음식점 마당을 비껴올라 봉화산을 거쳐 문배마을로 가거나 아예  초입새 부터 강촌중학교 조금 지난, 현재 강촌 신역사 공사하는 정문을 지나 왼쪽능선을 올라 봉화산을 거쳐 문배마을을 휘돌아 검봉산으로 가는 제일 긴 코스를 애용했었다. 오늘 들머리는 초행이였다. 주차장에 주차하고는 다시 주차장 매표소 쪽을 돌아 보면 조그만 묘가 하나 보인다. 묘오르는 길이 초입이다. 가파른 길을 올라 검봉에 도착후 예전길을 따라 문배마을을 휘돌아 봉화산을 넘어 다시 주차장 입구쪽으로 완전히 한바퀴를 돌아 내려오는 길이다. 괄호안 숫자는 오름과 내림의 표고임.

 

09:20   구곡폭포 주차장  출발(+385m   -5m )
   차를 주차하고 매표소쪽을 돌아 보니 조그만 묘가 보인다. 주차장 입구로 걸어나와 뚜렷한 등로를 따라 오른다. 보이는 묘를 지나 오르니 또 묘가 있다. 깨진 프라스틱 안내판에 등산로 없음 이라고 적혀있었다. 산에 가보면 다는 아니지만 등산로 없음 표시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거의 연속해서 나타마는 묘가 다섯기, 마지막 묘는 제법 크고 둘레의 소나무를 꽤 넓게 잘라냈다. 죽은 사람이 산 소나무를 잘라댄다. 여기를 지나면서 부터는 쉬임없는 가파른 언덕길이 계속된다. 미쳐 몸이 워밍업이 되기전이라 힘이 무처 드는데다, 춘천 특유의 아침 안개가 짙다. 안개라기 보다는 보슬비보다 조금 가는 안개비 - 뭐라하던데?- 나무잎새마다 물이 동그라니 맺혀있고 지나며 스치는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바지 가랑이를 적신다. 가을 답지않게 무더운 날씨에 습하고 바람없이니 그져 땀이 비오듯 흐를 밖에... 덥고 숨차고 힘들고 그런끝에 주능선에 합류한다.
아내가 헤맸다는 합류점, 나도 마찬가지로 방향감이 없다. 아래로 내려서야 할듯한데 우측으로 올라야 된단다. 저번에 한참을 내려갔다 길없어 다시 올라오느라 시작부터 헤맸다는 그 곳. 또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보니 주위가 내려 보이고 능선 마루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힘을 내서 올라서니 검봉산 정상이다. 강선사에서 올라 칡국수 길을 지나 검봉에 오른후 문배마을로 하산하는 등로 옆 샛길이 있었고 그 쪽으로 올라왔으니, 머릿속 생각과는 정반대인것이 당연하다. 방향이 정반대였었던 것이니 갈림길에서 헤맬만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검봉산 정상을 오르는 길중엔 제일 빠른길인 듯 하다.

 

10:20  검봉산 정상 출발(+160m -245m)
   검봉산을 출발해서 내리막이 가파르다. 몇년전 다닐때보다 내리막길이 많이 패였다. 비와서 고운흙은 쓸려 사라지고 잔돌은 밟을수록 굴러 떠려지며 또 패여나가고.. 또 몇년후에 이길이 걱정된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서서 커다란 사스레나무 있는 골짝을 돌아 오르면 이내 문배마을과 좌측으로 등산로 없음이란 팻말적힌 마루턱에 오른다. 강선사입구 부터 출발하면 여기쯤에 점심때가 되는 곳이언만 오늘은 너무 이르다. 쉬지않고 지나쳐 문배마을-백양리 푯말에 도착, 백양리 길로 접어든다. 등로는 확실하고 길은 외갈래 헤갈릴일이 거의 없는 길이다. 출발한지 40여분 되니 철탑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 철탑을 지나쳐 몇분가지 않아 두갈래 길이다. 우측으로 가면 아마 백양리일듯(?).  예서 좌측길로 잡아야 문배마을을 반시계 방향으로 품고 돌아간다.
아내의 친구가 먼저번에 길잃고 헤매다 가정리쪽으로 내려섰다는 곳이 아마 여기일거라고 아내가 말한다. 하기사 여기라면 초행길엔 그럴수도 있으려니 싶다. 길도 오히려 훤하게 잘나있고 보니....
십여분 넘게 진행하니 중간에 문배마을로 내려딛는 길 안내판이다. 예서 배낭을 벗고 호떡에 포도로 간식을 하면서 잠시 쉬어간다. 좌로 가면 문배 마을, 직진한다.

 

11:30  문배마을 푯말  출발(+105m -40m)
   삼십여분 남짓 오르면 강촌 산행코스중 제일 멋진 전망대가 나온다. 바위암봉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너른돌 식탁하며 앉을 자리가 그대로 이다. 삼악산 전경이 웅장하게 건너 보이고 강선봉과 검봉등 지나온 길들이 가깝게 모두 보인다. 점심터이다. 라면을 끓이는데 아내는 어느새 달걀에 부추까지 모두 챙겨왔다. 산행중에 만들어 먹는 점심이 일미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끓여 먹고 나니 한시간여 시간을 보냈다.

 

13:00  점심먹고 암봉 출발(+115m -415m)
   저번주 아내가 친구하고 둘이 여기까지는 멀쩡히(?) 와서는 입구에서 알바한건 비교도 안되게 헤맸다는 곳이다. 출발해서 한 이십여미터 내려 오면 길이 약간 애매해진다. 예서 왼쪽의 쪼개진 바위틈새로 내려서야하는데 그만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있길래 내려섰단다. 난 금방 찾는데 아내는 그때 뭔가 착각을 했었나 보다. 그리 내려사다 길아니다 싶어 좌측으로 턴하려니 친구가 아니라 하고, 말이 갈려 그냥 내려서다 보니 길은 전혀 없고 우여곡절 끝에 무자적 좌측계곡으로 내려서서 한참을 내려오니 도로가 나오더란다. 길아닌 곳을 한시간을 헤맸다하니 ... 팔도 긁히고 고생 고생해대면서 다시 서너번을 구불구불 도로를 돌아 올라와서 제길을 찾아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는 금새 길을 찾네! 하면서 지난 실수를 허탈해 한다. 쪼개진 바위틈새로 내려서서 십여분을 내려서 가정리 가는 도로 마루이다. 등로까지 합하면 사거리인 셈, 도로를 가로질러 직진하여 맞은 쪽 산으로 오르는데 갑자기 아래에서 사람부르는 큰소리에 깜작 놀란다. 일행중에 누군가를 우리로 오해한 듯하다. 십오분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또 땀이 범벅이다. 가을날이 여름날보다 더하다. 대체 오늘 낮기온이 얼마길래 하늘은 드높은 가을하늘인데 기온은 영 아니다 싶다. 봉화산 정상이다. 오늘 분명 일요일인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없다. 예서 다섯사람을 본다. 서너시간을 지나면서도 마주친사람이 채 열도 안된다. 바람없는 땡볕이라 이내 길을 내려선다. 이제부터는 오르막은 없다. 그저 긴 내리막뿐, 헤맬일도 없는길은 한시간여 내려온다. 아내가 또 걱정이다. 시간으로 보나 산아래에 보이는 마을로 보나 주차장도 지났고 이미 내리막 갈림길을 지나온 듯하단다. 계속가면 강촌중학교 나올텐데 그럼 차를 가지러 다시 올라야 하는데 하며 걱정을 한다. 아직 지나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몇번을 거듭하니 나도 정말 지나친건가? 하고 의구심이 든다. 내리막 갈림에는 바위가 있고 뾰족뾰족하니 바닥에 깔린 암괴도 있는데 분명 안지났다고 하면서 한시간 정도 되었으니 다왔다고 했다. 이내 갈림길에 도착했는데 커다란 참나무가 저번 돌풍때 뿌리채로 뽑인지라 길이 낯설다. 직진하면 강촌중학교, 좌측으로 내려서서 안부에 도착, 배낭을 벗고 다리를 쉬게한다. 싸온 과일 간식을 마져 먹고는 잠시 내려서니 개짖는 소리에 움찔, 음식점 진도개가 얼굴이 반쪽은 보라빛이다. 일부러 염색을 했는지 약을 발랐는지 모르겠다. 다리를 건너 모텔앞으로 해서 다시 주차장으로 올라선다.

 

14:40 다시 주차장
   다섯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구곡폭포를 가운데 두고서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반시계방향으로 360도 대회전해서 다시 원점이다. 점심을 느긋하니 끓여 먹는 바람에 시간이 더걸렸고 여름보다 더 덥고 습해서 땀을 더많이 흘렸다. 물도 엄청 많이 먹었다. 조금만 물병으로 네개하고 1.5짜리 날진물통하나를 거의 다 마셨다. 라면끓일물은 별도였으니...
들머리 처음 길이었는데 가팔라 힘들었지만 한시간여에 검봉까지 이를수 있는 새길이 뿌듯햇다. 왜서 검봉 정상에서 이쪽길을 보지 못했을까 싶다.
아내가 헤맸대는 곳, 입구에서40여분 올라 큰능선에 붙을때, 우측 오름길로 올라야 한다.
문배마을 지나 철탑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길에서는 좌측길로 들어야하고, 전방봉에서 내려설때 좌측 갈라진 바위틈으로 내려서야 된다는 것을 분명 알았다고 한다.
강촌으로 차를 가지고 오면 등로가 마땅치 않은데 이 코스라면 여러모로 괜챦을 듯 싶었다.

남들 다 알가 다니는 길, 나만 모르고 쓴 것은 아닌지 싶어 계면쩍네요 ^^*.